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배송받은 책의 하나는 밀턴 마이어의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갈라파고스, 2014)다. 제목으로는 내용을 어림할 수 없는데, 부제는 '나치 시대 독일인의 삶, 선한 사람들의 침묵이 만든 오욕의 역사'.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밀턴 마이어가 1년간 독일에 거주하면서 나치에 가담했던 열 명과 심층적 인터뷰를 통해 완성한 이 책은 나치와 히틀러의 잔혹상이 여전히 생생했던 1955년에 출간되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나치 시대를 이해하는 필독서로서 꾸준히 읽히고 있다"는 소개다.

 

 

'꾸준히 읽히고 있다'는 건 영어판이 아직 절판되지 않은 걸로도 확인된다. 하지만 저자가 언론인 겸 교육가로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교육혁명>(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고 함에도 다른 책은 검색되지 않는다. <짐승의 본성> 같은 책이 눈에 띌 뿐. 아무튼 책의 의의는 무엇인가.

마이어는 예리한 분석과 통찰로 나치즘이 단순히 무기력한 수백만 명 위에 군림하는 악마적인 소수의 독재가 아니라 오히려 다수 대중의 동조와 협력의 산물이었음을 밝혀낸다. 보통사람들의 공범관계를 드러낸 이러한 문제의식은 훗날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 재판을 참관하면서 제기한 ‘악의 평범성’ ‘무사고’에 깊게 맞닿아 있다. 밀턴 마이어는 다수의 침묵이 멀쩡했던 한 사회가 순식간에 광기의 사회로 돌변하는 데 어떻게 일조할 수 있는지 강력하게 경고하는데,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하는 우리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나치즘과 나치 시대와 관한 책은 다수가 출간돼 있다.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바우만의 <현대성과 홀로코스트> 같은 화제작에서부터 독일 역사가 데틀레프 포이케르트의 <나치 시대의 일상사>(개마고원, 2003)도 그 일부다. 밀턴 마이어의 책과 겹쳐 읽을 만하다. 더불어, '선한 사람들의 침묵'이 가져온 가공할 만한 결과는 언제고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나치 시대에만 한정된 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14. 12.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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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 2019-02-26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극기 부대를 이해하는데 이 책이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