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냘픈 시를 생각한다
가냘픔에 대한 시
가냘프디 가냘픈 그녀를 생각한다
그럼 누구를 
그녀 말고 가냘픈
그녀보다 가냘픈
그 무엇을 떠올릴 수 없어서
수초보다 가냘픈
코스모스보다 가냘픈
가냘픈 무엇을 떠올릴 수가 없어서
나는 가냘픈 마음이 된다
가냘픈 그녀를 따라가지 못해
가냘픈 마음은 수시로 꺾이고 쓰러진다
세상엔 어째서 가냘픈 것들이 있는가
이빨도 발톱도 덩치도 없는
가냘프디 가냘픈 풀꽃들이 있는가
가냘픈 어린 것이 자라 드디어
가냘픈 것이 되다니
가냘프게 존재하는 것이 된다니
나는 쓰러질 것 같은 마음이다
지푸라기여 나를 부축해다오
가냘픔에 대한 시는
가냘픈 마음으로 쓸 수 없다
가냘픔에 대한 시는 그녀에게 닿지 못한다
가냘픈 말들은 그녀에게 이르지 못한다
가냘픈 말들은 피죽도 못 먹은 말들
어째서 세상엔 가냘픈 말들이
잘나고 으스대는 것들도 많은데
어째서 가냘픈 말들이
겨우 가냘픈 존재들을 가리키는가
겨우겨우 가리키는가
가냘프게 
가냘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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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19-08-20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냘픈 마음으로 자꾸 읽게 되는 시입니다 가냘픈 아름다움~

로쟈 2019-08-20 11:08   좋아요 0 | URL
저도 자주 읽어봅니다.~

브람스 2019-08-20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냘픈 어린 것이 자라 드리어 가냘픈 것이 되다니‘ 이 구절이 맘에 드네요.
참 아름다운 시입니다.

로쟈 2019-08-20 17:51   좋아요 0 | URL
땡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