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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ㅣ 미래의 고전 1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안녕! 내 첫사랑.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나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 안녕 내 첫사랑.
내 첫사랑은 흔하디 흔한 고등학교 떄 선생님 사랑이다. 나는 사랑은 모든 걸 희생하고 모든 걸 고백하고 모든 걸 다 갖다 바치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날마다 공부도 안하고 밤새 꺠알같은 글씨로 편지를 쓰고 지금 생각하면 고민같지도 않은 고민을 털어 놓으며 실상 마주쳐서는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바보같은 사랑을 했다.
내 첫사랑은 소문만 자자 해서 내가 그 선생님을 좋아하는 건 전교가 다 알았지만 막상 선생님이 나타나면 난 피하기 일쑤였다.
내가 사랑이라고 느낀 건 고3때 너무나 우울하고 슬퍼 축처진 어깨로 길을 갈때 누군가 내 어깨를 딱치며 힘내라 라는 말 한마디. 바로 그 선생님이었다.
그때 갑자기 나는 기분이 달라졌고 춤을 추고 싶을 만큼 신이 나는 걸 느꼈다. 사랑은 그렇게 내 마음과 몸의 에너지를 변화시킨다는 걸 그때 알았다.
나는 내 첫사랑을 그리워 하고 내가 좋아하는 마음 충만해서 넘칠만큼 들떠 있었지만 함께 하는 사랑이 아니라 짝사랑이었다. 그것도 아주 시끌벅적한.
서툴지만 당당히 고백하고 노력한 동재가 그래서 참 보기 좋다.
재혼했지만 새로 뭉친 하나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아빠의 모습도 늘어가는 재혼가정에 좋은 본보기가 되어 주는 듯하고 앞집 할머니와 할아버지와의 사랑이야기는 가슴 절절하다.
동재가 연아에게 하는 걸 보며 나는 연아보다 동재에게 더 마음이 갔다. 내가 동재였어도 그랬을 거다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사람대하는 게 자연스럽고 쉽게 친해지며 밀고 당기기를 잘하는 이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다.
나는 사실 동재와 연아가 잘 될까를 오히려 걱정하며 책을 읽었다, 그래서 잠시 읽고 다른 일 하려던 것이 궁금해서 다 읽어버렸는데 동재에겐 너무 미안하지만 연아랑 안되어서 다행이다. 첫사랑은 이루어져야 하고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동재 엄마 아빠의 말처럼 사랑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어져서는 안되고 자전거 폐달 밟기처럼 구준히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
서툴다.
서툴다.
사랑에 서툴다. 그래서 마음아프고 가슴 저리고 속상하지만 너무나 당연한 서툴다.서툴다. 서툰 마음으로 서툰 몸짓으로 다가서는 사랑이야기.
그래서 더 아름답고 안타깝다.
나도 나를 돌아본다. 나는 과연 노력을 잘 하고 있는가.
책을 읽기전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라고 시작되는 작가의 글을 먼저 읽었다. 작가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 그로 인한 오해나 거리감, 그리고 노년의 사랑, 장년의 사랑까지 함께 이야기하면서 사랑의 본질을 고민해 보고 싶다는 말을 읽고 이엄청난 과제를 작가가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했다. 과연 가능할까.
다 읽고 난 심정은 이금이 작가 참 대단하시다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