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는 미처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던 기사들을 지면으로 읽으면 챙기게 되곤 한다. 지난 주말 신문을 읽다가 '발견'한 건 '세계 최고의 소총'이라고 할 만한 AK-47과 그 발명자 칼라시니코프에 관한 것이다. 내용이야 옮겨놓은 두 건의 기사를 죽 훑어보시면 된다. 기사에도 적혀 있지만, AK-47이 '47년산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이란 뜻이니까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애용된다는 이 '대량살상무기'가 계속 애용되는 한 칼라시니코프의 이름도 길이 남을 만하다. 푸틴의 언급대로 '러시의 자랑'인지는 좀 헷갈리지만('칼라시니코프'는 철자대로 표기하자면 '칼라슈니코프'나 '칼라쉬니코프'가 더 자연스러운데, 개정된 외국어 표기안에 따라 '칼라시니코프'라고 통일된 듯하다).

 

경향신문(07. 07. 07) [여적]칼라시니코프

2차 세계대전 중인 1941년 소련군 탱크부대 하사관 미하일 칼라시니코프는 독일과의 전투에서 심한 부상을 입었다. 병상에서 그는 자동화기에 대한 구상을 시작했다. 소련군이 독일에 밀린 것은 자동화기가 열악했기 때문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1947년 그는 마침내 뛰어난 성능의 소총을 개발했다. 모델명은 AK47이었다. ‘칼라시니코프가 1947년 개발한 아프토마트(자동소총)’란 뜻이다.

이 때부터 칼라시니코프 소총은 숱한 전쟁과 분쟁·내전지역을 누비며 전설을 만들어 나간다. AK47의 최대 강점은 단순과 견고다. 따라서 고장이 적고 분해 조립과 조작이 쉬웠다. 제작비도 쌌다. 미국이 1957년 개발한 M16에 비해 길이가 짧아 휴대도 간편했다. 물에 젖거나 모래가 들어가도 큰 문제가 없었다. 베트남전쟁 당시 늪 속에 파묻혀 있는 녹슨 AK47을 발사해 보니 아무 이상이 없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그래서 베트콩한테서 노획한 AK47이 미군들에게 M16보다 인기가 높았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장점 덕분에 칼라시니코프 소총은 전세계로 팔려 나갔다. 지금까지 1억정 이상이 유통된 것으로 추산된다. AK47에 이어 1974년 개발한 AK74, AK101∼AK105 시리즈 등 자매모델들이 속속 나왔다. 아프리카 내전 지역 10대 초반 소년병의 어깨에 걸린 총도 십중팔구 칼라시니코프 모델이다. 이렇게 AK가 널리 유통되는 이유는 싼 가격이다. 제3세계에서 유통되는 중고 AK47은 ‘닭 한마리 가격’이란 말도 있다.

칼라시니코프 소총은 어떤 무기보다 많은 사람들을 살상하고 있다. 매년 이 총으로 죽는 사람은 25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진짜 대량살상무기(WMD)로 불릴 만도 하다. 작년 말 워싱턴포스트는 “이라크에서 미국이 애타게 찾던 WMD가 나왔다. 바로 낡은 AK47이다”는 칼럼을 실었다. 상당수 미군이 AK47에 희생되는 현실을 비꼰 것이다.

AK47이 5일로 개발 60주년을 맞았다. 푸틴 대통령은 AK47이 러시아의 창조적 천재성의 상징이라고 치하했다. 하지만 올해 87살인 칼라시니코프 자신은 어떤 감회일까. 필시 침략군을 물리치겠다는 애국심에서 개발한 무기가 강도와 테러리스트, 소년병의 손에 들려진 현실을 보고 후회막급일 것 같다.(김철웅 논설위원)

AK-47 소총을 만든 미하일 칼라시니코프가 6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러시아 공군 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소총 발명 60돌 기념식’에 참석해 총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 연합

한겨레(07. 07. 07) 옛소련 자동소총 ‘AK-47’ 개발 60년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옛 소련군 탱크부대 하사관으로 나치 독일과 싸우다 부상당한 미하일 칼라시니코프(21)는 요양중 자동소총 개발에 몰두했다. ‘나치 침략에 맞서 조국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에 불탄 칼라시니코프는 마침내 자동소총 개발에 성공했고, 이 소총은 소련군 개인화기로 채택됐다. 이 소총이 AK-47이다. AK-47의 A는 자동소총, K는 개발자 칼라시니코프, 47은 소총 개발이 완료돼 소련군 개인화기로 채택된 해를 뜻한다.

AK-47는 전세계 소총 시장의 80%를 차지하며 전세계에 1억정이 넘게 돌아다닌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은 메시지를 담은 비디오를 녹화할 때 옆에 AK-47을 세워둔다.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국기에는 국방을 상징하는 AK-47이 들어 있다.

AK-47이 전세계 분쟁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무기가 된 비결은 단순함과 튼튼함, 높은 명중률이다. 구조가 단순해서 사용하기 쉽고 싼값에 대량생산할 수 있다. 분쟁지에서 중고 AK-47은 ‘닭 한마리 값’에 유통되며, 미국돈 20~30달러에 암거래된다. 워낙 튼튼해서 정글, 사막, 눈, 비 등 악조건에도 좀체로 고장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11월26일 “이라크에서 미국이 그토록 찾던 대량살상무기(WMD)가 나왔다. 미군 병사의 목숨을 앗아간 WMD는 낡은 AK-47 소총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총에 맞아 전세계에서 해마다 25만명이 숨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칼라시니코프는 야전병원에 후송된 소련군 병사들이 “우리도 독일군 기관단총 MP40처럼 좋은 총이 있었으면…”하는 한탄을 듣고 소총 개발에 나섰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6월 국제 총기확산방지회의를 앞두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만든 내 총을 갱과 테러리스트가 쥐고 있는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 가슴 아프다”며 테러의 상징처럼 된 AK-47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5일로 AK-47 완제품이 세상에 나온지 60년이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열린 AK-47 개발 60주년 기념식에서 “유명한 칼라시니코프 소총은 대담한 발명 정신 뿐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재능, 창조적 천재성의 상징이 됐다”고 치하했다. AK-47이 식민지해방전쟁에도, 민간인에 대한 테러에도 사용되긴 했지만, 세계에서 으뜸가는 소총이며 러시아의 힘과 안보의 상징이란 점은 분명하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다.(권혁철 기자)

07. 07. 08 - 09.



P.S. 칼라시니코프란 이름과 관련된 건 '소총' 외에 '보드카'도 있다(알콜 도수가 41%란다). 러시아에서 여러 주종을 섭렵해본 건 아니어서 보드카 칼라시니코프가 얼마나 고급인지, 또 얼마나 애음되는지 모르겠지만 이 '러시아의 영웅'과 보드카는 이미지가 잘 들어맞긴 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7-07-08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통력과 살상력은 뛰어난 반면 반동과 소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소총이라고
하더군요.이 총과 반대개념에 있는 소총은 M16보다는 H&K사에서 나온 자동소총
들이라고 생각됩니다..테러리스트들의 피를 먹고 자랐다라고 하더군요..

로쟈 2007-07-09 17:44   좋아요 0 | URL
그런 반동과 소음에도 가장 애용된다고 하니까 '명품'이긴 한가 봅니다...

잉크냄새 2007-07-09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한 노벨과 비슷한 심정인가 봅니다.

로쟈 2007-07-09 17:45   좋아요 0 | URL
보드카를 마실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