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물리치료 가서 물리치료는 안 받고 evaluation만 받았다. 물리치료사가 내가 어느 정도 아픈지, 정확한 위치가 어딘지등 자기들이 치료를 하기 위한 플랜을 짜기 위해 검사하는 것만 했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검사 끝나고 병원에 light duty 10일 더 연장했다는 서류 주러 갔더니 병원 잔디밭 앞에서 파티가 열렸!!ㅎㅎㅎㅎ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 놔~~~.ㅋㅋㅋ


이번 주가 nurses week라고 뭐 한다는 걸 알기는 했지만 건성으로 봤기 때문에 오늘인지 몰랐는데,, 암튼 나도 게임 하나 하고서 상품으로 손전등 쬐끄만 거 하나 받았다. 손전등은 대부분의 간호사들이 필수로 들고 다니는 것이라 나도 하나 있기는 한데 이번 것은 파란색으로 받았다. 다른 선물도 받았다. 가방이랑, 물통이랑, 우리 병원 로고에 'I AM A NURSE'라고 찍힌 티셔츠, 그리고 인 앤 아웃 햄버거 버스가 와서 전 직원에게 햄버거를 직접 준비해서 주고 있어서 나는 그거 받아서 방학이라 집에 와 있는 엔군 먹으라고 가져왔다. 이런 거 보면 나는 어쩔 수 없는 엄마인 것 같다. 내 입에 안 넣고 아들 입에 넣어주려고 고 까짓것을 집에 들고 오고. 아 놔~~~.ㅋㅋㅋ


집에 와서 너무 피곤했다. 물리치료도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파티도 참석해서 상을 받겠다고 해서가 아니라 게임이 재밌어서 다 참여한데다, 어제 책을 너무 열심히 읽어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사용했는데, 특히 눈을 너무 심하게 사용했는지 눈이 너무 피곤했다. 우리의 모든 행동, 심지어 숨 쉬는 것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책을 읽을 때 사용되는 에너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 했다. 그런데 브라이언 그린의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읽으며 내가 사용한 어머어마한 ATP를 생각하니 책 읽는 행동이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자각이 되었다. <엔드 오브 타임>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평범한 세포 1개가 1초 동안 정상 기능을 유지하려면 약 1천만 개의 ATP분자가 필요하다.

(중략)



우리 몸은 수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1초 사이에 무려 1억X1조 개(1020개)의 ATP분자가 소모되는 셈이다.

(중략)



당신이 제아무리 속독의 대가라고 해도, 이 한 문장을 읽는 동안 당신의 몸은 5억X1조 개(1020개)의 ATP분자를 생성했다. 그리고 방금 3억X1조 개가 추가되었다.

내 이북 페이지 360

나는 속독의 대가는커녕 아주 느리게 읽는 사람이라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서 한 권의 책을 읽으니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수많은 APT가 소모 되었을 테니 잠을 자면서 ATP의 소모를 좀 줄였겠지. 


그래서 남편에게 저녁에 뭘 해주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안 지키고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9시가 넘었다. 잠자는 나를 어지간해서는 깨우는 법이 없는 남편이가 해든이와 단둘이 에어 후라이어로 내가 만들어서 냉동실에 넣어 논 돈까스 패디를 꺼내 만들어서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뭘 먹을까? 하다가 우동 생각이 나서 우동을 끓여서 막 먹으려고 하는데 엔군이 일 끝나고 막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거다. 정말 첫 젓가락 집어서 입과 거리 20cm 쯤이었는데 엔군이 들어와서 얼른 우동 집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밥 먹었냐고 하니까 안 먹었다고 해서 반사적으로 "엄마 이거 먹으려고 하는 찰나라서 아직 안 먹은 건데 너 먹을래?" 하니까 남편은 내일 서핑 가는 준비 하느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얼음이 되어서는 동그래진 눈을 하고서, "내가 들어왔으면 물어보지도 않았을 텐데, 너 정말 엄마 맞다."고 하는 거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래서 내가, "그럼 내가 엄마지 아빠냐?"고 그랬다.ㅎㅎㅎㅎㅎ


엔 군은 자기가 만들어 먹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누구냐! 엄마잖아. 우동이 불든 말든 젓가락 탁 내려놓고 아들 먹을 것을 찾아서 만들어줬다. 그리고 옆에 나란히 앉아서 아들하고 먹으면서 얘기했다. 얘기를 하면서 오늘 새벽에 읽었던 <종이 동물원>의 첫 이야기 [종이 동물원] 내용이 생각났고, 나는 아이들과 한국어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영어를 잘 못해도 아이들이 나를 구박하지 않아서 좋다는 생각했고, 아이들도 자기들이 한국 여자 사람의 자식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종이 동물원에서처럼 일어날 수 있었던 비극이 우리 가정에서는 비껴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안도하면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내가 했던 두려움을 책에서 만나며 또 안도했다.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내가 세상일을 다 안다고 생각했다. 경멸의 맛은 달콤했다. 와인처럼.

내 이북 페이지 23


엄마는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마침내 종이 동물 접기를 그만두었다. 그 무렵에는 엄마의 영어 실력도 제법 그럴듯했지만, 나는 이미 엄마가 어느 나라 말을 하든 들은 척도 안 하는 나이가 되어 있었다.

내 이북 페이지 49


내 방으로 올라갔다. 누구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순전히 미국 아이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그곳으로.

내 이북 페이지 50


아들, 네가 중국 사람처럼 생긴 네 눈을 안 좋아하는 거, 엄마도 알아. 엄마를 닮은 눈 말이야. 네가 중국 사람처럼 뻣뻣한 네 머리카락을 안 좋아하는 것도 알고. 엄마를 닮은 머리카락을. 하지만 너라는 존재 자체가 엄마한테 얼마나 큰 기쁨을 안겨 줬는지 이해할 수 있겠지? 그런 네가 엄마한테 말을 안 하려고 했을 때, 또 너한테 중국어로 말을 못 걸게 했을 때 엄마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이해할 수 있겠어? 그때 엄만 모든 걸 다시 잃어버린 기분이었어.

내 이북 페이지 76

이제 학교도 졸업을 하게 되었으니 사무실은 안 가도 되겠네?라고 남편이 그랬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울프가 말한 대로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고,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한 거야. 그래서 나는 지금처럼은 아니라도 자주 갈 거야." 그랬더니 무시기 우리 엔 군이 "울프가 누구야?", 그러니까 같이 무식한 남편이, "나도 안 읽어봤어, 버지니아 울프.", 나는 두 부자를 보면서 혀를 찼다. 쯧쯧쯧쯔 


그리고 내가 먹은 우동그릇 씻고 나오려고 하니까 우리 딸이랑 사위가 시엄니에게 보낸 마덜스데이 카드가 보였다. 우연의 일치인지 표지가 내가 읽고 있는 <종이 동물원> 느낌이 나서 사진을 찍어봤다.


키가 엄청 크신 시어머니 기린 맞다.ㅋㅋㅋ

사위는 이 카드를 통해서 완전 아부쟁이라는 것이 입증이 되었다는. ^^;;; 그리고 딸아이의 카드 내용이 뭉클했다. 여전히 열심히 책을 읽으시는 시어머니와 책 친구인 딸아이. 서로 읽은 책 중에 좋았던 것을 권하고, 딸아이가 집에 오면 자기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알려주고, 너도 읽어봤니?라고 하면서 아니라고 하면 손에 들려주는 시어머니. 그런 시어머니 덕분에 아이들이 여전히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옆에 그린 화분은 2월에 딸이 방문했을 때 시엄니 생일이라고 딸아이가 선물한 것)



오늘 새벽에 다 읽은 <아프기만 한 어른이 되기 싫어서>의 박현묵 군의 엄마도 감동스러웠다. 박 군이 톨킨의 책을 번역하게 된 씨앗을 심은 사람도 그 엄마다. 특별히 나는 그 엄마의 말 중에서 몇 가지 감동스럽고 존경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특별히 이 부분이 좋았다.


중학교, 고등학교 진학이라면 현묵이랑 의논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일곱 살, 여덟 살 아이한테 학교 가지 말자고 하는 건 그냥 부모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거잖아요. 그런 결정이 너무 폭력적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초등학교는 누구나 다니는 거니까, 그러니까 부모라면 아이가 어떻게든 학교를 다닐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맞다고 생각을 고쳐먹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하길 잘한 것 같아요, 정말.

내 이북 페이지 286


엄마는 귀에 와 박히는 불편한 이야기를 다 들었지만 그 불편함을 얼굴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엄마는 자신의 계획을 얘기했다. 현묵을 다른 사람에게 돌보게 하는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온전히 자신이 모든 보살핌을 다 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현묵이 미안한 눈빛으로 선생님과 아이들을 바라보는 일이 없길 바랐다. 

내 이북 페이지 288

나는 솔직히 박현묵 군의 이야기 보다 조연인 이 현묵 군의 엄마를 텍스트에서 더 찾으려고 노력했고, 더 이입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일방적으로 아이를 위한답시고 대신 결정한 것이 얼마나 많았는지 떠오르니 얼굴이 화끈했다. 다 지나간 일이지만, 내가 휘두른 '아이 대신 결정'이라는 몽둥이가 나를 때리는 것처럼 아팠다. 


Torres - The Ex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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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5-12 19: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컹그레출레이션, 그라쥬에이션 !!!
츄카츄카 드립네다.

<종이 동물원> 읽다 말았는데...
마저 닐거야 하나요.

전 설익은 밥 퍼먹듯 그렇게 책을
닐는 닝겡이라 그런지, 후딱후딱
리뷰도 후딱후딱 -
뭐 그런다고 합니다.

라로 2022-05-15 12:31   좋아요 1 | URL
캄사캄사합니다!!! ㅎㅎㅎ

종이 동물원 아주 좋아요!! 방금 읽은 구절도 너무 좋아서 먹먹했어요. 아주 쉽게 글을 쓰는 것 겉은데 어째 오래 남네요 이 작가.
저와 잘 맞나봐요. 😅😅😅

아니죠. 그건 저래요. ㅎㅎㅎ 매냐님은 리뷰도 정성껏 쓰시고 하시는데 저는 걍 200자. 😢 뭐 다 아는 사실이지만요. 😅😅😅

mini74 2022-05-12 19: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이 국제간호사의 날이라고 네이버가 알려주더군요. 이제 간호사하면 라로님 떠오르는 ㅎㅎ 저희 할머니가 그렇게 잔칫집 가시면 가제손수건에 백설기나 약과 갖고오셨어요. 제가 좋아했거든요. ㅎㅎ 라로님 햄버거 이야기 읽으니 할머니 생각나네요. 저희 엄마에겐 좀 그랬지만 제겐 참 좋았던 할머니 ㅎㅎ

라로 2022-05-15 12:38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여기서는 주간인데요. 5월6일부터 12일까지요. ㅎㅎㅎ 미니님은 할머니와 좋은 추억이 많군요. 할머니가 그렇게 다정한 사람들은 제가 지금까지 보기에 정서적으로 참 안정이 되어있어요. 그래서 미니님에게서 풍기는 느낌이 이제야 이해되네요. 부러워요!!!😅(늙어도 다 지난 일이어도 부러운 건 부러움요. 😅😅😅 아마도 지가 유치해서 그런 것 같긴 하지만)

Breeze 2022-05-12 2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간호시시군요.
여동생도 간호사라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

라로 2022-05-15 12:39   좋아요 1 | URL
브리즈님 동생도 간호사라니까 더 친근감이 느껴져요!!!♥️♥️

난티나무 2022-05-13 0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ㅠㅠ 😭

라로 2022-05-15 12:40   좋아요 1 | URL
ㅠㅠ 우리는 엄마라는 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