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역사 아카데미 목요강좌

푸른역사 아카데미 강좌에 대해선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아카데미의 설립 취지와 기획에 관한 인터뷰기사가 올라왔기에 한번 더 옮겨놓는다. 이 강의공간과 강좌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한겨레(11. 06. 15) 새로운 ‘역사 대중화’ 위해 학계·출판계 뭉쳤다

<대장금>을 비롯한 텔레비전 사극들의 높은 인기가 보여주듯, 역사는 대중들이 누리는 인문교양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분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는 1990년대 중반부터 학계나 출판계에서 활발하게 펼쳤던 ‘역사 대중화’ 작업들이 큰 구실을 했다. 반면 한껏 높아진 대중의 열기에 견줘 지금 학계·출판계가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서려는 발걸음은 충분하지 못하다는 성찰도 나오고 있다. 역사 분야의 석·박사 전공자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역사 대중화를 선도해왔다고 평가받는 출판사인 푸른역사가 지난 4월부터 ‘푸른역사 아카데미’라는 이름의 시민 교육기관을 만들고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위치한 건물 3층에 책장과 책상, 세미나실 등 공부에 필요한 공간을 갖추고, 독서모임이나 각종 강좌를 펼치고 있다. 중소 규모 출판사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교육기관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사랑방 모임’이라는 세미나 모임을 통해 꾸준히 교류해왔던 박혜숙(사진 오른쪽) 푸른역사 대표와 푸른역사 아카데미 원장을 맡은 임기환(왼쪽) 서울교대 교수를 만나 아카데미의 취지와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두 사람은 아카데미 설립의 기본적인 취지에 대해 “역사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만남의 공간’을 제공하자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 교수는 “이미 다듬은 생각을 전달만 하는 책이나 특정 시기와 장소에만 열리는 강좌들로서는 역사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의 열망을 모두 끌어안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기존의 출판 방식만으로는 깊고 다양해지는 대중들의 관심을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학계와 출판계 모두 새로운 시도를 위해 대중들과 직접 만나는 소통 창구를 원했다는 얘기다.

푸른역사 아카데미의 두드러진 특징은 역사적 사실의 전달에 그치지 않고, 역사를 시민교양의 한 분야로 삼아 새로운 ‘기획’을 선보이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목요일마다 열리는 고정강좌다. 여기에선 노성두 박사의 미술사, 김수영 연세대 강사의 철학, ‘인터넷 서평꾼 로쟈’란 필명으로 유명한 이현우 박사의 문학, 음악칼럼니스트 정준호씨의 클래식 강좌가 열린다. 강좌마다 40~50명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고 한다.

기획강좌의 내용도 새롭다. 15일 처음 열리는 ‘논쟁-대담’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에서는 역사학자인 김영미 국민대 교수와 정치학자인 이광일씨의 발표를 중심으로, 박정희 체제와 새마을 운동에 대해 역사학자와 정치학자의 관점이 어떻게 다른지 견줘볼 예정이다. 지난 13일부터 열린 기획강좌 ‘역사가가 편집자에게’ 역시 새로운 시도다. 출판시장에서는 주로 대중이 어떤 역사서를 원하는가에 눈을 맞추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연구자들이 스스로 거둔 연구 성과를 단행본으로 만들기보다는, 대중들이 읽기 편한 주제를 중심으로 기존에 나온 학계의 성과들을 엮고 짜맞추는 출판 기획이 많다. 이에 대해 아카데미는 지식 생산자인 학자들은 어떤 책이 만들어지길 원하는지에 귀를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임 교수와 함께 김기봉 교수, 한명기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서, 역사대중서는 왜 팩션과 미시사에 열광하는지, 학계에서 보는 한국사의 새로운 트렌드는 무엇인지 등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아카데미는 이런 새로운 시도들 속에서 학계와 대중, 학계와 학계 사이에 다리를 놓는 ‘매개체’ 구실을 할 것이라고 한다. 박혜숙 대표는 “현재 이른바 ‘학술진흥재단(학진) 시스템’이라 불리는 연구·글쓰기 시스템에서 나오는 결과물, 즉 논문은 대중들에게 직접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학계에선 대중들과의 소통을 이룰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학자인 임 교수는 “기본적으로 학자에겐 연구의 신뢰도를 검증받기 위한 시스템에 충실한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학계와 대중 사이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기획’ 역량이 그만큼 절실하다”고 말했다.(최원형 기자) 

11. 0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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