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출간도서 중 개인적으로 의미심장하게 생각하는 것은 천병희 선생의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숲, 2008)이다. 이미 10년전에 단국대출판부판으로 나온 바 있으니 개정판이라고 할 수 있고, 당분간은 '결정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이번에 <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도 같이 나왔다). 출간작업을 맡았던 편집장의 소감을 스크랩해놓는다(역자 인터뷰 기사는 http://www.donga.com/fbin/output?f=M_s&n=200810180145&main=1 참조).

 

세계일보(08. 10. 18) [편집장과 한권의책]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소포클레스(기원전 497/6∼406/5)는 그리스 비극의 완성자로, 그가 쓴 비극 123편 중 전해오는 것은 7편, 그 중 최고의 비극으로 평가되는 ‘오이디푸스 왕(王)’이 있으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는 이를 격찬하여 비극의 전형(典型)이라고 하였다.

국내에는 이미 여러 종류의 중역본이 나와 있고 ‘오이디푸스 왕’을 읽은 독자들도 많고 다양하다. 그러나 소포클레스의 전해지는 전 작품을 접한 독자는 몇이나 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의 첫 번째 독자로서 ‘오이디푸스 왕’만 읽고 소포클레스를 놓아주기엔 그의 모든 작품이 한마디로 ‘주옥(珠玉) 같구나’하는 감탄 때문이다.

서양에서 줄곧 교재로 사용되었기에 그의 많은 작품 가운데 2500년을 살아남는 7편이다. 십수 년 전부터 그리스 비극을 원전 번역해오던 천병희 선생은 33편의 그리스 비극 전집을 목표로, 지금까지 발표한 번역들을 시대와 언어의 변화에 맞게 재번역하며 기존의 오류들을 바로잡았고,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을 번역하느라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그리스 문학의 원전 번역에 각고의 세월을 바친 노 교수의 쉼 없는 열정으로 우리도 곧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의 전집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을 갖게 된다.

그리스 비극이 완성되던 기원전 5세기는 그리스 역사의 황금시대일 뿐 아니라 서양인들이 끊임없이 그 시대의 삶의 방식 등을 당대에 재현하고자 했을 만큼 모델이 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황금시대를 살면서도 그들이 인간의 고통을 직시하고 이해하고 비극에 담아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자유의 이념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기원전 5세기 아테네답게 자유인의 비극, 당한 자로서의 고통이 아니라 행한 자의 고통과 비극 속에서 그들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혹자는 정신의 크기라고 말하고, 혹자는 인간의 숭고(崇高)라고 말한다.

그리스 비극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기도 하거니와 고전 속에서 어떤 광맥을 찾든 그건 독자의 몫이다. 어느 누구도 ‘이것 캐시오! 저것 캐시오!’ 할 수는 없다. 읽다 보면 광맥과 만난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서양 고전을 쉽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길은 원전 번역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강규순 도서출판 숲 편집장)

08. 10. 18.

P.S. 예전 번역본으로 읽은 <오이디푸스왕>은 한두 군데 오역과 매끄럽지 않은 대사들이 흠이었는데, 새 번역본은 그런 흠들이 다 가려졌을 것으로 믿는다. 고전 읽기의 즐거움도 만끽할 겸 올 겨울에 한번 숙독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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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8-10-20 09:25   좋아요 0 | URL
하...반가운 소식이네요. 곧 에우리피데스도 나오겠군요.
책 표지가 세련되 진것과 가독성을 높이는 편집 외에 또 다른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숲과 이제이북스는 열심인 것 같습니다. 끊이지 않고 팔리기야 하겠지만 또 많이 팔리지는 않을 듯...

로쟈 2008-10-20 18:47   좋아요 0 | URL
스테디셀러라면 된다면 번역도 계속 이어질 텐데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