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글짓기 강사 때를 생각하니 형주라는 아이가 생각난다.
형주는 1학년 갓 입학하고 얼마 안되어 글짓기 학원에 왔다
당시 글짓기 학원에 보내는 이유는
대부분 맞춤법과 일기 쓰기등을 좀더 익숙하게 하기 위함이어서 다른 1학년 아이들도 많았다.
같은 일학년이라도 천차 만별이다
이미 동시부터 독후감을 섭렵한 아이가 있는반면 한글을 모르는 아이도 있다.
형주는 한글은 다 알지만 낯을 많이 가리고 엄마에 대한 의지력이 심했다.
형주 엄마는 학원에 아이를 데려다 주고 끝날대까지 밖에서 기다렸다
한두 달이 지나자 그제서야 데려다만 주고 그냥 가셨는데
어느 날 형주가 필통을 열어 보며 하는말이
"에이 엄마가 또 연필을 안 깎어 주었네!" 라고 말했다
나도 1학년때 아빠가 연필을 깎아 주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나는 형주에게 이렇게 말했다.
"형주야, 엄마가 뭘로 연필을 깎아 주시니?"
"연필깎이요."
"그 연필깎이 돌리기 어렵니?"
"아니요?"
다른 아이들도 난리가 났다. 연필깎이는그냥 돌리면 돼요. 선생님 그것도 몰라요?
"으응, 선생님은 칼로 깎는 줄 알았지. 그럼 이제 부터 우리 연필 우리가 깎아 오자. 선생님도 이제 연필깎이로 연필깎아 올게. 엄마 한테 이렇게 말씀드려. 엄마 이렇게 쉬운 건 나도 할 수 있어요."
그다음 부터 형주의 필통에는 항상 많은 연필이 뾰족하게 깎여 있었다.
내 수업은 12학년 34학년 56학년 이렇게 3반으로 묶어서 각 한 시간 식이었는데
나는 일찍 온 아이가 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싫었다.
그리고 끝나도 마땅히 갈 곳 없는 아이가 학원을 나서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시간은 항상 내가 학원에 있는 시간부터 끝나는 시간까지였다.
그래서 글짓기교실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넘쳐났고
상급반 언니들은 동생들을 가르쳐 주고 도아주었다.
어느날 동시를 쓰는 날이었다.
동시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동시란 이런 것이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두번에 나누어 동시쓰기를했는데
한 번은 지금 가장 먹고 픈 걸 죽 적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양념 통닭 뻔데기, 떡볶이, 빵, 과자 등 다양한 게 나왔고 그중 하나를 골라 느낌을 적으라고 했다.
아주 자유롭게
그래서 내 기억에 양념 통닭으로 동시를 쓴 아이가 있는데
매콤 달콤 양념 통닭
손가락에 묻은 양념까지 쪽쪽 빨아먹는다
~
이런 내용이었다.
너무 재미나서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중 두번째 동시 쓰는 날 형주의 시는 나는 너무 재미있어서
가을에 있는 글짓기 상 대상을 주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소재는 에어컨 앞 개미였다
그때 교실에는 에어컨이 있었고
나는 에어컨을 싫어해서 끄고 픈 맘으로
아이 추어라 에어컨 켜면 너무 춥다 그치?하며 아이들을 동조했다.
그래서 쓴 형주의 동시에는 (아주 정확히는 기억이 안난다)
에어켠을 켰다 개미가 얼었다.
꼼짝도 안한다.
자세히 보니 떨고 있다
에어컨을 껐다
꼼지락 꼼지락(?)
에어컨을 켰다.
개미가 추워서 죽은것 같다.
나는그 동시가 재미있었다
그런데 조금 고쳐 주고 싶은 맘이 생겼다
그래서 마지막 문장을 고쳐주고 픈 마음에 형주에게 말했다
"형주야, 마지막 문장에 개미에게 말하는문장으로 적으면 어떨까?"
"개미한테 뭐라고 말해요?"
"음 형주가 개미한테 하고 픈 말을하면 되지? 에어컨이 갑자기 켜졌어. 선생님도 춥고 형주도 추운데 그자그마한 개미는 어떨까? "
그다음은 다 쓴 동시를 발표하기였다.
형주는 어떻게 고쳤을까?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고쳐졌다.
"개미야, 죽었니?"
그 다음 날부터 에어컨 때문에 추운 날 아이들은 이런 농담을 주고 받았다
개미야 죽었니?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어 한 동시였다.
형주 엄마는 무척 놀란듯 했다.
동시는 커녕 맞춤법도 서툰 아이가 독후감에서 자기 느낌을표현하는 법이 늘고 아무리 복지관서 주는 상이라지만 동시로 상을 받고
그에 자신감이 생긴 아이는학교에서도 글 잘쓰는 아이가 되었다.
나는 얼마 뒤 출판사에 가기로 되어 복지관을 떠나는데
형주 어머님이 전화하셔서
과외를 해주면 안되냐고 하셨다
나는 할 수 없는 상황을 말씀드리고 형주는 이제 선생님 없어도 잘 쓸 거라고 말했다.
나는 정말 그랬으리라 믿는다
자신감은 무엇이든 잘하게 한다.
그 1학년 아이 지금은 중학생이 되었을 아이
그 아이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