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의 휴식을 뒤로 하고 다시 복귀한다. 쉰다고는 했지만, 일상생활에서 따로 '휴가'를 가진 것은 아니었으므로 순수하게 하루에 서재일에 투자했던 한두 시간(때론 두어 시간)을 쉴 수 있었을 뿐이다. 그래도 나름 휴식이었고 자유시간이었으니 다시 복귀하는 일요일이 마치 월요일 같다!   

아침에 의외로 방문자가 많은 것으로 보아 휴식 이후에 무얼 갖고 돌아올 것인가 궁금해하신 분들이 많은 듯싶다. 흠, 대단한 걸 내놓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먼저 실토해야 할까? 다만 지난 화요일에 처음 휴식을 공지하고, 내가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 한편 정도는 '공유'하고 싶다.    



7명의 감독들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 <텐 미티츠: 트럼펫>(2002) 편에서 내가 본 건 핀란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개들에겐 지옥이 없다(Dogs have no hell>이다(http://www.dailymotion.com/video/x6ifim_aki-kaurismaki-dogs-have-no-hell_shortfilms).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의 한 사람이다(우연찮게도 그는 <죄와 벌>(1883)로 데뷔했다. '로쟈'와 인연이 없지 않다). 이 단편영화는 앞뒤에 나오는 트럼펫 연주까지 포함하여 12분이니까 내가 얻은 휴식만큼이나 짧다. 영화에서 흘러가는 시간도 짧다.   

"유치장에서 한 남자가 나온다. 시베리아로 떠나고 싶어하는 그에게 남은 시간은 30분. 그는 주어진 시간 안에 자기가 원하는 것들을 이루려 한다."는 게 그 줄거리다(개들에겐 천국만 있다?). 그 시간에 그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한 여인에게 찾아가 구혼을 하고 결혼반지를 사고 모스크바행 기차를 탄다!  

이 영화의 재미는 카우리스마키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남녀 배우를 볼 수 있다는 점과 무엇보다도 마르코 하비스토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마르코 하비스토의 노래는 영화에 3분 남짓 포함돼 있다(http://www.youtube.com/watch?v=piVzI5q81y0). 특이하게도 핀란드어가 아닌 영어로 부르는데, 노래의 제목은 '천둥과 번개'.     

 

지난 휴식기간에 나는 매일같이 마르코 하비스토의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다(밴드명은 'Marko Haavisto & Poutahaukat'이다). 찾아보니 마르코 하비스토의 노래는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과거가 없는 남자>(2002)에서도 콘서트 장면에서 들은 적이 있다. '파하 바니'란 노래다(http://www.youtube.com/watch?v=fn7wsxGZltM). 대체로 나는 이런 노래를 좋아한다(가사는 "매일 악마에게 쫓기고 있으니 하나님 도와주세요"라는 식으로 돼 있다. 하비스토의 또 다른 베스트로 꼽을 만한 노래는 '룸푸 소이'(http://www.youtube.com/watch?v=R9yukbhrrI0&feature=related). 가사는 전혀 대중할 수 없지만 길거리에서의 연주 장면은 흥겹고 재미있다.     

흠, 대략 이런 식으로 나는 휴기기간 동안에 잠시 '핀란드'에 다녀온 걸로 치고 싶다(그의 최근작 <황혼의 빛>(2006)도 조만간 봐야겠다). 책? 카우리스마키에 관한 책을 찾아봤지만(물론 핀란드어 책은 제외하고) 영어권에는 거의 읽을 만한 책이 나와 있지 않다(그나마 한권 눈에 띄는 건 도서관에 주문을 해놓았다).  

Андрей Плахов, Елена Плахова Аки Каурисмяки. Последний романтикКоллекция Аки Каурисмяки. Том 1 (3 DVD) Гамлет идет в бизнес / Преступление и наказание / Жизнь богемы 

이미 카우리스카미 컬렉션까지 출시돼 있는 러시아에서는 <아키 카우리스마키. 마지막 낭만주의자>(2006)란 책이 나와 있다(러시아에서는 '아키 카우리스먀키'라고 표기한다. 핀란드어로는 '아키 카우리스매키' 정도로 발음한다). 그의 영화에 대한 비평과 함께 감독 인터뷰와 시나리오, 산문까지 모아놓은 자료집 형태의 책이다. 다음번 휴가때는 이 책을 읽어야겠다!.. 

09.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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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전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1-04-12 00:37 
    어제 접한 가장 좋은 뉴스는 핀란드의 영화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전' 소식이다. 4월 19일부터 5월 1일까지 시네마테크KOFA에서 진행된다고.내겐 칸느영화제 부럽지 않은 '선물'이다. 비록 몇 편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이번 기획전에서는 국내에 소개 되었던 <성냥공장소녀>, <과거가 없는 남자>, <황혼의 빛> 외에도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연작, 감독의 보헤미안 정신을 가장 잘 대표하는 <보헤미안
 
 
펠릭스 2009-11-29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영화나 단편소설에서 느끼는 까칠함은 입안 침샘이 말라버린 건조함 같아요.

로쟈 2009-11-29 21:36   좋아요 0 | URL
카우리스마키의 초기작이 '프롤레타리아 3부작'인데, 이런 건 좀 출시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