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ok?
누군가 땅끝에서 떨어졌냐고 하면서 너 괜찮아?라고 물어봐 주는 사람이 있어서 좋다.
수술실 일 끝나고 운전하면서 전화를 하는데 갑자기 전화가 끊겼다. 나는 이유를 모르고 다시 전화를 했는데도 연결이 안 되었다. 그래서 마침 트래픽이 심한 지역이라 전화기를 쳐다봤더니 5G가 아니라 LTE로 바뀌어 있었다. 연결이 안 된 거다. 5G 돈을 내고 사용해도 이렇게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도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며 5G를 사용하지 못한 만큼 돈을 깎아주는 법이 없다. 가만 생각하니까 좀 괘씸했다.
그건 그렇고, 오늘 수술실에서. 수술은 겨우 2건이었지만, 수술을 4건은 한 것처럼 PACU에서 오래 있었다. 환자는 오전 7시 30분에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의사는 10시가 넘어서 수술실에 도착. 원래 늦는 의사이긴 하지만 좀 너무했다. 나야 일 안 하고 돈을 받게 되니까 뭐 따로 불평할 처지는 아니지만, 생애 첫 수술을, 더구나 아주 중요한 수술을 하려고 어젯밤부터 금식을 하고 두근거리면서 초조하면서 긴장되는 심정으로 수술실에 왔을 환자 생각을 하면 의사를 때려주고 싶은 생각도 든다. 네가 의사면 다냐?라고 일단 버럭 해주면서 옆차기를 하던가. 하지만, 나도 아직 의사와 완전히 안면을 튼 것이 아니라서 가자미 눈으로 째려보기만 했다. 의사가 나 안 볼 때.
그렇게 첫 수술이 꼬이니까 두 번째 환자도 와서 2시간 넘게 기다린 후에 수술을 하고 나왔는데 내가 볼 때는 수술이 잘못된 것 같았다. 가슴확대 수술을 했는데 가슴 안에 넣은 보정물의 위치가 너무 크게 차이가 난다. 간호를 해주면서도 환자가 속상할까 봐 걱정했는데 환자는 거기까지 신경을 쓸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보정물이 자리를 잡는 시간도 필요하기도..... 하지만, 일단 이 의사는 수술하고 그 다음날 환자를 보기 때문에 내일 환자가 의사를 만나러 가서 무슨 얘기가 있겠거니 생각하고 있다.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것과 수술 회복실에서 일하는 것은 너무 다른데, 더구나 내가 퍼디엠으로 일하고 있는 이 수술실은 성형미용이나 아니면 가벼운 수술 위주라서 코드가 일어날 걱정을 하거나 할 필요는 없어서 좋다. 그래도 오늘 환자 둘 다 수술 후 구토를 했어서 기분이 별로 안 좋다. 환자는 당연히 안 좋겠지만, 그런 환자를 바라보는 내 기분도 안 좋았다. 둘 다 퇴원을 시키긴 했지만, 제발 집에서는 별 탈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두 환자들이 다 학벌도 그렇고 아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더 의아했다. 왜냐하면 미용수술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이 있거나 아니면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나 같으면 그렇게 똑똑하고 확고하게 좋은 직업이 있으면 가슴이 처지거나 또는 작거나 하는 그런 것엔 별로 위축이 안 될 것 같은데... 가슴 문제는 사실 속옷 보정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되지 않나?
내일 일하러 가게 되는지 아닌지 모르지만, 지금 심정으로는 일하러 안 가고 그냥 집에서 뒹굴하면서 책이나 읽고, 밀린 드라마나 보고 그러고 싶다. 그런 뒤 큰아들이랑 가려고 벼르다가 드디어 예약을 잡은 식당에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싶다.
7월엔 책을 안 사려고 버티고 있다. 하지만 버틴다는 말은 사실 정확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요즘 알라딘에 자주 들어오지 못하니까 주문을 못하고 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렇게 못하고 있으니까 차라리 내 생일도 곧 다가오니까 그때 나에게 주는 내 생일 선물,,, 뭐 이런 합리적인 이유로 주문을 하고 싶은...ㅋ
근데 <전천당> 읽으신 분들께 질문. 아이 읽힐 거 아니고 제가 읽으려고 하는데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