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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샘과 시바클럽 ㅣ 시공 청소년 문학
한정영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평점 :
흔해빠진 소재로 어떻게 아이들을 책 앞에 불러 앉칠까?
더구나 요즘처럼 단지 sns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재미나게 흘러가는 날들에.
나에게 청소년 소설을 쓰라고 한다면 무엇을 소재로 쓸 것인가? 요즘 아이들을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다문화. 왕따. 일진. 자살.
무엇하나 새로운 것이 없는 소재를 버무려 만든 청소년 소설이 있다.
이쯤 되면 읽지 않고 덮어도 되리 싶다. 들어도 들어도 똑같은 잔소리. 아니면 완득이의 재탕일지도 몰라. 라고 나는 책을 라면 먹듯 후르륵 펼쳐보다 덮었을지 모른다.
문제제기만 하고 제대로 된 대안은 안 보였던 이야기들. 그리고 그 많은 다문화, 왕따, 일진, 자살, 가출. 그런 실로는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 아니어도 그냥 하루하루가 답답하고 슬프기만 한 십대 아이들에게 또 지루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란.
그런데 내가 이 책을 꼼꼼하게 읽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를 이야기한 사람이 바로 한정영 작가였기 때문이다.
영락없는 이야기꾼인 작가는 잔소리가 아닌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욕하며 떠벌리거나 쓸데없이 광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참여하게 한다.
이야기 초반 내심 궁금하게 만드는 힘과 재미난 캐릭터를 만드는 능력. 그리고 슬슬 벌어지는 이야기 판. 역시 작가는 진실로 이야기꾼이다.
나는 읽는 내내 미소가 되어 안절부절했다.
그리고 직접 나서려 할때 나는 마음 속으로 물개 박수를 쳤다.
이 모습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공부에 방해된다며 떠드는 아이들이 차라리 잠을 자주거나 다른 교실로 가 주었으면 하는 상위 1프로가 아니라 노력하고 도전하고 궁금해 하고, 정의를 위해서는 몸을 사리지 않고 기꺼이 돕고 ,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며 스스로를 개척해 나가는. 그게 바로 우리 청소년이다.
작가는 다른 그 어떤 흔한 소재의 강조보다 그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가능성.
살아있고 그렇게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가능성.
우리는 그 가능성을 얼마나 키워주고 인정해 주는 걸까.
그 가능성에 차별을 가해서는 안된다.
그 가능성에 다른 잣대를 대서는 안된다.
서로 어울리고 그 자체로 인정해 주는 것이 진정한 다문화 시대의 삶이며 미래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삶의 방식이고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극이요. 애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랬어요. 무료 급식을 받는 애라죠?
초반에 나온 학부모의 말에 나는 참 속상했다.
대사 내용이 다를 뿐 우린 저 말을 누구나 듣고 살 수 있다.
얼마전 부녀 회장이라고 말하는 여자를 두고 누가 말했었다.
"그 여자 임대 아파트 사는 사람이야. 그게 무슨 부녀 회장이야."
임대 아파트 사는 애라며?
아빠가 없다며? 엄마가 없다며?
아빠가 집에 있다며?
지하에 산다며?
재 조선족이래.
다문화 사람이라고 혹은 조선족이라고 다 가난하거나 부족하지 않다. 그저 조상의 조상의 조상대대로 이 땅에서 뿌리내리고 정직하게 고생하고 일하며 살아온 사람들도 하루하루가 힘든 사람도 많다. 과연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떠한가.
너도 나도 움직일 힘이 있으면 박스를 주워 고물상에 갖다주고 몇천원 받고 기뻐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고, 있는 사람과는 럭셔리하게 한끼를 먹어도 없는 사람에게는 천원하나 쓰는 것도 엄청난 기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얼마전 12시간을 모르는 사람들과 한차로 여행을 한적이 있다.
자기 소개를 시키니 하고 싶지 않고 낮선 사람과 그다지 말을 트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따라갔다가 조용히 돌아오고 싶었다. 굳이 아는 척의 번거로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사회자는 말한다.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없습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살 수 있는 게 바로 사람입니다.
자기 소개를 하고 느낌을 말하다가 어느 새 나는 한 무리가 되어 있었다.
어쩌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친구가 있고 함께 어울리며 나서서 돕고 불의에 일어서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조용히 문제제기를 한 작가의 능력에 무한 박수를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