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이 사람을 보라>(1888)가 새 번역본이 나왔길래 구입하고 오늘 읽어보려 했으나(심지어 가방에 넣기도 했다) 끝내 읽지 못했다. 오후엔 호손의 <주홍글자> 강의가 있었고 저녁엔 다시 이번주 강의준비를 해야 해서다. 일정상으론 수월한 편이지만 다음주에 새로 개강하는 강의들이 있어서 여유를 가질 형편이 아니다. 게다가 원고들도 밀려 있다.
이번 봄여름이 힘들었던 건 피로가 오래 누적된 때문이 큰데 그간에 안식년은커녕 안식월도 가져보지 못했다(내년에는 대책을 세워보려 한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게 아니어서 따로 방학이 있는 것도 아니다(물론 외부 강의가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리포트나 시험지 채점이 면제되는 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기에). 일정은 또 왜 매번 빽빽하게 채워놓는 것인지. 여하튼 가을부터는 여러 가지로 조정해보려 한다. 지난 10년과는 다른 방식의 라이프스타일이 필요하다.
니체를 떠올린 건 오늘이 그가 사망한 날짜여서다(1900년 사망). 더불어 내년봄 스위스문학기행 때 니체하우스도 방문할 계획이어서. 자서전에 해당하는 <이 사람을 보라>는 아주 오래전 청하판으로 읽었는데 아직 절판되지 않아 오늘 주문했다.책세상 전집판과 동서문화사판까지 포함하면 네 종의 번역서를 갖고 있는 셈인데 겸사겸사 니체와 함께 지난 생에 대해서도 회고해보려 한다. <이 사람을 보라>는 니체가 40대 중반에 쓴 마지막 저술로 사후인 1908년에야 출간되었다. 20대 초반에 읽은 책을 40대중반도 진작에 넘긴 나이에 다시 읽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