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경향신문에 실린 해외칼럼을 읽고서야 주중에 러시아 총리가 교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언론의 표현으론 푸틴의 '내각 물갈이'인데, 알다시피 내년 봄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인지라 빅뉴스가 아닐 수 없다. 새로 임명된 Zubkov(주브코프, 주프코프, 줍코프, 주코프) 총리가 대선에 참여할 뜻이 있음을 내비치면서 포스트-푸틴에 대한 전망은 다시 혼전 국면으로 접어든 듯하다(인명 표기가 제각각으로 혼란스러운 것은 새로 바뀐 러시아어 표기법이 익숙한 예전의 표기법과 충돌하고 있어서이다). 국내 언론의 관련기사와 함께 니나 흐루시초바의 논평을 원문과 함께 옮겨놓는다(데일리 타임즈에 실린 원문은 http://www.dailytimes.com.pk/default.asp?page=2007%5C09%5C15%5Cstory_15-9-2007_pg3_3). 필자가 '흐르시쵸바'라고 돼 있지만 기사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흐루시초프'의 손녀이기도 하므로 '흐루시초바'가 맞는 표기이겠다.

한겨레(07. 09. 14) 주코프, ‘총리’ 이어 이참에 ‘대권’까지?

러시아의 차기 대권 후보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분석됐던 빅토르 주코프(사진) 총리 지명자가 13일(현지시각) 대권 도전 의사를 내비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따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후계자 구도에 주코프 지명자가 새 변수로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세르게이 이바노프 제1부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제프 제1부총리가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로 꼽혔다.

주코프는 이날 두마(하원) 정당 지도자들과 면담 뒤 대선에 참여할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총리로 재직하는 동안 업적을 쌓는다면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전했다. 드미프리 페스코프 크레믈(크렘린) 대변인은 “주코프 지명자가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말의 뉘앙스를 잘 살펴야 할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모스크바타임스> <러시아투데이> 등 현지 언론들은 1999~2000년 초 사이 푸틴의 크레믈 입성 과정과 비교하면서 주코프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점점 무게를 두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우선 그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전문관료’ 출신이라는 약점을 갖고 있지만, 푸틴도 엇비슷했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99년 8월 푸틴을 총리로 임명할 당시, 푸틴은 국가안보위원회(KGB) 출신의 전문관료였다.

또 주코프의 대중적 인지도가 낮지만 푸틴 대통령도 잘 알려진 얼굴이 아니었다. 정치 분석가인 오르로프는 “푸틴이 공개적으로 그를 지지하고, 아울러 깐깐한 금융감시자라는 평판을 갖고 있는 그가 반부패 운동을 펼친다면 대중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주코프의 대선 출마를 점치는 전문가들은 푸틴의 ‘2012년 컴백 시나리오’를 굳게 믿고 있는 듯하다. 주코프가 65살로 고령이고 연임을 노릴만한 정치적 야망이 없는 인물인 점을 고려해 푸틴이 4년짜리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이용인 기자)

조선일보(07. 09. 14) 푸틴 후계자 누구냐

블라디미르 푸틴(Putin)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12일 새 총리로 지명된 빅토르 주브코프(Zubkov)가 차기 대권 도전을 시사해 파장이 일고 있다. 13일 아침 국가두마(하원) 의원들과의 상견례로 활동을 시작한 주브코프 지명자는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와 관련, “총리로서 성공한다면 그런(대선 출마) 시나리오를 배제하지 않겠다”며 대권 욕심을 내비쳤다.

지금까지는 주브코프가 내년 5월 푸틴 대통령 퇴임까지 성공적 정권교체를 위한 ‘관리자’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부패와의 전쟁 등 국정과제를 마무리해야 하는 푸틴 대통령에게 재정감시국장 출신 주브코프가 총리에 적임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정치분석가 예브게니 나도르신은 “조세전문가인 주브코프는 푸틴의 권력 이양을 위한 실무형 총리”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푸틴 후계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1999년 8월 옐친 정부 당시 연방보안국장이던 푸틴 대통령이 총리로 임명되고 12월 대통령 후보가 됐던 경험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푸틴과 주브코프 지명자의 친분이다. 1991~93년 푸틴이 상트페테르부르크시 대외관계위원장이었을 때 주브코프는 부위원장이었지만 사제(師弟)지간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주브코프는 푸틴을 러시아어 존칭 ‘비(Βы·귀하)’ 대신 ‘티(Τы·너)’라고 부를 만큼, 실세라는 것이다.

러시아 정국에 주브코프 변수가 등장하면서 아직 베일에 싸인 푸틴 대통령의 후계구도는 한층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다. ‘빅(Big)2’인 세르게이 이바노프(Ivanov)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Medvedev) 등 두 명의 제1부총리가 지지율 30%대로 앞서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Peskov) 크렘린 대변인이 8월 말 후계 가능성을 지목한 세르게이 미로노프(Mironov) 상원의장, 보리스 그리즐로프(Gryzlov) 하원의장 등 두 명의 의회 수장(首長)도 후보다. 여기에 주브코프와 야쿠닌(Yakunin) 철도공사 사장 등이 뒤를 쫓는 형국이다.(권경복 특파원)

경향신문(07. 09. 15) [해외칼럼]크렘린의 의자 빼앗기 게임

그 시기가 다시 왔다. ‘의자 빼앗기 게임’처럼 총리가 바뀌면서 러시아의 예비 선거철이 시작됐다. 가장 마지막에 총리직에 앉는 사람이 아마도 러시아의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다. 보리스 옐친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갈 때 적어도 6명의 총리를 갈아 치웠다. 러시아의 새로운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뿐 아니라, 옐친 패밀리와 재임기간 동안 그가 축적한 재산의 안전을 보장할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가장 마지막에 총리직에 앉은 사람은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이다.

이제는 푸틴의 차례다. 미하일 프랏코프 총리를 해임시키고 재임 기간 내내 자신에게 봉사했던 내각을 해산시켰다. 12월에 열리는 국회의원 선거와 내년 3월의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1999년 옐친은 FSB(옛 KGB)의 수장으로 무명이었던 푸틴을 선택했다. 푸틴도 옐친과 마찬가지로 빅토르 주프코프 연방 재정감시국장을 총리로 끌어 올렸다.

이런 유사성에도 두 사람의 선택에 숨어있는 이유는 달라 보인다. 옐친이 푸틴을 선택한 이유는 그가 전직 KGB 스파이였지만 심장은 민주주의자라는 믿음이 바탕이 됐다. 푸틴은 공산주의가 무너진 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민주 시장인 아타톨리 쇼브차크 밑에서 일했다.

KGB는 상황을 역전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푸틴이 베레조프스키를 국제적 악인으로 만들고, 미디어 모스트 그룹 회장이었던 블라디미르 구신스키를 추방하고, 석유 재벌인 미하일 호도로코프스키를 감옥에 집어 넣었을 때 옐친과 베레조프스키를 빼곤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푸틴이 총리직을 놓고 벌이는 게임은 누가 대통령이 돼도 안전을 보장받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 아니다. 그는 크렘린을 떠나면 추방되거나 무덤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스탈린이 죽은 레닌을 격하시켰고, 흐루시초프는 스탈린을 비난했다. 브레즈네프는 흐루시초프를 자신의 별장으로 추방했다. 고르바초프는 체르넨코를 매장했다. 유독 옐친만 달랐다. 옐친은 고르바초프를 싫어했지만 점잖게 대했다. 물론 푸틴도 은퇴한 옐친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푸틴은 단순히 옐친을 무시했다.

주프코프의 지명 전에 언론은 푸틴의 대통령직을 승계할 차기 총리로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는 세르게이 이바노프 현 부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강력한 대통령으로 남기를 바라는 푸틴이 이바노프를 임명했다면 권력은 이미 누수가 시작될 것이다. 프랏코프는 사임 이유를 밝히며 이 문제를 제대로 짚었다. 주프코프를 임명한 것은 계속해서 러시아의 절대권력을 쥐고 싶은 푸틴의 의중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주프코프의 전직인 연방 재정감시국장직은 필요하면 제2의 베레조프스키 등을 탄생시키며 잠재적인 모든 적들과 경쟁자를 감시할 수 있는 정보라는 재산을 끌어올 수 있게 해준다. 유일한 관심은 주프코프나 다른 총리가 성공적으로 ‘차르(황제) 대통령’을 그의 경쟁자들이 행했던 것처럼 실각시키는 데 성공할지 여부다.(니나 흐르시쵸바 / 뉴욕 뉴스쿨 국제관계학)

Kremlin Musical Chairs

It’s that time again - Russia’s pre-election season when prime ministers are changed as in a game of musical chairs.The last one seated, it is supposed, will become Russia’s next president.

As the end of his rule approached, Boris Yeltsin went through at least a half-dozen prime ministers, looking for the one who would ensure the security not only of Russia’s new democracy and market economy, but also of his "family" and the wealth that it had accumulated during his rule.The last man seated then was, of course, Vladimir Putin.

Now it is Putin’s turn to call the tune, dismissing Mikhail Fradkov and dissolving the government that had served him throughout his second term in order to prepare for the parliamentary elections looming in December and the presidential ballot in March 2008.In 1999, Yeltsin picked Putin, who was then the little-known head of the FSB (formerly the KGB).Putin chose to elevate the equally mysterious Victor Zubkov, head of the Federal Financial Monitoring Service (also known as the "finance espionage" agency).

Despite that similarity, the reasoning behind these choices appears to be somewhat different.Yeltsin’s choice of Putin - encouraged, ironically, by Boris Berezovsky, the prominent Russian oligarch and Yeltsin advisor who is now exiled in London as Putin’s mortal enemy - was based on his belief that the quiet apparatchik, even if a former KGB spy, was a democrat at heart.After all, Putin had been a proteg? of Anatoly Sobchak, the liberal mayor of St.Petersburg as communism collapsed.

A security services insider, Putin was seen as well placed to protect Yeltsin and his oligarchic allies.Indeed, Berezovsky intended to continue ruling the country from behind the scenes, first as Yeltsin’s health failed in the final months of his presidency, and then by controlling the successor he had helped to choose.

In Russia, however, the KGB is famous for turning the tables in any struggle with the Kremlin apparat.So no one but Yeltsin and Berezovsky was surprised when Putin, their supposed marionette, began pulling the strings.And pull them he did, turning Berezovsky into an international villain, exiling former media mogul Vladimir Gusinsky, jailing the oil magnate Mikhail Khodorkovsky, and eventually imposing a new authoritarian regime behind the fa?ade of Yeltsin’s democratic institutions.

Putin’s own game of prime ministerial "musical chairs" does not reflect a desire to secure for himself a quiet position behind the scenes while someone else rules, for he knows all too well that the path from the Kremlin leads only to inner exile and the grave.Stalin replaced the dying Lenin, Khrushchev denounced Stalin, Brezhnev banished Khrushchev to his dacha, and Gorbachev buried Chernenko.

Only Yeltsin did things differently.He disliked his predecessor, Mikhail Gorbachev, as much his predecessors disliked their predecessors.But all the same he treated Gorbachev in a more decent manner because Yeltsin fundamentally believed in democracy.So he left Gorbachev a private life that could also be lived in public.Putin, of course, did not accost the retired Yeltsin, but he didn’t have to.He simply ignored him while reversing his achievements in building a free Russia.

Before Zubkov’s nomination, reports swirled that the next prime minister would become Putin’s presidential successor, with Sergei Ivanov, a current deputy prime minister, dubbed the most likely candidate.But Ivanov, who is perceived as "strong," would provide unwelcome competition to Putin, who, after all, remains a "strong" president.Had he anointed Ivanov now, Putin’s power would already begin seeping away.

The outgoing Fradkov, surprisingly, put the matter best when he explained why he had resigned: with elections approaching, Putin needed a free hand.So Zubkov’s nomination allows Putin to continue to keep his cards - and thus ultimate power in Russia - close to his chest.

Of course, Zubkov will continue Fradkov’s "Yes, whatever you say Mr.President" management style.Moreover, his former position as head of the Federal Financial Monitoring Service will allow him to draw on a wealth of information to keep tabs on all possible enemies and competitors, perhaps turning them into new model Berezovsky’s, Gusinsky’s and Khodorkovsky’s, if necessary.

The only question now is whether Zubkov, or his successor, will eventually succeed in turning Czar Vladimir into the same sort of non-person that Putin’s rivals have become.

07. 0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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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7-09-17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Zubkov. 실재 러시아말소리에 가장 가깝게 한국말로 표기하면 어떻게 되나요?

로쟈 2007-09-1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줍코프'일 겁니다. 뭐 이것도 더 들어가면 '줍꼬프'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