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8일에 러시아 대선이 있다. 별로 관심거리가 되지 않는 건 푸틴의 재선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푸틴의 관심도 자신의 득표율 갱신에 있다). 여느 대선이라면 2위 득표자에 눈길이 갈 수도 있지만 러시아대선은 예외다. 잠재적 경쟁자들은 이미 선거 이전에 다 정리해놓은 상태이라다(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쭉정이들만 남겨놓았다). 푸틴에 반대하는 러시아 유권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선거 보이콧밖에 없는 듯싶다.

푸틴이 당선된다면 임기가 2024년까지다. 지난 2000년부터 무려 24년간 집귄하는 게 된다(그 가운데 4년은 자신의 보좌관을 대통령에 앉힌 실세 총리 시절). 말 그대로 러시아는 ‘차르 푸틴‘의 치세를 살고 있다. 이런 게 현실인지라 푸틴에 관한 책을 한권 더 구했다. 후베르토 자이펠의 <푸틴: 권력의 논리>(지식갤러리)로 저자는 푸틴과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던 독일 기자다.

앞서 일본과 미국의 시각을 보여주는 책이 나왔었기에 독일 쪽 시각도 알고 싶어서 구했다. 언젠가는 푸틴 이후의 러시아를 과연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푸틴은 올해로써 박정희의 18년 치세를 넘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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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문학사나 지성사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게 ‘시베리아 유형‘이다. 작가로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시베리아 유형을 체험한 대표 작가다(<죄와 벌>의 에필로그에서도 시베리아로 유형간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를 만나볼 수 있다. 영화로는 ‘시베리아의 이발사‘가 떠오른다. ‘러브 오브 시베리아‘의 원제). 의당 관심도서가 될 수밖에 없는 책이 나왔다. 한정숙 교수의 <시베리아 유형의 역사>(민음사).

˝저자는 다양한 사료와 실제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하여 시베리아 유형 제도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이 책은 시베리아 유형 제도의 역사는 물론 유형수들의 생활사까지 총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시베리아 유형 제도를 평면적인 형벌 제도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한 부분으로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러시아문학과 역사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도 아주 요긴한 책이겠다. 시베리아 문학과 기행 관련서들과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언젠가 시베리아 문학기행이라도 가볼 수 있을까. 흠, 겨울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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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강의준비를 하다가 생각이 나서 이사야 벌린의 대표 에세이의 하나인 <고슴도치와 여우>(애플북스)를 주말에 다시 주문했다. 내가 갖고 있는 건 2007년판인데 현재 유통되고 있는 건 2010년 개정판이어서다. 2007년판은 오류(오역과 오탈자)가 많아서 추천하기 어려웠는데 개정판에서 개선이 되었는지 확인하려는 차원이다.

벌린의 에세이가 <전쟁과 평화>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 ‘톨스토이의 역사관에 대하여‘가 에세이의 부제인 것에서 연관성을 곧바로 알 수 있다. 참고할 만한 게 아니라 필독서인 것. 사실 이 에세이의 번역은 한 종 더 나와있다. <러시아 사상가>(생각의나무)에도 수록돼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문학과 사상을 이해하는 데 아주 좋은 책이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재는 절판된 상태다. ‘고슴도치와 여우‘의 번역만 하더라도 애플북스판보다 훨씬 낫지만 새로 구해볼 수 없다는 게 함정.

그래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애플북스판을 손에 들 수밖에 없다. 입수하는 대로 검토해보고 추천여부를 결정하려 한다. 참고로 벌린의 에세이 원문(영어)은 인터넷상에서 어렵지 않게 다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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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희곡 <어둠의 힘>(뿌쉬낀하우스)이 새로 번역돼 나왔다. 몇 차례 번역본이 나왔던 작품이지만 모두 절판된지라 강의에서 다루기 어려웠다. 작가정신판 톨스토이 전집에서도 처음 기획에서와 달리 희곡집이 빠지면서(<전쟁과 평화>도 불발로 끝났다) 희곡 작가 톨스토이는 그간에 접해볼 수 없었던 것. <어둠의 힘>은 1887년작으로 톨스토이의 대표 희곡이다.

 

"똘스또이가 1887년에 발표한 희곡 작품으로 뚤라 주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작품의 줄거리는 주인공 니끼따가 병약한 부농의 아내인 아니시야와 불륜의 사랑을 시작하면서 절도, 근친상간, 살인 등의 온갖 범죄를 저지르지만, 훗날 의붓딸의 결혼식장에서 자신의 모든 죄를 고백하고 참회한다는 내용이다. 5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품의 검열 단계에서 4막이 지나치게 사실적이어서 연극 무대 상연으로 다소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아 4막의 뒷부분에 대한 이본이 추가되었다."

 

 

한편 이번 번역본은 '레프 똘스또이 전집'의 보급판 '똘스또이 클래식' 시리즈의 하나인데, 여섯번째 책이라고는 하지만, 전집 규모로 완간되려면 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중편 정도 분량이 책 한권으로 나오고 있는 터여서 장편소설의 경우에는 어떤 형태로 나올지 궁금하다. 그보다는 이렇듯 다른 전집에 빠진 작품들이 발 빠르게 재번역되면 좋겠다...

 

17. 0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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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미성년>(1875)에 대한 강의를 마치고 귀가하여 윌리엄 케인의 <위대한 작가는 어떻게 쓰는가>(교유서가)를 펼쳐들었다. ‘작가 지망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에서 저자가 한 장을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처럼 써라‘에 할애하고 있어서다. 결미에서 핵심을 이렇게 요약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작가를 위한 작가다. 그의 작품이 현대의 취향에서는 다소 장황해 보일지 몰라도 작가들에게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가치를 지닌다. 그 어떤 소설도 등장인물의 마음과 영혼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않고서는 완벽할 수 없다. 도스토옙스키는 우리에게 그 방법을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장면전환과 독자가 좋아할 만한 목소리 만드는 법, 강렬한 감정에 휘둘리는 인물의 외모와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것이 바로 도스토옙스키의 유산이고 그가 현대작가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주로 기법 차원에서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배울 점을 제시하고 있는데 저자가 겨냥하는 작가지망생이라면 숙지해볼 만하다. 하지만 관심사가 좀 다르기에 나는 강의에서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현재성과 함께 <미성년>이 장편소설 사이클에서 갖는 위상과 의의에 초점을 맞추었다.

흔히 도스토예프스기의 ‘4대 장편소설‘이라고 하면 <죄와 벌>(1866)부터 <백치>(1869), <악령>(1872), 그리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880)까지 <미성년>을 제외한 네 편을 가리킨다. <미성년>은 부수적인 작품으로 간주하는 셈인데, 실제로 오랫동안 다른 네 편에 비해서는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아무래도 마지막 걸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워낙 강력한 작품이어서 상대적으로 묻힌 면도 있다. 그렇지만 나의 관점은 그의 다섯 장편이 일련의 연쇄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죄와 벌>로부터 이어지는 그의 장편들은 앞선 작품의 주제와 문제의식을 변주하면서 심화해나간다. <미성년> 역시 이 연결고리에 하나이기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아르카지 돌고루키의 1인칭 수기가 더 완성도 높은 3인칭 서사로 구현된 것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인 것이다.

이러한 연쇄는 톨스토이의 장편들과도 대조가 된다.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부활>로 이어지는 세 장편을 나는 연속적으로 읽기 어렵다. 세 작품을 떠받치고 있는 작가적 세계관이 모두 다르기에, 이 장편들을 각기 다른 세 작가가 썼다고 해도 믿을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의 차이점 가운데 하나다(강의에서는 두 작가에게서 ‘깨달음‘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도 비교했는데 조금 자세하게 설명해야 해서 여기서는 생략한다). 이번에 <미성년>을 다루면서 나대로 배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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