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를 마쳤다. 투표소가 (횡단보도를 건너야 해서) 5분 거리인 가까운 장소였는데, 유권자들이 줄을 잇고 있었지만 대기할 정도는 아니어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빠져나오기까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유권자 1인으로서의 권리 행사는 마쳤고 이제 수요일의 결과를 기다릴 따름이다(1919년 만세운동 이후 한 세기, 도약의 다음 세기로 넘어갈 것인가 다시금 30년 뒤로 퇴행할 것인가, 중대한 갈림길이 될 것이다).   
















그런 생각에 손이 닿은 책은 지지 파파차리시의 <민주주의 그 너머>(뜰북)다. 생소한 출판사에서 나왔고 책의 장정도 어수룩하지만(대학가의 제본도서 같은 인상이다) '이상한' 책은 아니다. 처음 소개되지만 저자는 일리노이대학의 정치학과 교수이고 원저는 예일대출판부에서 나왔다(원서를 구하는 김에 저자의 다른 책 <네트워크화된 자아, 그리고 탄생과 삶, 죽음>도 같이 구했다). '우리의 정치 미래를 상상하라'가 부제.


"민주주의는 국가를 지배하는 가장 이상적인 체제로 평가되어 왔다. 하지만 더 이상 그게 아니라면? 민주주의는 최종목표가 아니라 무언가 더 나은 것을 향한 과도기적 단계일 수 있다. 저자는 30개 이상 나라의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민주주의가 무엇이고 시민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의미는 무엇인지, 나라의 운영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정부가 시민들을 더 잘 보살피고, 또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동시에 일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애쓴다. 자본주의, 미디어, 교육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생각과 그것을 몸소 경험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미래 국정 운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예측해 본다."


 















최근 강의에서 다룬 사이토 고헤이의 <지속불가능 자본주의> 덕분에(혹은 탓으로) 탈성장에 관한 책들도 몇 권 구했는데(사이토 자신은 라투슈 같은 구세대 탈성장론자들의 입장을 비판한다. '탈성장 자본주의'는 불가능하며 궁극적으로는 '탈성장 코뮤니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사이토의 주장이다) 파파차리시의 책과 같이 읽어보려 한다. 
















말이 나온 김에, 사이토 고헤이의 책들. 화제작 <마르크스의 생태주의>(2018)에서 <지속불가능 자본주의"('탈성장 코뮤니즘'이란 제목이어도 무방했다)로의 급속하고 급진적인 이행이 인상적이다. 두달 동안 강의에서 읽은 <공산주의라는 이념>도 더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궁굴리게 된다. 


 














사이토 고헤이와 마찬가지로 기후변화(혹은 인류세) 시대의 마르크스와 사회주의(로도 부족하다는 의미에서 코뮤니즘이라고 적어야 하지만)에 대해 고민하는 책들도 여럿 나와있다. 같이 모아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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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22-03-05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정말 다음 세기로 넘어가길 간절히 바랍니다ㅠ
30년전이라하면 6월민주화운동 전 시대를 말씀하시는거죠? 생각만으로 암담합니다

로쟈 2022-03-06 10:31   좋아요 1 | URL
공든탑이 무너지면 안되죠.~

육포 2022-04-08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bokov 가 두 분의 댓글을 볼 수 있다면 뭐라고 할까?
Fraud(Freud)! Toilet(Elio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