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꿈의 귀환이다. 4k리마스터링이 무슨 기술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데우스부터 밀레니엄 맘보, 바톤핑크까지 흘러간 꿈들이 다시 돌아온다. “통통 튀고 떼굴떼굴 구르는 배두나의 활력”이 당시 20자평이었던 <린다 린다 린다>를 봤다. 나에게는 오래전 놓쳐버린,아쉽기는 하지만 굳이 찾아볼 동기까지는 없는, 제주 게스트하우스에서 우연히 만났다 다음날 헤어져서 다시 만날 일이 없지만 간혹 기억이 나는 오래전 누군가 같은 추억으로 남은 영화였는데, 신기술 덕분인지 인류 문화사가 막바지라 그런지 다시 볼 기회가 생겼다. 물론 격세지감이다. 매표소에서 표를 살 때 약간 민망했는데 여고생들이 떼거지로 등장하는 청춘영화를 혼자 보는 나에게 변태 이미지가 중첩되나? 하는 노파심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영화는 잔잔했다.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을 그만둔대> 같은 분위기였다. 일단 배경이 도쿄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릴리슈슈에 나오는 도시같이 중소도시에, 학교는 내가 다녔던 학교처럼 낡아 있었다. 배우들의 대사는 절제되어 있고, 이야기 전개는 평탄했다. 미소년, 미소녀를 앞세운 디즈니풍의 청춘물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배두나가 때굴때굴 구르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통통 튀지 않는다. 일본말이 어눌한 설정인 배두나는 대부분 조용히 있다가 가끔 한국어 대사를 하는데 그 때만큼은 배두나스럽다 싶은 느낌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은 한 번쯤 들어봤거나 겪어봤을 이야기들이다. 끝내 하지 못한 고백 혹은 차여본 경험, 친했다가 나이가 들면서 라이벌이 된 친구 사이, 유급해서 옥상에 상주하는 느긋한 장수생, 축제 며칠 전에 밤새워 하는 합주 연습,,,. 그런 사소한 게 무슨 의미냐고 묻는다면 영화 속 대사처럼 의미같은 건 없다. 하지만 그래서 이 영화속 장면들은 오래전 내가 겪은 추억같은 효과를 낸다. 결국 린다린다린다를 불러 제끼는 마지막 장면은 마지막 학창시절의 작지만 소중한 승리같은 것이리라.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는 그들은 곧 졸업을 하고, 어쨌든 삶은 계속될 것이다.
ps 얼마전에 배두나를 비롯한 ‘파란 마음’멤버들이 방한했던데 나는 엉뚱하게도 케이와 다투고 밴드에서 나가서 시종일관 삐진 표정만 보여주었던 린코와 손목 부상으로 연주를 못한 모에의 근황이 궁금했다. 특히 시간을 때우느라 술을 마시고 ‘water is wide’를 부르는 모에 캐릭터와 배우 이미지가 너무 잘 맞아서 마치 내가 그 캐릭터를 잘 아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 ‘조연’들은 그 후 어떤 ‘주연’의 시간을 보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