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런 마음으로 프님이 내게 풋고추를 아침에 따가지고 나를 만나는 날 가져오셨다고 생각한다. 나는 남편과 그 고추로 밥을 먹으면서 정말 어쩜 이렇게 부드러울까! 프님의 마음처럼 부드럽고 순하고 이뻤다. 고추가 한입 베어 물기 딱 좋을 정도로 날씬하고 적당히 길었다. 다음에 깻잎이 잘 되면 씨를 받아주시겠노라 하셨는데 제발 잘 되기를!!!
2. 지난번 동네에서 여성들을 상대로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남편이 그림을 가르친 적이 있는데 나는 그날 일하느라 참석하지 못하고 시어머니는 참석하셔서 그림을 배워서 그리셨다. 선생이 제법 괜찮았나 시엄니 그림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날 남편이 참석한 사람들에게 낸 퀴즈 중 하나가 바람돌이님께서 맞추신 모나리자도 있고 다른 퀴즈도 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나는 역시 못 맞췄고, 이 문제를 맞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하지만, 미술작품에 대해 아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미술은 거의 종합예술이다. 특히 현대 설치미술은 음악을 첨가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가 내겐 종합예술로 느껴진다. 거두절미하고 남편이 낸 퀴즈의 답은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이라는 다분히 철학적인 제목의 작품이다.
1991년의 작품이다.
사진 출처: Houston Chronicle
이 작품의 작가인 Damien Hirst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있다.
사진 출처: The Times
여러 기사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Damien Hirst의 작품
데미언 허스트의 이 작품은 처음 Saachi 미술관에서 전시가 되었고 그 이후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영국의 Tate 미술관에서 전시가 되었다고 하는데 2004년에 스티브 코헨이라는 사람에게 팔렸는데 8밀리언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팔렸을 거라고 한다. 어쨌든 이 작품으로 허스트는 터너상 (Turner Prize) 후보로 지목되기도 했다고 하는데 상은 정작 다른 사람이 수상했다고.
그럼 여기서 남편이 낸 문제는 바로 "피카소나 고흐의 작품을 누르고 새로운 경매 기록을 세운 작품은?"이라고 한다. 그 당시 (나는 기억 안 나지만) 그것이 굉장한 이슈였다고. 젊은 허스트 (그 당시 40살도 안 되었다고..)가 고흐나 피카소 보다 더 많은 가격으로 작품이 경매가 되었다고 하니까. 하지만 이 작품이 이렇게 높은 가격에 경매가 된 이후에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고 한다. 일단 동물 애호가들에게서 허스트는 공격을 당한 것을 시작으로 이게 무슨 예술작품이냐 등등. 시각이 변했다는 것을 이 작품이 잘 전달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현대 미술의 난해함을 떠나서.
방부제에 담겨있는 상어는 삶과 죽음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인간인 우리는 상어를 볼 수 있지만 만지진 못한다. 삶과 죽음은 유리 탱크 안에 있는 저 방부제 속의 상어처럼 침묵 속에 떠있는 것 같다, 움켜잡을 수 없이.
근데 내가 이 얘길 왜 하고 있지??ㅎㅎㅎㅎ
3. 어제 남편과 함께 느긋하게 <Forrest Gump>를 다시 봤다. 너무 오랜만에 봤는데도 다 기억이 나더라. 삶에 대해 이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는 별로 없는 것 같다. 허구인 줄 알면서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 "Stupid is as stupid does."는 요즘처럼 내가 바보같이 느껴질 때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런 대사뿐 아니라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영화. 전반부에서 눈물이 흐르고 후반부에서 또 눈물이 흘렀다.
검프에게 달리기였던 것이 나에겐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과연 나에겐 그런 것이 있기나 한가?
4. 바쁘다는 핑계로 음식을 잘 안 만들어 먹게 되었는데 요즘은 자꾸 가족과 나를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다. 사는 게 특별하다면 맛있는 음식이 함께 할 때아닐까?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도.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는 사람은 살아 있음을 긍정하는 사람"이라는 오은 시인의 말에 고개가 주억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