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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 이야기 ㅣ 카르페디엠 19
안케 드브리스 지음, 박정화 옮김 / 양철북 / 2005년 11월
평점 :
책을 다 읽고 난 뒤 나는 책을 들고 한참 내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자꾸만 눈물이 나서 진정이 되지 않았다.
나는 갑자기 두려움이 밀려왔다
내가 이 책의 서평을 쓸 수 있을까? 이책의 서평에 내 느낌을 다 담을 수 있을까?
제목이 두 친구 이야기라서 나는 흔하디 흔한 친구의 우정이야기겠거니 했다.
우정이야기는 동심을 자극하거나 감동을 주거나 아기자기한 추억을 되살려주어서 아주 좋아하는소재였다.
그뿐 나는 그저 아주 가벼운 읽을 거리를 택했을 뿐이었다.
잠자기 전 몇페이지씩 읽어나가다 잠이 들 그런 이야기이리라
그러나 단 두페이지를 읽은 뒤부터 나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뭘 그렇게 쳐다봐! 그렇게 할일이 없니?"
엄마가 주인공 유디트에게 책을 시작하고 처음 한 말이다.
거기가 두 페이지째였다. 그 앞에는 유디트의 동생과 많은 애정스럽고 사랑스런 말이 오갔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이책을 하루만에 다 읽어버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바쁜일이 산재해 있어 더 그랬다.
그러나 그 모든 계획을 이 책은 무너뜨렸다.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막바지 두께 0.6센치미터정도가 남았을때는 비스듬히 기대어 볼수도 없었다.
아슬아슬 한 마음이 추리소설을 보는 듯했다.
나는 유디트를 너무나 잘 이해했다.
물론 유티트와 똑같은 추억을 가진 건 아니다.
그러나 그건 교실에서 없어진 물건의 행방을 찾아 모두 눈감고 가져간 사람은
손들라고 하는 무서운 선생님의 목소리와 같다.
가져가지 않아도 손을 들어야 할것같은 두려움.
주인공과 비슷한 마음이 책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주었다.
나는 아주 조금 비슷한 추억이 있었다. 내 어머니는 아주 무서운 분이었다.
지금은 흰머리가 덮여 그 어떤 사람보다 겁이 많고 연약하고 눈물많은 분으로 변해있지만
내 어린 시절 어머니는 목소리만으로도 두려워서 가슴이 벌렁거릴 지경이었다.
늘 많은 걸 지켜야 했고 틀을 이뤄나가야 했다.
한번은 벌로 매를 맞은 적도 있었는데 매를 맞고 밖에 나온 내게 동네 오빠가 물은 적이 있었다.
너 엄마한테 혼났니? 나는 아니라고 했다.
맞은 데가 벌겋게 되어 그건 왜그러냐 물었을때 나는 지나가는 애들이 때렸다고 했다.
다 큰 어른이 되어 친구들과 이야기 해보면 부모한테 한두번 안맞고 자란 친구없고
하다못해 형제들끼리도 원수처럼 싸웠다 한다.
그런데 그때 나는 그게 철저한 비밀이었고 절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거였다.
나는 추억이고 사소한 그리고 흔하디 흔한 일이었지만 두 친구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그때의 나를 만났고
새로운 유디트를 만났다.
유디트는 내가 겪었던 일보다 몇천배의 아픔과 인내와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친절과 잘해줌에 눈물이 나는 것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하지만 위안이 되는것은 유디트에게 진심으로 유디트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거다.
최고의 친구 미하엘이 그렇고 베네트 선생님 이 그렇고 탁아소의 소피가 그렇고
아무 도움도 못되었지만 일층 할머니가 그랬다.
그래도 유디트가 마지막 힘을 냈는지 모른다.
나는 책을 덮고 나서 작은 걱정이 생겼다.
혹 이책을 읽고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으면 어떨까?
나는 아주 작은 공감대만으로도 이렇게 크게 동요하는데
그 미세한 공감대도 없는 사람이 이책의 유디트를 미하엘을 공감하고 같이 분노하며 긴장할 수 있을까?
하지만 책 뒷표지에 나온 아마존 서평글을 인용해 보면
이 책은 유디트와 비슷한 상황에 처헌 아이들에게 힘이 되리라 믿는다.
그런 상황에 있지 않더라도 주위의 다른 친구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자기 반 아이들이 어떤 일을 겪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도을 한다.
여태 책을 소개하는 그럴듯한 문구와 말들 중 이렇게 책과 딱 맞아떨어진 책은 본적이 없다.
그동안 많은 책을 읽었고 책 속에서 웃기도 했고 울기도 했고 모험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나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이 나도 소용이 없을 거다
이 책만큼 걱정되고 공감되고 속상하고 화나고 아프고 눈물나고 덮고 나서도 그리고 지금도
슬픈 책은 본적이 없다.
영화도 없었다. 그래서 그래서 너무 답답하다.
희망찬 결말이라지만 어쩌면그렇지 않을지도 몰라서 그래서 너무 무섭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지만 상처받은 사람은 상처에 익숙해지고 담담해져 보이고
그러다 겉보기일지모르지만 상처받은 자신보다 더 불쌍한 상처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대상이 부모 라면 더할 것이다.
부모는점점 약해질 테니까.
이 책에 아쉬움이 남는다면 결말이다.
유디트의 용기와 그 용기가 다름아닌 친구로 부터 유래된 것임은 정말 작가를 우러러보게 한다.
하지만 용기를 낸 뒤가 너무 궁금하다.
우리가 희망하는대로 되었겠지 하는 상상에는 희망보다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너무 아쉽다.
희망대로 결론을 내 주었어도 아쉬웠겠지만 뒷일이 너무 걱정이 되어 답답하다.
책을 덮고 나는 책 표지를 보며 작가이름과 출판사 이름을 몇번이고 되뇌어 읽었다.
안케 드브리스 안케 드브리스 한번도 이사람의 책을 읽은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작가는 묘한 매력이 있다 궁금하게 만들고 긴장하게 만들고 달달볶다가
마침내 펑펑 울게 만든다. 참으로 대단한 작가다.
네덜란드 사람이고 프랑스와 헤이그를 오가며 산다니 불어를 쓰겠구나 싶다.
능력이 된다면 편지를띄우고 싶다.
혹시 당신의 어릴적 이야기가 아닌가요라고
너무나 생생한 묘사는 누구나 그렇게 느낄 거다.
이 책은 내가 읽은 올해 최고의 책이고 지금까지 만난 책 중 최고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