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 번역의 의의와 문제점

다수의 세계문학전집이 백가쟁명에 접어든 시점에 걸맞게 세계문학론을 전체적으로 조감한 책이 출간됐다. 창비담론총서의 네번째 책으로 나온 <세계문학론>(창비, 2010)이 그것이다. 부제는 '지구화시대 문학의 쟁점들'. 개인적으론 <창작과비평>(2007년 겨울호)에 실었던 글도 재수록돼 반갑다. 소개기사를 옮겨놓는다. 참고로, <안과 밖>(2010년 하반기)도 세계문학론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경향신문(10. 12. 28) '민족문학 속 보편성’ 세계문학을 논하다 

1970~90년대 ‘민족문학론’ ‘리얼리즘론’ ‘분단체제론’ 등 한국 사회의 담론 지형에 큰 영향을 미친 이론들을 생산해온 창비가 창비담론총서의 새 단행본으로 <세계문학론:지구화시대 문학의 쟁점들>을 펴냈다. 지난해 출간된 <이중과제론> <87년 체제론> <신자유주의 대안론>에 이은 네 번째 총서다.  

세계문학전집 출간이 붐을 이루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무라카미 하루키, 파울로 코엘료, 베르나르 베르베르 같은 외국 작가의 작품들이 줄지어 이름을 올리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창비의 ‘세계문학’에 대한 성찰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문학평론가 백낙청·유희석, 브라질의 문학이론가 호베르트 슈바르스의 글 등 모두 13편이 실렸다.

책에서 논하는 세계문학은 세계문학전집류가 취해온 서구 중심의 주요 고전을 모아 놓는 방식과도, ‘해리 포터’ 시리즈 같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대중문학과도 거리를 둔다. <세계문학론>이 근거로 삼는 개념은 19세기 초 괴테가 주창한 ‘세계문학’(Weltliteratur)이다. 괴테는 민족문학의 편향성과 편협성을 경계하며 개별 국가의 민족문학 속에서 보편적인 인간성을 추구한 문학을 ‘세계문학’으로 일컬었다.

그렇다면 한국문학에 민족문학으로서의 특수성과 함께 보편성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백낙청은 과거 민족문학론운동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한반도의 분단체제 극복이라는 과제와 세계체제 재편을 연결지으며, 그런 의미에서 분단체제와 대결하는 민족문학이 세계문학의 진전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유희석씨는 이 논의를 한걸음 더 발전시킨다. 그는 “세계체제의 반주변부와 주변부가 하나의 체제로 작동하는 한반도라는 모호하고도 중층적인 현실 자체가 획일화·기계화되는 삶에 저항할 의지가 있는 작가들에게 상상력을 발휘할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도 문학평론가 정홍수는 우리 민족문학이 서구문학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상상력과 가치를 지닌 문학으로 자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씨는 그런 가능성을 가진 작품으로 황석영의 <바리데기>를 들어 논의를 전개하고, 한기욱은 코맥 매카시의 <로드>와 주노 디아스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을 예로 들어 미국 내의 소수자 문학이 가져온 의미를 짚어본다. 또한 윤지관 전 한국문학번역원장, ‘로쟈’로 불리는 서평가 이현우씨 등이 현장에서 경험한 문제의식을 풀어낸다.(이영경 기자) 

10. 12. 28.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릴케 현상 2010-12-29 0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말연시 잘 보내세요. 한해를 마무리하기 전에 로쟈님 글이 실린 책이 또 나왔나 보네요. 제목도 그럴싸해 보이니 한번 사볼게요^^

로쟈 2010-12-30 07:54   좋아요 0 | URL
네, 감사.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