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식의 <나의 이탈리아 인문기행>(반비)의 한 대목을 옮긴다. <이탈리아 레지스탕스 사형수의 편지>에서 저자가 인용했으니 재인용이다. 책은 반파시즘 투쟁과정에서 체포되어 처형당한 이들의 유서 모음집이다(분량은 모르겠지만 책이 번역되면 좋겠다. 어제 찾은 토리노가 이 반파시즘 투쟁의 중심도시였다). 대부분 이름없는 민중이라는 사실이 더 감동적인데 특히 내가 밑줄을 그은 건 한 가구장인의 유서다.
가구를 만드는 마흔한 살의 장인 피에트로 베네데티는 아이들에게 이런 글을 남겼다. "공부와 노동을 사랑하거라. 정직한 삶이야말로 그 어떤 것보다 훌륭하며 인생의 훈장과도 같은 것이란다.(...) 인간에 대한 사랑을 삶의 신조로 삼고서 너희들과 같은 사람들의 소망과 고통에 항상 마음을 쓰거라. 자유를 사랑하고 이 보물을 위해서는 부단한 희생을, 때로는 목숨까지도 바쳐야만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노예의 삶이라면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 어머니 조국을 사랑하거라. 하지만 진정한 조국은 세계라는 점, 세상 어디에도 너희들과 똑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그들이 바로 너희들의 형제라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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