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일찍 몸이 안좋아 어슬렁거리며 병원을 향했다.

그런데 지하철을 타려고 내려가는데 언덕즈음

기호 3번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일일이 찾아다니며 명함같은 것(홍보용)을 나눠주고 있었다.

나는 몸이 안 좋아 만사가 귀찮은 지라 귀퉁이로 몸을 피해 천천히 가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길.

쥐를 기다리는 뱀같아 짜증이 났다.

그런데 그때 페품할머니가 작은 수레에 종이 박스를 잔뜩 싣고 끌고 오셨다.

폐품할머니는 하필 선거 운동원 바로 뒤에서 수레를 쓰러뜨리셨는데 아마도 내게 오는 선거 운동원을 피하려다 그러신 것같았다.

선거 운동원은 발이 빨라 내게 홍보용 명함을 전해 주었고 나는 그 상황이 못 마땅하면서도 명함을 들여다 보았다

명함에는 기호 3번이라고 쓰여있고 사진이 있는데 사진 속 인물이 내게 명함을 준 선거 운동원 바로 위에 있는 거 아닌가?

기호 3번 후보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번호를 알리고 연신 굽신 거리면서 자기 앞에 수레를 쓰러뜨려 온통 엉망이 된 상자와 멀리 날아간 종이 박스를 주워담는 할머니는 눈에 보이지 않는듯 했다.

당신은 눈앞에 할머니에게 종이 박스하나 주워주지 못하는 인격으로 무슨 일을 한다는 건가?

우리 구를 위해서?

우리 동네를 위해서?

정작 무엇을 할 것인가?

얼굴을 찌푸리며 길을 내려오는데 온통 그 후보를 응원하는 젊은이들이 똑같은 옷을 맞춰입고 절을 하는 것을 보고 엠피쓰리의 이어폰 볼륨을 높였다.

정말 선거운동을 하려면 그 젊은이들을 데리고 쓰레기를 줍고 페품을 모아 늙고 불편한 몸으로 종이박스를 주우러 다니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하루 일을 수월하게 하는 게 더 멋지지 않을까?

찻길도 다닌데 비밀길로 알려져 사람보다 차가 더 많이 다니는 길에 자기의 기호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교통정리를 하는것이 더 멋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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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5-1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속삭여 주신님 6000이 넘어요. 으뜸서평 몇개 받았거든요

물만두 2006-05-19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황당하군요.

하늘바람 2006-05-19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물만두님

짱구아빠 2006-05-19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지하철역 가는 길에 줄줄이 서서 명함을 나누어 주더군요...
기호 1번부터 4번까지... 열심히 인사하고 명함은 나누어 주지만 그들을 선거에서 뽑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은 요만큼도 안 들더이다.선거운동이란게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거야 불문가지지만 형식적으로 인사만 하는게 아니라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선거운동이 되었으면 하네요.. 그 후보도 할머니를 도와주었으면 하늘바람님 표를 얻었을 터인데 오히려 표가 떨어져 버린거잖아요..

하늘바람 2006-05-1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짱구아빠님 어디 제표만 얻었겠어요?

치유 2006-05-19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ㅉㅉㅉ...

하늘바람 2006-05-1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드뎌 추천한명^^

치유 2006-05-1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선거하는 사람들이 이걸 볼 시간적 여유나 가지고 있나 모르겠지만, 추천 빵빵하게 눌러서 그 분들도 봐야 하는뎅!!!!!!!!!!!!그럼 반성할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