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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포스티노 - Il Postin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메타포가 뭔지도 잘 모를때 시가 내게로 왔다.
나는 그때 신들린 듯 시에 미쳐 있었다
점심값으로 시집을 샀고
늘 서점 시 코너에서 살다시피 했다.
신간 시인들은 모두 알았고
모두 밑줄치고
시어 공책을 만들었다
내 가슴은 시로 충만했고
쓰고 나서 오랜 시간 괴로워했다.
마음에 감동이 오지 않아 괴로웠고
남에게 감동을 주지 못해 괴로웠지만 시가 내게로 온 만큼 떠날 생각을 안했다.
그런 경험 후에 만난 영화가 일포스티노였다.
시를 만난 그 감동과 그 감정을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어느 날 나를 찾아온 친구 시.
시(詩) -네루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 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어 있었어,
열(熱)이나 잃어버린 날개,
나는 내 나름대로 해 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넌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流星)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그림자,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그림자,
휘감아도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미소(微小)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虛空)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그 뒤 나는 네루다의 시를 찾아 읽게 되었고 십몇년전 당시 15000원도 넘었던 거금을 주고 네루다 시집을 사서 외우기도 했다.
하지만 친한 친구 생일
생일 선물 살 돈이 없어서 시를 좋아하는 그 친구에게 네루다 시집을 선물하면서 나는 마치 내 영혼을 파는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 감동은 내게 여전히 남아서 내가 흔들리거나 시를 잊거나 혹 책을 읽을때 나타나 나를 부여잡는다.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고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일상 속에서 무엇이 중요할까
나는 아주 오랫동안 시를 잊고 살지만 내 몸속 깊이 들어온 시가 얼마나 자라 있는가 매만져 볼 때가 있다.
여름으로 치닫는 계절 속에 다시 영화 일포스티노가 떠오르는 것은
메타포를 외치던 우편배달부의 마음이 절절하게 내게 전해지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