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늦게 귀가해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가까운 일본이고, 긴 일정은 아니어서 여행의 여독은 없었지만 그럴 경우에 대비했다는 듯이 집에는 물난리가 나 있었다. 이번 한파에 위층 배수관이 동파되었는지(관리사무소의 추정이다) 누수 때문에 전에도 문제가 생겼던 방에서 아예 물이 뚝뚝 떨어진 것이다. 물받이통을 몇시간에 한번씩 비워주어야 할 정도였다. 여행과 일상의 낙차가 이렇게 크다니!

오늘 오전에 위층 공사를 했다고 하여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이런 문제가 아니었다면 일본문학기행 후기를 몇개 더 올렸을지도. 이번 참가자 분들이 가장 좋은 인상을 받은 건 아무래도 <설국>의 배경인 에치고유자와의 설경일 듯싶다(어느 여행지이든 겨울에는 아무래도 설경이 압권이다). 해마다 설국기행단이 꾸려지는 이유가 다 있는 것. 유자와에서도 그런 관광객을 위해 잘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향토박물관에 해당하는 ‘설국관‘의 방 하나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그의 <설국>에 할애되어 있었다.

가와바타가 묵었던 다카한 료칸에서도 안내인이 가와바타와 다카한의 인연에 대한 소개를 곁들였고 재현된 방에 직접 들어가볼 수도 있게 했다. 영화 <설국>도 상영해주었고(시간관계상 서두와 하이라이트 장면만 보았다. 원작과는 결말이 전혀 다른 영화였지만). 우리는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다른 료칸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고 온천욕을 즐겼다. 겨울 노천욕은 처음 해본 듯싶다. 많은 분들이 유자와에서 일박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할 정도로 설국의 풍경은 낯설고 인상적이었다. 물론 거기에 아우라가 되어 주는 존재가 가와바타의 <설국>인 것이고.

설국기행의 소박한 기념물로 내가 챙긴 건 일어판 <설국>이다. 설국관에서 신조사판 문고본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가격은 360엔(지금 보니 알라딘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국내에는 <설국>에 대한 연구서도 두어 권 나와 있다. 예전에 강의할 때 일부를 참고했는데 이젠 좀더 확실한 실감을 갖고서 작품과 연구서를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게 문학기행의 눈에 보이지 않는 소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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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1-29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설국>과 함께 아르테 클래식클라우드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좋았습니다
온세상이 눈에 덮인 밤 은하수가 쏟아지는 장면이 마음에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