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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날들의 철학> 서평단 알림
슬픈 날들의 철학 포즈 필로 시리즈 4
베르트랑 베르줄리 지음, 성귀수 옮김 / 개마고원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만물이 말을 하네.

인간이여, 그대는 만물이 왜 말하는지 아는가?
잘 들어보라.
그것은 바람과 파도, 불꽃과 나무 갈대와 바위들,
모든 것이 살아있기 때문이니!
만물이 영으로 가득 차 있음이로다.’(105쪽)

슬픔 속에서 발견한 삶의 진리를 철학적인 사유를 통해 잔잔히 이야기 하고 있다.
‘신념이란 뭔가를 믿는 데 있고, 아무것도 끝난 건 없다고 말하는 태도 속에 있고,
출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속에서 아직은 하나가 남았다고 말하는 태도 속에 있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현재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와 교사들이 일상의 사소한 주제들을 철학과 연결시켜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사유를 풀어낸 ‘포즈 필로PAUSE PHILO’ 시리즈로 프랑스 중고등학생들을 비롯하여 일반 독자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독자층을 누리며 철학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만나게 되었다.

인간의 삶은 기쁨과 슬픔의 연속.
왜 사람들은 슬픔에 빠지는 것일까?
슬픔에 대해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게 될까?

이 책에서 저자는 슬픔이라는 것에 새로운 철학적 조명을 제시하고 있고, 독자들은 인생에서 마주친 장애물들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슬픔에 잠겨 있지 말고 슬픔을 이겨내고 일어서도록 조용히 손을 내밀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 책에는 시험, 시간, 질병, 부당함, 죽음, 절망, 비극적인 것, 악, 소외, 고통, 영혼의 상태, 상심, 화내는 것, 질투, 우울, 향수, 권태, 후회, 불안, 무관심, 부조리, 책임, 존재이유, 지혜, 낙천주의, 명철함, 행동, 받아들임, 초월, 저항, 내면의 삶, 내면의 인간, 용기, 마음, 의지, 끈기, 상상, 신념, 영혼의 평정, 위엄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담고 있다.


‘한 인간과 죽음을 향해 가는 듯 보이는 그의 인생 사이에는 또 다른 무엇이 존재한다.
삶 그 자체와 더불어 삶의 정신을 살게 하는 가능성이 그것이다.
언뜻 이 세상의 법칙처럼 보이는 슬픔 말고 다른 것을 말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 모두는 두 번의 탄생을 경험한다.
첫 번째는 세상 속으로 우리를 오게 하는 탄생,
두 번째는 세상으로부터 자유롭게 우리를 벗어나게 해주는 탄생이다.’(329쪽)

이 책은 ‘서평단 도서’로 받아 보게 된 책이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기쁨 못지않게 많은 슬픔과 마주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좌절과 고통을 맛보게 되겠지.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슬픔 속에 있는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찾아내게 될 것이다.

단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그런 슬픔이 아닌 미래의 삶을 향한 또 다른 모습의 진정한 슬픔을 분명 만나게 되리라...... 슬픈 날들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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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 & DAD -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학부모 세계의 진실
로잘린드 와이즈먼.엘리자베스 래포포트 지음, 이은정 옮김 / 시공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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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DAD> 이 책은 저자 ‘로잘린드 와이즈먼’, ‘엘리자베스 래포포트’가 수백 명의

부모와 대화를 나누고 인터뷰한 것을 토대로 쓴 책이라고 해서 무척 관심이 갔다.
지금 중학생인 두 아들 녀석의 학교생활에 잔득 신경이 쓰이고 있으니 말이다.
‘서평도서’로 받아든 책이 제법 묵직하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학부모 세계의 진실’ 이라는 문장이 주는 무시무시한 중압감에
책을 펼쳤다.

* 좋은 부모와 나쁜 부모의 모호한 경계
*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부모 세계의 비밀
완벽한 부모의 아이는 완벽하다?
원더우먼을 꿈꾸는 엄마들의 착각
아빠는 방관자인가 협조자인가?
* 학부모 모임에서 만나는 엄마들의 유형
*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아빠들의 유형
* 부모가 버려야 할 다양한 편견들
* 상대 부모의 말과 행동 속에 숨어 있는 진실
나의 가장 큰 재산은 아이예요.
난 아이의 강력한 지지자예요.
부모로서 내 본분은 아이를 보호하는 거예요.
아이에게 내가 누리지 못한 기회를 주고 싶어요.
요즘 시대는 너무 경쟁이 치열해요.
우리 애는 어쩌면 저렇게 착한지 모르겠어요.
난 아이와 격의 없이 지내요. 딸애는 내게 비밀이 없어요.
부모 간의 협력을 위한 현명한 대화법
* 아이들 싸움에 냉정해져라.
다른 사람과의 대결을 두려워하지 마라.
싸움의 목표를 무조건 이기는 것에 두지 마라.
갈등을 해결하는 대화법을 익혀라.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라.
* 학교가 가르쳐주지 않는 교사 면담법
* 허용할 수 없는 아이의 일탈
아이의 일탈이 시작되기 전, 먼저 대화하라.
자녀 교육에 대한 가치관을 확립하라.
자녀의 일탈 시 부모들이 부딪히는 문제들
아이와 성에 관해 이야기하라. (목차 중 일부)

책의 목차 몇 가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러 가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우리의 정서와 우리 아이들의 교육환경의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해도와 공감도가
다소 떨어진다.

‘십대들은 아무리 자기 부모에게 불만이 있어도 존경하며 행동의 좋은 본보기로 삼으려고 애쓴다. 부모가 터무니없이 제멋대로 강요하면 당장은 아이가 부모의 말을 다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부모의 가치관이 천박하다는 사실을 아이가 깨닫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부모가 화를 내고 좌절한다면 얼마나 올바르게 행동했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된다.’

‘아이가 나쁜 짓을 저지른 대가로 벌을 받을 때 부모가 나서서 방패막이가 되어주면 아이는 일생동안 도덕심을 기르지 못하여, 어떻게든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 나갈 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다른 부모에게 항의를 받을 수도 있고 또는 내 아이에게 실수한 누군가에게 항의를 할 일도 생긴다. 이런 경우에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몇 가지 실제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난처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음... 그렇더라도 기대했던 것보다 실제적인 도움은 크게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다소 아쉽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있는 지금 실제 사례를 통한 이야기들에 눈과 귀를 열어둬야 할 것이다. 작은 도움이라도 분명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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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10-29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어려운 일일것같아요. 아직 먼 일인데도 전 걱정이~

뽀송이 2007-10-29 09:20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아침 저녁으로 제법 날이 차갑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태은이 감기 걸리지않게 잘 보살피셔요.^^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의 노고는 말로 다 할수 없겠지요.
벌써 먼 일까지 걱정하지 마시고, 지금은 태은이와 많이 놀아주시고 많이 안아주셔요.^^

2007-10-29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9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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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너무도 인기가 많았던 책이라 이제라도 읽게 되었다.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소설이라는데 본 적이 없고...
연재소설이었던 정이현의 첫 장편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뭐랄까...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가벼우면서도 재미있게 읽혔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이야기의 흐름이 부자연스럽고, 부담스러워진 게 아쉽다.

여기에 십 오년 우정을 과시하는 단짝 은수와 유희, 재인의 각기 다른 직업관과 연애관,
결혼관은 많은 미혼자들에게 때로는 기혼자의 눈길을 끈다.
지극히, 보편적이라고 생각되지만, 언제나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어느 날 그녀는 헤어진 지 육 개월이 된 옛 애인으로부터 청첩장을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은수는 눈물이 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다.
옛 애인이 결혼해버린 은수 앞에 나타난... 다정한 연하남 태오,
너무나 평범하고, 평균적인 느낌이지만, 무시해 버릴 수만은 없는 선본 남자 영수,
그리고 옛 친구였는데 이제는 이성으로 다가오는 유준 등 각양각색의 남성 인물들이
있어 더 흥미가 느껴진 소설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해갈 수 없는 이야기의 변질과 꼬임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뭉기적거리는 은수와 태오 그리고 영수의 관계에 지친다.
거기다가 은수의 친구 재인과 유희 또한 겉도는 듯한 산만한 관계들로 어질하다.

 

‘맥이 탁 풀렸다.
사랑이 저무는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누군가와 이별할 순간이 도래하면 엉뚱하게도 오래전 운동회 때가 생각난다.
줄다리기 시합.
청군과 백군이 동아줄 하나를 마주 잡고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그때 불현듯 한쪽에서 동아줄을 휙 놔버린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모든 것이 덧없다는 듯.

그럼 다른 한쪽은 어떻게 될까.
게임의 승자가 되겠지만 그걸 진짜 이겼다고 말할 수 있을까......’(235쪽)

분명, 재미있게 읽히기는 한다.
작가의 젊은 호흡처럼 간결하고, 산뜻한 문장들과,
솔직하면서도 공감을 이끌어내는 말들과,
바로 우리 곁에 있는 듯한 유명 지명과 메이커들은 인지도가 주는 현실감이 있다.
그리고 나름 빠르게 돌아가는 이야기들은 좋다. 단지, 그 빠른 속도 속에 있는 인물들의
머뭇거림이 싫었을 뿐이다.
한번 가볍게 읽어봐도 괜찮을 것이다.

이 이야기가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어떨까?? 라는 생뚱맞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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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06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기회가 되면 한번 휘리릭~ 봐야겠군요!

뽀송이 2007-09-07 08:46   좋아요 0 | URL
음... 재미로 그냥 한번 쯤 읽으셔서 괜찮을 듯 합니다.^^
어쨌거나 공감가는 매끄러운 문장들과 빠른 이야기 전개는 마음에 듭니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역시... 강한 감정의 몰입을 요구하는 제목이다.

‘우리가 그토록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것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멸시하기 때문이다.’
- 릴케, ‘두이노의 비가 중에서’
책에 있어서 제목이 갖는 의미는 아주 큰 편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은희경의 이번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꽤나 감각적이다.
또 한 번 그녀가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내가 처음 은희경 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건 1996년 <새의 선물> 이라는 책을 만나게
된 때부터다. 이 책을 읽고는 ‘와~ 꽤 괜찮은 작가를 만나게 됐군.’ 이라고 중얼거렸던
것 같다.
그녀가 우리 문학에서 차지하고 있는 그 자리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책!! 내게는 참 마음에 드는 책이다.
총 여섯 편의 중편들을 만날 수 있다.
[의심을 찬양함]
[고독의 발견]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날씨와 생활]
[지도 중독]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주인공 유진은 친구 S의 결혼식에 가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자신이 서점에서 산 책과 똑같은 책을 들고 탄 남자와 동석을 하게 되고, 서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와, 잘못 배달된 사과상자의 주인이라며 찾아온 오피스텔 옆 동 남자를 동일인으로 생각하는데...  현실과 허구와 착각과 의심 속에서 단번에 읽혀 버린 [의심을 찬양함], 
거짓말도 못하고 별 볼 일도 없는 만년고시생 주인공 K는 생일날 찻집에서 몽환적인 노래를 들으면 잠에 빠졌고, 그 뒤로 펼쳐지는 일들은 꿈속처럼 묘한 분위기이다. 한 사내와 여관과 난쟁이 여자... 모두 꿈속이다.
꿈에서 깬 K는 밀려오는 고독에 빠져드는 [고독의 발견],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에서는 서른다섯 번째 생일날, 가족을 버린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주인공 남자,
그림 ‘비너스의 탄생’을 잊을 수 없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는 뚱뚱한 모습만을 보였고, 이제 돌아가실 날이 멀지 않은 아버지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매일 먹는 밥을 거부하는데... 끝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달라진 모습으로 빈소를 찾게 되는 주인공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이 책에서 가장 나의 눈길을 끌었던 [날씨와 생활]에서는 출생의 비밀이나 언젠가는 세상을 놀라게 할 자신을 끊임없이 상상하는 하지만, 현실은 상상과 전혀 다르기 만한 꿈 많은 몽상소녀 B가 주인공이다. 무척이나 애정이 느껴지는 그 소녀로 인해 잠시 즐거웠다.
어느 날, 할부 책값을 받으러 온 수금원과의 동행, 그를 따돌리기 위한 소녀의 행동과, 기어이 집에서 만나게 되는 어머니의 담담한 모습에서 그저 웃음이 나온다.
잠시나마,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소녀로 인해 가끔씩 이유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오는 날을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지도 중독]에서 캐나다의 로키산맥을 오르는 나와 Y와 P선배...
“나는 남이 안 가본 길을 가는 재미로 살아.”,
“적응만 하면 진화를 할 수가 없지.” 라고 말하는 P선배는 끊임없이 지도를 들여다본다.
“상투적인 말이긴 해도 어쨌든 인생이란 길 찾기 이니까.”...
마지막 [유리가가린의 푸른 별]은 지극히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편안한 일상에 던져진
분실했던 소설과 정체불명의 메일...
은희경의 책을 읽고 나면 으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가끔은 머리가 아프기도 하는데
이유는 알 수 없다.ㅡㅜ 

이 책은 은희경 작가의 아홉 번째 소설이다.
“나는 아름답고 낯설고 허망한 소설을 좋아한다.
그러나 잘 쓰지는 못한다.
대게 내 소설은 질문과 고민을 포함한 ‘이야기’ 이기 때문이다.”(작가의 말에서)

지금 이 책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를 사면 그의 책 <마이너리그>도 함께 받을 수
있다.^^ 무척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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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스런kiss 2007-08-22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 읽었는데 감각적인 것이 다른 작가분들과는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주더군요. 너무나 감각적이어서 약간은 무덤덤한 저로선 감당이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는///^^ 리뷰 잘 읽고 가요~

뽀송이 2007-08-22 22:02   좋아요 0 | URL
넵!! 저도 그런 점이 없잖아 있었어요.^^;;
그래서 몇 번을 다시 읽은 부분도 적지 않았답니다.^^;;
키스님^^ 닉네임이 넘 이뻐요.^.~

2007-08-23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뽀송이 2007-08-23 15:49   좋아요 0 | URL
넵!!! ^__^
 
욕조가 놓인 방 작가정신 소설향 23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은 지금 한 편의 연애소설을 읽으려고 한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당신이 지금 읽으려고 하는 소설이 한 편의 연애소설이기를 바란다.
혹은 그렇게 읽히기를......’

‘당신은 지금 한 편의 연애소설을 쓰려고 한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당신이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 한 편의 연애소설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문학으로서는 드물게 형이상학적 탐구의 길을 걸어온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승우 작가의 글쓰기는 언제나 또 다른 방식으로 읽히고 환기되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다. (작가 소개 중에서)

남편과 아들을 비행기 사고로 잃은 후 여자의 삶은 불완전해졌으며 그녀는 물에 집착하고 있다. 바다의 투명한 물빛을 바라보며 “수장(水葬)이야말로 가장 정결한 죽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녀의 방에는 가구 하나 없고 단지 한가운데 욕조가 있을 뿐이다.
물이 담긴 욕조가 그녀에게는 침대처럼 더없이 아늑하고 편안하다.
매일 밤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지듯 몸을 씻으며 욕조 속에 잠긴다.
그러나 그는 그런 그녀가 힘들어지고 불편해진다.
“물이 맑을수록 달빛은 창백하고,
달빛이 창백할수록 길은 뚜렷해요.”
그녀가 없는 방에 들어와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욕조에 몸을 담근 그는 아늑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는 그녀도 아내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착각이든 아니든 간에......

이상하게도 이 책은 단 번에 읽히지 않았다.
뭔지 모를 끈끈한 것이 발목을 잡는 듯한 마음에 놓지도 읽지도 못하고 며칠을 보냈다.

“충동과 열정을 혼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신은 신중하다.
그러나 충동이 제 노릇을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당신은 함량 미달이다.”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은 제법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몇 번을 곱씹어 읽어야만 맛이 느껴지는 글이 왜 그런지 싫지만은 않다.

 


이승우 작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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