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인생의 마지막날인 것처럼
그렇게 살 수만은 없다
피곤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잠이 깨었다가 다시 잠이 들고
그렇게 오전시간을 보내고서야
오늘 하루가 인생의 마지막날이라니
오 하느님!
오늘이 그날이 아닌 당신의 축복
지리한 장마 사이 햇볕처럼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건 아무일 없는 하루
좋은 햇볕에 이불 빨래를 널면서
다시금 당신의 은총을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은 날
속 편하게 빨래를 널 수 있는 날
이 순간이 마지막 순간이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어서
조바심치지 않아도 좋은 날
그런 날은 일이 많아도
아무일 없는 날처럼 시간이 흘러간다
밀린 빨래에 세탁기만 여러 번 돌아가는 날
기분으로만 일하는 것 같은 날
나는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날이 아니어서
불현듯 흐뭇하고 축복에 감사한다
사랑의 순간이 아니어서
짜릿하지도 안타깝지도 않은 날
점심에 짜장면을 먹어도 아쉽지 않은 날
하루종일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 날
이런 날이 오늘이어서
오늘은
인생의 마지막날이 아닌 게 분명하고
오늘은 축복받은 날이 분명하고
오늘은 기념할 만하다
대체 얼마나 많은 날들이 아직 남은 것이냐
오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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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7-08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얼마나 많은 날들이 아직 남은 것이냐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꾸역꾸역...드라마 대사가 생각나고.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체하듯 살다보니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 아니여서
축복이란걸 자꾸 잊어 버리네요.

로쟈 2018-07-08 20:47   좋아요 0 | URL
마지막날은 뭔가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죠. 어릴 적 생일날처럼...

로제트50 2018-07-09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두산 폭발이 일어나지 않아서
그가 아직은 혈액투석 받는 단계가
아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아요*^^*
지구, 인생 마지막 하루라도
리츄얼 하면 된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