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인상을 겨울에 적는다
도스토옙스키가 그렇게 적었지
여름 영화를 겨울에 보았다
도스토옙스키의 페테르부르크가
레닌그라드로 불리던 시절
여름은 그래도 여름이었고
발가벗은 젊음은 불길도 삼켜버릴 것 같았지
빅토르 최의 여름이 그와 같았지
알루미늄 오이도 먹어치우던 시절
무엇이 이념이고 무엇이 사회주의던가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노래던가
너희들은 모두 쓰레기였지
게으름뱅이가 노래한다네
여름이 왔고 나는 걷는다
우리는 끌려가고 싶지 않다네
세상이 변해가고 있었고
우리는 총알받이가 되고 싶지 않았어
아스팔트도 빗길에 흐느끼던 날
너는 눈물을 훔치고 나는 걷는다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다네
우리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네
그렇게 여름이 오고 있었지
우리는 맨몸으로도 여름이었지
여름이 오고 나는 걷는다
빅토르 최는 여름을 노래했지
세상이 바뀌어가고 있었고
세상은 겨울에도 열기를 뿜는 듯했어
우리는 다르게 살고 싶었다
그렇게 여름이 끝났다
여름이 끝나버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wingles 2019-01-17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샘께 시심을 일으켰군요^^ 저도 레토보고 좋아서 계속 빅토르음악을 듣고 있어요^^

로쟈 2019-01-19 00:03   좋아요 0 | URL
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