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우리 막내인 해든이가 고등학교에 간 첫날이다. 나는 해든이에게 김밥을 싸주겠다고 어젯밤 일하고 와서 약속을 했는데 밤새 잠을 못 자고 뒤척이느라 남편이 깨웠을 때 알람 맞춰놨으니까 그때 일어나겠다고 했다는데(그런 말 한 거 기억 안 남.ㅠㅠ) 나중에 보니까 알람을 am이 아닌 pm으로 맞춰놨더라는. 결론은 일어나 보니 오전 10시!ㅠㅠ 막내에게 너무 미안해서 도시락을 만들어서 학교에 가져가려고 했더니 남편이 이미 샌드위치를 싸서 보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ㅠㅠ
사실 어제 잠을 못 자고 뒤척인 이유는 새로 산 차 때문이었다. 나는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 뼈져리게 느꼈으면서도 누가 뭐라고 하면 그 말을 먼저 믿고 사실 확인을 잘 안 하는 편이다. 원래 생겨먹은 것이 그런 이유를 곰곰하게 생각해 보니까 내가 직접 확인을 하는 것보다는 남의 말을 듣고 믿는 것이 간단(?) 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올 1월에 차를 샀을 때도 그랬다. 그래서 새 차를 샀어도 사고나서 너무 많이 후회를 했었는데 이번에 오일 체인지 하러 가서 산 차도 마찬가지였다. 쇼룸에 전시되어 있는 자동차를 사기로 했는데 그 차는 스틱이었다. 세일즈맨 말이 그 차와 almost similar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믿고 내가 원하는 옵션이 더 들어 있는 줄 알았다. 그렇게 믿고 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는데 연락이 없는 거다. 그래서 어제 점심시간에 세일즈맨에게 언제 차가 오는지 전화를 하다가 느낌이 이상해서 내가 받게 되는 차에 있는 옵션이 정확하게 뭔지 확인해 보니까 지금 내가 타고 다니는 차와 거의 비슷한데 차의 이름만 바뀌었고 2023년 형인 것이었다. 나는 화가 나서 전화를 다시 해서 거래를 취소하겠다고 했더니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미 내가 사인을 다 해버리고 돈까지 내서. 나는 정말 사기당하기 딱 좋은 캐릭터!!!ㅠㅠ
오늘 아침은 막내 도시락도 못 싸주고 대강 머리 질끈 묶고서 전투준비를 하고서 딜러숍에 갔다. 결론은 피 터지게 싸울 필요도 없이 거래를 취소할 수 있었다. 나에게 좀 더 이익을 볼 수 있었겠지만 매니저의 마음이 약해졌는지(왜 그런지 모르지만) 나 말고도 차를 사려고 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냥 취소해 주겠다고. 앞으로 내가 1월에 산 차를 적어도 1년은 더 타고 다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쁜 차도 아니고 사실 내 수준에는 과분한 차이기도 하니까.
2.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왔더니 남편이가 우리 방을 완전 깨끗하게 정리를 하고 내 침대 옆에 지저분하게 쌓여있던 온갖 잡동사니를 싹 치우고 또 정리를 해놨더라!!!! 나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간호대 다니면서 내 침대 옆은 갈수록 물건이 쌓여서 온통 쓰레기와 중요한 것의 구분이 없이 쌓여가기만 했는데 남편이 그 진빠지고 어려운 정리를 다 해놓고 청소까지 싹!! 뭐 이런 남편이 아니라 남자가 아니라 인간이 다 있지!!! 나는 정말 전생에 지구를 구했나??? 싶을 정도로 눈이 빙빙 돌았다. 남편에게, "그동안 네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참다 참다 이렇게 정리를 다 했냐!"라고 했더니 배시시 웃으면서 아니란다. 정리를 하면서 즐거웠단다. 나를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어서!!! 세상은 어찌 이리 나에게 자비로울까?
3. 방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자기와 왜 안 되냐고 묻는 준호에게 영우가, "내 안은 나 자신으로 가득 차 있어서 가까이 있는 사람을 외롭게 만듭니다. 언제, 왜 그렇게 만드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안 그럴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라는 대사를 들으며 '나도 자폐증인가? 나는 자폐증 환자도 아닌데 그럼 왜 그러지?'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경증의 자폐증 환자인가?라고 심각하게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그게 아니라 중증의 이기주의자이라서 그런 것 같지? 암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사람들 다 사랑스럽지만 그중에 최수연 역을 맡은 봄날의 햇살, 선녀, 또 뭐드라? 그 별명의 하윤경 배우가 너무 이쁘다. 오늘 법원에 가면서 함께 가지 못하는 우영우에게 올 때 뭐 좀 사올까? 라면서 "오늘은 우영우 김밥 말고 최수현 김밥?"이라고 말하는 그녀가 너무 좋다. 14회에서는 권민우에게 싫어하는 티 내는 거 더 귀여웠지만 암튼 동그랗게 눈을 뜰 때도 넘 사랑스럽지만, 14회와 15회에서 틱틱거리는 모습도 이쁘고!! 초반에 꽁지머리 하고 나올 떄도 넘 이뻤음. 암튼 지금까지 신민아의 팬이었는데 하윤경 배우의 팬이 벌써 된 것 같다.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하고 부드럽고 넉넉하면서 이쁘고 똑똑한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내가 그런 친구가 되면 더 좋고. 응???^^;;;; 어쨌든 내일이 마지막 회인가??ㅠㅠ
4. 저녁엔 오늘 해든이 고등학교 간 첫날이라서(여러가지 이유로 외식;;;) 온 가족이 다함께 한국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해든이와 남편은 부대찌개를 먹고, 나는 오징어볶음 (맛이 별로- 왜 케첩을 사용하나요??ㅠㅠ), 엔군은 흑염소탕(신기하다고)을 먹었다. 그리고 김밥을 시켰는데 나온 김밥을 보고 남편이, "우영우 김밥도 있을까?" 그래서 아마 한국에는 있지 않을까? 했다. 어쨌든 김치 좋아하는 우리 해든이 원 없이 김치도 먹고 부대찌개도 먹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막 행복해졌다. 이래서 자식을 낳는 건가? 나보다 다른 사람이 행복해 하는 것을 질투의 느낌 없이 볼 수 있는 유일한 존재들이 자식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드라마에 나오는 김밥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거의 완벽한 비율의 김밥, 한 입에 먹기 좋게 알맞게 썬 것도 그렇고!!! 그런 김밥을 먹고 싶다. 오늘 주문한 김밥은 밥이 너무 많았고 야채의 비율이 엉망이었다. 실망.
5. 어쨌든 두 번의 멍청함을 겪으면서 앞으로 차를 살 때 좀 더 현명한 내가 되어 있기를 기대한다. 비싼 수업이었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으니 차를 사고 겪은 일들이 그렇게 억울하지 않았다. 뭐든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은 그래서 맞지만, 그렇게 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 차를 사면 B로 시작하는 (?) 브랜드의 차를 사기로 마음먹음. ㅎㅎㅎㅎ
6. 종이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 밑줄은 책에만 치고 독보적에는 올리지 못하고 있다. 역시 독보적에는 전자책으로 읽는 것을 올리는 것이 편하다. <묘사하는 마음> 추천. 역시 정희진 씨가 칭찬할 정도로 글을 잘 쓰는 기자다.
이번에 정희진 씨의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도 읽어봐야겠다.
Novelty Island | The Desperately Strange
남편이가 좋아하는 그룹(?) 중 하나인데 아는 사람 거의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