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문학의 귀족이라면
발저는 문학의 하인
로베르트 발저는
야콥 폰 군텐과 함께
하인학교에 다니지
벤야멘타 소년학교는 하인학교
어떠한 지식도 가르치지 않는다
가르치는 교사도 없다
인내와 복종을 기르친다
제복만 입는다
귀족 태생의 야콥은
미미한 존재를 꿈꾼다
발저는 문학의 조수
발저는 하인들을 양성하고
발저는 작은 글씨로
아주 아주 작은 글씨로
작은 문학을 완성한다
작은 글씨로도 여백이 모자라
발저는 산책으로 나머지를 완성한다
인내와 침묵을 완성한다
발저의 집은 정신병원
발저는 집을 갖지 않는다
발저는 집을 짓지 않는다
집이 없는 보헤미안 릴케는
귀족의 성에서 시를 쓰고
집이 없는 발저는
산책길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는 발자국만
눈길에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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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6-22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저의 눈밭에서의 죽음이나
톨스토이가 가출해서 기차역에서 죽은것
현실같지 않고 영화의 한장면 같아요.
(근데 발저는 왜그렇게 맘이 짠하지~)
일부러 작정해도 안될것 같은데.

로쟈 2018-06-22 20:40   좋아요 0 | URL
네, 매우 발저다운.

로제트50 2018-06-2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년전 배수아가 번역한
마르틴 발저의 <불안의 꽃>을
읽었습니다. 배수아 번역작은 일단
사던 시절. 그 독일 -발저 조합에
웬지 이끌리면서 <세상의 끝>을 구입, 로베르트 발저. 이걸 안 순간
목사님 설교, 감정을 따르지말고 이성을 따르라...가 생각나면서@@
그래도 로베르틴 발저도 매력있길,
아직 펼치지 않은 표지에 기대
합니다^^*

로쟈 2018-06-22 20:42   좋아요 1 | URL
로베르트는 뭔가 새로운 세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