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가는 길>이란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몇 회 못보았다.
시간도 없고 텔레비전 리모컨은 내 몫이 아니기에.
드문 보아도 어쩌다 들린 대사가 내내 맘에 남았다.
‘잘했어요.‘
그런 말 들어본 적이 있던가?
마지막 16회를 보다 심쿵했다.
당연히 주인공 수아와 서도우만 응원했다.
수아 남편에 대해선 짜증이 났다.
그런데
16회에 수아 남편이 엘리베이터를 타려다 내리는 장면을 보고 그의 말을 들으며 가슴이 아팠다.
폐쇄공포증.
진짜 그런병이 있나?
모르지만 내가 내 증상에 이름지었었다.
5살 즘 엄마는 나를 방에 두고 밖으로 문을 잠그고 나갔다가 돌아오셨다.
요강과 상에 차려진 밥상.
돌아오면 잘 있었다 기뻐했다.
잘 있으니 그런 일은 빈번했다.
나는 싫다고 두고 가지 말라고 떼쓰는 아이가 아니었다.
난 엄마가 회사에 간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시도 썼었다. 그런데 몇년전 우연히 물으니 아니란다. 종교 행사에 갔단다. 나보고 늘 믿으라는 그 종교. 그 종교 때문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그 종교. 나는 그래서 그 종교를 절대 믿을수 없다 말했다.
엊그제 이모들때문에 속상해하는 엄마에게 나는 말했다.
아직도 엄마는 엄마 자신과 남편과 나보다 남이 중하냐고.
어떻게 내 생각은 안 하냐고.
엄마 나는 잘있지 못했어요.
난 아직 그 방에 있어요.
밖에 나오지 못하는 그 방에.
아이들이 나를 부르고
나는 나갈 수 없어서 문을 부수고 팠는데 너무나 단단한 그 문이 아직도 내 앞에 있어요.
모든 세상이 그 방같다.
작년엔 엘리베이터, 지하철, 하다못해 추워서 친 난방텐트 안도 무서워 울었다.
난방텐트에 들어갔고 남편이 밖에서 지퍼를 닫았는데 살려달라고 소리질렀다. 어이 없어하며 장난인줄 안 남편은 웃었지만 난 한동안 진정할수 없었다.
그 증상이 드라마 주인공을 통해 재현되는 걸 보며 난 아팠다.
ㅠ
뭐냐 그 드라마.
내 안에 부엉이를 더 많이 날리고 더 많은 햇빛을 받아 과감히 알을 깨고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