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1942- )과 관련한 최근 소식은 그다지 유쾌한 것이 아니었다. 한때 '학대받는 남편'이란 소문이 떠돌기도 했었는데 결국은 그가 두번째 아내와도 이혼할 거라는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막이야 호사가들의 관심거리일 수도 있겠지만, 왠지 '이혼' 등의 어휘는 호킹이란 이름과는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역시나 '우주'이고 '시간의 역사'이지 않겠는가. 올초에 그가 쓴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까치글방, 2006)이 출간됐었는데, 한해가 가기 전에 그가 엮어서 해설을 쓴 책 한권이 더 출간됐다.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까치글방, 2006)이 그것이다.

 

 

 

 

지금은 새 판본들이 출간돼 있지만, 옛날 학부시절에 읽었던 <시간의 역사>(삼성이데아, 1989)가 기억에 떠오른다(그는 칼 세이건 이후의 '스타 과학자'였다). 그 시절에 나는 52킬로까지 체중이 떨어지기도 해서 지인들이 '스티븐 호킹'이라고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었다. 하긴 수학에만 자신이 있었더라면 '사람으로 붐비는' 인문학 대신에(그래서 언제나 멜랑콜리하다) '별들로 반짝이는' 천문학을 공부했을지도 몰랐지만(물론 천문학자의 지상에서의 삶이란 것도 '학대받는 남편' 언저리라니까 좀 서글프긴 하다). 

몇년 전에 <호두껍질 속의 우주>(까치글방, 2001)를 고가에 구입해서 부듯해한 적이 있는데, 둘러보니 또 박스에 들어가 있는 모양이다(박스에 들어가 있는 우주!). <거의 모든 것의 역사>도 같은 운명이고(박스에 들어가 있는 역사!). 돈푼깨나 없는 인문학자로선 천문학책을 넘겨보는 것도 사치인 모양이다. 그냥 소개기사나 읽어두도록 한다...  

한겨레(06. 11. 03) 스티븐 호킹이 재구성한 '거인들의 생애'

1684년 8월 아이작 뉴턴은 영국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혜성으로 유명한)의 느닷없는 방문을 받았다. 직전에 핼리와 동료과학자들은 ‘행성들이 타원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이유’를 알아내는 내기를 했다. 도움을 청하려 뉴턴을 찾은 핼리는 역제곱 법칙이 해법이라고 짐작하고서, 그에게 “만약 태양에 의한 힘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면 행성의 궤도가 어떤 모양이 될 것 같으냐”고 물었다. 뉴턴은 즉시 “타원이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뉴턴은 그러나 감탄해 마지 않던 핼리에게 자신이 계산했던 문서를 찾아주지 못했다. 그는 대신 다시 계산을 해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뉴턴은 이후 2년 동안 칩거하면서 걸작 <프린키피아> 곧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를 저술했다.(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

지동설, 타원 궤도의 법칙, 만유인력의 법칙, E=mc2, 상대성 이론…. 과학교과서는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케플러, 뉴턴, 아인슈타인 등 근대 물리학의 대과학자들을 ‘기호’로 전달해준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내가 더 멀리 보아왔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등의 경구와 짧은 일화가 장식으로 곁들여지기도 하지만, 교과서에서 이들의 과학적 업적과 삶의 궤적을 동시에 그려내는 일은 너무도 뛰어난 상상력을 요구한다.



20세기 가장 뛰어난 물리학자로 꼽히는 스티븐 호킹이 편저자로 돼 있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 물리학과 천문학의 위대한 업적들>(까치 펴냄)은 이들 5명의 과학자의 생애와 대표적 저술을 담고 있다. 책을 옮긴 김동광 박사(과학사회학)는 “직접 원전을 접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당시 연구가 이뤄지던 맥락과 함께 거인들이 쓴 글을 직접 읽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괴테가 ‘인간 정신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평가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 <두 주요 세계 체계-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에 대한 대화>로 종신형을 받은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마지막 역작 <두 새로운 과학에 대한 대화>, 자신의 수태 기간을 분 단위까지 계산할 정도로 절대적 엄밀함을 추구하면서 헌신적 삶은 산 요하네스 케플러의 <우주의 조화>(제5권), 뉴턴의 <프린키피아>, 특수 상대성 이론이 담긴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 역학에 대하여> 등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논문 5편이 실려 있다.(이근영 기자)

06. 1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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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6-11-03 09:13   좋아요 0 | URL
이런, 기사 마지막줄이 감흥을 깨네요.

클레어 2006-11-08 09:20   좋아요 0 | URL
예전 기사에 따르면 호킹박사는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대학자와 가정폭력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볼 수 있지만 장애인과 간병 간호사로 인연을 맺었던 호킹부부의 관계를 보면 대학자란 타이틀이 가정에서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네요.

로쟈 2006-11-08 11:46   좋아요 0 | URL
네, 그런 기사들이 떴었지요. 본문에 적은 대로 천체물리학자라 하더라도 지상의 '육체'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