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은 읽을 때마다, 강의할 때마다 경탄하게 되는데 중편 분량의 <곰>도 예외가 아니다. 별도로 발표되기도 했지만 1942년에 출간된 <모세여 내려가라>의 한 장이다. 이 소설은 7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데 출판과정에서 편집자가 <모세여 내려가라와 다른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을 붙여서 소설이 아닌 소설집으로 만들었고 나중에야 포크너의 뜻에 따라 <모세여 내려가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국내에는 <곰>만 몇 차례 번역되었고 <모세여 내려가라>는 아직 완역되지 않았다.

포크너는 자신의 대표작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소리와 분>(1929),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1930)와 함께 <모세여 내려가라>를 꼽기도 했다. 아직도 번역되지 않은 주요작이 여러 편 되지만 <모세여 내려가라>의 완역본을 특히 기다리는 이유다. 떡 줄 사람이 없음에도 바람을 저자면, <소리와 분노>의 전작으로 ‘요크나파토파‘ 시리즈의 출발점이 된 <사토리스>(1929)와 <성역>(1931)의 후속작 <어느 수녀를 위한 진혼곡>이 번역되었으면 싶다. <어느 수녀를 위한 위한 진혼곡>은 카뮈가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카뮈와 사르트르는 열광적인 포크너 숭배자였다).

그리고 <압살롬, 압살롬>(1936) 이후작으로 <정복되지 않은 사람들>(1938)과 <어둠 속의 침입자>(1948)가 읽고 싶은 책들이다. 후기작 <우화>(1954)는 퓰리처상 수상작이고(퓰리처상 수상작도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게 포크너의 문학이다), <햄릿>(1940), <타운>(1957), <저택>(1959)은 ‘스놉스 3부작‘이다. <병사의 보수>(1926)가 첫 소설이고, 두번째 퓰리처상 수상작인 <약탈자들>(1962)이 마지막 소설이다. 36년간의 대단한 여정이다!

포크너는 명실공히 20세기 최대 작가의 한 명이다. 당연히 나의 세계문학 이해와 강의에 있어서도 표준이 되는 작가다. 몇몇 작품이 번역돼 있긴 하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언제 다시금 포크너의 작품을 강의에서 다룰지 모르겠지만(번역된 장편들은 다 읽어본 듯하다) 전집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번역되기를 기대한다. 또다른 표준이 등장하거나 발견되기 전까지 포크너는 미국문학뿐 아니라 세계문학사에서도 손에 꼽을 작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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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12-15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드레 말로의 정복자는
포크너와 함께 강의를 듣게되는바람에
의문의 1패를~
포크너는 읽을수록 대단하다는 생각뿐.

로쟈 2018-12-15 14:54   좋아요 0 | URL
데뷔작으로 비교해달라고 하겠는데요.^^

종이달 2022-05-22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