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문학강의에서 스콧 피츠제럴드의 <밤은 부드러워라>(문학동네)를 다루면서 문득 피츠제럴드의 전기를 안 갖고 있다는 생각에 마땅한 전기가 있나 검색해보니 세 권이 후보로 추려진다. 하나를 고를 것인지 세 권 다 구입할 것인지 망설이는 중이다.

전기에 관심을 갖게 된 건(통상 작가들의 전기를 챙겨놓기는 한다. 일종의 수집 아이템이다) 특별히 <밤은 부드러워라>가 피츠제럴드의 전기라는 맥락에서만 파악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심지어 나는 그가 자기 자신을 구제하기 위해서 쓴 작품이라고까지 생각한다. 독자에 대한 고려는 부차적이어서 출간 이후에야 피츠제럴드는 독자들의 미온적인 반응에 대응하여 이야기를 연대기적으로 재배치하려고도 했다.

<밤은 부드러워라>는 주인공이자 정신과 의사인 딕 다이버가 갑부의 딸이면서 정신질환자인 니콜과 결혼하여 차츰 전락해가는 과정을 다룬 소설이고 대부분 그렇게 읽는다. 하지만 몇년 전 강의에서 다루고 이번에 다시 읽다 보니 그와는 정반대의 방향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읽을 때마다 해석이 달라지는 작품들도 있다). 몰락의 이야기가 아니라 몰락의 과정 속에서도 어떤 저지선을 마련하기 위해 애쓴 이야기로 읽히는 것이다. 이런 해석의 유효성을 따져보기 위해서 전기에 대한 참조가 필요하다.

<위대한 개츠비>와 달리 <밤은 부드러워라>는 피츠제럴드의 인생과 분리돼 자립할 수 있는 작품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즉 <위대한 개츠비>는 피츠제럴드 없이도 ‘그레이트한‘ 작품이지만 집필에 가장 오랜 기간이 소요된 <밤은 부드러워라>는 그렇지 않다. 피츠제럴드를 닮아서 그의 인생처럼 허술하면서도 특이한 매력을 뿜어내며 연민을 자아낸다.

강의에서는 그래서 이 작품이 작가 피츠제럴드에 대한 애정의 척도가 된다고 했다. 지리멸렬해 보이는 이 소설을 좋아하는 만큼 당신은 피츠제럴드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해도 좋다. 그레이트한 소설은 누구라도 사랑할 수 있지만 구멍난 양말 같은 소설은 사랑하기로 마음 먹은 독자들만이 사랑할 수 있다. 몇 권의 전기를 구할지는 좀더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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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리바바 2018-11-1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츠제럴드의 작품은 하나도 읽지않았습니다. 편협한 독서관을 가진편이라 위대한 개츠비의 내용을 알고나서는 내 타입이 아니란 결정을 내리고선 등한시 했는데, 밤은 부드러워라,,,위 소개글을 읽다보니 호기심이 생기네요~

로쟈 2018-11-12 22:53   좋아요 0 | URL
위대한 개츠비 훨씬 대중적이에요. 밤은 부드러워라는 비유컨대 피츠제럴드 팬심에 어필하는 소설...

야리바바 2018-11-13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밤부는 저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