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츠 단편집 지만지 고전선집
모리츠 지그몬드 지음, 유진일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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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단편부터 빠져들어 읽었다. 힘없고 가난한 이들의 삶을 참 진솔하게 그린다. 그런 중에도 인간의 이기심이나 욕망, 질투 등의 복잡한 마음을 잘 잡아내 표현했다. 가난한 이들을 향한 부자들의 특권의식도 과하지 않게 풍자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인간을 향한 작가의 연민어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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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북 2022-01-15 14: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런 책은 도대체 어떻게 발굴(?)하시는 거죠~ 잠자냥님 덕분에 책 고르는 지평이 넓어집니다~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2-01-15 16:38   좋아요 4 | URL
아이고 과찬입니다. 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찾아읽다 보니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도 한번 읽어보세요~~

미미 2022-01-15 15: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북플에 잠자냥님 안계셨다면 어땠을까? 이곳이 찐빵이라면 잠자냥님은 앙꼬같은 분~♡ㅡ손바닥에 지문없는 미미ㅎㅎ

잠자냥 2022-01-15 16:39   좋아요 4 | URL
ㅎㅎ 알라딘 서재에 워낙 앙꼬들이 많아서 저는 그 앙꼬 중 하나일 뿐이지요~ 그것도 영광이네요~~

새파랑 2022-01-15 1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이름은 첨 들어보지만 잠자냥님 별이 5개(돌침대도 아니고...)라니 읽어야겠군요. 지만지 출판사 표지가 또 바뀐거 같아요 ^^

잠자냥 2022-01-15 18:58   좋아요 3 | URL
돌침대 ㅋㅋㅋㅋ 새파랑 님은 러시아 문학 좋아하시니 (특히 체호프 단편) 이 책 좋아하실 거 같습니다. 헝가리 문학이긴 하지만 러시아 문학 색채도 좀 나고, 특히 체호프 단편과 비슷한 느낌도 들더라고요. (지만지는 요즘 희곡은 분홍색 표지로, 다른 문학은 이런 표지로 내는 것 같습니다)

coolcat329 2022-01-15 21: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또 모르는 작가지만 이 단편집은 또 제 스타일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헝가리가 글 잘 쓰더라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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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1-16 21:19   좋아요 2 | URL
네, 쿨캣 님도 좋아하실 거 같아요~ㅎㅎ

mini74 2022-01-16 17: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냥님 별 5개. 읽든 안 읽든 사고 싶어지는 마성의 별 ㅎㅎㅎ

잠자냥 2022-01-16 21: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앞으로 함부로 별 다섯하면 안될 거 같습니다! ㅎㅎㅎ
 
이반과 이바나의 경이롭고 슬픈 운명
마리즈 콩데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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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적인 문장으로 그려낸 처절한 현실. 쌍둥이로 태어난 두 남매의 삶이 그토록 달라지기까지 과연 무엇이 그들을 몰아갔을까 곰곰 생각하게 된다. 이반과 이바나의 남다른 관계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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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12 2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술적인 문장 이라니. 확 끌리는데요 잠자냥님 편한 밤 보내세요

잠자냥 2022-01-13 10:22   좋아요 2 | URL
이 작품 약간 신화적 색채도 있고, 마술적 리얼리즘 이런 작품 생각이 나는 부분도 있습니다~

미미 2022-01-13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저도 끌려요! 표지 느낌도 좋구요^^*

잠자냥 2022-01-13 10:22   좋아요 2 | URL
저는 이 작가 작품 처음 읽는데,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ㅎㅎ

Falstaff 2022-01-13 0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금요일 이후 첫 글이네요. 재밌다 이거군요. 흠.

잠자냥 2022-01-13 10:23   좋아요 2 | URL
신년이라 바빠서리 ㅠㅠ 글도 뜸하고 책도 뜸했습니다요!
(약간 우리네 정서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합니다 ㅎㅎㅎㅎ)

coolcat329 2022-01-13 08: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궁금했는데 또 끌리네요~

잠자냥 2022-01-13 10:24   좋아요 2 | URL
네, 한번은 읽어볼 작가 같습니다. ㅎㅎ
 

2021년 한해 160권의 책을 읽었다. 상반기에 좋았던 책은 따로 페이퍼를 올렸기에(참조), 하반기에 다른 책들보다 좀 더 좋았던 책들을 올려본다. 7월부터 12월 사이 하반기에 읽은 책 목록 가운데 추리다 보니, 상반기(1~6월)에 읽은 책들에 비해 중량감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올 상반기에 좋았던 책을 많이 만났구나.



소설



1. 마르그리트 뒤라스, <태평양을 막는 제방>
뒤라스 작품을 그래도 이것저것 챙겨 읽었는데 이 작품을 읽기 까지는 100% 마음에 드는 작품은 없었다. 그 띄엄띄엄 쓴 듯한 문체도 내 취향은 아니었고. 그런데 이 뒤라스의 초기작이 내 마음을 확 붙잡을 줄이야. <연인>과 비슷한 내용이지만 <연인>보다는 사회비판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조제프와 그 여인의 이야기도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에서 선명해진다.




2. V.S 나이폴, <자유 국가에서>
이 책 다 읽은 무렵, 바빠서 리뷰를 안 남겼는데, 다시 읽고 리뷰를 남기고 싶은 작품. 나이폴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네요? 최근에 재출간 된 <세계 속의 길>도 올해 꼭 읽어야지. 진정한 자유를 찾아 떠돌지만 어느 곳 하나 마음 편하게 온전히 속할 수 없는 이방인이자 영원한 방랑자들의 삶을 그린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3. 앨런 홀링허스트, <스파숄트 어페어>
내가 좋아하는 문체가 아닌데도 자꾸 읽게 되는 앨런 홀링허스트- 이 사람 문체 증말 신기하다. 허영&허세 잔뜩 낀 문장인데도 또 묘한 매력이 있어서 자꾸 읽게 된다. 게다가 대부분의 책이 왕창 두꺼운데 솔솔 읽힌다? 이 작품도 600쪽이 넘는데 단 이틀 동안 내리 읽을 정도로 흡인력 있다. 서로 관련 없을 듯한 이야기를 툭툭 던져서 하나로 모아 직조하는 솜씨나 걸신들린 듯 탐욕스럽게 쫓아가게 되는 아름다운 문장 등은 앨런 홀링허스트의 큰 장점이 아닐까. 덧붙여, 앨런 홀링허스트는 부디 <수영장 도서관>으로 시작하지 마시라능.




4. 애니 프루, <브로크백 마운틴>
예전에 영화로 유명했을 때는 오히려 거리 두고 안 읽던 작품. 이제야 읽고 감탄 또 감탄했다. <시핑 뉴스>보다 훨씬 좋았다. ‘영원한 서부’ 와이오밍 자연에서 살아가는 외롭고 거칠고 미쳤거나 미쳐버릴 것 같은 사람들의 인생을 관조적이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담고 있다. 애니 프루의 모든 단편을 읽어보고 싶다.




5. 카렐 차페크, <평범한 인생>
깊은 밤 어두운 방에서 스탠드 불 하나 켜고 소주 마시면서 읽으면 딱 참맛이 느껴질 그러 작품이다.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마음속엔 나 이렇게 평범하게 죽지 않아! 오기도 욕망도 있고, 한때 남다른 꿈도 품어봤을, 그런 소소한 삶을 꾸려나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소설.




6. 서머싯 몸, <케이크와 맥주>
서머싯 몸의 작품은 일단 재미있다. 이 작품도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그런데다가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로지’ 캐릭터가 신선(?)하다. 순간적인 쾌락과 사랑에 온몸을 던지는 로지 그녀와 영혼이라도 팔 기세로 불나방처럼 성공과 명성을 좇는 작가들의 모습이 묘하게 닮았으니,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지랴. 위트와 재치, 풍자, 애수까지 골고루 느껴지는 서머싯 몸의 필력.




7.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경계선>
장르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도 이 작품집에는 반했다. 북유럽 신화 속 존재인 트롤을 인간 중심의 현대사회로 가져와 젠더, 인종, 세상의 모든 편견을 깨뜨리는 이야기로 만든 <경계선>은 짧지만 정말 강렬하다. 그 밖에 다른 수록작들도 모두 하나 같이 우리 머릿속의 편견과 경계선을 지워버린다.




8. 엔도 슈사쿠, <사무라이>
세속적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종교를 만나고 그로 말미암아 마음의 갈등을 겪는 과정을 작품으로 담아내는 데 탁월한 솜씨를 보이는 엔도 슈사쿠. 올해 읽은 그레이엄 그린의 작품(<브라이턴 록>, <사랑의 종말>)도 그와 비슷한 세계관을 담고 있다. 그런데 나는 엔도 슈사쿠 쪽이 조금 더 좋다. 좀 더 차분하고 진솔하게 다가온달까.




9. 왕샤오보, <혁명 시대의 연애>
중국 소설인데, 중국 소설답지(?) 않아서 조금 뜻밖이었던 작품.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인상 깊어지는 신기한 작품. 중국 작품에서는 문화대혁명 시대를 논할 때 내편 VS 니편, 가해자와 피해자가 선명하게 나눠진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 니편도, 내편도 모호한 세상, 그 안에서 개인의 실존 문제를 질문한다. 중국 문학에서 이처럼 개인의 실존 문제에 천착한 작품도 드물지 않나 싶어지는데 그런 면에서 꽤 현대적 작품으로 느껴진다.




10. 라오서, <찻집>
위에 쓴 왕샤오보 <혁명 시대의 연애>와는 아주 상반되는 작품이랄까. 우리가 중국 작품에서 기대하게 되는, 또는 예상하게 되는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좀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평범한 내용과 평범한 삶이 때로는 가장 진솔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라오서의 <찻집>이 그렇다.



비소설



1. 캐럴라인 냅, <욕구들>
2021년 한해 알라딘에서는 캐럴라인 냅의 글이 꽤 사랑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나 또한 냅의 작품을 여럿 읽어봤지만 딱히 감흥을 느끼지 못하다가 이 작품에서는 아하, 오호라, 했던 기억이 난다. 거식증을 앓은 냅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여성들에게 당신의 욕망은 정당하다고 해방을 선사하는 과정은 눈부시고 명민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내게 국민 서평 대상을 안겨준 효자 책이라능.




2.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이 책이 큰 사랑을 받을 때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보관함에 담아두곤 나중에 한번 읽어보지 뭐~ 했다는. 어떤 이에게는 너무 쉽고 평범하고 나이브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바로 그 점에서 이 책의 탁월함이 드러난다. 누구나 어린이와 어린 시절을 글로 쓸 수는 있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면서 그들을 대상화하지 않고, 그 세계를 하나의 세계로 온전하게 존중하면서 그리기는 쉽지 않다. 어린이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약자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해주는 책.




3. 서현숙, <소년을 읽다>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감동과 깨달음이 클 때, 그 책은 마음에 오래 남는다. <소년을 읽다>가 그랬다. 이 책의 소재도, 내용도 왠지 뻔해보이지만, 그 뻔함이 왜 그렇게 강렬하게 다가오던지. 이 책은 무엇보다 ‘책의 힘’을, ‘사람의 힘’을 세삼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4, 남보라, 박주희, 전혼잎, <중간착취의 지옥도>
한때 이런 종류의 책을 열심히 읽었던 터라 그래도 남보다는 조금 더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이처럼 참혹한 노동의 세계가 존재할 줄이야. ‘중간착취’라는 용어로 온갖 착취를 당하고 있는 파견용역 노동자의 지옥 같은 삶을 한국일보 기자들이 폭로하고 있다. 대다수가 노동자로 살아가면서도 또 다른 노동자들의 착취를 ‘능력주의’로 환원해 그 차별과 착취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5, 존 오코넬, <데이비드 보위의 삶을 바꾼 100권의 책>
순전히 데이비드 보위 팬이라서 즐겁게 읽었다. 보위의 독서 목록을 보면 실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런 책을 읽었기에 그런 음악과 예술이 가능했구나 싶어지기도 하고, 와 이런 책까지 읽었어? 놀라게 되는 목록도 있다. 보위가 직접 쓴 글들이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을 텐데! 그게 좀 아쉽다는.



상/하반기 모두 합해서 2021년의 책 딱 열 권만 꼽았다!




1. 자우메 카브레, <나는 고백한다 1~3>
전율전율전율전율전율, 오, 신이시여 어찌하여 자우메 카브레를 이제야 알게 하셨나이까?!



2, 윌리엄 트레버, <펠리시아의 여정>
올해의 거짓말쟁이& 올해의 안타까운 소녀 그들의 숨막히는 숨바꼭질



3. 류드밀라 페트루셉스카야, <시간은 밤>
올해의 러시아 여성 작가



4. 아글라야 페터라니,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
올해의 발견. 작가는 왜 그토록 일찍 세상을 떠났는가.




5. 미시마 유키오, <봄눈>
영원한 애증의 대상 미시마 유키오. 그의 붓에는 문장의 신이 붙어 있는 게 틀림없구나.




6. 마르그리트 뒤라스, <태평양을 막는 제방>
올해의 재발견 마르그리트 뒤라스, 올해의 멋진 언니상을 조제프의 연인에게.




7. V.S. 나이폴, <자유 국가에서>
올해의 재발견22222 나이폴




8. 앨런 홀링허스트, <스파숄트 어페어>
새로운 애증의 대상 앨런 홀링허스트




9. 애니 프루, <브로크백 마운틴>
올해의 단편 대가 애니 프루.



10. 나딘 고디머, <거짓의 날들>
올해의 ‘나는 소망한다 재출간’


2021년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자우메 카브레, <나는 고백한다>
말이 필요 없는 현대의 고전. 이 세상의 어떤 작가는 이런 작품을 쓰는구나! 읽으면서 좌절했지만 읽는 내내 즐거웠고 읽고 나서 감동했고, 10년 주기로 한 번씩 다시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와와, 감탄하고, 전율했던 적이 얼마만이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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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1-03 13: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페이퍼 역시 명품이라능. 근데 원래 이런 말투 쓰셨냐능? ㅋㅋㅋ
자냥님과 골드문트님이 베오베로 꼽은 나는 고백한다!! 올해는 꼭 읽고 말겠다능. 이 말투 중독된다능🙄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잠자냥 2022-01-03 13:21   좋아요 5 | URL
가끔 썼다능! ㅋㅋ
나는 고백한다 꼭 읽어야한다능!
다른 책 안 읽어도 이 책은 죽기전에 읽으라능!!
괭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능~ㅋ

Falstaff 2022-01-03 13: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오, 저도 모레, 수요일, 5일, 책 왕창 주문할 겁니다.
나이폴, 지둘려라! ㅋㅋㅋㅋ 홀링허스트는 좀 더 고민 좀 하고 돈 남으면 확실히 사줄게!
믿고 보는 책 리스트라니까요!

잠자냥 2022-01-03 13:22   좋아요 4 | URL
ㅋㅋㅋ 나이폴 추천입니다. 전 새로 (재)출간된 나이폴 <세계 속의 길> 주문할 겁니당
홀링허스트 <수영장 도서관>은 잊어주세요~ ㅎㅎㅎㅎ

Falstaff 2022-01-03 13:42   좋아요 2 | URL
여태까지 나이폴은 <도착의 수수께끼>가 제일 좋았는데 이번에도 기대해보겠습니다.
이 양반은 하여튼 인도인 후예로 태어난 트리니다드에서 공부 잘 해 영국으로 장학금 받아 떠나고, 이때 부터 세상 돌아다닌 이야기를 거의 빼놓지 않았는데 <세계속의 길>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래서 아직 읽지 않으셨으면 <도착의 수수께끼> 제가 읽은 나이폴로는 유일하게 길거리 헤매지 않고 한 군데 정착해서 쓴 작품을 권하고 싶습니다만. ㅎㅎㅎㅎ
<수영장 도서관>에서 식용유 콸콸 쏟아 붓는 건 읽어봤습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1-03 14:11   좋아요 3 | URL
ㅋㅋㅋ글케 따지면 <자유 국가에서>도 좀 돌아다니면서 쓴 글인뎁쇼! ㅎㅎ
중.단편이 섞여 있으니 그 점도 유념해주시옵소서~
<도착의 수수께끼>도 찜입니다~

새파랑 2022-01-03 13: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이 가장 좋아하는 수영장 시리즈가 없네요? ^^ 저는 잠자냥님이 언급한 책중 딱 두권 읽었네요 ㅜㅜ.
그런데 아직 안읽고 가지고 있는 책은 다섯권 이라는 😅 잠자냥님의 좋았던 책은 다 담아야겠습니다~!!

잠자냥 2022-01-03 14:10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 아 이 사람아~ 수영장은 아니라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님은 금방 다 읽으실 것으로 아뢰오~

얄라알라 2022-01-03 16:42   좋아요 1 | URL
ㅋㅋ저도 수영장 1권은 읽은 사람입니다.잉? 하면서.^^

잠자냥 2022-01-03 17:00   좋아요 3 | URL
아아아니, 북사랑 님 그 난이도 높은 책을;; ㅋㅋㅋㅋㅋㅋㅋㅋ (‘도서관‘이라는 말이 들어가서 읽으신 거 아닙니까?ㅋㅋㅋㅋ)

미미 2022-01-03 13: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책 구매전에 올려주셔서 감사해요ㅎㅎㅎ 역시또 덧붙여진 설명에 홀딱 넘어갔습니다~♡ 장바구니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시급해졌어요. 작년에 사 두었던 책이 좀 있어서 다행입니다.

잠자냥 2022-01-03 14:12   좋아요 4 | URL
ㅋㅋ 구매 전에 이런 글 올리면 돌 맞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미미님 올해는 책 구매 0.0001% 가는 겁니까! ㅎㅎㅎ

햇살과함께 2022-01-03 13: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러시면 안돼요!! 나는 고백한다 너무 기대커서 실망할까 봐 걱정되서 못읽겠어요:; ㅎㅎ

잠자냥 2022-01-03 14:12   좋아요 3 | URL
ㅋㅋ <나는 고백한다>는 실망할 리 없는 책입니다.... (아니야 그만해야지겠어요; 정말 기대가 넘넘 커서 실망하실라 ㅋㅋㅋ)

Falstaff 2022-01-03 14:40   좋아요 3 | URL
저는 (자기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읽었다는 단서를 달긴 했습니다만) <나는 고백한다> 별로였다, 라는 감상을 봤습니다. ㅋㅋㅋㅋ
이야기가 좀 복잡하게 헝클어져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독서력이 짧은 독자도 아니었는데 말입죠.

햇살과함께 2022-01-03 16:35   좋아요 1 | URL
ㅋㅋㅋ 골드문트님이 애쓰시니 기대감을 낮추겠습니다

coolcat329 2022-01-03 14: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잠자냥님도 <나는 고백한다>로군요!
이중에 딱 한 권 읽었네요.

잠자냥 2022-01-03 14:21   좋아요 3 | URL
쿨캣 님도 어여 <나의 고백한다>로 들어오세요~~

다락방 2022-01-03 14: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페이퍼네요.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게다가 기쁜 것은 제가 이미 잠자냥 님의 그간 페이퍼나 리뷰를 읽으면서 슝슝 장바구니에 넣고 바로 구매한 적이 많았기 때문에, 잠자냥 님의 이 리스트에 제가 가진 책이 제법 많다는거죠. (그게.. 기뻐할.. 일인가??)
2022년에도 열심히 읽고 써주세요. 제가 부지런히 쓸어 담겠습니다. (그래도 되는 일인가..??)

잠자냥 2022-01-03 15:30   좋아요 5 | URL
제가 이 페이퍼를 12월 31일에 호기롭게 올리려고 했으나.... 그날 퇴근 후 가족들과 과메기에 쐬주를 엄청 마시는 바람에 ㅋㅋㅋㅋ 결국 못 쓰고 휴일에는 제가 컴퓨터를 잘 켜지 않는 관계로 또 그냥 넘어가고 이렇게 1월 3일에 올렸습니다요.
그나저나 다부장님 올해도 많이 쓸어담고 많이 쓰세요. 저도 그렇게 하도록... 에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2-01-03 15: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저 앨런 홀링허스트 진짜 갈등이에요. <수영장 도서관> 작가 맞죠? 그렇게 문장이 고급진까요? 두꺼워서 취향 아닐까봐 시도 못하는 중. <나는 고백한다> 이거 안 읽으면 안 되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요.^^;;;

잠자냥 2022-01-03 16:21   좋아요 4 | URL
ㅎㅎㅎ 그래서 <아름다움의 선>에 좋아요 누르셨군요?!
<수영장 도서관>은 앨런 홀링허스트 처음 읽는 작품으로는 비추입니다. 게이 섹스 묘사가 너무 노골적이어서 좀 힘들 수 있어요. <아름다움의 선>도 <스파숄트 어페어>보다는 좀 노골적인 부분이 있으므로 만일 앨런 홀링허스트 한번 읽어보고 싶으시다면 <스파숄트 어페어>로 시작하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문학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번쯤 시도해 볼만한 작가 같아요-
<나는 고백한다> 블랑카 님도 읽으면 빠져드실 거 같은데... ㅎㅎㅎ

페넬로페 2022-01-03 15: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번엔 6권
권수로 치면 9권, 와우! 읽었어요 ㅎㅎ
작년에 열심히 따라 읽었어요.
올해도 고고^^
그나저나 저도 잠자냥님 좋아하시는 수영장 시리즈 읽고 싶네요~~

잠자냥 2022-01-03 16:25   좋아요 5 | URL
ㅋㅋㅋ 수영장 시리즈라니요! ㅋㅋㅋ
새파랑 님이 말씀하신 수영장 시리즈 중 <수영장 도서관>은 비추고요, <어듬 속에서 헤엄치기>는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게는 별 다섯 작품이었습니다만, 다른 분들에게도 별 다섯일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요. ㅎㅎㅎ

꼬마요정 2022-01-03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글보고 <시간은 밤> 샀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ㅠㅠ 근데 <나는 고백한다>도 담고 있어요ㅜㅠ 연말 연시에는 알라딘을 멀리 해야겠어요. 이렇게 결산을 하시니 전 눈이 돌아가서 ㅎㅎ

늘 좋은 책 좋은 글 고맙습니다. 역시 읽기만 해도 뭔가 지식인이 된 듯한 기분입니다. 열심히 읽을게요!! 늘 건강하시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잠자냥 2022-01-03 16:58   좋아요 2 | URL
하하하, 연말연시에는 알라딘 멀리 해야겠다는 말씀에 크게 웃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여러 분들이 눈 돌아가게 하지요?!

아이고, 요렇게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꼬마요정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얄라알라 2022-01-03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잠자냥님, 제가 이미 요 포스팅에 알차게 달린 댓글들을 요리조리 읽어보았지 뭡니까? 평소 소설은 1달 1권도 잘 못 챙기는 제가, 당시 폴스타프님의 리뷰를 보고 일부러 읽은 책이 바로 <수영장도서관>으로서 ㅋㅋㅋㅋㅋ잠자냥님께서 ˝비추˝라고 하심 ㅋㅋㅋ새벽에 혼자 읽으면서 ‘잉? 나만 이해 못해?‘ 이랬답니다 ㅋㅋ

잠자냥 2022-01-03 21:5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소설 가끔 읽는 분이 하필이면 그 작품을 읽었다니 애통하옵니다!

유부만두 2022-01-03 17: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추천해주신 ‘폴렌타’ 아주 흥미로웠어요. 세상은 넓고 제각각이구나, 다시 배웠고요.
기대가 컸던 ‘브로크백 마운틴’은 별로였어요. 그 부인의 터진 복장에 더 신경이 쓰였는지도 모르고 무방비 상태로 그들의 첫날밤 장면을 읽어서 그런지도 몰라요. 허업! 했다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가질 수도 있었던 다른 삶을 생각하면 맴이 짠합니다. 그 어려운 선택이 그 부인을, 부인들을 더 편하게 만들어주었을지도 모르는데요…
펠리시아의 여정, 정말 재미있게 또 감탄하면서 읽었어요. 추천에 감사합니다라능!!!

잠자냥 2022-01-03 21:54   좋아요 0 | URL
<폴렌타>는 저도 두고두고 생각이 나고요. ㅎㅎ <브로크백 마운틴>은 사실 그 표제작 말고도 다른 작품들도 빼어난 게 많아서 더 좋았더랍니다. 특히 거기 실린 단편 중에 와이오밍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몇몇 여성 이야기도 참 인상 깊더라고요. ㅎㅎ

유부만두 2022-01-04 08:5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전 그 표제작 영화 대본 묶인 책을 읽었거든요. 단편집의 다른 이야기도 챙겨보겠습니다.

잠자냥 2022-01-04 09:23   좋아요 0 | URL
아, 영화 대본인 책을 읽으셨군요! <브로크백 마운틴> 자체도 영화 대본보다는 애니 프루의 단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영화 봤을 때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는데(특히 그 느닷없는 섹스신 ㅋㅋㅋ), 단편으로 읽고 나서 그제야 그 두 사람의 감정선이 더 제대로 잘 느껴졌거든요. 암튼 ‘브로크백 마운틴‘도 이안 감독 영화보다 애니 프루 단편이 훨씬 좋아요!

유부만두 2022-01-04 09:29   좋아요 1 | URL
단편이랑 대본 같이 실린거요. 소설이 훨 나았어요. 동감^^

mini74 2022-01-03 1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 좋아라. 이렇게 다시 지름신이 강림하고 ㅎㅎㅎ 막 담다간 거지꼴을 못 면한다지만 ㅎㅎ 겹치는 책들엔 왠지 자냥님과 통했다는 빈기움에 히죽히죽 바보같이 웃고있어요 ㅠㅠ

잠자냥 2022-01-03 21:55   좋아요 1 | URL
ㅋㅋㅋ 알라딘 개미지옥에서는 책 사고 거지꼴 되는 거 환영 받지요?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01-03 21: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대 지름신 중 한 사람은 바로 잠자냥님이라능~~
또 보관함 터질 뻔 했다능~~
조만간 보관함 기워줄 이 찾아야 한다능~ㅜㅜ

다락방님과 잠자냥님 덕에 완전 제가 많이 약한 부분인 외국소설분야....일단 책 제목 섭렵만 6 개월이란 시간을 쏟았습죠~
올리신 책들 일단 대부분 낯설지 않은 걸 보니 공부 한 보람이 있어요ㅋㅋㅋ
이젠 찾아서 읽기만 하면 되는뎅~~🤔🤔

잠자냥 2022-01-03 21:56   좋아요 3 | URL
제가 거듭 말씀드리지만 알라딘 보관함과 장바구니는 절대 터지지 않아요! 굿즈로 주는 실제 장바구니는 터지더랍니다만…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1-03 2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흐아.. 여윽시… 책읽고 싶어지는 페이퍼다!!!!! 뜨아!!! 너무 너무 읽고 싶다!!!! 몸이ㅜ열개면 좋겠다!!!

잠자냥 2022-01-04 00:11   좋아요 2 | URL
어여 읽어~ ㅋㅋㅋ

mini74 2022-02-10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냥님 이 페이퍼 보고 거지될빤했습니다 ㅋㅋㅋ 책을 부르는 책이야기~ 자냥님 축하드려요
적립금을 과메기로 바꿔주면 좋을텐데요 그죠 ㅋㅋㅋ

잠자냥 2022-02-10 23:49   좋아요 1 | URL
푸하하 적립금만큼 과메기 먹기에는 넘 비릴 거 같아요! ㅋㅋㅋㅋ

독서괭 2022-02-10 23: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명품페이퍼라능. 당선됐다능!! 축하드린다능!!

잠자냥 2022-02-10 23:50   좋아요 1 | URL
고맙다능!!

얄라알라 2022-02-21 1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경계선 도서관에 비어 있길래 신청했어요^^

잠자냥 2022-02-21 13:46   좋아요 0 | URL
네! 재미나게 읽으세요~
 
신기한 구름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북포레스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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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적인 사랑의 모습들. 이 책에 그려진 조제와 앨런의 관계를 지켜보노라면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철저하게 상처 받고 고독해지느니 고독하게 홀로 있는 인간이기를 택하고 싶어진다. 자기파괴적인 조제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광기 어린 집착을 보이는 앨런도 둘 다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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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03 07: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책 읽으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뒀는데 잠자냥님의 별 셋이군요 ㅋ 그런데 100자평이 너무 좋네요 ^^

잠자냥 2022-01-03 09:31   좋아요 2 | URL
이 책에 나오는 남녀 주인공들이 도무지 제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ㅎㅎㅎ 사강의 감각적 필치는 여전합니다.

미미 2022-01-03 0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울한 분위기인가봐요? 잠자냥님이 이렇게 써주시니 어쩐지 더 궁금해요!!ㅎㅎ

잠자냥 2022-01-03 09:32   좋아요 2 | URL
밝은 분위기는 아니랍니다.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01-03 08: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도서관에서 빌려 왔어요~얇아서요^^
그래서 100자 평을 읽고 흠🤔🤔 중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야 겠군요!!

잠자냥 2022-01-03 09:32   좋아요 3 | URL
얇아서 금방 읽고 재미도 없는 편은 아니니 냉큼 읽어보시는 것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수이 2022-01-03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년에게는 좀 후달리는 사랑법이군요;;;;; 저도 도서관으로 고고씽 하겠습니다 ☺️

잠자냥 2022-01-03 10:43   좋아요 1 | URL
어우, 난 저들처럼은 못살겠더라고요; 어우... ㅋㅋㅋㅋ

다락방 2022-01-03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광기 어린 집착.. 진짜 너무 싫어합니다. 광기 아니어도 집착 그냥 싫어하지만 그러나 집착은 그저 광기인 것을.. 여하튼 정말 끔찍합니다. 그냥 그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잠자냥 2022-01-03 15:26   좋아요 1 | URL
어우, 이 작품 남주가 완전 집착남인데 여주가 그걸 또 잘 못 끊어내더라고요. 아휴... 피곤해;
 
찻집 - 茶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0
라오서 지음, 오수경 옮김 / 민음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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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마지막 날 라오서의 <찻집>을 읽는다. 120쪽 남짓의 짧은 작품. 어젯밤 미처 다 읽지 못하고 잠들어 아침 출근길에 읽는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곳이나 저곳이나 그때나 지금이나 소시민들 삶은 왜 이다지도 힘겨운가. 영하 10도 가까이의 이 추운 날에도 고단한 몸을 이끌고 여기저기 밥벌이를 위해 나서는 이들의 모습이 <찻집>의 인간군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 그래도 오늘 이 땅의 사람들은 조금 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랏일’에 대해서는 마음껏 말할 자유가 있지 않은가? 허나 라오서의 <찻집>속 유태찻집에는 찻집 곳곳에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나랏일은 이야기하지 맙시다’ 그것도 한두 해도 아니다 거의 50년 가까이 이 글귀는 찻집에서 떨어져 나갈 줄 모른다.

<찻집>은 1890년대 말부터 거의 50여 년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청나라 끝 무렵, 무술정변 시기부터 중화민국 초기와 항일 전쟁 승리 이후 중요한 세 역사 시기를 배경으로 중국의 격변하는 역사 흐름과 그로 말미암아 피폐해지는 민중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의 첫 시작 부분에는 등장인물들이 거의 4쪽 가까이에 소개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을 극이 진행되는 동안 잊거나 헷갈리지 않고 기억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유태찻집’ 주인이자 <찻집>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왕이발’을 비롯해 찻집 단골 송대인, 상대인, 아편쟁이 ‘당철취’, 중매쟁이 ‘유마’, 건달두목, 찻집 건물주 ‘진중의’, 환관 우두머리 ‘방태감’, 아편쟁이 ‘당철취’의 아들 ‘소철취’, 중매쟁이 ‘유마’의 아들 ‘소유마’ 등등 캐릭터가 생생하고 인물마다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 금세 극에 몰입할 수 있다.  

제국 열강의 침략으로 (청)나라의 앞날이 풍전등화 같은 상황, 나라에서는 부국강병을 내세우며 개혁을 실시하지만 그마저도 실패로 돌아가고 북경의 소시민들의 삶은 전과 다름없이 흘러간다. 찻집에 모여 차를 마시면서 별것도 아닌 일로 말다툼을 벌이다 패싸움을 하기도 하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가난한 농부는 딸을 팔려고 찻집을 기웃거리고, 환관인 방 태감은 가난한 농부의 딸을 사서 아내로 삼으려 하고, 그 중간에서 중매쟁이 ‘유마’는 잔뜩 이익을 챙기려고 한다. 2막과 3막의 배경도 여전히 찻집이다. 세월도 흐르고 찻집을 오가는 인간군상도 조금씩 달라지지만 격변하는 세상에 비해 그 찻집을 찾아오는 이들의 삶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나아질 줄 모른다. 특히 세월이 흐를수록 유태찻집은 나날이 형편이 나빠지기만 한다.

왕이발은 자기 찻집을 시대에 맞게 ‘개량’하면 좀 더 나아지리라 생각하며 애를 쓰지만 그것은 그저 그의 소망일이다. 군벌 전쟁 속에서 찻집은 점점 기울어 가고 찻집을 찾아오는 이들은 예전에 비해 도덕적으로도 타락해 인신매매를 일삼거나 탈영병 둘이 한 여자를 아내로 삼으려는 수작도 거리낌 없이 의논한다. 그런 와중에 3막에 이르러서는 국민당 세력과 결탁한 외세(미군) 세력까지 들어오면서 세상은 점점 자본주의의 모순까지 뒤엉켜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찻집을 찾는 소시민들의 삶은 더욱 가열차게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런 중에도 이 찻집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단 하나 ‘나랏일은 이야기하지 맙시다’란 구절이니, 정치색이 서로 달라 나랏일을 이야기하다 싸움이라도 날까 두려워서가 아니라, 섣불리 나랏일을 입에 담았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목숨을 잃는 이들이 50년 내내, 제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계속 있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바, 그 한마디가 중국 사회의 경직성을 이 한마디로 알 수 있다.


왕이발 : 난 평생 어린 백성으로 살았어요. 누구든 보면 예를 올리고, 절하고, 읍하고, 그저 애들이나 잘 커서, 얼지 않고 굶지 않고, 병 안 나고 살기를 바랐죠! 그런데, 일본 놈들이 있을 땐 둘째 녀석이 도망 다니느라, 마누라가 그렇게 아들 생각으로 애를 태우다 갔고! 어렵사리 일본 놈들이 물러가고 한숨 돌리나 했더니, 웬걸요? (쓸쓸히 웃는다.) 허허, 허허, 허허!
진중의 : 일본 놈들이 있을 땐 무슨 합작이니 하면서 내 공장을 먹어 치우더니, 우리 정부가 들어서자, 공장은 어느새 반동의 재산이 되었더군, 창고 속에 있던 그 많던 물건 다 없어졌지!
왕이발 : 개량, 난 그래도 늘 개량하느라 애썼어요. 남에게 처지지는 않으려고요. 차만 팔아 안 되겠기에 하숙도 쳐보고 하숙이 없어지자 평서도 시켜 보고, (<찻집>, 111쪽)


잘 먹고 잘 살려는 욕심이 있기에 어느 정도 장삿속도 있지만 그렇다고 자기보다 형편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을 냉정하고 외면하지도 못하는 왕이발은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하고 선량한 인물이다. 그와 말이 잘 통하는 찻집 단골 송대인, 상대인도 비슷한 성품의 소유자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삶은 그들이 젊은 시절부터 거의 일흔에 이르기까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그에 비해 환관이면서도 크게 위세를 부리는 방태감이나 아편쟁이 당철취와 그의 아들, 중매쟁이와 그의 아들 등 도덕적으로 타락하거나 그런 세력에 빌붙어 자기 몫을 챙기는 자들은 자자손손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독자는 인생의 모순과 비애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아편쟁이의 아들인 소철취가 ‘도교’ 사제로 교주에 오를 꿈을 꾸며 큰소리를 떵떵 치는 모습에서는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말이 떠올라 씁쓸한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마냥 우울하고 암담한 것은 아니다.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이지만 나름 그 삶을 웃어넘기려 애쓰고, 그러다 보니 극은 희비극적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렇기에 이 작품이 그토록 오랜 세월 무대 위에 올라 서민들의 사랑을 받은 게 아닐까.   

라오서는 문화대혁명 시기에 반동분자로 몰려 홍위병들에게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은 뒤 자살(타살 의혹도 있다)했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노라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라오서가 만일 좀 더 오래 살아서, 아니 문화대혁명 시기 이후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망명해 이 작품을 4막으로 늘려 문화대혁명 시기까지 다루었다면 어떤 작품이 나왔을까? 한결 더 비극적인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그때도 물론 유태찻집 곳곳에는 이 문장이 붙어있을 것이다. “나랏일은 이야기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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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31 16: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출판한 민음사세계문학 희곡이군요~! 리뷰를 보니 ‘나랏일은 이야기 하지 맙시다‘ 라는 문장이 무섭게 느껴지네요. 그러고 보니 표지도 좀 우울하고ㅎㅎ

하루만에 읽고 리뷰 뚝딱 쓰시다니 왠지 저녁 술(?) 약속 때문인거 같은 느낌 ^^

잠자냥 2022-01-01 01:58   좋아요 3 | URL
핫! ㅋㅋㅋ 맞습니다. 지금까지 술 마시다가 이제야 이 댓글 봅니다! ㅎㅎ

Falstaff 2021-12-31 17: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흠. 이름이 많이 나긴 했지만 사실 라오서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별 다섯이라. 이거 점점 솔깃해집니다.

잠자냥 2022-01-01 01:59   좋아요 0 | URL
ㅎㅎ 폴스타프 님은 별 넷 예상해봅니다.

독서괭 2022-01-01 08:31   좋아요 0 | URL
엉?? 폴님 이름 바꾸셨어요? 아예 골드문트로?? ㅋㅋㅋ

Falstaff 2022-01-01 10:22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벌써 몇 달 전에 제 집 문패에 2022년 부터 골드문트로 개명을 하겠노라 광고를 했었는데, 안 보신 모양입니다. 사실 골드문트가 늙으면 폴스타프처럼 될 거 같지 않으셔요? 그래 저도 아무 거리낌 없이 더 젊은 시절의 이름을 찾기로 한 겁니다.
물론 잠자냥 님을 비롯한 서재친구분들의 성원도 있었습지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1-01 11: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해 아침부터 큰 웃음 준 그대 골드문트여, 복 많이 받게나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1-01 21:24   좋아요 0 | URL
아니, 골드문트 님! 이 되셨군요! 반갑습니다!

coolcat329 2021-12-31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작가 마지막이 ㅠㅠ 라오서 이름만 들어봤는데 이런 슬픈 사연이 있는줄 몰랐어요.

잠자냥 2022-01-01 02:00   좋아요 1 | URL
휴… 작가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하면 참…. 광기의 시대는 무섭습니다.

coolcat329 2022-01-01 14:57   좋아요 1 | URL
위화 <형제>인가...작가의 말 중에 이런 말이 나와요.
유럽이 400년 동안 겪은 변화를 중국은 40년 동안 겪었다는... 끔찍합니다ㅠㅠ

독서괭 2021-12-31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랏일은 이야기하지 말라니.. 우리의 군부독재 시절 분위기가 50년 내내 있었다는 거네요. 어휴 😣

잠자냥 2022-01-01 02:00   좋아요 1 | URL
제가 보기에 중국은 어쩌면 지금도 그런 거 같습니다.

mini74 2022-01-01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글 읽고나면 다 읽고싶어지고 막 다 가지고 싶어지는 ㅎㅎ 자냥님 새해가 시작됐습니다 새해 복 마니 받으세요 ~~

잠자냥 2022-01-01 02:02   좋아요 2 | URL
어이쿠 그런 말씀이야말로 가장 큰 칭찬아닌가요! ㅎㅎ 미니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실 12월 31일 밤 11시 59분 전에 저도 그 올해의 책 페이퍼 쓰려고 했는데 술 취한 바람에 그만 ㅋ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2-01-01 00: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히야. 역시 마지막날까지 긴 리뷰 올려주는 리뷰대왕 잠자냥님. 해피해피뉴이어~~~ 새해에도 남친이랑 냥이들이랑 행복한 삶 꾸려가시고, 플친들에겐 명품 리뷰 계속 쏘아주시와요.^^ 별 다섯이라 또 낚시질하고 갑니당^^

잠자냥 2022-01-01 02:05   좋아요 3 | URL
올해의 책 페이퍼를 쓰느냐 리뷰를 쓰느냐 고민하다가 아직 올해는 끝나지 않았다!! 리뷰를 쓰자 했는데 이제 새해네요! ㅎㅎ 책읽기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책 많이 만나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