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무라카미 류 셀렉션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장정일 해설 / 이상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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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 바깥에서 그 창건너편에서 검고 거대한 새가 날고 있을지도 모른다. 검은 밤 그자체와도 같은 거대한 새, 늘 보는 빵 부스러기를 쪼아 먹는 새처럼 하늘을 나는 검은 새, 다만 너무 크기 때문에 부리 사이의 구멍이 동굴처럼 창 건너편으로 보일 뿐, 그 전체를 볼 수 없을거 - P182

야. 내가 죽인 모기는 나를 전체적으로 보지도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녹색 체액을 간직한 부드러운 배를 찌부러뜨린 거대한 뭔가가 나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모르고 죽었다. 지금 나는저 모기와 마찬가지로 검은 새에 짓눌려 찌부러지려 한다. 그린아이스는 그것을 가르쳐주려고 온 것일 거야. 나에게 가르쳐주려고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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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영화<애니>라고 꼬맹이 하나가 주연으로 원맨쇼를 펼치며 히트했던 헐리웃 가족영화가 있었는데 “TOMORROW” 라는 주제곡도 유명했던 걸로 기억한다. 포스터만 보면 이 영화도 비슷한 부류가 아닐까 싶은데 감독이 소마이 신지다. <태풍클럽>이 청춘 학원물이 아니었던 것처럼 이 영화도 <애니>같은 문법을 따르는 것 같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묵직하다. 부모가 이혼하려고 하고 있다. 밝고 나이에 걸맞지 않게 되바라진 꼬마는 그게 싫다. 뭐 충분히 내용을 예상할 수 있지 않은가, <내 사랑 컬리 수><마이키 이야기> 같은 분위기로 뽑아내면 딱이다. 영알못이라 처음 듣는 타마다 토모코?라는 꼬맹이가 실제로 애니처럼 영화를 이끌어 간다. 꼬맹이... 라는 편견을 가지고 영화를 봐서 그런지 연기에 몰입은 잘 되지 않았지만 역시 원맨쇼 수준이다. 하지만 <태풍클럽>처럼 이 영화에도 예술영화틱한 인고의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꼬마는 조금 더 성장하고 모두 행복하고 살았습니다..라고 무난하게 끝내기에는 마지막 장면의 무게가 상당한 것이다. 단순히 귀여운 꼬마의 가족영화, 성장영화라는 틀에 가두기엔 영화의 품이 너무 크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최근에 애인하고 이별했거나 부쩍 늘어나는 흰머리와 주름살에 나도 늙었구나, 하고 현타에 빠진 사람에게 권한다. 오늘도 상실을 경험하셨나요? 축하드립니다. 또다시 새로운 스테이지가 시작되겠군요. 이번 스테이지도 꿋꿋이, 끝까지 클리어하실거라고 믿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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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밀란 쿤데라 전집 14
밀란 쿤데라 지음, 한용택 옮김 / 민음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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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드베르구르 베르그손은 위대한 유럽 소설가다. 그의 예술에 첫 번째로 영감을 준 것은사회적 또는 역사적 호기심이 아니고, 지리적 호기심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실존적 추구이며 진정한 실존적 치열함이고,
이 덕분에 그의 소설은 (내 생각으로는) 소설의 현대성이라고부를 수 있는 것의 정중앙에 자리를 잡는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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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 소설을 둘러싼 일곱 가지 이야기 밀란 쿤데라 전집 13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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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는 패배했다. 그리고 그 어떤 위대함도없었다. 왜냐하면 있는 그대로의 인간의 삶이 패배라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삶이라고 부르는 이 피할 수 없는 패배에직면한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그 패배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소설 기술의 존재 이유가 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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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뉴스공장> 영화코너를 보고 이 영화에 호기심이 생겨서 봤는데 후회한다. 패널의 딱 한마디가 영화의 핵심이라 스포일러가 되어 버렸다.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봤으면 허걱, 하면서 봤을 것 같다. 이 영화를 굳이 빗대자면 설정은 <이끼>같은 논두렁 스릴러에다 파졸리니 영화같은, 에로틱하면서도 기괴한 느낌이 버무려져 있는 영화같다. 이것도 스포일러가 될까 자세히 말할 수 없다만 자신의 욕망(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다른 것을 포기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사회적 평판, 체면,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 등등. 홍상수 영화가 무의식적으로 깔린 (주로 성적인) 욕망들을 다룬 것처럼 참 서슬퍼런 욕망(성욕) 그리고 질투가 이 영화에는 안개처럼 깔려있다. 많은 리뷰가 마지막 장면을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는데 나는 자막이 올라올 때의 사운드가 오히려 기억에 남았다. 예전에 산티아고에 간 적이 있는데 순례 중에 아직 어둑한 새벽 숲 길을 지난 적이 있다. 컴컴한 어둠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알 수 없는 새소리부터 나뭇가지 부서지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무언가 살아 움직이는 낌새들이 웅웅웅 어둠 저편에, 약간은 불온한 느낌까지 들면서 맥동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숲의 어둠 속에 있었다. 그 때의 느낌을 마지막 사운드가 재현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 영화 전체를 요약한 엔딩 크레딧이다. 숲은 이 영화에서 사람들의 행위를 감추고, 감춘 행위를 드러내는 심연같은 곳으로 표현된다. 왠지 요즘 자신의 삶이 물기를 쥐어짠 걸레같은 느낌이 든다면, 집요하다 못해 뻔뻔하기까지 한 욕망의 기운을 느껴보고 싶다면 한번 추천.

 

ps 우연인지 요즘 트렌드인지 모르겠다만 <퀴어>에 이어 남성 성기를 영화에서 자주 보게 된 것 같다. <프레타 포르테>하트부터 예전에 논란은 주로 여성 성기였던 거 같은데 이것도 시대의 영향인가? 뭐 이것도 분장일 수 있다. <섹스 이즈 코미디>를 보고 이것도 분장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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