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페미니즘 운동가 엘리자베트 바댕테르의 <잘못된 길>(필로소픽)이 재출간되었다. 부제가 ‘1990년대 이후 래디컬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다. 고려해야 할 점은 영미의 페미니즘과 프랑스의 페미니즘이 다르게 전개돼왔다는 사실이다. 저자가 말하는 래디컬 페미니즘도 당연히 ‘프랑스의 래디컬 페미니즘‘을 가리킨다.
페미니스트 활동가로 ‘행동주의적 페미니스트‘로도 분류되는 바댕테르는 국내에도 소개된 <만들어진 모성>으로 유명한데, 소위 모성애나 모성 본능이 신화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과학자들이 동의하는 건 아니다). 급진적 페미니스트라고 분류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정작 바댕테르는 1990년대 이후 페미니즘의 급진적 경향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한다. 그건 영미권과 달리 프랑스 페미니즘이 ‘남녀분리주의‘를 이론적으로 선호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여성적 자아부터 여성적 글쓰기까지). 거기에 더하여 방댕테르는 ‘희생자 자처하기‘도 비판의 도마에 올려놓는다.
˝저자 바댕테르는 ‘남녀분리주의’, ‘희생자주의’를 주장하는 페미니즘 진영의 논리를 거부한다. 당시 누구도 감히 반박하지 못했던 모성성과 여성성을 비판하며, ‘여자가 되라’는 모성애의 강요와 성별이분법에 근간한 분리주의가 오히려 남성지배사회를 굳건하게 만든다고 반박한다.
또한 바댕테르는 성별의 생물학적 우열을 논하거나,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만들거나, 페미니즘이 여성만의 담론으로 치우치는 오류를 경계할 것을 지적하며, 여성의 폭력성을 증명하는 대담한 담론으로까지 거침없이 나아간다. 그녀는 사회 도처에 깔린 남성 지배의 함정을 분명히 지적하면서도, 페미니즘은 힘으로 적을 제압해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동맹과 연대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한국에도 다양한 페미니즘이 존재하고 내부의 입장 차이도 만만찮다. 바댕테르가 ‘잘못된 길‘로 비판하는 입장 혹은 경향도 분명히 존재하기에(주류인지 비주류인지는 정확히 가늠되지 않는다) 저자의 비판에 귀기울여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책인데 다시 나와서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