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성으로 산다는 것
스기타 슌스케 지음, 명다인 옮김 / 또다른우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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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남자는 약자일 수 있는가?-> '피해올림픽'은 의미가 없다.  '유리지하실'은 존재한다는 입장. 오히려 약자남성은 남성이라는 이유로 소수자정체성이나 연대조차 힘들다.


둘째 그렇다면 약자남성은 어떻게 살것인가? ->안티페미니즘이나 외국인혐오 등으로 흑화하는 것은 적을 잘못 찾는 것이다. 차라리 '인셀 레프트'가 되는 게 낫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길조차 막혀 있다면... 그래도 타인을 증오와 혐오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자신의 삶의 존엄을 스스로 찾아라. 이 대목에서 저자가 묘사하는 삶의 모습은 영화 '패터슨'이나 '퍼펙트 데이즈'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발밑을 확인하면서 한발한발 내딛다 고개를 들면 어느새 길이 끝나있을 거야..  . 더 거친 버전으로는 <인간증발>(레나 모제,책세상)에서 등장하는 가마의 일용 노동자가 있다. 거칠고 삐딱한 가마의 일용노동자는 상처투성이의 인생을 안고, 이빨이 빠진 채로 끝까지 자신의 두 다리와 두 팔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힘이 다했을 때, 고통 속에서 이름없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이런 삶에서 숭고의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경쟁적이고 일과 돈벌이에 몰빵하는 남자보다 여러 커뮤니티와 연대를 추구하는 여자가 더 실속이 있다. 저자 역시 비슷한 삶을 살고 있어서인지 정서적으로 감기는 데가 있다. 반면 내용이나 논리가 약간 부실하다는 느낌은 든다. 그러니까 이건 에세이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인셀테러",로라 베이츠,위즈덤하우스)이 전부는 아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 책은 '힐빌리의 노래'(J.D.밴스, 흐름출판)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이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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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남성들은 고된 삶과 취약성이라는 복합적인 요인들로 힘들어하다 일반적인 ‘국민‘이나 ‘시민‘의 틀에서 탈락했다. ‘평범‘하고 ‘착실한 생활을 하기 어렵게 되었다.
소수자는 차별당하는 속성을 무기로 내세워 정체성 정치로 전환할 수도 있다. 부당하게 억압된 권리를 주장할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처지가 더 낫다는 의미는아니다.
하지만 소수자 속성이 없는 ‘남성‘들은 정치성을 띨 수없다. 연대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개인이 충분히 성찰할 여유도 없다.
이렇게 되면 내면의 불행, 고뇌 그리고 약함에서 비롯된마음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안티‘나 ‘인셀‘의 어둠으로 빠지기 쉽다. ‘안티‘와 ‘인셀‘이 주는 강렬하고 일시적인 감정은 그들을 한 집단으로 묶어주며, 인터넷 전장에서 ‘적‘
과 싸우면 적어도 고양감과 보람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길은 구원으로 향하지 않는, 너무도 슬프고 암울한 길이 아닌가 - P57

비정규적이고 주변적인 남성들은 어쩌면 남성 특권에 보호받은 패권적인 ‘남자다움‘과는 다른 가치관, 즉 성과주의, 능력주의, 우생학, 가부장제 가치관을 대체할 급진적이고 근원적인 가치관을 발견해낼 기회를 얻은 것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고 돈도 없고 무지하고 무능한 남성들이,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공격하는 행동을 극복하고, 행복하고 착실하게 살아간다면 그것 자체로 혁명적인 실천이 아닐까?
이러한 생활 방식, 이렇게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는 같은길을 뒤따라올 남성들에게 작은 빛과 용기를 줄 것이다.
약자 남성들의 질문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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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직면한 생태학적 곤경의 뿌리에 도사린것은 경쟁적인 생산 지상주의 논리인데 생태 관료주의는 이런 논리를 - P92

재고하려 하지 않고 생태학을 자원 효율과 위험 관리를 목표로 하는경영 전략의 집합으로 축소한다. 나머지 세계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북반구에서도 이미 이루어낸 생산성의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명은 이제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는데도 이것을 기술의 문제로만 다룬다. 생태 관료주의가 떠오르면 사회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또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생산하고 소비해야 하는가 같은, 사회 윤리를 둘러싼 근본적 논의가 묻힌다. 그리고 서구인의 욕망이 서구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암묵적으로 당연한 것으로 전제되며 생산에 모든에너지를 쏟아붓지 않고 낮은 수준의 상품 거래를 일부러 선호하는사회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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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나온 묵시록이다...

지구의 생물다양성이 사라지고 화석 연료 자원이 줄어들고 지구기후가 불안해지면서 유럽의 성공을 가져왔던 조건을 더는 확보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자원은 쉽게 조달할 수도 싸게 조달할 수도 없을것이다. 특히 줄어드는 석유 공급과 위기에 처한 기후 혼란을 보면 아무래도 미래의 역사가들이 지난 200년 동안의 유럽-대서양 문명을 세계사 안에서 괄호로 묶어두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자동차 사회, 고층아파트, 화학 농업, 육류 기반 식량 체계가 지구 전체로 퍼져나가면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 잘 안 된다. 거기에 들어가는 자원은 너무 - P16

나 막대하고 너무나 값이 비싸고 지역 생태계와 생물권에도 악영향을미칠 것이다.
유럽-대서양의 풍요 모델은 예외적 조건에서 생겨난 것이라서 세계전역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서 그 모델은 구조적으로 사회적 배제를 요구할 수밖에 없어서 지구 차원의 공정을 떠받치기에는부적절하다. 따라서 성장이 곧 발전이라는 생각은 범지구 차원의 아파르트헤이트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앞으로는 국제 정치를 이끌어가는 개념이 되기 어렵다. 세계 시민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번영을 누리려면 유럽-대서양의 생산과 소비 모델은 지구에 부담을 많이 주지 않는 복리의 양식에 자리를 내주어야한다. 생산과 소비의 양상은 자원을 적게 쓰고 생태계와 양립할 수 있어야만 정의로움에 부합할 것이다. 따라서 21세기에는 생태학 없이는공정도 없을 것이다. - P17

신은 인도가 서양을 본떠서 공업화로 나서는 것을 금지한다. 작은 섬나라 하나(잉글랜드)의 경제 제국주의가 지금 세계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 인구가 3억인 나라가 하나같이 그런 경제 수탈에 나선다면 메뚜기떼처럼 세계를 깡그리 벗겨먹을 것이다.


-모한다스 간디-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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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자에게 아주 친절한 책은 아니다. 번역도 썩 잘된 것 같진 않고, 내용을 더 보강해서 개정판이 나오면 좋을 거 같다. 차라리 영화 <빅쇼트>를 보고 난 다음 이 책을 읽는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묘사된 월스트리트 채권시장의 특징은 주식시장과 달리 가격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시장이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적군의 동태를 염탐하듯 금융권 관계자들과 미팅하는 장면들이 곧잘 나온다. 등장하는 CDOABX하는 단어들에 기죽을 필요 없다. 전부 외부인의 개입을 달가와하지 않는 월가에서 일부러 암호처럼 만들어 낸 거니까.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시장은 월가의 금융업자들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거다. 마치 비트코인이 없던 시장을 만들어 낸 것과 같다. 물론 CDO는 실물자산과 실낱같은 연결이 있다는 점이 다르지만 핵심적인 역학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그 시장을 둘러싸고 마치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식으로 모든 관계자들이 삽질을 한 거다. 신용평가사, 은행, 보험사, 심지어는 정부까지. 이들은 급할게 없었다. 아무리 큰 구멍이 나도 땜빵해 주는 나같은 호구 납세자가 있으니까. 영화 <인사이드 잡>에서도 지적했던 건데 남의 돈으로 파산잔치를 벌인 이들은 수천만달러의 인센티브는 깨알같이 챙겨갔다. 책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스티브 아이스먼이 월가를 탐험하며 느낀 것은 이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지독한 사기꾼이거나 멍청이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CDO 시장이 실물경제와 완전히 따로 노는 모습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실은 허울이고 몇몇의 대형금융기관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영화 <빅쇼트>, <인사이드 잡>, <마진 콜>을 잇달아 봤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세상에 믿을 놈 없다'이다.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긴 게 아니라 하이에나한테 투뿔 한우를 던져주는 격이다. CDO를 만든 사람도 CDO의 정확한 구성을 모른다. 신용평가사는 고객을 잃을까봐 트리플A를 남발한다. 정부관계자는 스티브 아이스만이 말하는 것을 도통 이해하지 못한다. 심지어는 막판에 CDO가 부도날 것 같으니까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 같은 대형금융회사가 CDO를 추천상품으로 팔고 관련한 신용부도스와프를 사서 부도가 나면 이익을 챙긴다. (<인사이드 잡>에 나오는 내용이다. <마진 콜>이 아마 이 내용을 극화한 것일 게다. 우리나라도 홍콩ELS 어쩌구 하면서 뭐가 있지 않았나? <인사이드잡>의 한국판 비스끄리한건지 모르겠다.) 결국 이들이 한 일은 남의 돈으로 돈 따먹기 내기를 한 거다. <마진 콜>에 나오는 대사처럼 대신 삽질을 했으면 구멍이라도 팠을 거다. <인사이드 잡>의 대사처럼 현실의 엔지니어들은 다리를 만들지만 월가의 금융인들은 꿈을 만들고 그 꿈이 악몽으로 변하면 피해는 다른 사람들이 입는다. 2008년에 나는 30대초반의 직장인이었는데 사실 금융위기는 다른 나라얘기였다. 월급이 깎일 일도 없고 자산 손실을 얘기하기엔 모아놓은 자산도 없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들의 무분별한 행동 하나하나가 먼 이역만리에 사는 누군가에게 분명히 피해를 입혔을 것이다. 거기에 대응하지 못한 사람은 갑자기 몰려온 쓰나미에 무기력하게 쓸려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내가 이런 느낌을 상상할 수 있는 이유는 갑자기 오른 집값 덕분이다. 나는 그냥 내게 주어진 책무를 다하며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월가의 금융인같은 애들이 장난을 쳐서 갑자기 부동산 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다면? 분명한 건 정부와 기득권은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거다. <인사이드 잡>에서는 시종일관 정부가 금융기관 편을 들다가 금융위기가 터지자 세금으로 이걸 땜빵하고 금융위기를 유발한 장본인을 금융개혁 책임자로 다시 선임하는 과정까지 나온다.(이걸 보고나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심히 의심스러워진다.) 엔클로저 운동 때문에 농민이 어쩔 수 없이 노동자가 되는 것처럼, 그냥 살던 땅에서 쫓겨나서 경매사이트나 대부업체를 기웃거리는 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시 이익을 얻는 건 금융기관이나 부동산회사일 것이다. 정말 이중삼중으로 쪽쪽 빨리는 거다. 우리가 지금껏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전부 꿈일지도 모른다. 언제 악몽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꿈 말이다.

 

ps.1 영화 <빅쇼트>를 이제야 봤는데 맥도날드에서 깔끔한 햄버거 세트를 먹는 기분이다. 명배우들과 재치있는 연출의 콜라보.


2. <인사이드 잡>은 2011년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금융위기의 내막을 파헤친 다큐다. 영화에선 정의의 편인 칸 IMF총재가 한국에서 개봉하기 전 성폭행 미수로 물의를 일으켜 인지부조화가 생기는 대목이 있다. 내노라하는 자신만만한 하버드 경제학자들이 감독의 질문을 받고 갑자기 버벅대는 장면은 지금 봐도 아이러니다.


3. <마진 콜>은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바로 직전 월가 금융기관의 하루를 묘사한다. 케빈 스페이시, 폴 베타니, 제레미 아이언스, 데미 무어 등 이름난 배우들을 전부 모아놓았는데 시너지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다. 무사만루에 2득점 같은 느낌.


4. 스티브 아이스만이 숫자를 들고 시장동향조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사회통계학'이라는 학문이 떠오른다. 통계학과 전공했으면 월가를 꿈꿨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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