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뉴스공장> 영화코너를 보고 이 영화에 호기심이 생겨서 봤는데 후회한다. 패널의 딱 한마디가 영화의 핵심이라 스포일러가 되어 버렸다.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봤으면 허걱, 하면서 봤을 것 같다. 이 영화를 굳이 빗대자면 설정은 <이끼>같은 논두렁 스릴러에다 파졸리니 영화같은, 에로틱하면서도 기괴한 느낌이 버무려져 있는 영화같다. 이것도 스포일러가 될까 자세히 말할 수 없다만 자신의 욕망(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다른 것을 포기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사회적 평판, 체면,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 등등. 홍상수 영화가 무의식적으로 깔린 (주로 성적인) 욕망들을 다룬 것처럼 ‘참 서슬퍼런 욕망(성욕) 그리고 질투’가 이 영화에는 안개처럼 깔려있다. 많은 리뷰가 마지막 장면을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는데 나는 자막이 올라올 때의 사운드가 오히려 기억에 남았다. 예전에 산티아고에 간 적이 있는데 순례 중에 아직 어둑한 새벽 숲 길을 지난 적이 있다. 컴컴한 어둠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알 수 없는 새소리부터 나뭇가지 부서지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무언가 살아 움직이는 낌새들이 웅웅웅 어둠 저편에, 약간은 불온한 느낌까지 들면서 맥동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숲의 어둠 속에 있었다. 그 때의 느낌을 마지막 사운드가 재현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 영화 전체를 요약한 엔딩 크레딧이다. 숲은 이 영화에서 사람들의 행위를 감추고, 감춘 행위를 드러내는 심연같은 곳으로 표현된다. 왠지 요즘 자신의 삶이 물기를 쥐어짠 걸레같은 느낌이 든다면, 집요하다 못해 뻔뻔하기까지 한 욕망의 기운을 느껴보고 싶다면 한번 추천.
ps 우연인지 요즘 트렌드인지 모르겠다만 <퀴어>에 이어 남성 성기를 영화에서 자주 보게 된 것 같다. <프레타 포르테>의 ‘하트’부터 예전에 논란은 주로 여성 성기였던 거 같은데 이것도 시대의 영향인가? 뭐 이것도 분장일 수 있다. <섹스 이즈 코미디>를 보고 이것도 분장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