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혼자서는 잠들지 못하는 아기 태은이.
언제나 엄마가 안아주고 얼러주고 업어주고 흔들어주어야 잠이 들던 태은이.
그런데 오늘 태은이가 스스로 잠을 청했다.
그것도 낮시간에.
낮 1시 즈음 태은이가 갑자기 엎드리더니 머리를 바닥에 대고는 스스르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잠이 든 것이다.
나는 믿을 수 없어 한참 바라보았다.
요즘들어 이리 뒹굴 저리 뒹글 혼자서 딸랑이나 치발기 만지작거리며 놀다가 눈을 감는 일이 있기는 했지만 그때마다 내가 옆에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등을 토닥여 주어야 눈을 감았었다.
아무 토닥임 없이 스스로 잠을 청하는 건 처음이라 대견하고 장하다.
우리 태은이 이제 엄마가 없어도 잠들 때가 있구나.
엄마 없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나날이 늘어갔겠지.
엄마는 기쁘고 기특하면서도 좀 서운하네. 벌써 다 큰 거 같아서 말야.
빨리 빨리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면서도 우리 아기 태은이는 언제까지나 엄마의 아기여서 엄마가 모든 걸 다 해주고만 싶으니 참 걱정이다.
엄마가 이래서야 어디 우리 태은이가 독립심 강하게 자랄 수 있을지 말이야. 엄마가 큰맘 먹고 노력 많이 해야겠지?
태은이 오늘은 친구 수민이네 집에 가느라 낮잠을 못자서 저녁 9시부터 잠이 들어 버렸는데 그땐 목욕도 못해서 엄마가 고민을 했단다.
깨워서 목욕을 해야하는데 너무 곤하게 자서 말이야.
결국 목욕을 안시키고 태은이 단잠을 안 깨우기로 했단다.
목욕 안해서 많이 찝찝했지? 내일은 꼭 깨끗이 하자. 새벽에 태은이가 깼을때 엄마가 따뜻한 물수건으로 닦아주니 얼마나 예쁜 표정을 짓는지. 엄마는 그렇게 날마다 태은이한테 반한다.
그런데 목욕도 못시켰는데 새벽 한시쯤 일어나서 태은이 응아를 했지. 오늘 세 번 응아를 한 거야. 이유식도 이미 만들어져 있는 단호박 이유식만 먹였을 뿐인데 말이야. 그래서 엄마는 조금 걱정했단다.
이유식이 맘에 안든 걸까? 문제가 있었나 싶어서.
태은아.
엄마가 이미 만들어져 나온 단호박 이유식을 먹이면서 결심했단다.
이유식은 꼭 만들어 먹이자고.
우리 태은이 먹는건데 이미 만들어서 파는 건 조금 그렇더라.
아벤트에서 파는 단호박 이유식을 출산 박람회에서 받아서 이번에 태은이 먹여본 건데 개봉해 보니 딱딱한 과자 같았고 거기에 물을 붓고 젖는데 잘 풀리지가 않는거야. 설명서와는 다르게 잘 안풀려서 블랜더로 갈아서 떠 먹였단다.
그래도 맛은 있던지 태은이가 쩝쩝 거리며 먹어주어서 엄마는 기뻤지만 다시는 이런 이유식 먹이지 말고 꼭 만들어 주어야지 생각했단다.
낼은 브로콜리 이유식 만들어줄게.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어떤 엄마가 브로콜리 이유식을 먹였더니 온몸에 닭살같은 알갱이가 돋아서 깜짝 놀랐다기에 조금 긴장이 되긴 하는데, 그렇다고 그냥 지나갈 수는 없지.
엄마가 부드럽고 곱게 갈아서 해 줄게. 브로콜리가 몸에 좋단다. 태은아.
새벽에 한시간 반 정도 놀다가 다시 잠든 태은이.
그런데 오늘은 더 한단계 발전 한 걸 느낀단다.
바로 조금씩 혼자 앉기 시작한거야. 아직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전혀 앉지 못하던 때와 비교하면 많이 발전했지. 그 모습을 보며 엄마 마음이 또 대견함과 뿌듯함으로 가득찼단다.
앉는 게 좋아서인지 이제는 잘 서려고 하지 않더구나. 설마 다리가 아프거나 그래서는 아니지?
엄마는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왔다갔다 한다.
혼자서 노래하듯 아르르르 하는 태은이. 그렇게 예쁜 짓을 많이 해주어서 참 고마워. 태은아.
그런데 태은아 저녁에 아빠 앞에서는 조금 덜 칭얼대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태은이가 아빠가 싫어서 그런게 아니라 그때 잠이 와서 그런 걸 알지만, 요 며칠 계속 그러다 보니 아빠는 태은이가 아빠만 보면 그런게 아닌가 하며 오해하는거 같아. 낼은 아니란 걸 보여주자. 태은아.
태은아 오늘은 어제 보다 더 많이 사랑해.
참 오늘의 톱 뉴스가 있지,
아빠에게 말해주어야 하는데. 새벽에 태은이가 아빠라고 말했단다.
항상 엄마라는 말만 정확히 말해주어서 엄마를 기쁘게 했는데 처음으로 아빠라는 말을 정확히 발음하더라.
그걸 들은 사람이 아빠가 아니라 조금 안타깝지만 그 첫마디의 느낌. 이제 처음 아빠를 했으니 두번 세번 그러다가 부르겠지? 아빠라고?
그날이 너무나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