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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툽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황중환 그림 / 자음과모음 / 2016년 2월
평점 :
디팩 초프라는 <완전한 삶>에서 제 정신으로 믿기 힘든 황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이 태어나기 이미 몇 백년 전에, 어떤 이가 ‘나디’라고 하는 뭉치에 자신의 삶을 기록해 놓았다는 것이다. 아마 내가 그 점성학 학교에 가서 ‘내 나디’를 뒤져보면 수도승은 이렇게 말하겠지.
‘당신은 기록되지 않았다.’ (너는 디팩 초프라가 아니잖아!)
‘마크툽Maktub’은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라는 뜻이다. ‘신의 섭리’를 은유한다? ‘신의 섭리 따위 내 알바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나 같은 이는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예전에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을 읽고 현실에 적용했다가 개 작살 난 적이 있다. 주제 파악을 못 한 게 재앙의 원인이었을까.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었다. (아, 그 당시 코엘료만 읽지 않았더라면) 경계심을 일깨우는 문구는 남겨두고 자기만족에 빠져들게 하는 ‘히로뽕 경구’는 과감히 버리자.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의 글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결국 자기 마음대로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음을 편히 가져라. 세상이 너희 주변에서 움직이도록 내버려두고, 스스로에게 놀라움을 느끼는 기쁨을 누려라.
물건에는 고유한 에너지가 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고인 물이 되어버리고, 그때부터 집은 곰팡이와 모기가 살기 좋은 곳이 된다. 물건들의 에너지가 자유롭게 발산되도록 해야 한다. 오래된 물건들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새로움이 차지할 공간이 없어진다.
한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박탈해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는 행복은 빼앗을 수 없다. 그리고 그 행복이 그를 구원한다.
내가 언젠가 죽을 거라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리고 그 대가는 상대적이다. 꿈을 좇을 때 비참하고 불행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음속의 기쁨이다.
실수할까 봐 두려워하면 평범함이라는 성 안에 자신을 가두게 된다. 그 성문을 부숴버릴 때 비로소 자유를 향한 결정적인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모든 길은 한곳으로 통한다. 그러나 너만의 길을 선택해라. 그 길을 끝까지 가라. 모든 길을 두루 편력하려 하지 마라.
다음은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쓴 글이다.
나는 끊임없이 다시 태어난다. 아침마다 삶을 다시 산다. 그런 식으로 하루를 시작한 지 80년이다. 그것은 타성에 사로잡힌 기계적인 행동이 아니라, 내 행복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아침이 되면 잠에서 깨어 피아노 앞에 앉는다. 전주곡 두 곡과 바흐의 푸가 한 곡을 연주한다. 그 음악들이 내 집을 축복으로 가득 채운다. 그것은 삶의 신비 그리고 인간의 일부를 이루는 기적과 접촉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80년 동안 이 습관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가 연주하는 음악은 결코 똑같지 않다. 음악은 항상 새롭고 환상적이고 믿을 수 없을만큼 굉장한 것을 나에게 가르쳐 준다.
(나라면 음악의 자리에 책을 놓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