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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 간 거울 ㅣ 창비아동문고 231
방미진 지음, 정문주 그림 / 창비 / 2006년 12월
평점 :
처음에는 금이 간 거울이란 책 제목과 책 표지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끌리는 표지였다.
펼쳐보니 장편이 아니라 방미진 작가의 단편모음집이었다.
방미진? 1979년 생,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작품 활동 시작. 인천에서 아이와 함게 살며 동화를 쓰고 있다.
낯선 작가의 이름.
나는 그저 한편씩 잠자기 전 읽을 요량으로 책을 펼쳤을 뿐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느라 밤을 홀딱 새버렸다.
모두 다섯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이 책은 한편한편이 다른 이야기지만 작가의 색깔을 분명히 갖고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이한 소재와 깊이있는 시선, 그리고 마치 아동심리학과 교수의 꿰뚫는 듯한 사고. 예측이 불가능하여 점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이야기.
이런 작가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아니 아마도 내 짧은 독서 편력으로만 볼 때 처음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 유명작가의 글들은 문안하고 재미나게 읽혔지만 어디선가 본듯했고 결말 역시 추측이 가능했다.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하며 읽거나 아니면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들이라 아주 새롭지도 않았다. 가끔 눈에 뛰는 것은 기껏해야 소재이거나 아니면 방대한 자료조사에 대한 경이같은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 작가의 삶에 대한 관찰은 글에 고스란히 우러나와 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평이하게 흘러가면서 마치 옷감을 짜 놓은 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었고 그 조화는 감탄을 불러왔다.
가장 주목할만한 이야기는 제목으로 쓰인 금이 간 거울이다.
거울을 훔친 여자아이 수현.
여기까지는 어쩌면 어린 시절 물건 하나 안 훔쳐 본 경험이 어디 있을까하는 추억담으로 흐를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 물건 훔치기 심리와 거울에 훔친 경우의 수와 금의 수를 일치 시키고 훔친 물건이 있는 곳에 거울을 배치하면서 물건 훔치는 아이의 심리를 엿보게 한다.
들킬까하는 조마조마함은 어느덧 어느덧 들키지 않은 쾌감으로 쾌감은 무관심으로 인한 상처로 그 뒤 다시 차라리 들켰으면 하는 마음으로 발전하다.
특별히 부족하거나 반드시 필요하거나 꼭 갖고픈 것이 아니면서도 물건을 훔치는 아이의 심리가 드러나 있어서 아 욕구 불만이나 애정결핍이 이런 문제를 가져오겟구나 싶었다.
나머지 4편의 동화 역시 아이들의 심리를 다루었는데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어 보였고 굳이 꾸며쓰거나 거창한 말투를 가져오지 않아서 참 좋았다.
또한 독자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 꽤 나오는데 작가는 일일이 설명하지 않았고 추측은 무한대로 늘어질 지경으로 내비두었다. 그러나 그 자체로 이 책의 단편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마지막 작품 기다란 머리카락은 동화라 하기에는 상당히 수준이 높다는 느낌이 들정도다. 이것은 어렵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문학적 수준이 높다는 거다.
물론 이 모두 나의 관점일 뿐이지만 내 부족한 시야에서는 이 책과 작가의 역량이 참 뛰어나 보여서 부럽고 멋질 뿐이다.
어정쩡하게 수습하는 결말을 가진 대다수의 동화들과는 달리 멋진 마무리는 동화의 수준을 업그레이 시켜 준듯하여 자랑스럽고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한편 이렇게 멋진 동화들을 쓰는 작가 방미진에 대해 너무나 궁금하다.
작가 소개에는 그다지 자세하게 나와있지 않아서 더 궁금한듯 하다. 작가는 글로 만나면 되었지 왜 굳이 그작가 자체가 궁금할까 나도 참 못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작가의 역량이 뛰어나 보여서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앞으로 방미진 작가의 새 작품이 기대되고 멋진 작가의 책을 발간해 낸 출판사가 창비여서 역시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