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첫 일정은 보르게제(보르게세) 미술관을 관람하는 것이었다. 미켈란젤로를 능가하는 조각의 거장 베르니니의 작품들로 유명한데(미술책에서 보던 조각들이었는데 실제 작품은 이미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조각은 3차원적이어서 더욱 그러했다) 그밖에도 카라바조와 티치아노 등의 회화 작품들이 아침 일찍부터 관람객의 발길을 끌고 있는 미술관이었다(미술관 얘기는 따로 적어야겠다). 이곳은 당초 보르게제 집안의 빌라(대저택)였고 작품들은 개인 컬렉션이었지만 국가가 사들여서 공립미술관으로 변신시켰다고. 로마에도 많은 미술관이 있지만 손에 꼽을 만했다.

미술관을 나와서 일행이 택시를 타고 급하게 찾은 곳은 비가톨릭신자 외국인 묘지였다(그냥 외국인묘지라고 부르는 듯). 토리노에서 프리모 레비의 무덤을 찾지 못해 아쉬웠는데 외국인묘지에 그람시의 무덤이 있다고 해서 일정을 조정해 찾았다. 크지 않은 규모의 묘지에는 그람시(외국인이 아니었지만 가톨릭교도가 아니어서 이곳에 묻혔다) 외에도 영국시인 퍼시 셸리와 존 키츠의 무덤이 있었고 아버지보다 몇 년 앞서 세상을 떠난 괴테의 아들 아우구스트의 무덤도 자리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공산당을 창당한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그람시는 토리노대학 출신으로 한 세대 뒤의 레비와는 대학동문이다(이런 동문관계는 한국에서나 따지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무덤을 찾게 되어 부랴부랴 그의 사상을 특히 헤게모니론을 중심으로 간단히 소개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보니 오랜만에 그람시의 저직들에도 눈을 돌리게 되어 <옥중수고>를 포함해 몇 권을 주문했다. 아마도 이탈리아 인문기행이나 사상기행이었다면 마키아벨리와 함께 그람시의 행적을 더듬어보는 것도 주요한 일정이 되었으리라. 예전에 그람시 평전류도 나온 게 있었는데 지나간 유행처럼 되었나 보다. 영어로 된 책이라도 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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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19-03-11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람시의 무덤에는 왜 흰돌들을 쌓아뒀을까요

로쟈 2019-03-13 08:47   좋아요 0 | URL
그건 미처 물어보지 못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