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왜이리 더운걸까요?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잔으로 한숨돌려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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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5-20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부터 여름이니까요. 저 사진 속 풍경의 장소는 어디에요? ^^

시이소오 2016-05-20 16:57   좋아요 2 | URL
올여름은 기습적이네요ㆍ 삼악산에서 바라본 의암호 풍경입니다 😊

알레프 2016-05-2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습니다 ^^

시이소오 2016-05-21 18:27   좋아요 0 | URL
책도 좋고 풍경도 좋죠?^^

2016-05-21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5-21 19:16   좋아요 0 | URL
알레프님 시인이시네요
사진보다 해석이 좋네요^^
 
마크툽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황중환 그림 / 자음과모음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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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팩 초프라는 <완전한 삶>에서 제 정신으로 믿기 힘든 황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이 태어나기 이미 몇 백년 전에, 어떤 이가 나디라고 하는 뭉치에 자신의 삶을 기록해 놓았다는 것이다. 아마 내가 그 점성학 학교에 가서 내 나디를 뒤져보면 수도승은 이렇게 말하겠지.

 

당신은 기록되지 않았다.’ (너는 디팩 초프라가 아니잖아!)

 

마크툽Maktub’그렇게 기록되어 있다라는 뜻이다. ‘신의 섭리를 은유한다? ‘신의 섭리 따위 내 알바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나 같은 이는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예전에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을 읽고 현실에 적용했다가 개 작살 난 적이 있다. 주제 파악을 못 한 게 재앙의 원인이었을까.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었다. (, 그 당시 코엘료만 읽지 않았더라면경계심을 일깨우는 문구는 남겨두고 자기만족에 빠져들게 하는 히로뽕 경구는 과감히 버리자.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의 글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결국 자기 마음대로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음을 편히 가져라. 세상이 너희 주변에서 움직이도록 내버려두고, 스스로에게 놀라움을 느끼는 기쁨을 누려라.

 

물건에는 고유한 에너지가 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고인 물이 되어버리고, 그때부터 집은 곰팡이와 모기가 살기 좋은 곳이 된다. 물건들의 에너지가 자유롭게 발산되도록 해야 한다. 오래된 물건들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새로움이 차지할 공간이 없어진다.

 

한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박탈해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는 행복은 빼앗을 수 없다. 그리고 그 행복이 그를 구원한다.

 

내가 언젠가 죽을 거라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리고 그 대가는 상대적이다. 꿈을 좇을 때 비참하고 불행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음속의 기쁨이다.

 

실수할까 봐 두려워하면 평범함이라는 성 안에 자신을 가두게 된다. 그 성문을 부숴버릴 때 비로소 자유를 향한 결정적인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모든 길은 한곳으로 통한다. 그러나 너만의 길을 선택해라. 그 길을 끝까지 가라. 모든 길을 두루 편력하려 하지 마라.

 

다음은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쓴 글이다.


나는 끊임없이 다시 태어난다. 아침마다 삶을 다시 산다. 그런 식으로 하루를 시작한 지 80년이다. 그것은 타성에 사로잡힌 기계적인 행동이 아니라, 내 행복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아침이 되면 잠에서 깨어 피아노 앞에 앉는다. 전주곡 두 곡과 바흐의 푸가 한 곡을 연주한다. 그 음악들이 내 집을 축복으로 가득 채운다. 그것은 삶의 신비 그리고 인간의 일부를 이루는 기적과 접촉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80년 동안 이 습관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가 연주하는 음악은 결코 똑같지 않다. 음악은 항상 새롭고 환상적이고 믿을 수 없을만큼 굉장한 것을 나에게 가르쳐 준다


(나라면 음악의 자리에 책을 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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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세상에서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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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미스테리 작가 3인방은 마이클 코넬리, 제프리 디버, 할런 코벤이었다. 제프리 디버의 최근 작, <킬룸><옥토버리스트>, 할런 코벤의 최근 작 <미싱 유>를 읽고 뻘쭘해졌다.

지인들한테 추천한 작가건만 어떡한담, 이런 졸작을 쓰고 있으니.’

 

<살인자들의 섬>이나 <미스틱 리버>를 읽고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데니스 루헤인의 신작 <무너진 세상에서>를 읽고 고민에 빠졌다. 이제, 제프리 디버나 할런 코벤을 빼고 그 자리에 데니스 루헤인을 놓아야 하는 건 아닐까. .

 

하드 보일드란 이런 것이구나! 소설은 주인공 조 커글린을 중심으로 한 템파 마피아의 영락을 다루므로 마리오 푸조의 <대부>를 연상시킨다. 조에게 살인 명령이 떨어졌다. 과연 조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조폭들 이야기는 결국 권력과 죄의식, 구원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다.

 

옆집 저택에 개자식이 하나 살고 있어. 대출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집에서 내쫓았지. 빚을 갚지 못한 이유는 1929년 은행들이 이자 놀이를 하다 돈을 모두 잃었기 때문이야. 사람들이 저축도, 직업도 없는 이유는 고용주나 은행이 그 사람들 저축과 집을 날려버렸기 때문이고, 하지만 그런 이들을 집에서 내쫓은 자들? 그자들은 잘 먹고 잘 살아.....도둑과 은행가의 차이라면 내 눈엔 기껏 대학 학력이 전부야.”

바네사가 고개를 저었다.

은행가들은 거리에서 총을 쏘지 않아요, .”

정장을 구기고 싶지 않으니까. 바네사, 총이 아니라 펜으로 추악한 짓을 한다고 더 깨끗해지지는 않아.”

 

그렇다고 총으로 추악한 짓을 한다고 깨끗해지는 것도 아니다. 조 커글린은 템파 럼주 전쟁에서 스물 다섯 명을 죽였다. ‘영혼이 무구하고 삶이 자유로워조나 디온이 조폭이 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죄와 슬픔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다른 유형의 삶을 살아갈 수 없을 뿐.

 

죄가 정말로 크다면 죄의식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커진다. 또 다른 형태로 진화할 때도 있다. 이따금 불법이 불법을 낳고, 그 일이 빈번해지면, 우주의 구조를 위협하고, 결국 그 우주는 물러나고 만다.

 

마피아 세계에서는 로마 시대 원로원을 연상시키는 커미션에서 모든 결정이 이루어진다. 가진 자의 이익에 누가 된다면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어제는 그 놈이 죽었다. 오늘은 어쩌면 내 차례일지도.

 

어제 강남역 상가 화장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꽃다운 나이의 젊음이 사그라들었다. 갑질이 일반화된 사회, 갑질을 당한 을은 또 다른 병을 찾아 갑질을 부린다. 병은 또 다시......경쟁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에서 이런 사건들은 무한 반복될 것이다. ‘나는 남자니까 상관없어가 아니라 , 혹은 내 가족이 죽을 수도 있었어라는 인식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나쁜 페미니즘>을 읽으며, 이렇게나 많은 여성들이 육체적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아마도 내가 남성이어서일까. <내 심장을 향해 쏴라>의 저자 마이클 길모어의 형 게리 길모어는 아무 이유 없이 무고한 시민 두 명을 살해했다. 훗날 게리 길모어는 살면서 도움을 청하고 싶었던 사람이 없었지만 8학년 담임인 라이든 선생님에게는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라이든 선생님이 조금 더 게리에게 손을 내밀었더라도 게리는 살인을 저질렀을까. 억압된 것이 회귀된다는 건 진리다. 경쟁에서 뒤쳐진 사람들을 배제하고, 경멸하고, 멸시하는 사회에서 억압된 자들은 유령처럼,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올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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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벚꽃 2016-05-19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프리 디버와 할렌 코벤에게 실망 중이네요. 데니스 루헤인의 <무너진 세상>에서는 읽으려고 진작 준비해 두었는데... 아무래도 <운명의날>과 <밤에 살다>부터 읽어봐야 할 것 같네요. 서평 잘 읽고 거요^^

시이소오 2016-05-19 22:50   좋아요 0 | URL
저도 두 작품 모두 읽고싶네요^^

비로그인 2016-05-19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 이해하는 갑질 없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시이소오 2016-05-19 23:33   좋아요 0 | URL
기득 권을 가진자들이 조금 만 양보하면 좋을텐데요 ^^;

2016-05-21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5-21 12:1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말씀을 들으니 데니스루헤인 책을 더 읽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
 
비상경보기 - 절실하게, 진지하게, 통쾌하게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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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에 의해서든 아니면 음악에 의해서든 또는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에 의해서든 진리는 화들짝, 돌연 일격을 당한 듯 자기 침상에서 깨어나길 바란다. 진정한 작가의 내면에 갖춰져 있는 비상경보기의 숫자를 다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집필한다는 것은 그런 비상경보기를 켠다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 벤야민, <일방통행로>

 

강신주는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이 난무하는 시대, 사이비가 판치는 시대에 철학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신독재의 망령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친일파들을 그때 살려두었기 때문일까. 프랑스는 나치협력자 200만 명을 심판했다. 한국의 나치들을 어이할까. 적과 동지라는 이분법은 필요하다.

 

칼 슈미트에 따르면 모든 종교적, 도덕적, 경제적, 인종적 또는 그밖의 대립은 그것이 실제로 인간을 적과 동지로 분류하기에 충분할 만큼 강력한 경우에는 정치적인 대립으로 변화하게 된다.”

 

우리에게 적이란 누구일까? 친일파의 후예이며 친미파로 갈아타 국민들을 총칼로 살해한 독재정권의 잔당인 새누리당과 보수세력, 재벌들이다.

 

자화자는 말했다. ‘온전한 삶이 첫째이고, 부족한 삶이 둘째이며, 죽음이 그 다음이고, 핍박받는 삶이 제일 못하다.’

 

다수의 99%가 소수의 기득권 세력에게 핍박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언제까지 자발적 복종으로 착취당하며 살아야할까. 새누리당은 얼마나 자랑스러워할까. 한국이 세계 11연패를 달성했으니. 11년 연속 자살율 1! 삶의 척박함을 사회구조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전가시킨 탓이다. (세계 11연패를 달성하기 위해 온갖 쓰레기 학자들과 언론인, 방송인들이 동원되었다. 이들 지식인들은 한 사람이 자살할 때마다 기뻐해도 좋으리라. 한 사람이 자살할 때마다 이들에게 공로상을 줘야하지 않을까.)

 

규제를 완화하는 게 자유인가? 초식동물과 육식동물 사이의 칸막이를 없앴다. 초식동물의 자유란 이제 사냥감이 될 자유뿐이다. 진주의료원은 폐쇄되었다. 이윤이 남지 않기 때문에? 언제부터 공공의료기관이 이윤을 남겨야 했지? 우리는 도로교통법이 헌법에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를 막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이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말이나 되는 일인가? 프랑스인들은 시위가 벌어지는 날이면 차를 집에 두고 직장으로 출근한다. 한국에서처럼 시위대 때문에 차가 막힌다고 경적을 울리는 사람이 있다면 프랑스에서는 시민들이 차를 뒤집어엎을 것이다. 시위대 때문에 차가 막힌다는 이유로 시위대 욕하는 후배가 있었다. 절교했다.

 

아직도 색깔론을 운운하는 사람이 있나? B.R 마이어스는 <왜 북한은 극우의 나라인가?>라는 책을 썼다. 전 국민의 새누리당 화, 그게 빨갱이다. 새누리당 색깔도 이제 빨갛지 않은가.

 

돼지같은 자본주의시대에 민주주의로 가는 일방통행로 같은 건 없다. 곳곳에 자본가들의 졸개들이 길을 가로 막고 있다. 그렇다면 돌아가면, 즉 우회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도 막으면? 골목길로, 혹은 개구멍으로도 나가면 되는 것 아닌가. 그 어느때보다도 지식인 혹은 학자들의 파르헤지아가 필요한 시대다. 진실을 말하는 용기 말이다. 우리 선배들은 단지 그저 책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도 고문을 받고 죽어갔다. 아니, 아무런 잘못도 없이 죽어가기도 했다. 지금은 유신 독재 시대가 아니다. 도대체 뭐가 무서워 기득권의 비위에 맞춰 거짓말만 늘어놓는 걸까.

 

학계에서 강신주를 비판한다고? 자본가들 앞에서 꼬리나 흔드는 것들이?

양두구육, 지록위마의 시대에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오늘 518일이다. 아직도 5.18을 간첩이 일으킨 거라 말하는 정신 나간 것들이 있다. (이제는 고소당할테니 입조심 해라.) 정권이 바뀌는 대로 5. 18 관련자들 전부 색출해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김대중은 자신이 뭐라고 전두환을 용서한다고 풀어준 걸까. 수백만의 시민들이 용서하지 않았는데? 여전히 5, 18 학살 세력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자신이, 자신의 가족이 곤봉으로 얻어맞아 뇌수가 터져나가야 정신을 차릴텐가.

 

죽을 줄 알면서도 도청을 사수하다, 가족들 때문에 할 수없이 도청에서 도망친 분들, 부당함에 복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잔인하게 살해당한 모든 시민들의 명복을 빈다.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마르크스는 말했던 적이 있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다른 한 번은 희극으로." 와! 진리다. 1965년 6월 22일 ‘한일협정’이 조인된 순간이 비극이었다면, 2015년 12월 28일 위안부 협상이 타결된 순간은 바로 희극이었으니,...

"어느 시대에 등장하든 간에, 모더니티는 기존의 믿음을 산산이 부수지 않고서는 그리고 ‘실재의 결여’를 발견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가 없었다. 동시에 모더니티는 다른 실재들을 발명하면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

-리오타르, <포스트모던의 조건>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 인간을 이 두 가지 공간의 어느 한쪽에 가두어 버릴 때, 그는 살 수 없다. 그럴 때 광장에 폭동의 피가 흐르고 밀실에서 광란의 부르짖음이 새어나온다. 우리는 분수가 터지고 밝은 햇빛 아래 뭇 꽃이 피고 영웅과 신들의 동상으로 치장이 된 광장에서 바다처럼 우람한 합창에 한몫 끼기를 원하며 그와 똑같은 진실로 개인의 일기장과 저녁에 벗어놓은 채 새벽에 잊고 간 애인의 장갑이 얹힌 침대에 걸터앉아 광장을 잊어버릴 수 있는 시간을 원한다. "

- 최인훈, <광장> 서문 중에서.

<세미나XX>에서 라캉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자는 오직 자신의 욕망만을 돌아본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마디로 남자는 이기적이고 심지어는 어린아이와 같은 성적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자기중심적인 욕망이 강해져서 타자와 충돌하는 것이 바로 강박증이다.

그래서 스펙터클이란 "삶에 대한 시각적 부정"이라고 기 드보르는 자신의 주저 <스펙터클의 사회>에서 강조했던 것이다.

자신의 주저 <팡세>에서 파스칼은 인간의 본질을 이성이 아니라, 허영에서 찾는다. 중요한 것은 허영의 이면에는 비합리적인 인정 욕구라는 메커니즘이 자리 잡고 있다는 그의 통찰이다. "허영은 사람의 마음속에 너무나도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것이어서 병사도, 아랫것들도, 요리사도, 인부도 자기를 자랑하고 찬양해 줄 사람들을 원한다. 심지어 철학자도 찬양자를 갖기를 원한다......이것을 읽는 사람들은 읽었다는 영광을 얻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렇게 쓰는 나도 아마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아마도 이것을 읽을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개념으로는 도달하지 못하는 것, 개념의 추상 메커니즘을 통해 삭제된 것, 아직 개념의 본보기가 되지 않는 것, 그런 것이 개념에 대해서는 절박한 것이 된다." 그의 주저 <부정변증법>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도르노는 ‘절박함’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무엇에 대한 절박함이었을까?

여기서 우리는 기철학을 표방한 것으로 위대한 형이상학자 장재의 이야기를 음미할 필요가 있다.

"하늘을 나의 아버지라 부르고 땅을 나의 어머니로 부르며, 나는 이처럼 미미한 존재로 아득하고 광대한 천지에 태어나 살고 있다. (...) 사람들은 모두 나의 가족이며, 만물은 모두 나의 동료이다. (...) 천하에 피곤하고, 고달프며, 병들고 불구인 사람, 그리고 부모나 자식, 남편이나 아내가 없는 사람들은 모두 나의 형제들 중에 넘어져 고통스러우먼셔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다."

장재의 주저 <정몽>에 등장하는 유명한 구절이다.

벤야민이 역사철학자로서 자신의 임무를 술회하면서 "곁을 거슬러 역사를 솔질하는 것을 자신의 과제로 본다"라고 말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제강점기나 혹은 유신 시절에 아무리 세련된 문물들이 범람했을 지라도 심지어 그것들이 그 시절 유물의 99퍼센트라고 할지라도, 우리는 결을 거슬러 역사를 솔질해야만 한다. 그 모든 세련된 문물들은 결국 제국주의를 위해, 혹은 독재자를 위해, 아니면 자본주의를 위해 바쳐진 기념비일 테니까 말이다.

<시간과 타자>에서 레비나스는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타자가 나와 더불어 공동의 존재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자아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타자와의 관계는 공동체와의 전원적이고 조화로운 관계가 아니며, 우리가 타자의 입장에서 봄으로써 우리 자신이 그와 유사하다고 인식하도록 만드는 공감도 전혀 아니다. 타자와의 관계는 우리에 대해 외재적인 것이다." 한마디로 타자는 역지사지가 불가능해지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타자와의 제대로 된 관계는 당장 현재는 불가능하고, 오직 미래에 가능하기를 꿈꿀 수밖에 없다.

"철학이 하나의 삶의 형식이라는 사실은 고대철학의 세계에 관통하고 스며들어 있으며 지속되고 있는 파르헤지아라는 기능, 즉 용감하게 진실을 말하는 기능이란 일반 도식으로 해석되어야만 한다. 철학적 삶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물론 어떤 것들의 포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인생의 선택이다."

..파르헤지아라의 가치는 솔직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만 빛을 발한다. 이런 이유로 푸코는 파르헤지아라는 개념에 "용감하게"라는 수식어를 붙였던 것이다.

영민한 현대 프랑스 사회철학자 앙리 르페브르도 자신의 저서 <리듬분석>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미디어화는 대화를 지우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이다.

‘리스판스response’가 ‘반응’이라는 의미라면, ‘어빌러티ability’는 ‘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러니까 ‘리스판서빌러티’는 ‘반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람이든 동식물이든 아니면 사물이든 간혹 우리는 타자의 고통이 뼈저리게 다가오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이 순간 우리는 타자의 고통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1992년에 출간된 시집 <희망의 나이>를 마무리하면서 시인 김정환도 말한 적이 있다. "사회성과 서정성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 정확히 말해 그것이 나의 관심사는 아니다. 내게 시의 문제는 사회적 서정의 수준을 높이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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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8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8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Dora 2016-05-18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분들의 명복을 빕니다..좋은리뷰도 감사하구요 강신주샘 강의 듣고파

시이소오 2016-05-18 20:37   좋아요 1 | URL
제가 감사하죠 ^^

cyrus 2016-05-18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비 시대에 적응하는 사이비, 가짜 철학자도 있을 거예요. 요즘 시대에 뭐가 진짜인지 사이비인지 구별하기가 힘들어요. ^^;;

시이소오 2016-05-18 20:38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 사이비가 워낙에 판을 쳐서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힘든 시기네요. ^^ :

2016-05-19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5-19 09:42   좋아요 0 | URL
그랬나요 ^^;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박선경 그림 / 마음산책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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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2014년 최고의 한국 장편 소설 3편을 뽑자면 한강의 <소년이 온다>, 성석제의 <투명인간> 그리고 이기호의 <차남들의 세계사>. (그러고보면 2015년 최고의 한국 소설은 뭘까? 언뜻 떠오르지가 않는다.뭐가 있는지요? )

 

한국 소설가 중 웃길 줄 아는 소설가는 성석제, 이기호, 천명관, 윤성희 정도가 아닐까. 그 중에서도 성석제와 이기호는 우열을 가르기 힘들만큼 웃긴 소설가다. 웃기다기 보다는 웃픈소설가라고 해야 할까. 성석제나 이기호의 소설을 읽다 낄낄거리고 웃다보면 어느새 울고 싶어진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단편집이라기 보단 콩트집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짧은 글이지만 웃픈세상사는 짧지 않았다.

 

검도 도장 관장인 승혁 씨는 중학생 아이를 폭행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한다. 중학생 아이가 소녀 시대 태연 양을 험담했기에 때렸다나. 형사가 합의를 종용하자 사랑이 어디 합의할 수 있는 거던가요?”라며 합의를 거부하는 승혁씨. <벚꽃 흩날리는 이유>

 

는 중동에서 삼십 년 살았다는 할머니 옆 좌석에 앉아 있다, 메르스가 걱정되어 스튜어디스에게 자리를 바꿔달라고 요청한다. 할머니는 부천시 중동에 사신다고. <타인 바이러스>

 

편도 차비만 손에 들고 강원도 해수욕장을 찾은 세 젊은이들은 유흥비를 벌기 위해 주차장 알바를 시작한다. 사흘 만에 더위 먹고, 화상입어 지쳐버린 친구들은 알바를 그만두고 사장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데 숙박비, 식비 빼고 받은 돈은 세 사람 분 고작 팔 만원. 해변엔 사람들이 웃고 뛰어다니는데. <그녀와 마주친 어느 오후>

 

나는 자살을 하기 위해 고속도로 쉼터에서 번개탄을 피우려는데 주변에 정차한 트럭 기사가 라이터 불을 달라고 계속 귀찮게 한다. 자꾸만 귀찮게 하는 트럭 기사에게 나는 벌컥 화를 낸다.

 

저기 그러지 마시고요, 선생님. 여기 벤치에 앉아서 저하고 같이 고등어나 한 마리 구워 드시죠. 어차피 라이터도 저 주셔서 번개탄 붙이기도 어려울 텐데....., 그냥 허기나 채우자고요. 별도 좋은데.”

 

그의 말에 는 자신도 모르게 뚝뚝 눈물을 흘린다. <미드나잇 하이웨이>

(나도 모르게 나도 운다.)

 

는 아버지 산소 옆으로 어머니가 키우던 봉순이를 매장하기 위해 땅을 판다. 어머니 말로는 봉순이가 잠든 어머니를 보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고. 봉순이가 엎드려 있던 곳엔 어머니의 양말 두 짝이 얌전히 놓여 있었다.

 

사람한테 일 년이 강아지한텐 칠 년이라고 하더라. 봉순이는 칠 년도 넘게 아픈 몸으로 내 옆을 지켜준거야. 내 양말을 제 몸으로 데워주면서.” <우리에겐 일년, 누군가에게 칠년>

 

사업을 말아먹은 기준씨는 아들의 축구 실력에 희망을 걸고 아들을 유소년 축구단에 가입시킨다. 아들은 긴장해서인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 아들은 공 한번 제대로 차지 못했다. 아들 말로는 자기 학교에서 축구할 땐 다섯 명 씩 하는데 -아들 학교는 전교생이 30명 이다. - 여긴 열한 명씩 한다고...애들이 너무 많단다. 그 말을 들은 기준 씨는 곧 울 것만 같은 심정이 된다. < 달려라 아들 >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1년 만에 해고당한 그는 어느날 tv를 보다가 또띠아 토스트를 해먹기로 하고 부엌에서 조리를 한다. 밀가루 반죽을 하다 소주병이 깨져버리고 새벽 네 시에 놀라서 깬 부모님이 거실로 뛰쳐나온다. 어머니가 만두를 해먹으려고 했던 거냐고 묻자 그는 또띠아를 해보려고....”했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묻는다.

뽀삐를 왜 해먹어? 이 새벽에?”

 

하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그저 모든 것이 부끄러워졌을 뿐이었다. 나는 그저 무언가를 다시 해보려고 했을 뿐인데......그는 괜스레 케이블 tv 속 셰프가 원망스러웠다. 누구에겐 초간단 요리가 또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음을.....아무도 그것을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초간단 또띠아 토스트 레시피>

 

시골의 아버지는 노을 다방미스 심을 태우고 가다 오토바이 사고를 일으킨다. ‘는 아버지를 서울 병원으로 모신다. 그와 함께 병원 로비 프랜차이츠 커피 전문점으로 간 아버지는 다방 문화에 익숙해서인지 카운터 여자 아르바이트 생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가씨도 한 잔 마셔.”

 

그가 전화를 받기 위해 커피숍 바깥으로 나간 사이, 아버지는 테이블 앞에서 부르르 떠는 진동벨을 놓고 안절부절 어쩔 바 몰라한다. 그러다, 결국 아버지는 진동 벨을 귓가에 갖다 댄다.

여보세요?” <입동전후>

 

가진 자 들의 자유를 부르짖는 신자유주의, ‘돼지 같은 자본주의세상은 철창이 무너진 동물원과 같다. 너나 나나 모두 다 가려워 보인다’. 가려운 데 긁을 수 없으면 어떡할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면 된다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볼까.

 

그냥 허기나 채우자고요. 별도 좋은데.” 


(우왕, 한강님의 맨부커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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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희망 2016-05-17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고의 장편에 소년이 온다와 투명인간이 있습니다
두 작품이 다른 무늬로 울게 만들더군요
왠만해선~~도 또 그런 종류구요

시이소오 2016-05-17 10:05   좋아요 2 | URL
한강님 맨부커상 수상으로 <소년이 온다> 한 백만 부 팔렸으면 좋겠네요.^^

CREBBP 2016-05-17 1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강님 수상 덕에 소년이 온다도 전세계적으로 많이 팔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알려지고, 아직도 처살아서 오늘도 어김없이 주둥이를 나불대고 있는 살인마를 세상에 더 알리고.. 그랬으면 좋겠네요

시이소오 2016-05-17 12:29   좋아요 1 | URL
동감이에요. 살인마들 잔당들이 아직도 한 나라를 농단하고 있다는걸 전 세계인이 알게되면 한국 민주화운동도 좀 더힘을 얻을 수 있겠죠? ^__^

알레프 2016-05-17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네요 ^^

시이소오 2016-05-18 00:40   좋아요 0 | URL
이기호 작가의 장편에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 재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