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전'으로 아프리카문학 대표작들을 고른다. 벤 오크리의 <굶주린 길>(문학과지성사, 2014)이 출간되어서인데, 1959년생인 벤 오크리는 나이지리아 중부 민나 출생이고 나이지리아 정부 장학생으로 영국의 대학에서 공부한 후 BBC에서 프리랜서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대표작이 1991년에 발표하여 부커상을 수상한 <굶주린 길>이다. 어떤 작품인가.

 

벤 오크리는 독립을 전후로 한 격동기의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났다. 치누아 아체베, 윌레 소앙카와 같은 아프리카 문학 1세대 작가들이 아프리카의 식민지 현실과 독립에의 열망을 문학에 담아냈다면 벤 오크리는 독립 이후 아프리카의 현실에 주목한다. 어린 시절 겪은 비아프라 내전과 이어지는 숱한 종족 갈등과 쿠데타는 벤 오크리에게 정신적 상흔으로 남았으며, 그는 이 어두운 역사를 수많은 작품에 담아냈다. 소설 <굶주린 길>도 그 연장선에 있다. 리얼리즘의 한계를 느낀 벤 오크리는 현실과 초현실을 오가는 혼령 아이를 설정해, 혼란의 시기에 자신이 직접 본 살아 숨 쉬는 일반인들의 역사, 그 역사를 온몸에 새긴 인물들을 묘사하며, 마치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오고 가는 혼령 아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국 나이지리아를 그려냈다.

 

동시대 아프리카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점에서는 1세대 작가로 올해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던 응구기 와 시응오도 같이 떠올릴 만하다. 펭귄판 <울지마라, 아이야>(1964)에 벤 오크리가 서문을 붙이고 있어서 연관짓게 된 것인데, 1938년생인 응구기의 대표작은 1967년작인 <한 톨의 밀알>(들녘, 2014)이다(번역본은 여러 번 재출간됐다). 어떤 작품인가.

월레 소잉카, 치누아 아체베, 나딘 고디머, 존 쿳시 등과 더불어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응구기 와 시옹오. 응구기가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한 작품으로, 작가의 작품세계가 전환기를 맞이했음을 알려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형식, 내용, 문체 등 모든 면에서 그의 최고작으로 손꼽힌다. 외부 세력에 의한 공동체의 붕괴가 가져다준 비극과, 그 공동체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지난한 과정에서 사람들의 심리와 행위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때문에 로렌스의 서정성과 콘라드의 비극성을 잘 조화시켜 놓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요컨대, 아프리카문학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면, 이 두 작가의 대표작을 꺼내놓을 수 있겠다. 제목도 비슷하게 연상되기에 기억도 쉽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프리카문학의 강의에서 다룬다면 필수 커리 두 편은 정해진 셈이다...

 

14.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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