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은이는 이제 어린이집에 안가는 날은 집에만 있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날씨만 허락된다면 가능한 밖에 데리고 나간다. 사실 토요일은 비가 엄청 왔는데 우비입고 장화신고 우산쓰고 밖에 나간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그래서 태은이는 엄청난 비바람을 경험했다. 

일요일 자전거를 타고 근처 공원에 갔다.  

먼저 놀이터에 가서 모래놀이를 하게 했다. 모래 놀이는 태은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이다. 예전에 엄마아빠가 신나게 놀아주었지만 좀 지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그래서 이제는 혼자 가서 놀라고 한다. 

혼자 모래 놀이를 들고 아장아장 걸어서 털썩 주저 앉은 아이 

(나는 그냥 털썩 앉으라고 한다. 옷은 빨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옷 버릴까봐 엄마한테 혼난다고 오랜 시간을 쭈그리고 앉아 노는 아이들이 많은 걸 보고 놀랐다. 아이는 옷을 버리든 말든 신나게 놀아야 아이답다. 나도 어릴 때 그렇지 못했지만. 나는 늘 물놀이를 하고 모래 놀이를 하게 하려고 여벌옷을 옷을 두벌정도 준비해 가는데 ) 

하지만 모래놀이를 하는 태은이를 보면서 나는 참 속상했다. 

하나둘 아이들이 태은이를 보며 태은이의 모래놀이 장난감을 탐나했다. 예전 모래놀이 장난감을 안 가지고 가면 태은이도 다른 아이들 장난감에눈독을 들이고 다른 아이들은 만지지도 못하게 했다. 그런 걸 겪고 나면 아이도 자기 것을 못 만지게 한다. 하지만 일요일날엔 언니나 오빠들이 와 준것도 고마운 것인지 함께 갖고 놀게 해 주었다. 그런데 멀리서 가만 지켜보니 이건 아니다 싶다.모래놀이이 장난감의 주인인 태은이는 마치 삽하나 겨우 빌려 쓴 아이처럼 삽만 가지고 만지작 거리고 다른 아이들은 양동이에 찍기 놀이에 주전자에 물도 담아오고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노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수없이 개입에 들어가기로 했다. 

태은이 언니들 오빠들하고 노는 거야? 언니 오빠가 태은이랑 참 잘 놀아주네 멋지다. 그런데 얘들아 동생도 이거저것 같이 가지고 놀게 해주자. 태은이 어떤 거 갖고 놀고 싶어? 태은이는 다 고개를 젖는다. 태은이는 집에서는 당연히 다양하게 가지고 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삽하나로 만족하는 것은 그것은 만족이 아니다. 

내가 채 갖은 것을 집어서 태은이를 주려고 하자 그것을 가지고 있던 남자아이가 화를 낸다. 

내꺼예요. 

이거  였구나. 바로 이것.  

다른 아이들이 마치 태은이 것을 자기 것인양 소유하고 손이라도 뻗을 라치면 사납게 방어를 해서 태은이는 그냥 삽하나에 만족한 것이다. 

태은이는 이를 엄마나 아빠에게 일러서 언니 오빠를 혼내주고 그들을 떠나게 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자기가 삽하나만 갖고 놀더라도 언니 오빠랑 함께 모래놀이를 하고 (사실 은 함께도 아닌 그저 구경차원) 언니 오빠가 노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는 것으로 만족한 것이다. 

눈물이 나도록 속상했다. 

어떻게 그리 나랑 닮은 것일까 

그러면 안된다 태은아. 비록 언니 오빠랑 노는 것이 좋아도 그래서 언니 오빠랑 가 버리더라도 네것을 주장하고 양보나 참는 것이 아닌 네것을 당연히 쓰고 놀고 나누는 것을 보여 주어야지. 그렇게 빼앗기는 차원은 안돼. 그것은 함께 노는 것이 아니야. 그들은 시간이 되면 가버리는 아이들이고 너를 이해하고 너에게 작은 것조차 양보하지 않고 그들이 원한대로 노는 것은 절대 함께 논 것이 아니야. 

하지만 이제 겨우 4살인 아이에게 어떻게 그렇게 말할까? 

난 좀 이기적이고 못된 엄마가 되기로 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이 모래놀이는 누구거지? 

아이들은 인정하기 싫은지 대답을 안했다. 

이 모래놀이 장난감은 동생꺼야. 너희는 어니 오빠니까 동생한테 이렇게 저렇게 노는 걸 알려주어야지. 동생한테 어떻게 하는지도 알려주고 보여주고.  

땅은 어떻게 파지? 

남자아이는 이렇게요 하며 끌게로 해 보인다. 

엄청 잘하네. 언니도 할 수 있어? 와 언니도 잘하네. 그럼 태은이는 태은이는 모기소리로 할수있다한다. 

땅을 푹 푹 파고 누구 물 떠올 사람? 빨리 떠오는 사람이 일등.  

내가 떠올게요. 서로 나선다. 태은이는 어리둥절. 

태은아 저요저요 해야지. 

조금 놀아주니 아이들이 서로 함께 어울려 놀았다. 

문제는 내가 늘 그렇게 개입할 수도 없고 내 개입이 옳은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는 태은이가 공부를 좀 못해도  

자기 것은 챙기고 그러면서도 나눌 줄도 아는 야무지고 똑똑한 아이였음 하는데 엄마 마음인지 약하고 여리기만 한 것 같아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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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7-20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좋은 방법이 있어요,
동생을 만들어 주어 함께 노는 방법을 배우게 하는것....ㅎㅎ

하늘바람 2010-07-21 07:44   좋아요 0 | URL
네 동생을 만들어 주고 픈데 나이도 있고 쉽지 않네요

무해한모리군 2010-07-20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은이는 참 평화로운 어린이군요.
동무들이 생기면 많이 달라질거예요.
저는 아예 말을 안하는 어린이였던걸요.

하늘바람 2010-07-21 07:44   좋아요 0 | URL
너무 평화로워서 탈이에요

꿈꾸는섬 2010-07-20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현준이도 혼자 노는 것 보다 여럿이 노는게 더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기를 괴롭히고 따돌리는 아이조차도 너무 반가워하고 좋아해요. 그런 걸 보면 참 속상하죠. 어른들이 어쩌지 못하는 부분들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좀 큰 아이들은 어린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고 장난감도 자기 것인양 갖고 놀지요. 하지만 입장이 바뀌면 자기들 장난감은 빌려주지도 않구요. 저도 그런 적이 여러번이라 님 마음이 어떤 건지 알 것 같아요. 그건 아이들 부모는 더군다나 개입을 절대 안해요. 밀리지 않으니까고 잘 챙기니까 말이죠. 점점 더 자기를 챙길 수 있는 나이가 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막 눈물이 나오려고 하네요. 남의 얘기가 아니에요.ㅠ.ㅠ

하늘바람 2010-07-21 07:46   좋아요 0 | URL
현준이도 그러는 군요.
에효
아이 기르기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맞아요 부모들이 개입할 필요가 없는 아이들.
하지만 잘 못된 건 개입해서 말려주었으면 싶어요

2010-07-20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0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3 0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0-07-25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은 잘 보내고 계신지요?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 꼭! 챙기세요.

주소 좀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