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어린이 문화예술전시의 현황과 전망




                   어린이 문화예술전시의 현황과 전망

                   -  장화정 ) 삼성어린이박물관 선임연구원

   박물관과 미술관 등지에서 어린이를 주요 관람대상으로 인식하고 그들을 위한 전시공간을 할애하여 특별한 전시를 기획해 선보이는 일이 새로운 유행인 것처럼 최근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미술관들이 소장품을 통한 대중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어린이 관람객에게 관심을 가진 지 벌써 100년이 넘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서양의 교육 분야는 학습자의 경험을 중시하는 교육론을 주창한 존 듀이(John Dewey)의 철학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어린이박물관은 1899년 뉴욕의 브루클린미술관을 시초로 미국을 중심으로 발달하였다. 미술관이 문화와 예술, 과학 분야의 지식을 어린이에게 맞추어 전시하는 새로운 교육의 장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초기에는 전통적인 전시방법으로 미술관의 소장품을 그 지역 어린이들이 직접 관찰하고 만져 보기도 하면서 문화적 유산의 예술적 가치를 배울 수 있게 배려하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그 후 1920∼1930년대를 기점으로 보스턴, 인디애나폴리스, 디트로이트 등 주요 도시에서 같은 시기에 어린이박물관을 만들어 학교교육이 제공하지 않는 전시체험을 통해 어린이 문화교육을 담당하였다. 오늘날과 같은 현대적인 개념의 체험식(hands-on) 전시를 창안한 사람은 1960년대 보스턴 어린이박물관의 스폭(Spock) 관장인데, 과학자인 그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어린이를 위한 전시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제까지의 사물 중심의 전시에서 사람 중심의 전시로 그 핵심을 전환한 것이다. 이는 같은 시기에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오펜하이머(Oppenheimer) 박사가 설립한 엑스플로라토리엄(Exploratorium)과 함께 관람객을 전시의 주체로 참여하게 하고, 교육적 효과를 달성하는 새로운 전시문화를 세계적으로 전파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부터 박물관과 미술관은 지식의 대중화와 평등화의 시대를 여는 교두보가 되었다.

체험식(hands-on) 전시란 관람객이 전시품을 직접 만지고 조작하면서 전시물의 반응을 살피거나, 소리와 냄새를 느껴 보고, 때로는 올라타 보기도 하면서 온몸으로 전시주제를 탐색하고 이해할 수 있게 관람객에게 친절하게 내놓아지는 전시연출 방식을 말한다. 체험식 전시품은 보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모될 수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의 전시물은 이제껏 알고 있던 대로, 아름답고 격조높게 절제된 조명을 받으면서, 가지런하고 세련되게 정렬된 진열장 속의 보물도, 또는 절대로 만져서는 안 되는 주의팻말과 함께 손때 하나 묻지 않은 새하얀 벽에 걸린 채 품위있게 관람객들을 내려다보는 예찬의 대상이 더 이상 아닌 것이다. 그것은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호기심으로 가득한 또랑또랑한 눈망울을 친절하게 맞이하며 눈맞추고 함께 노는 만남의 매개물인 것이다.

스폭 관장이 창안해 낸 체험식 전시품은 오늘날 어린이박물관 전시 스타일의 전형이 되어 1980년대에는 미국 전역에 300여 개가 생겨날 정도로 일반화되었고, 뒤이어 캐나다, 프랑스, 영국, 벨기에, 독일 등에 유사한 시설들이 생겨났다. 전세계적으로는 400여 개의 어린이박물관 또는 어린이를 위한 체험식 전시장이 등장한다. 아시아에서는 1990년대에 들어서 필리핀, 일본, 한국에 생겨났다.
미국의 경우, 어린이박물관은 대부분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교사와 학부모 모임의 자발적인 의지 아래 지역유지나 사회기관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민간주도 방식이다. 반면 프랑스의 어린이 문화시설은 국가의 탄탄한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공공적 서비스로서 더욱 진보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퐁피두센터(Centre Georges Pompidou)와 라빌레트 과학산업박물관(La Villette Cit?des Sciences et de l’Indu-strie)은 각각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육성된 대중 문화교육기관으로서 그 안의 어린이 전시프로그램도 역시 성공적인 운영사례로 꼽힌다.

2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퐁피두센터의 아틀리에 데장팡(Atelier des enfants)은 어린이를 위한 혁신적인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놀이식 체험 전시와 함께 운영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불과 80여 평 규모의 기획전시공간과 교육워크숍 부대시설을 가지고 있는 이곳은 복합문화기관인 퐁피두센터 안의 여러 기관 중 관람객을 가장 많이 동원하는 곳이다. 규모보다 알찬 내용으로 알려진 아틀리에 데장팡에서는 연 3∼5회의 어린이 대상 현대미술 체험전시를 비롯하여 순회전시, 교사를 위한 연수, 현대미술관에서의 작품감상과 조형작업, 국제적인 전시문화교류 프로젝트, 어린이를 위한 미술출판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라빌레트 과학산업박물관은 18∼19세기에 걸쳐 프랑스 파리 외곽의 빌레트 지역에 밀집한 약 17만평에 달하는 도축장 지역을 대규모 국립공원 단지로 개발하고 도축장 건물을 전면 개조해 만든 최첨단 체험식 과학문화센터다. 건축가 아드리앙 펭실베르(Adrien Fainsilber)가 물, 식물, 빛의 3요소를 컨셉트로 삼아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한 이 곳은 박물관, 콘서트홀, 극장, 전시장 등을 두루 갖춰 규모와 문화프로그램의 질, 예술적인 전시연출기법 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크게 각광받는 기관 중 하나다. 라빌레트 과학산업박물관의 연간 이용객 중 절반이 20대 이하의 젊은 층이며 이 중 어린이관람객은 전시장 방문객의 비율 중 가장 높게 나타난다. 박물관 안에 위치한 어린이 센터는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상설 전시장의 체험식 전시 컨셉트를 그대로 적용하면서, 1500평 규모의 단층 전시공간에 3∼12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과학의 원리, 인체탐구, 자연생태, 세계 문화, 커뮤니케이션 등을 주제로 매우 우수하고 흥미로운 전시를 제공하고 있다.

박물관 내 신설된 어린이 체험학습실
1995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어린이 대상의 체험식 박물관으로 개관한 삼성어린이박물관은 초기에는 미국 보스턴 어린이박물관의 자문을 받아 전시품을 수입하여 문을 열었으나 1996년부터는 연구진의 자체 기획과 국내 전시업체와의 제작협업을 통해 매해 3월 전시장 리노베이션을 해오고 있다. 특히 1996년에 신설된 사회와 문화비교 영역은 〈한국과 독일전〉(1996)을 시작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집〉(1999), 〈열두 상자와 떠나는 화폐여행〉(2002) 등의 전시를 선보였다. 특화된 주제별 접근을 통해서 어린이에게 세계문화의 보편성과 각 나라 문화의 독특함을 이해하고 발견하게 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1999년에 신설된 아트갤러리 코너는 사람을 주제로 선별한 외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놀이를 통해 감상하게 하는 체험식 전시를 시작으로 2002년에는 〈그림동물원〉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현대미술 작가들의 회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를 창안했다.

최근 수년간 국내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전시가 최대의 호황을 맞은 듯이 보인다. 새로운 박물관의 건립 프로젝트들, 기존 시설의 확충과 개편 계획, 주요 전시장이나 문화센터에서 이벤트성으로 벌이는 기획전들, 심지어 상업 화랑가에서도 예술과 문화, 과학의 내용을 재미있게 다루며 어린이를 위한 체험식 전시를 줄지어 선보이고 있다.

특히 2005년에 개관할 예정으로 용산에 신축중인 새 국립중앙박물관은 약 500평 규모의 어린이 전용 전시교육 공간을 별도로 계획하여 고고학을 기본으로 한 독특한 체험식 전시를 초등학생 대상으로 준비하고 있다. 2003년 2월에는 국립민속박물관 내에 신축된 사회교육관에 80평 규모의 어린이전시실이 역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교과과정에 나오는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국립청주박물관은 1998년 7월에 어린이전시실을 160평 규모로 개관한 이래로 문화재 퍼즐, 전통민속악기 체험, 서당 체험 등 전시코너와 탁본과 도자공예 체험실을 운영중이며 2004년에 완공될 신축 사회교육관 내에 어린이 체험전시실을 설치할 계획이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지난해 11월에 사회교육관 내에 80평 규모의 체험학습실을 열어 전라남도 문화유적을 소재로 한 어린이 대상의 문화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지난 겨울방학에 지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와 같이 국립박물관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어린이 문화체험 전시 프로젝트는 국립박물관들이 대중을 위해 실시해 온 각종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는 기존 체계 안에서 볼 때에 매우 진일보한 실천임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문화재 답사 활동이나 조형워크숍으로 소화하던 프로그램 위주의 문화교육에서 한단계 나아가 최신식 전시 형태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립기관들이 갖고 있는 제한된 행정여건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좇아 나아가는 것을 보면 국내에서도 전통적인 전시문화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시대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면서 수직적인 관제 문화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환기창의 구실을 제대로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2000년 5월에 퐁피두센터 아들리에 데장팡의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전문가 대상의 연수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으며,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는 2002년 5월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인 브루노 무나리(Bruno Munari)의 〈어린이를 위한 디자인세계전〉을 개최하는 등, 수년 전부터 실천되고 있는 미술관의 어린이 대상 기획전과 워크숍 프로그램은 국내의 크고 작은 기획행사 외에도 굵직굵직한 해외 전시와 전문가를 초청한 특별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여타의 주류 미술전시나 문화행사와 견주어 볼 때, 규모와 예산, 조직력 면에서 대등한 문화사업 품목으로 다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것은 다층적이고 다차원적인 문화생산과 소비, 예술 창작과 수용이라는 오늘날의 창조적 현장에서 더 이상 소외의 문제를 방관하지 않으려는 예술생산자와 예술행정가의 적극적인 의지의 소산임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한편 선험 사례를 통해 이미 확실하게 입증된 관객 동원의 성과 면에서도 어린이를 위한 전시는 매우 매력적인 전시 아이템으로 여겨지고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전시행사들을 접할 때에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고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또 다른 목표와 전략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즉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황금 올가미가 바로 ‘어린이를 위한 문화예술 전시’라는 새로운 사업단위에 내포되어 있음을 간파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듯이 보이는 이 새로운 사업은 어떤 강점을 지니고 있는가? 첫째는 기술적으로 항상 앞서가는 연출기법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전시문화를 선도하는 분야라는 점이다. 둘째는 관람객과 전시품(작품)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여 전통적인 전시문화에 내재된 소외의 문제를 해소시키는 힘을 지닌다. 셋째는 하나의 전시가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에게 각자의 지적 수준에 적합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면서 가족 구성원 또는 동반한 관람객 서로간에 건강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끌어내어 마음을 치유하는 장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끝으로는 관람객에게 효과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가장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함으로써 지식기반사회에서 고부가가치의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효과를 가진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장점을 지닌 어린이를 위한 전시 분야는 오늘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바로 ‘체험’이라는 의미의 일반화와 확산이 그것이다. 어린이박물관 혹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분야의 전시들은 이제 체험식 전시라는 방법 하나만으로 여타의 유사기관과 성인 대상의 전시와 차별화되던 과거와는 상황이 달라졌음을 감지해야 한다. 직접 체험이 적극적 소통방법으로서 비단 전시의 장이나 어린이를 위한 교육과 문화에서만 강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윤추구를 목표로 한 매정한 비즈니스 세계나, 예절과 에티켓을 강조하는 고전적인 박물관에서도 체험의 중요성은 간과될 수 없는 상식이다. 다만 그 연출 방식과 전시된 대상물과 감상하는 주체자의 관계를 설정할 때에 어떠한 맥락에서 체험과 소통의 문제를 다루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어린이의 본질이 꽃피는 문화와 예술
한편 미국식 어린이박물관의 철학적 근간이 되는 경험 중심의 교육론은 20세기 초 순수예술 분야에서도 일련의 모더니즘 계열 미국작가와 평론가 그룹이 이를 심도 있게 받아들여 ‘경험예술론’의 가치를 예술창작의 주요 화두로 삼도록 자극하였다. 잭슨 폴록(Jackson Pollock)과 더불어 추상표현주의 1세대를 대표하는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은 행위과정 자체, 즉 작가 자신의 창작체험을 중시하는 회화 방식을 전개하였는데, 예술행위에서 작가의 경험(또는 체험) 세계는 사실 창작의 핵심에 놓인 실존의 문제일 것이다. 화가가 창작 체험의 즉흥성에서 얻을 수 있는 강렬한 에너지를 작품에 담아 내려는 노력을 상상하면서 어린이가 흥미로운 전시품과 직접 교감하는 순간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와 비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 순간 어린이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새로운 자극은 학습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강한 인상으로 남아 어린이 스스로 구조화한 자신의 정보 저장고에 자리할 것이다. 이러한 대상과의 감각적인 직접 접촉의 중요성은 정신의 극단을 추구하는 예술행위나 교육의 효과를 강조한 어린이 대상의 전시에서나 그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동일하다는 게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다.

어린이를 위한 문화예술 전시에서 어린이를 단순한 교육대상으로서 다루어 온 기존 사고를 더 이상 답습해서는 안 된다. 중심 기관의 부속시설이나 간헐적으로 치르는 흥미 위주의 이벤트성 전시행사 정도로는 새로운 도전을 극복할 수가 없다. 체험이 강조되던 이전의 전시 패러다임을 뛰어넘어 관람객이 감지하는 마음속의 교감이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해석의 다양성을 열어 두는 열린 주제의 전시가 더욱 많이 연구되어야 하며, 깊이 있는 본질적인 접근이 있어야만 문화의 개념과 예술의 의미를 어린이 중심으로 펼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라는 존재는 예술의 본질과 닮은점이 매우 많다. 예술의 진정한 가치가 혁신성과 창조력의 발현, 동시에 인간성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발견에 있다면 어린이는 이를 일생 동안 삶 속에서 실천하는 살아 있는 창작행위자 자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새로움이 존재의 바탕이 되는 예술과 어린이의 만남이 다시 한 번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어린이, 청소년, 어른을 굳이 구분할 것 없이 모든 인간, 모든 인류를 포용하는 전시가 새롭게 모색되어야 할 시점이다. 일 년에 딱 한 번 5월에 약속이나 한 듯이 박물관과 전시장, 문화센터에서 보여 주는 일회성 전시행사가 아닌 매일의 삶 속에서 숨쉬는 어린이를 위한 문화와 예술, 인간을 위한 문화예술 현장을 꿈꾸어 본다. 어른보다 몸집이 작은 어린이에 대한 물리적 배려, 어른처럼 규정된 사고에 길들지 않은, 신기할 만큼 예술적 창조력을 발휘하는 어린이의 본질을 항상 탐구하는 것. 이로부터 출발하여 사회에서 통념적으로 규정해 온 장르와 대상의 구분 없이 어우러진 문화와 예술을 꿈꾸는 것이 너무 무모한 일일까? ■

 



월간 미술 발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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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 > 그들로선 유감이다
안 돼, 위험해! - 유아 안전 동화, 집 밖에서의 안전
조현숙 그림, 종이비행기 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그들로선 유감이다

그들? 바로 어린이들에게는 참 유감스러운 책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안 돼! 너무 위험해!하고 외치는 것 마다 우리 어런이들이 너무나 재미있어 하는 활동들 뿐이니 어찌 유감이 아니겠는가? 그만큼 어린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즐기는 곳에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새삼스레 기억할 수 있다.

골목길, 놀이터, 계단, 공공 건물의 에스컬레이터, 횡단 보도등 그 어느곳에서든지 어른들의 예리한 관찰도 필요하고 어린이들 또한 이 곳에서 어떤 행동을 하면 위험한지 기억한다면 조금이라도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평소에 생활 현장에서 막상 위험이 닥쳤을 때 위험해! 조심해! 하고 말해 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어린이들이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이런 그림책을 통해 인지하고 있다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의외로 어린이 안전사고의 발생 비율이 높은 편이라 미리 조심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이런 안전에 대한 책들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또 주인공의 얼굴이나 분위기가 개구진 아이들의 표정이나 행동이 잘 살아 있도록 표현되어 있어서 재미있게 책장이 넘어가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보기만해도 재미있는 얼굴이다.. 이런 요소도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책을 재미있게 넘기도록 여러모로 배려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이 책이 다른 류의 이런책과 비교되는 점은 단순히 어떤 행동에 대해서 안된다는데 머물지 않고 왜 안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코를 다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혼자 웃기는 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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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balmas > 신자유주의에 저항한 홍콩투쟁은 정당하다-인권하루소식 제 2965호

[논평]

 신자유주의에 저항한 홍콩투쟁은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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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사랑방 
폭력과 빈곤, 차별만을 가져다준 신자유주의에 더 이상 내몰릴 곳 없는 전 세계 민중들이 12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린 홍콩에서 '가진 자 중심의 무역과 투자'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우루과이라운드의 뒤를 이어 새로운 세계무역질서로 등장한 WTO가 결국 강대국과 초국적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왔음은 지난 10년의 세월이 증명하고 있다. 자유무역의 확대가 개도국과 최빈국의 성장을 촉진하고 전 세계 빈곤을 감소시켜 소득의 불균형을 해소할거라는 환상은 깨진지 오래다. WTO 농업협정은 초국적 농업기업의 이윤보장을 앞세워 자신의 노동으로 식량을 생산하는 농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WTO 서비스 협정은 물, 전력, 통신, 보건의료, 교육 등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공공영역의 기초 서비스를 기업의 이윤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사유화시켜 노동자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삶의 조건을 하락시켰다. WTO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은 자원에 대한 집단적 권리, 종자, 원주민들의 지식과 삶의 권리를 강탈해 갔다.

열악해진 생존의 조건을 감내할 수 없는 사람들은 1999년 시에틀에서, 2003년 칸쿤에서, 2005년 홍콩에 모여 'WTO DOWN', 'ANTI WTO'을 외쳤다. 시위대는 삼보일배로 촛불시위로 해상시위로 WTO 홍콩각료회의를 무산시키기 위한 '비폭력 직접행동'을 다양하게 펼쳤으며 그 가운데 한국민중투쟁단 1천명이 홍콩경찰에 연행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들의 외침은 홍콩시민들의 열렬한 환영과 연대를 나누는 공감의 자리였으나 홍콩경찰은 WTO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불법집회'로 규정해 이들을 사법처리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찌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불법'이란 꼬리표를 붙일 수 있겠는가! 가난한 사람에게 빵을 가져다주는 것이 평화이고, 억울하게 묶여있는 사람을 풀어주는 게 정의이다. 지금보다 더 많이 가지려는 WTO로 상징되는 '그들의 폭력'을 전 세계에 알려내고자 한 투쟁을 무엇으로 막을 수 있단 말인가! 공정하지 못한 국제질서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착취해 배를 불리는 WTO에 대한 저항이 어떻게 불법인가! 식량이 없어서가 아니라 고르게 나눌 수 없어 굶주리고, 의약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을 주고 사기에는 너무 비싸 죽거나 아픈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평화와 정의를 지키고 인권을 옹호하는 저항은 정당하다. 정당한 저항에 대한 압살은 결국 해당정부의 부도덕성으로 상징되고 있음을 홍콩정부가 잊지 않기를 바란다. 홍콩정부는 기소된 14명을 사법처리 없이 본국으로 안전하게 귀국시켜야 한다.

집회 참여자를 향한 홍콩경찰의 폭력에 대해서도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17일 각료회의 회담장으로 행진하고자 한 집회참여자들에게 홍콩경찰은 고무총, 전기봉, 최루탄과 페퍼스프레이로 막았고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했다. 지극히 평화로운 집회에 홍콩경찰은 끊임없이 참가자들을 위협했고 결국 18일 새벽 1천여 명을 전원 연행했다. 홍콩경찰은 연행자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줄곧 위협적인 태도로 조사했으며 지문찍기를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구타까지 자행했다. 알몸 몸수색을 하는가 하면 1인 독방에 17∼20여 명을 몰아넣었다. 변호인 접견, 통역서비스도 제공되지 않았다. 홍콩경찰은 기본적인 인신보호 절차에서 지켜져야 하는 인권 기준을 모두 무시했다. 이 같은 인권침해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 홍콩정부는 연행 및 조사과정에서 일어난 인권침해에 대해 명확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자국민에 대한 인권보호에 나몰라라한 한국정부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불구속 수사를 받기 위해 자국민의 신원보증을 요구한 변호인의 요청을 거절한 점은 국외 영사업무가 왜 존재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결국 23일 가톨릭 홍콩교구 조셉 쩐(陳日軍) 주교의 신원보증으로 14명은 보석을 허가받았다. 한국정부는 국외에서 적절하게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점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홍콩각료회의는 농업분야에서 일부 성과를 이뤘다고는 하지만, 비농산물의 시장접근 분야의 관세감축에 대해서는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한 채 18일 폐막했다. WTO의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는 선에서 회의는 끝났고 내년 제네바에서 임시 각료회의를 개최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빈곤과 불평등,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변화를 일궈내기 위한 싸움은 지금 여기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 어떤 물리력도 변화를 요구하는 저항을 막을 수 없다. 그 길 가운데서 모든 사람을 위한 길을 만드는 홍콩투쟁단들, 홍콩 유치장에 수감된 구속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마음과 힘을 모아준 얼굴과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WTO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은 제네바에서도 계속 될 것이다.
인권하루소식 제 2965 호 [입력] 2005년12월24일 12: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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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balmas > 지독한 파멸로 향하는 달콤한 판타지의 시작-황우석 사태와 의료산업화

 

지독한 파멸로 향하는 달콤한 판타지의 시작

[황우석사태진단](6) - 황우석 사태와 의료산업화

 

홍춘택(민주노동당)

네티즌 90% 이상의 지지를 입으며 과학자 스타로서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황우석 교수. 그러나 논문 조작을 시인하면서 그의 처지는 사실상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하였다.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빠른 시간 안에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고, 서울대 의과대교수들과 민교협 교수들도 각각 엄정한 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직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는 사람들은 조사위원회의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수의대 전체 교수회의는 원로들이 말려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고, 한나라당의 손학규, 박근혜, 이명박 같은 정치인은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열린우리당의 유시민 의원, 박기영 보좌관, 김병준 정책실장도,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다 덮어두고 가자'던 그들의 소망은 산산조각 났다. 이미 사태 수습이 어려운 국면으로 건너갔다. 추측컨대 그들은 ‘원천기술 소유’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원천기술을 소유하고 있다는 개연성만 보여도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정상을 참작하자’는 발언을 쏟아낼 것이다. 두고 보자. 황우석 교수가 다 망가진다 하더라도 의료산업 선진화 기조를 건들거나 조정하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게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홍춘택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이 ‘황우석 사태와 의료산업화’를 진단하는 글을 보내왔다. 홍춘택 연구원은 황우석 교수가 논문 조작을 시인한 만큼 교수나 박사라는 직함이 부적절하다며 ‘황우석’으로 지칭하며 글을 썼다.

참여정부가 의료서비스의 산업화를 내세운 것은 집권 첫 해 하반기인 2003년 여름, 7월 1일부터 경제자유구역특별법 시행령이 떨어졌고, 이에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동북아 중심병원을 유치하겠다는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의 구상이 나오면서부터이다. 홍춘택 연구원은 바이오산업이 ‘차세대 10대 성장 동력’으로 선정되는 시점부터 정부가 황우석 교수에게 공을 들였던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2004년 상반기부터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복제 연구, 바이오산업 육성, 그리고 의료서비스 산업화가 긴밀한 삼각관계를 형성해왔다. 홍춘택 연구원은 “그러나 배아복제 연구와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이 국민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공적인 성과를 냈던 것과는 달리 의료서비스 산업화는 그것이 가져 올 파멸적인 결과를 우려하는 비판에 막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고 되짚었다. 배아복제 연구와 바이오산업 육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저항이 없었으나 의료 개방에 대해서는 공공성 파괴를 우려하는 저항이 꾸준히 전개되어왔기 때문이다.

홍춘택 연구원은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 대해 “의료산업을 ‘BT, IT, NT 등 신기술이 융합된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규정하는 등 “수 없이 많은 단어와 개념, 전망들이 문건을 장식하고 있지만, 한 마디로 하면 ‘돈이 될 수 있으면 무엇이든 시장에 팔고, 돈이 되는 것에만 투자하겠다’는 것이다”라고 비판한다.

또한 홍춘택 연구원은 줄기세포 연구가 과장된 것처럼 의료서비스 산업화 전망도 거짓과 과장으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한다. 의료산업화 정책이 “전략우위 기술 집중 지원, 성과중심 R&D 투자 등 안 그래도 열악한 의료관련 산업을 왜곡하고 양극화하는 방향”인 데다 외화 유치도 현실성이 없고, 고용 창출 효과도 거짓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홍춘택 연구원은 황우석 교수는 몰락의 길을 가더라도 의료서비스 산업화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 전망한다. “지난 11월 정부는 제주도에 영리법인병원(이하 주식회사병원)을 허용하는 특별법을 입법 예고했다. 작년에 인천송도자유구역에 외국인 주식회사 병원에게 내국인 진료를 허용한 이후 두 번째 시장개방 조치이자 주식회사 병원을 허용하는 것이다”라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홍춘택 연구원은 이들 거짓말쟁이들, 사기꾼들에게 준엄하게 한마디 꾸짖으며 글을 마무리한다. “당신들의 결정으로 고통 받을 서민들의 피 눈물이, 그들의 역사가 당신들을 잊지 않을 거라고” - [편집자]


파멸의 시작은 언제나 달콤하다던가? 참여정부에서 한때 ‘대한민국 최고과학자 1호’이자 ‘대한민국 국가이미지 홍보대사’, ‘서울대학교 석좌교수’이며,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희망’으로 ‘바이오산업을 이끌 핵심 연구자’로 군림하던 황우석(황우석은 한 때 서울대학교의 석좌교수이고 대한민국 최고 과학자이었지만, 논문 조작을 시인한 현 시점에서 교수나 박사라는 직함은 부적절하므로 이를 생략함)의 몰락은 그 화려했던 명성만큼이나 비참하다.

정부는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황우석의 파멸적 몰락은 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바이오산업 육성과 의료서비스 산업화의 미래에 어두운 전망을 드리우고 있다. 참여정부에게 있어서 황우석은 개인이 아니라 바이오산업과 의료서비스 산업화의 상징이자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공공의료기관 확충(전체 의료기관의 30%)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료비의 80%)’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역대 어떤 정부보다도 높은 기대를 받았었다. 중산층도 웬만한 큰 병이면 가계 파산의 위협으로 빠져들고 저소득층은 제대로 치료받을 엄두조차 못내는 한국 보건의료의 비극적인 현실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말이다.

이러한 기대는 당시 “돈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라는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최고에 달했다. 그러나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기대는 악몽으로 바뀌었다. 공공의료 확충은 말만 무성할 뿐이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병아리 눈물만큼이나 적다. 반면에 ‘의료서비스 선진화’라는 깃발을 내건 ‘돈벌이 의료’정책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이런 극적인 변화가 가능했을까? 참여정부가 의료서비스 산업화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2003년 8월 14일 보건복지부 김화중장관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동북아 중심병원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하면서이다. 같은 달 29일 황우석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되었고, 그 한 달 전에는 바이오산업이 ‘차세대 10대 성장 동력’으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당시 바이오산업은 초기 형성 단계로 매우 취약한 산업 기반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과학기술 문헌인용색인(SCI)의 2000년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논문 발표량은 미국의 1/20, 영국이나 일본의 1/6 수준이었으며, 다음으로 2000~2001년 사이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1.5배 이상 늘었으나 자금 사정이 좋다는 기업은 14%에 불과할 정도로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2001년 바이오벤처기업 실태 조사) 있었다. 또한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임상시험 과정을 지원할 병원과의 연계 체계도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황우석의 연구는 바이오산업의 성공을 약속하는 상징이 필요했던 참여정부에게 입에 맞는 떡인 셈이었다. 2003년 12월 황우석 노무현 대통령은 황우석의 광우병 내성소 개발 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동북아 시대, 2만 달러 시대의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했다는 극찬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를 계기로 황우석과 그의 연구는 초기 산업화 단계에 머물고 있는 바이오산업을 부양할 희망으로 또한 시중에 넘쳐나는 여유 자본을 바이오벤처를 비롯한 바이오산업으로 유인하는 상징으로 부각한다. ‘황금박쥐’라는 황우석 사조직은 이러한 참여정부와 황우석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004년 2월부터 시작된 이 모임은 최근까지 황우석,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정책보좌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IT와 BT의 융합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 주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이 중 일부는 실제 정책 사업으로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산업을 띄우기 위해 정부가 황우석에게 쏟은 정성과 노력을 짐작케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시기에 참여정부의 동북아 중심병원 구상은 한 번의 좌절을 경험하는데,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조항이 삭제된 채 법률안이 제정된 것이다. 의료서비스 산업화가 난항을 겪자 노무현 대통령은 황우석의 체세포배아복제 성공에 기대어 5, 6월에 걸쳐 의료산업 육성전략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주요 내용은 ‘배아복제기술 활용 관련 방향을 잡을 것(5.24)‘, ’산업 정책적 측면에서 신약개발의 전략적 투자 필요성에 대한 정책연구를 수행하고 보고할 것(6.14)‘, ’신약산업과 의료산업 육성전략을 제시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것은 조기 추진할 것(6.22)‘이었다. 황우석의 배아복제 연구와 바이오산업 육성 그리고 의료서비스 산업화가 긴밀한 삼각관계를 형성한 것이다.

그러나 배아복제 연구와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이 국민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공적인 성과를 냈던 것과는 달리 의료서비스 산업화는 그것이 가져 올 파멸적인 결과(‘두 개의 의료’와 ‘두 개의 국민’으로 상징되는 의료의 양극화에 대한 경고)를 우려하는 보건의료 시민사회 단체의 비판에 막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하버드 병원이 들어온다.’, ‘중국의 부자 환자를 유치할 수 있다.’, ‘해외 유출 의료비가 1조 2천억이다.’라는 거짓말과 과장된 장미 빛 전망을 내세우고도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4조원을 투입하겠다는 합의를 하고 나서야 겨우 인천에 유치하는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처리할 수 있었다. 결국 참여정부는 2005년 5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성공’으로 국민 영웅으로 떠 오른 황우석을 의료서비스 산업화 추진에 본격적으로 이용하는 데, 줄기세포 연구와 바이오산업 그리고 의료서비스 산업화를 통으로 엮어 대통령 직속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만든 것이다.

지난 9월 첫 회의를 가진 의료산업 선진화위원회는 ‘산업적 관점에서 의료정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며, 의료산업을 ‘BT, IT, NT 등 신기술이 융합된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규정하고, 의과대학에 집중된 우수인력을 의료산업발전의 핵심요소로 활용하겠다는 방침 아래, 최근 생명공학분야의 연구 성과 등을 산업화하여 의료산업의 국제적 위상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수 없이 많은 단어와 개념 그리고 전망들이 문건을 장식하고 있지만, 한 마디로 하면 ‘돈이 될 수 있으면 무엇이든 시장에 팔고, 돈이 되는 것에만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우석의 줄기세포 연구와 그 시장가치가 과장된 것과 마찬가지로 의료서비스를 산업화하겠다며 정부가 내세운 전망도 거짓과 과장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나라 의료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2%에 불과하며, 특히 의약품과 의료정밀기기 산업은 대부분 영세업체로 R&D 투자가 미미하여 기술수준이 선진국에 대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ME-TOO(모방) 제품이 중심이다. 또한 수입의존도가 높아 국내 산업 연관효과가 매우 낮고, 의료관련 산업의 구조 자체가 유사 제품의 저가 경쟁을 주로 하는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산업화 정책은 전략우위 기술 집중 지원, 성과중심 R&D 투자 등 안 그래도 열악한 의료관련 산업을 왜곡하고 양극화하는 방향이다. 이는 신기술 하나가 전체 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으리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믿음을 치열한 기술개발과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현실의 공간에서 실현하기는 어렵다. 실제 선폴라(국내 개발 최초 신약, 퀴놀론계 항생제)를 비롯한 각 종 국산 신약들이 각 분야에서 국내 시장조차 주도하거나 선도하는 위치에 있지 못한 상황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체세포 배아 복제라는 기술적 성공이 세포 치료 분야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FREE PASS처럼 인식되어서는 곤란한 것과 마찬가지다.

의료서비스 산업 분야의 거짓과 과장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2004년 인천에 외국영리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법률 개정안을 추진하며, 해외로 나가는 원정 환자가 지출하는 의료비가 연간 1조 2천억 원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한 민간병원장의 근거 없는 인터뷰 발언에서 비롯된 뜬소문(민주노동당 재경위 국정감사 요구자료. 2004)으로, 실제 ‘국내환자의 해외 원정진료로 인한 외환유출’(산자부 수출입과, 한국은행 보도자료. 2005. 9) 총 200억 원 정도(2005.6~2006.5)에 불과하다. 그 중 23%에 해당하는 4백8십만 달러는 중국으로 지급되는 것으로서 장기매매이식과 관련되며 국내흡수가 불가능한 비교적 고정적인 지출이며, 마찬가지로 국내 흡수가 불가능한 국적 취득 목적의 원정출산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의료서비스를 산업화해 중국 부자 환자를 유치해서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구상도 현실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미국의 유수 병원(하버드대병원, MD앤더슨암센터, 필라델피아병원, 독일 하노버대학병원 등)이 중국 고소득층 진료를 목적으로 중국에 진출하였거나 진출할 예정이며, 싱가폴 민간병원도 중국 환자를 싱가폴로 유치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중국 현지에 병원을 세우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의료서비스 산업화의 문제점 토론회. 이진석. 2005) 의료서비스를 산업화하여 고용을 창출하겠다지만, 의료산업화를 상징하는 미국보다 의료서비스 산업화와는 거리가 먼 영국이 병상당 고용자 수가 더 높다.(OECD Health Data 2003)

한국은 병상당 0.9명(영국의 1/6)으로 최하위 수준이다. 이는 의료서비스가 산업화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고용유발효과가 큰 노인요양보장제도 도입과 요양병원 설치 및 간병서비스 등 공공적인 보건의료 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제 거짓말이 드러난 황우석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의료서비스 산업화는 아직도 파멸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 정부는 제주도에 영리법인병원(이하 주식회사병원)을 허용하는 특별법을 입법 예고했다.

작년에 인천송도자유구역에 외국인 주식회사 병원에게 내국인 진료를 허용한 이후 두 번째 시장개방 조치이자 주식회사 병원을 허용하는 것이다. 때맞추어 인천 송도에 들어서는 외국병원으로 뉴욕 프레스비테리안(NYP;New York Presbyterian)이 선정되어 내년 초에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재경부 발표가 있었다. 미국식의 주식회사 병원이 한국 보건의료를 좌지우지하는 미래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박기영 보좌관은 제약기업 CEO 조찬강연회에서 “지난 정권을 통틀어 의료를 산업으로 지칭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밖에 없다.”는 발언을 했다. 그에게는 대통령의 판단이 자랑이었겠지만, 서민들에게는 파멸을 부르는 사이렌(오딧세이, "뱃사람을 노래로 유혹하는 두 명의 마녀")의 노래이다. 정부는 그간 시장 만능이라는 달콤한 환타지에 빠져 그 환타지를 현실에 적용시키려 안간힘을 써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참여정부는 어떤 고난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타지의 주인공이 아니고, 의료서비스 산업화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주인공을 괴롭히는 마녀가 아니다. 의료서비스 산업화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경고가 호시우행(虎視牛行 : “내가 생각하는 개혁의 방법은 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걷는 것이다". 노무현, 인터넷 공개서한)을 흉내 내는 참여정부의 우공(牛公)들에게 제대로 들릴 리 없으리란 걸 안다.(수많은 경고와 미연에 방지 가능한 징조들이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해서 결국 황우석 사태를 초래하고 아직도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참여정부의 당국자들을 보라.)

거짓말을 근거라고 제시하면서 정책을 추진하고, 그 거짓말을 대통령의 입으로 반복하다 결국 거짓이라고 드러났음에도 다시 새로운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또 다른 잘못을 반복하는 그들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을 것인가! 결과에 책임지라는 말조차도 아깝다. 뻔히 예상되는 파멸조차 무시하는 그들에게 무슨 책임질 능력이 있을 것인가! 그래도 이 말 한마디는 해야겠다. ‘당신들의 결정으로 고통 받을 서민들의 피 눈물이, 그들의 역사가 당신들을 잊지 않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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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mong > 리디아의 정원에 놀러 오세요~
리디아의 정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3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이복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구판절판


리디아의 정원에 놀러 오세요~
씩씩하게 인사하는 저 소녀가 리디아랍니다
큰 해바라기 화분을 들고 있네요

아니, 어린 소녀가 어떻게 정원이 있냐구요?
리디아는 솜씨 좋은 원예사거든요
할머니와 함께 멋진 과일을 가꾼답니다

그런데 그만 리디아네 집이 어려워져서
잠시동안 외삼촌 댁에 가 있어야 한대요
씩씩한 리디아는 작지만 힘이 세니까
잘 지낼꺼에요~

기차역에서 가족들과 인사를 하는 리디아
빵을 만들줄 몰라서 걱정이 되나봐요
그리고 외삼촌은 어떤 분일까요?

엄청나게 큰 기차역에 도착한 리디아.
참참 리디아는 리디아 그레이스라고
불리는게 좋대요
할머니가 불러주시는 것 처럼요

짐 외삼촌의 가게랍니다.
그런데 이제 리디아의 정원은 어디다 만들죠?

재주 많은 소녀 리디아는 시도 쓸 줄 아나봐요
짐 외삼촌에게 긴 시를 지어 드렸대요
그런데 짐 외삼촌을 잘 웃지 않으신다는 군요~
무섭게 생겼다구요?

리디아는 엠마 아줌마에게 빨 굽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저기 보이는 검은 고양이는 오티스 라는군요

할머니가 보내주신 봉투에서 흙이 쏟아 졌어요
할머니가 흙이랑 새싹을 보내주셨거든요
리디아는 저 새싹으로 무얼 하려는 걸까요?

리디아는 어딘가에 비밀 장소가 생겼다고 해요
그래서 짐 외삼촌이 웃으시는 걸 보고 싶은 가봐요

엇 대망의 그날이 왔어요
비밀의 장소가 궁금하시다구요?
올라가 볼까요? ^^

여기가 리디아의 비밀 장소랍니다.
네? 지저분하고 버려진 곳이라구요?
자자 러브 하우스 보셨죠?
이렇게 비둘기들의 버려진 놀이터 였던 옥상이
리디아의 솜씨로 어떻게 변했을까요?

짜~잔
꼭 마술같죠?
리디아는 정말 훌륭한 정원사 인가봐요
짐 외삼촌도 깜짝 놀라신거 같아요 ^^

외삼촌은 리디아에게 꽃으로 뒤 덮인
케이크를 만들어 주셨어요
리디아는 그 케이크가 외삼촌이 '천번'
웃으신 것 만큼 기뻤답니다

자, 이제 리디아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어요
리디아가 처음 본 기차역이랑
좀 달라 보이죠?
밝고 환한 기차역이에요

집에 돌아온 리디아는 할머니와 함께
원예일을 다시 하는군요
이제 멋진 정원을 보면 이렇게 말해야 겠어요
"우와~꼭 리디아의 정원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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