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종강한 프랑스문학 강의에서 마지막에 다룬 작가는 로맹 가리다. 국내에 다수 작품이 소개되어 있는 다작의 작가이면서 두 차례 공쿠르상을 수상한 이력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한 작가에게 한번 주어지는 상을 두 번 수상한 것은 로맹 가리가 아닌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하고 이를 철저히(혹은 요령 좋게) 숨겼기 때문이다. 


로맹 가리에 대한 강의는 이번이 세번째였는데 앞선 두 번의 강의에서는 <그로칼랭>(1974)과 <자기 앞의 생>(1975), 그리고 자전소설 <새벽의 약속>(1960)을 읽었고 이번 강의에서는 데뷔작 <유럽의 교육>(1945)과 공쿠르상 수상작 <하늘의 뿌리>(1956)를 읽었다.

한 작가를 이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나는 한 작품에 대한 이해와 함께 주로 작품들 간의 관계 혹은 이행 경로에 관심을 둔다. 로맹 가리의 경우라면 주요작인 <유럽의 교육>에서 <하늘의 뿌리>로의 이행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그리고 <하늘의 뿌리>에서 <새벽의 약속>으로의 이행은 얼마나 필연적인가, 더불어 <그로칼랭>을 전후로 한, 로맹 가리에서 에밀 아자르로의 이행은 어떻게 이루어지며 어떤 의미를 갖는가 등이 관심거리가 된다. 
















이 가운데서 첫번째 <유럽의 교육>에서 <하늘의 뿌리>로의 이행은 그 사이에 발표된 작품들이 소개되지 않아서(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주로 후기작에 집중돼 있다)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자연스레 두번째 주제로 넘어가는데 <하늘의 뿌리> 이후에 또다른 대표작 <새벽의 약속>을 발표하기 전에 로맹 가리는 영어로 <레이디 L>(1958)을 발표한다. <새벽의 약속>이 그의 어머니에 대한 소설이라면(카뮈와 함께 로맹 가리는 대표적인 ‘엄마 아들‘ 작가다) <레이디 L>은 첫번째 아내 레슬리 블랜치를 모델로 한 소설이다(알려진 대로 여배우 진 세버그가 그의 두번째 아내다). 로맹 가리는 이 영어 소설을 직접 불어로 옮긴 개정판을 1963년에 발표한다. 그래서 <레이디 L>은 <새벽의 약속>의 앞에 있기도 하고 뒤에 있기도 한 작품이다.

나의 가정은 <하늘의 뿌리>가 로맹 가리의 전기 문학의 결산이고 <레이디L>이나 <새벽의 약속>부터는 다른 주제 혹은 다른 사이클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러한지는 확인해봐야 알 수 있는데 <레이디 L>이 품절이어서 일이 좀 번거롭게 되었다. 소장도서인지도 불분명하다. 그래서 ‘레이디 L을 찾아서‘란 제목을 붙인 것. 내일과 모레 또 책이사를 하게 돼 한바탕 전쟁을 치를 예정인데 어쩌다 ‘전쟁고아‘ 만나듯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의 관계 혹은 그 이행의 문제는 핵심적이면서 복잡한 문제이고 견적도 많이 나온다. 본격적인 작가론을 쓸 작정을 해야 달려들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나중에 <그로칼랭>과 <자기 앞의 생> 등을 다시 읽게 되면 고려해보려고 한다. 매주 거의 열명의 작가들과 씨름하는 나로선 한 작가에게 하루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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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9-02-23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알고계실수 있지만 <자기앞의생>이 이번에 연극으로 올라갑니다. 기회가 된다면 연극보고 선생님 강의 듣고 싶네요^^

로쟈 2019-02-23 21:50   좋아요 0 | URL
네, 공연은 보게 될지 아직 미지수네요. 이탈리아에 다녀와서 생각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