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나오는 아주 유명한 구절이 있다. 내 기억엔 아마 매 권이 끝날 때마다 이 구절이 나왔던 것 같은데,, 그 만화책 본 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바로,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 4글자 고사 성어로 하면 바로 새옹지마塞翁之馬 되시겠지. 순정 만화책이 끝날 때마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글로 마치면 좀 많이 웃길 것 같긴하다.ㅋㅋ
새옹지마는 옛날 북방 변새에 살았다는 어떤 노인의 말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서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라고 함. 어쨌든 이 말로 인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는 길흉화복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다. 어쨌든 나에게도 새옹지마와 같은 일이 생긴 것 같긴 하다.
중환자실 간호사로 신나게(?)보다는 힘들게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4월 28일 밤 10 30분쯤에 오리엔티와 함께 우리가 맡은 환자를 돌보다가 허리를 다쳤다. 끊어질 듯한 통증을 느끼고 그 자리에 한참을 주저앉았다가 겨우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동료 간호사가 가져다준 얼음팩을 허리에 대고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차지널스가 하우스 숲에게 얘기해서 그 다음날 병원 산하 urgent center에 가서 엑스레이 찍고 L2와 L3 사이가 약간 압축(?) 되었다고 했고, 그날로 나는 light duty로 전환이 되었다. 그날 이후로 NPJ (Non-productive job)이 되어 그야말로 병원에 가서 출근 도장 찍고 뒹굴 거리면서 쉬운 일만 해주다가 퇴근 도장 찍고 집에 간다는. 다음 주 월요일에 또 병원에 가서 일을 재개할 수 있는지 평가를 받는다. 아마 다음 주에도 나는 light duty가 될 것 같기는 하다.
처음엔 너무 아팠지만, 이제는 별로 아프지는 않지만, 여전히 몸을 굽히거나 하면 좀 아프려고 하는 것 같긴 하다. 앞으로 이 주는 더 NPJ 상태로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왜 새옹지마냐면, 지난번 페이퍼에도 언급했지만, 사실 허리를 다치기 전부터 슬슬 ICU에서 PACU로 옮길 생각이 있어서 다른 병원에 직업을 신청했었고 거기서 job offer를 받기도 했지만, 이렇게 빨리 PACU로 갈 생각은 없었는데 마침 우리 병원 PACU에도 자리가 생겼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내가 허리를 다친 그 다음날 나와 친한 PACU 간호사 Sam이 중환자실로 헐레벌떡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2명의 PACU 간호사들이 그만두게 되었다면서 빨리 신청하라고 하는 거다. @@ 신청하려고 보니까 아직 job posting이 안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제 아침, 우리 중환자실에 나와 거의 비슷하게 들어온 E라는 간호사가 그만두는 날이라서 다 같이 아침을 먹기로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PACU 차지 널스가 마침 PACU 유닛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거다. 급하게 따라가서 제발 J라는 디렉터에게 나를 뽑으라고 말해달라고 사정했다. 그랬더니 L이라는 그 차지널스(예전에 내가 처음 중환자실에 취직이 되었을 때 중환자실 데이 차지 널스였다는!!)가 말하길, 그렇잖아도 중환자실 간호사가 들어오길 바라고 있다고 하는 거다!! 일단 사정사정했는데,,, 새옹지마.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미래는 예측불허,,, 과연 어찌 될지....
그리고 그제 남편이 우리 동네 유명한 목사의 집이 오픈하는 날이라고 보러 가자고 하는 거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좀 의아했었다. 목사의 집이라고?? 그랬는데 자기도 자기가 잘못 말한 것을 알았는데 어제 가면서 목사가 아니라 목수의 집이라고. 아 놔~~~.ㅎㅎㅎㅎ
아무튼 얼마나 유명한 사람이길래,, 집을 공개한다고 돈을 일 인당 $25이나 받지? 하고 갔는데 OMG!!! 그냥 목수가 아니라 바로 Sam Maloof의 집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말루프의 집 추가 설명: 2000년에 210번 고속도로가 연장을 하게 되었는데 그 연장하는 지역중 말루프의 집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함.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집이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없다고 해서 여차여차 이 집이 미국의 역사적인 집 중 하나로 (미국내에 그런 집이 20여채라고 한다) 설정이 되어서 나라에서 집 전체를 고스란히 지금의 장소로 옮겨줬다고 함. 대단함.
사진출처: 아토믹랜치
내가 존경하는 Sam Maloof!!!! 여기서부터는 말이 필요 없다. 그냥 사진을 보자. 집 안에는 단 한 곳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줘서 집안 사진은 찍게 해 준 곳과 내가 몰래 찍은 곳. 찍었다고 하기엔 민망한 곳. 하하
집 옆에 정원으로 가는 길인데 나 저렇게 창살로 되어 있는 pergola 너무 좋아함.
포도밭에 들어갈 것 같은 착각이 드는 문. 이건 아마도 말루프의 가족이 사는 집인 것 같다. 개가 짖고 있었음.
이건 말루프가 생전에 사용하던 스튜디오 옆에 있는 작은 문. 이런 거 넘나 좋아하는 일인.
허리를 다쳐서 저 옷 안에는 back brace를 착용한 상태인데 벙벙하게 입어서 표시가 안 나는 것 같은데?
뒤에서 찍은 말루프의 집. 이 집은 특이하게도, 처음 집을 짓고 계속 이어서 집을 지은 것인데 한 번에 지은 것처럼 조화롭고 연결이 아주 잘 되어 있다.
집을 뒤늦게 연결해서 그런가 이렇게 좁은 골목(?)이 있어서 좋았다.
밑에 있는 비디오에도 보이겠지만, 외관은 저렇게 나무와 검은색의 조화가 세련되어 보이면서 심플하니 좋았다.
이게 내가 집에서 몰래 찍은 것인데, 이것 말고 서재가 멋있어서 몰래 찍었는데 몰래 찍다 보니 사진을 안 누르고 비디오를 눌러서 망쳤다는 뒷얘기.ㅠㅠ
말루프의 집은 바닥이 다 붉은 벽돌로 되어 있었는데 특이했다. 걸을 때 벽돌끼리 부딪혀서 나는 소리를 말루프가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딱 맞췄기 때문에 벽돌 소리가 많이 나진 않았다. 문 위에 있는 stained glass는 말루프의 첫 번째 부인의 이름을 말루프가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밖에서 봐야 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스테인드글라스 만드는 것을 배운 적도 없고 그냥 만들었다고 함. 천재들은 안 배우고 그냥 해도 잘함. 그게 천재와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점이겠지.
여기서 이층으로 가는 spiral stairs가 있는데 유명한 것이라고 함.
이 계단은 올라가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그 밑에 있는 그의 유명한 의자에 앉아서 사진 찍을 기회를 줬다는.
남편의 뒤로 보이는 것이 그 계단이고 남편이 앉은 의자가 말로프가 만든 의자인데 목수일 쬐끔 하는 남편이 "이 사람은 사포질을 엄청 많이 했나 봐."였다. 정말 나무가 아주 미끌미끌. 대단함. 말년엔 밑에 두 명의 기술자를 둬서 일 년에 50개의 의자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 의자의 가격은 최소한 $10,000에서 경매가 시작된다고 함.
우리가 앉아 본 의자가 바로 이 의자인데 외관도 아름답지만 ergonomic 한 디자인으로 되어서 그런지 딱딱한 나무의자인데도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Sam Maloof - My Last Days
인상 깊었던 작품들이 아주 많았지만, 그중에 베이비 크립이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미국의 카터 대통령도 그 크립을 손주를 위해 주문했다고 함. 말루프에게 주문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은데 그중에서도 아기에게 줄 것이라고 하면 우선순위로 만들어 주었다고 함. 이런 말을 하면서, "아기들은 기다릴 수 없지, 빨리 자라니까."
암튼, 5월이 되어서 나는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를 다 읽고 <침묵의 봄>을 읽고 있다.
4월에 읽었던 책도 정리해야 하는데 부상으로 인해서 많이 바빴고 앞으로도 좀 바쁠 것 같다.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닌데 하는 것 같지 않은 일을 하고, 물리치료도 받아야 하고 등등 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에. 완전히 다 나으려면 6개월 정도 걸린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 한 달이 지나면 다시 정상근무로 돌아갈 것 같긴 하다. 어쨌든 내일 여기는 어머니의 날이다. 그래서 나를 위해 뭘 살까? 고민하다가 또 책을 왕창 질렀다. 이북으로. 그리고 한국 우편물 취급소에 있는 책도 다 보내달라고 했다. 한 달이 넘어야 도착할 것 같은데, 책은 선편으로 보내고 나머지 물건들은 다 EMS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아자씨가 그냥 다 선편으로 보내셨;;;; 아 놔~~~.ㅠㅠ 책하고 함께 온 거라 한꺼번에 보냈다고 하셨음.ㅠㅠ
이번에 보내는 선편의 무게는 17.68kg. 달라가 올라가서 거의 만 원 정도 배송료가 줄은 것 같음.
그런데 또 사고 싶은 책이 막 나왔음. 늘 언제나 그렇지만... 이런 책. 하지만 배송때문에 이런 책은 안 사고 전자책만 주문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