나는 진짜 나일까 - 제6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5
최유정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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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푸른문학상 수상작을 보면 역시! 상 받을 만 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손호경의 <우포늪엔 공룡 똥구멍이 있다>, 강 미의 <길 위의 책>,
백은영의 <주몽의 알을 찾아라>, 임태희의 <쥐를 잡자>, 김현화의 <리남행 비행기>등
역대 수상작 모두 아동, 청소년, 부모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제6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을 수상한 최유정의 <나는 진짜 나일까>는 인간의 심리를 보편적이면서도 내밀하게 그려 낸 통찰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데,,, 

아빠의 폭력에 시달리며 학교에서는 오히려 폭력의 가해자가 된 주인공 건주가 상담 선생님의 이해와 애정 어린 관심으로 자존감을 회복해 가는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지루하지 않게 전개되는 6학년 두 주인공 건주와 시우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다보면 어느새 책속으로 빨려 들어가 기어이 책을 다 읽고서야 내려놓게 되는 힘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불우한 가정환경, 아빠의 폭력, 왕따, 부정선거, 선생님의 편견 등등 기존 동화와 청소년소설에서 너무나 많이 보아온 조금은 식상한 문제들에 작가는 신선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에게 식상하리만치 흔한 그런 일들로 알게 모르게 고통 받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작가의 시선은 책 속 상담선생님을 통해 따스하게 전해져 온다.

은찬이 패거리의 사사건건 시비로 시작된 일들도 언제나 문제아로 낙인찍힌 건주가 가해자가 되어야 했던 그 억울한 마음을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그리고 건주가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상처를 딛고 긍정적이고 밝은 아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마음으로 돕는 상담선생님의 모습은 책을 읽는 우리의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다소 급하게 마무리되는 건주와 시우의 화해와 소통, 자신의 잘못된 자식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폭언을 일삼던 아빠의 급 변화된 모습에 덩달아 마음이 급해지긴 했지만,,, 마지막 건주와 시우 그리고 상담선생님이 함께 그리는 그림에서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아이들의 희망이 보여 마음이 놓였다.

“건주가 상담 치료를 받고 있어요. 당신 말처럼 사고뭉치니까요. 그런데 상담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은찬이 엄마 앞에서 그러더군요. 우리 건주는 절대 못된 애가 아니라고요.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데, 그 상담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우리 건주를 두둔해 주더라구요. 너무 부끄러웠어요. 그런데 더 부끄러웠던 건, 은찬이 엄마가 가고난 뒤에 그 선생님이 한 말 때문이었어요. 건주를 밀어내지만 말래요. 가끔씩 안아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끔씩 눈을 맞춰 주라고 하더라고요. 그것만 해 주면 된다고요. 우리가 건주에게 해 줄건 그것뿐이라고 했어요.”-186쪽

“울고 싶으면 울어, 인마. 누구나 울고 싶을 때가 있는 거야. 참을 필요 없어.”
“건주야. 네 곁엔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소중한 사람들이 많아. 그걸 잊으면 안 돼.
알겠지? 그리고 언제든지 놀러와. 선생님은 널 항상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야.”-196쪽

우리 주변에서도 가정에서 부모와 아이 사이에 소통이 단절되어 방황하고 그것이 학교생활까지 영향을 미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면서 상처받는 모습을 더러 보게 된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아이의 학교생활의 어려움 저변을 살펴보면 가정에서 따스한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큰 것을 해주라는 게 아니라 그저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는 같은 편이 되자는 것이다. 영원히 같은 편이 되어주는 것이다.
그러면 아파하던 아이도 진짜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낼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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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뭐든지 자기 맘대로야 - 엄마와 나,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9
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정주 옮김, 테레사 브론 그림 / 비룡소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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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계적인 동화 작가 ‘수지 모건스턴’의 <엄마는 뭐든지 자기 맘대로야>는 그 동안 만났던 수지 모건스턴의 동화들과는 달리 청소년들의 고민을 풀어놓은 책이다.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 <정말 너무해>를 통해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번엔 청소년들이 엄마에게 가진 다양한 불만을 들어봐야 할 차례다. 청소년들이 편지글 형식으로 털어놓는 이야기에 작가가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새로움을 준다.

청소년 대상 도서라고는 하지만, 초등 고학년 이상이라면 누구라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책이 그다지 어렵거나 무겁지 않기 때문이다. 수지 모건스턴의 책이 다 그러하듯 말이다.

엄마의 지나친 사랑, 너무 바쁜 엄마, 유행을 모르는 엄마, 완벽해지고 싶은 엄마, 만능 해결사, 참견꾼, 차별하는 엄마, 뭐든지 맘대로 하는 엄마, 짠순이 엄마, 엄마 노릇을 기권한 엄마, 친구를 감시하는 엄마, 컴퓨터를 못 하게 하는 엄마 등등 그 동안 우리 청소년들이 마음속으로만 끙끙 앓아왔던 생생한 불만들이 쏟아져 나온다.
여기에 친근하고 따뜻하면서도 수지 모건스턴 특유의 유머로 엄마의 입장을 들려준다.
저자와 딸이 직접 쓴 편지글 속에서 자가가 겪은 갈등들을 엿볼 수 있다. 난 아들만 둘이지만 그래도 많은 공감이 갔다. 아들이든 딸이든 그들 모두는 청소년 시기를 거쳐 가기 때문이다.  

 





본문 중간에 부록으로 들어 있는 설문 조사 (나는 엄마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이를 위해 엄마가 지켜야 하는 40계명, 야누쉬 코르착의 6계명, 내가 정하는 우리 엄마 10계명)는 독자들도 한번 쯤 이용하면 좋을 듯 하다.
엄마와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좋은 과정이 될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엄마에 대해 몰랐던 면을 깨닫게 되고 엄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엄마들도 자녀들이 무엇 때문에 엄마에게 섭섭함을 느끼는지, 자녀들을 어떤 방식으로 대해야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다소 서양과 동양의 정서가 다른데서 오는 낯설음도 있지만 부모와 청소년이 함께 읽으면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리라 생각된다.
“... 그리고 너 아니면 누가 엄마한테 네 사춘기를 견뎌내라고 가르치겠니?... 너는 엄마가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면서 그러는 너는 엄마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생각하니?”
책 읽는 내내 나의 어린 시절, 사춘기 시절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책의 이야기도 많은 공감을 주지만 책 속 그림도 유쾌하다.  

아이들의 고민을 한방에 날려 버릴 것 같은 기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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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08-12-30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고민을 알아갈 수 있겠는데요.

뽀송이 2008-12-31 07:34   좋아요 0 | URL
수지 모건스턴 책은 일단 개성있고 유쾌해요.^^
생각보다 어렵지않고 볼거리도 많아요.^^
꿈님~~ 잘 지내시죠?
 
살리에르, 웃다 - 제6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29
문부일 외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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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리에르, 웃다>를 읽고 있는데 큰 아들 녀석이 “살리에르(원래는 ‘살리에리’라고 함)가 누군지 알아요?”라고 묻는다. 잘 모른다고 했더니 처음에는 천재음악가 모차르트의 재능을 존경했지만, 결국 노력파인 자신은 아무리해도 천재적인 모차르트를 이길 수 없음을 알고는  그를 질투하면서 일생을 보낸 불운한 음악가라고 한다. ‘안토니오 살리에리’는 이탈리아 레가노 태생의 음악가로 당시 세간의 찬사를 얻었는데 유년기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여, 1766년에는 빈 궁정에서부터 초청을 받아, 1788년에서 사망 직전인 1824년까지 궁정음악가의 지위를 이어갔다.
살리에리는 높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여, 하이든 등 당대의 저명한 작곡가들과 교류가 있었고,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는 모두 어렸을 때, 그의 지도를 받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살리에리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의 대립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1790년대 빈에는 살리에리의 독살설 등의 소문이 돌았으나, 이들 중 사실로 입증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여러 연극, 영화의 소재가 되는데 1984년 작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는 질투심이 강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어쨌든,,, 책 제목에 홀려 살리에리에 대해 잠깐 알아봤는데 흥미롭다.
우리가 가끔씩 쓰는 말 중에 ‘살리에리 증후군’이라는 비유적인 표현이 있는데, 그건 아마도 노력파인 살리에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천재적인 모차르트를 이길 수 없었던 것에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또 다른 뜻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제6회 푸른문학상 단편 청소년소설 부문 첫 수상작인 문부일의 [살리에르, 웃다]를 비롯하여 그의 신작 [6시 59분]과 역대 수상작가인 강미의 [모래에 묻히는 개], 백은영의 [짱이 미쳤다], 정은숙의 [열여덟 살, 그 겨울] 등 다섯 편의 단편 청소년소설이 실려 있다. 다섯 편 모두 힘 있고, 흥미롭다.

시인이 되고픈 꿈을 지닌 수혁은 열심히 시를 쓰지만 타고난 재능을 지닌 친구 문호 옆에서 번번이 절망한다. 수혁은 시를 잘 쓰기위해 글쓰기교실에 다니는 등 노력하지만 백일장대회에서 표절이라는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지만, 뒤에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결국 시인의 꿈을 접기로 한다. 수혁은 자신의 처지를 솔직히 적은 글을 실수로 글쓰기교실 인터넷에 올리게 되고 자신의 실수 덕분에 숨겨진 재능을 깨닫게 되고 소설가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살리에르, 웃다] 
 

[6시 59분]은 제주도로 배낭여행을 가고 싶은 중학교 3학년 완수의 이야기다. ‘6시 59분’은 인천에서 제주도행 배가 떠나는 시간인 7시가 되기 1분 전으로, 꿈을 향해 나가는 청소년들이 지니는 두려움과 설렘, 긴장을 잘 담아내고 있다.

강미의 [모래에 묻히는 개]는 어른들의 기대와 욕심에 떠밀려 사는 ‘나’가 자신의 꿈도 없이 방황하는 자신의 삶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중심을 잡기위해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백은영의 [짱이 미쳤다]는 ‘짱’ 자리를 놓고 다투는 고등학생 영민과 기철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진정한 꿈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정은숙의 [열여덟 살, 그 겨울]은 나 최기찬, 승효, 지영 세 명의 고등학생들이 한 사건을 통해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서면서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인데 참 좋았다.
‘녀석은 내 마음의 그늘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도 못할 것이다. 그저 어려운 집안 형편에 힘들어 하는구나 안타까워하며 쯧쯧 혀를 찼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난 승효처럼 어린애가 아니었다. 맨 얼굴쯤은 감출 수 있는, 세상에 보여 줄 얼굴이 어때야 하는지 아는, 속이 익은 어른이다,,,,,,’ 

-157쪽
형편이 어려운 기찬이가 승효의 집에서 물건 몇 가지와 현금을 훔치고, 그걸 알면서도 기찬이가 좋아서 모르는 척 하는 승효와 성폭행 당할 번 한 자신의 일을 목격한 기찬에게 범인을 함께 잡아줄 것을 부탁하는 지영 이 셋의 심리묘사와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가 책 읽는 재미를 준다.
“왜 모른 척했냐? 그 날 빈 집에서 엄청난 걸 훔쳤으면 어쩌려고 놔 둔 거야?”
“엄청난 것도 없거니와 네가 그러지 않으리라 걸 알고 있었으니까.”
“날 동정했구나. 그까짓 것 필요 없으니까 너나 먹고 떨어져, 그런 맘이었니?”
“쉽게 말하지 마. 동정이란 말, 난 정말 싫어해. 널 좋아했던 건 네가 아픈 날 동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알다시피 난 부모에게도, 누나에게도 가여워 어쩔 줄 모르는 존재잖아.
넌 모를 거야. 그게 얼마나 피곤한 삶인지. 난, 날 동등하게 대해 줄 사람이 필요했고
그게 너였어.”-177쪽  
기찬과 승효는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 가난한 환경과 장애라는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아픔도 서로 나누어 가질 줄 아는 친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둘은 산 K2를 등반하자고 약속한다.
복잡한 듯 하면서도 매끄럽게 넘어가는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청소년들의 현실감 있는 고민들이 피부에 와 닿는다.

푸른책들에서 애정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내놓는 청소년소설들에 박수를 보낸다.
<베스트 프렌드>, <겨울, 블로그>, <벼랑>등 앞으로도 계속 청소년 그들의 고민과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나아갈 길을 밝혀줄 수 있는 등불 같은 책들이 계속 출간되기를 바란다. 특히, 이 번 <살리에르, 웃다>에 실린 청소년소설이 주는 신선함과 예리함과 따스함을 우리 중학생 이상의 아이들도 함께 공감하고 즐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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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30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든 일은 잘 마무리 되었나요?
쉬지도 못하고 밀린 서평 쓰느라 바쁘시군요.^^
저도 그제밤 이거 쓰다가 임시저장 해놓고 아직 완성이 안돼서 못 올렸어요.
어째 점점 리뷰 쓰기가 무서워요~ ㅜㅜ

뽀송이 2008-12-31 07:22   좋아요 0 | URL
ㅡㅡ;; 그니까요,,, ㅎ ㅎ
잠시 쉬려했더니,,, 오늘 어머니 퇴원하셔요.
더 바빠질 것 같아요.^^;;; 님~~ 잘 지내셔요.^^
다들 숙제하느라~~ ㅋ ㅋ

행복희망꿈 2008-12-30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이 궁금하던데, 못 받았어요.
순오기님 말씀대로 저도 서평쓰기가 무서워요. ^*^
어쩌죠? 이제 유효기간이 다 된걸까요? 흑~

뽀송이 2008-12-31 07:23   좋아요 0 | URL
책이 꽤 괜찮아요.^^
특히, 수상작을 쓴 작가의 힘이 느껴집니다.^^
꿈님도 숙제~ 화이팅~!! 잘 지내셔요.^^
 
공주와 열쇠공 - 올해의 동화 1 미래의 고전 6
푸른아동문학회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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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아동문학을 결산하면서 ‘푸른아동문학회’에서 내놓은 올해의 동화 모음집 <공주와 열쇠공> 함께 한 작가님들이 워낙에 쟁쟁하신 분들이라 그 기대도 무척 컸다.

원나연, 이금이, 조향미, 정민호, 강숙인, 김정, 최금진, 최은영, 박산향, 오미경 작가의 각양각색의 다양한 단편동화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호흡이 짧은 단편동화라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생활동화, 의인화동화, 옛이야기, 판타지를 넘나드는 화려한 장르에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각자의 연애 사건을 통해 동갑내기 삼촌 준오와 조카 용주 사이의 끈끈한 정을 구수한 사투리로 익살스럽게 묘사해서 더 재미있는 [삼촌과 조카],
숙맥인 찬우가 짝사랑하던 하얀이를 사귀며 보이는 남자아이, 여자아이의 심리 차이를 조용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어조로 풀어낸 이금이 작가의 [알 수 없는 일],
외톨이로 지내던 해찬이가 친구를 사귀게 되는 과정을 자신이 혼자일 때만 들리는 ‘딸까닥’식판의 격려를 담은 목소리를 통해 용기 내어 주변에 마음을 열어간다는 판타지를 담은 [혼자일 때만 들리는 소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옛이야기를 색다르게 바꿔놓은 표제작 [공주와 열쇠공],
우리에게 역사동화작가로 잘 알려진 강숙인 작가가 애정 어린 시선으로 풀어낸 두꺼비의 슬픈 사랑이야기 [두꺼비 사랑],
--“왕지네는 약초를 먹어 엄청난 힘과 독을 얻었다. 독은 독으로 다스리는 법, 꼬박 아홉 해를 채우는 동안 너는 네 몸속에 강한 독을 키워야 한다. 왕지네의 독은 ‘욕심의 독’, 네가 키워야 할 독은 ‘아픔의 독’. ‘아픔의 독’만이 ‘욕심의 독’을 물리칠 수 있으니 많이 뉘우치고 많이 아파하면서 부지런히 독을 키우도록 해라.”-81쪽 
대장장이와 작은 새의 인연이 가져다 준 아름답고 애틋한 이야기 [피리 부는 소년],
동물을 옭아맬 운명을 안고 태어난 ‘올무’가 토끼가족을 보면서 느끼는 생명을 향한 자기 반성적 이야기인 [토끼에게],
자신 때문에 할머니가 죽었다고 느끼는 승하가 그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바느질하는 아이],
--“괜찮아, 승하야. 그건 사고였어. 공연히 할미 때문에 네 마음에 상처만 났구나. 걱정마라. 다 덜어진 헝겊 조각도 하나로 엮듯 네 마음도 한 땀 한 땀 정성껏 꿰매어라. 세월이 더 흐르면 꿰맨 자리는 금세 아물 거야. 어쩌면 흔적조차 사라질지 모르지. 그러니 아무 걱정마라, 승하야.”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드르르륵, 재봉틀을 돌린다.-138쪽
민수와 창기 두 친구의 싸움 이면에 숨겨진 사연을 알게 되면서 진심으로 친구에게 다가가 먼저 손 내밀 줄 아는 민수의 성장담을 잘 그려낸 [돌덩이],
할아버지와 두 아이의 우정을 일기 형식으로 담아낸 [두 권의 일기장]

이렇게 열 명의 작가들이 만들어 낸 하모니가 잔잔하면서도 힘 있는 울림을 주고 있다.
한 작가의 단편모음집이 아닌 여러 작가의 개성이 다른 단편동화들이다보니 약간의 산만함이 있긴 하지만, 또 그 만큼 다양하고 신선함도 함께 누릴 수 있으니 그 점 또한 매력적이다. 그리 어렵지 않은 동화 모음집이니 초등고학년 이상의 독자라면 누구나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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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08-12-30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직 이 책 못읽고 있어요.
저도 서평쓰는게 예전보다 힘들어지네요.

뽀송이 2008-12-31 07:33   좋아요 0 | URL
책이 아기자기 다양해요.^^
좋아하는 작가님들이 다 모였어요.^^
ㅎ ㅎ 서평쓰기!! 아자~!!

L.SHIN 2008-12-31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고 계시죠?
그냥 인사하고 싶어서 들릅니다. ^^

뽀송이 2008-12-31 07:45   좋아요 0 | URL
저도 좀 있다 나가봐야해서 잠시 들어왔어요.^^
님도 잘 지내시죠?
아침에 님 뵈니 기분좋은걸요.^^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 맞으셔요.^^*
주변이 정리가 되면 자주 놀러갈게요.^^
 
용서할 수 없는 메타포 11
크리스 린치 지음, 황윤영 옮김 / 메타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고 이렇게 오래도록 생각해 보는 거 참 오랜만이다.

착한 녀석도 데이트를 핑계로 여자를 강간할 수 있다.
그리고 데이트 강간을 했어도 착한 녀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착한 녀석임을 강조하면서 여자의 동의도 얻지 않고 마약을 복용한 뒤 여자와 관계를 맺었다면 그것은 강간이다. ‘키어’ 네가 아무리 착한 녀석이라고 우겨도 강간까지 착한 일은 아닌 것이고, 그것은 결코 사랑이 아니다. 

나에겐 고1, 중2의 두 아들 녀석이 있다.
한창 이성에 호기심이 왕성할 때이다.
얼마 전 고1 아들 녀석이 여자 친구가 그립다고 말하던 게 생각난다.
초등학교 졸업 후에 중학교 3년, 고 1년 동안 여자 친구 하고는 함께 놀아 본 경험이 없으니 오죽하겠는가,,, 이 녀석 남녀공학 다니는 친구, 여자 친구 있는 애들, 학원에서 여자애들이랑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는 친구를 보면서 어찌나 부러워하는지,,,
아들 녀석은 여자애 앞에만 서면 말이 안 나온단다.
학원이라고는 다녀 본 적도 없고, 여자 친구라고는 없어서 말이다.
나름 우등생에 모범생이라는 고1 아들 녀석을 보고 있으니 그저 그 나이 또래라 ‘키어’가 겹친다.

이성에 서툰 녀석,,,
자기의 생각에만 모든 것을 짜 맞추려는 이기적이고, 나약한 녀석,,,
‘지지’에게 자신이 저지른 일이 왜 자기졸업식에 오지 않은 누나들 탓인가?
그 외로움을 위로받기 위해 잠든 지지를 안은 게 어떻게 사랑이 되나?
그것도 정당하지 않은 마약을 먹고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은 엄연히 실수도 아니고,
충동적인 행동도 아니고 바로 범죄, 강간인 것이다.

한창 이성에 대한 환상과 호기심을 안고 자라고 있는 두 아들 녀석 때문에 나는 아주 마음 불편하게 이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 대상으로 하는 이성과의 성에 관한 소설들이 나오고 있지만 많이 부족하다. 아이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좀 더 솔직하고, 현실적인 청소년소설들이 나와 주었으면 한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고도 공감할 수 있고 고민해 볼 수 있는 그런 소설 말이다.

이 책에서 키어가 더 못마땅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는 이 녀석은 자기합리화에 빠져 있다. 뭐든 자기가 최우선이고,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잘못은 일단 배제하고 본다.
난 정당했다, 경기 도중 충돌로 상대편 선수가 다리를 절게 되었어도 키어는 규칙대로 부딪혔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졸업파티에서 도서관 창문을 깨뜨리고, 동상을 부수는 일 등을 하고는 단지 키어와 친구들은 ‘사랑스러운 악당’이 되고 싶었을 뿐이라고 한다.
세상에 서툴고, 모든 관계에 서툰 녀석이 그저 그런대로 착하게 살아 왔다는 이유로 모든 잘못을 덮어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이 책이 조금 더 개성 있게 다가오는 점은 자기변명에 빠져 있으면서 짝사랑 하던 여자 친구 지지를 강간하고도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하는 키어가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그러니까 성폭행을 당했다는 지지의 변론은 거의 없이 키어 이 녀석의 자기합리화식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키어가 그렇게나 떠들어대도 자꾸만 지지가 떠오르고 ‘지지라면 어떨까? 지지는 어떻게 생각할까? 어떤 기분이었을까?’ 생각해 보게 한다. 바로 이런 점이 이 책을 읽어내는데 재미와 그리고 인간관계의 의미를 전해주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진실과 거짓말 그리고 책임을 져야하는 일들을 무수히 만날 것이다.
작든 크든 그 진실을 볼 수 있어야하고, 그것이 책임을 져야하는 일이라면 반드시 그래야 할 것이다.

하지만 딸을 가진 부모가 이 책을 읽으면 많이 속상할 것 같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이런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남자에게는 관대하고, 여자에게는 무모하리만치 과한 비난을 한다. 엄연한 성폭행도 결국 처신을 잘못한 여자애와 혈기왕성한 남자애의 성관계로 본다는 점이 더 억울한 마음을 들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착하다고 네가 말했던 거 기억해? 네가 말했잖아, 바로 어젯밤,
프랜 누나에게. 내가 착한 아이라고. 바로 나였잖아. 아직도 난 그대로야.
넌 그 사실을 잊고 있어.”
“지지, 넌 아예 노력도 않는구나. 적어도 나는 뭔가를 하려고 애쓰고 있어.
적어도 그 점만큼은 인정해.”
“하지만 네가 나한테 착한 애라고 말했던 것 기억하지? 기억해야만 해.”
“착한 아이는 강간하지 않아.”
지지가 단호하게 말했다.
“맞아.”
“그게 바로 내가 지지 너에게 설명하려고 했던 거야.
그건 그냥, 그래, 그건 그냥 서투른 결합......”
“넌 강간을 했어”
“난 널 강간하지 않았어, 지지.”
마약을 복용하고 환각상태에서 잠들어 있는 지지를 성폭행 하고는 지지도 원했던 사랑의
행위라고 말하는 키어에게는 지지의 그 어떤 이야기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그럼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할까?
여전히 어렵고 명확한 답변을 줄 수 없어서 답답하다.
먼저 이 책 <용서할 수 없는>을 슬며시 건네주고, 읽고 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지...
* * * 아이가 중학교 2학년 이상이라면 한 번 읽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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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싹 2008-12-0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좋은 리뷰네요. 추천 꽝~~
이 책 울 아이에게도 꼭 권해주고싶어요.

뽀송이 2008-12-01 22:18   좋아요 0 | URL
ㅎ ㅎ 리뷰 쓰자 마자 오셔서 추천도 꽝!! 찍어주시고 너무 기뻐요.^^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되는 따님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잎싹님도 함께 읽으셔서 따님과 이야기 나눠보면 더 좋겠지요.^^

bookJourney 2008-12-01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 꾸욱~.
저희 아이는 아직 어리니 ... 이 책은 기억해두었다가 나중에 읽어보게 해야겠어요. ^^

뽀송이 2008-12-02 13:48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들이 중고생이다보니 나름 심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치만 너무 어수선하게 당황하지 말고, 자연스럽고 인내하면서? 인간적으로 성숙해 가기를 바랍니다. 저희 아들 녀석들 잘 할 수 있겠죠.^^
책님은 아가가 어리니 이담에 고민하셔요.^^
추천 꾸~욱!! 감사합니당.^.~

무스탕 2008-12-02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툰 아이들의 서툰 변명이 아니고 '나는 선하다'라고 의식이 박힌 아이의 당당한 자기 주장 같은 느낌이에요.
정말 애들이 조금 더 크면 읽어보고 뭔가 느꼈으면 좋겠네요.

뽀송이 2008-12-02 13:54   좋아요 0 | URL
당당한 주장이면 좋은데,,, 이 녀석 키어는 자기합리화이니 문제지요.ㅡㅡ;;
마약의 힘을 빌리지만 않았어도 이성적 판단이 끼어들 여유가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우리나라 중고생 아이들 성교육이 좀 더 개방적이고, 단계적이고, 체계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음지에서 숨어서 호기심을 키울 게 아니라 양지로 끌어내어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어울렸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 중고생들은 너무 공부밖에 안하니,,, 전 그게 넘 안타까워요.
학교끼리 특히, 남고, 여고 이렇게 교류도 하고 뭔가 행사도 함께 하다보면 서로 자연스럽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마노아 2008-12-02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어야 할 책이군요. 많은 생각 꾸러미를 낳고 있어요. 뽀송이님의 고민이 와 닿아요.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피하지 않고 마주칠 문제예요.

뽀송이 2008-12-02 13:5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지금 저에게 딱!! 필요한 책이지 뭡니까,,,
두 녀석이 건강한 신체와 올바른 성 의식을 가지고 밝게 자라길 바랍니다.^^
고민 되는 문제이지만, 슬기롭게 잘 자라주리라 믿어요.^^
작은 아들 녀석은 기말 끝나고 읽는다고 찜해갔어요.^^;;
쉬쉬~~ 하기 보다는 이제 오픈해서 함께 얘기 나눠야 합니다. 멋지게 말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2-0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 딸 함께 키우는 부모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뽀송이 2008-12-02 14:01   좋아요 0 | URL
푸핫,,, 그러게요.^^;;;
전 아들만 둘이고, 전 왜 딸들만 있는 집밖에 생각 못했을까요?? ㅎ ㅎ
아들, 딸 함께 있는 집 부모님들은 어떤 반응이실지,,, 궁금합니다.
어느 손가락이 더 아프냐에 따라 다르려나요??? ㅎ ㅎ

순오기 2008-12-02 19:21   좋아요 0 | URL
저는 아들 딸 다 있습니다~ ^^
난, 아들녀석에게 대놓고 말합니다~ 관리 잘 하라고!!
인간은 모두 성적욕망을 갖고 있으나 얼마나 절제하느냐의 문제지요.

뽀송이 2008-12-02 20:5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은 좋겠어요. 아들, 딸 골고루 있어서 말예요.^^
저도 대놓고 말하는 스타일이긴 한데,,,
녀석들 "우리를 뭘로 보고~~~" 막~ 이러던데요.^^;;;
한창때~~ 넘치는 성욕을 참으려면 무진장 난리법석을 떨어야겠지요.^^;;;
,,, 그러면서 신체와 정신이 똑바르고, 강한 남자가 되는 거라고 말하려는데,,,
벌써~~ 저 만치 가고 없어요.ㅡ,,ㅡ ㅋ ㅋ ㅋ

희망찬샘 2008-12-03 0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송이님 안녕하세요. 저도 이곳에 놀러 왔더랬는데, 글을 남겨야지 생각하고 남겼는지... 아마 좀 더 근사하게 인사 드려야지 생각하다가 안 남겼던 것 같아요. 헤헤~ 저는 책읽는 가족에서도 여러분들의 글 자주 읽어요. 그리고 참 좋구나~ 하면서 생각하고 넘어가고. 저도 많이많이 아쉽죠. 정모 때 그곳에 갔더라면 더 많은 분들을 더 친숙하게 느꼈을텐데 하고서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라도 알고 지내면 좋을 것 같고, 담 기회 생기면 저도 만나 뵙고 쉽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뽀송이 2008-12-03 07:47   좋아요 0 | URL
어머나~ 희망찬샘님^^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바쁘실텐데 이렇게 일부러 와주셔서 더 고마운거 아시죠.^^
늘 아이들과 함께 하시는 멋진 선생님의 모습 존경스럽습니다.
같은 부산이니까 언제고 꼭! 한번 뵐 수 있기를 정말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올해의 마지막달 입니다. 건강하시고, 원하던 일들 잘 성취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