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늘 가장 시끄러운 기사는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 공개한 대안교과서의 시안에 관한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4.19혁명을 '의거'나 '운동'으로 평가절하하고 5.16쿠데타를 '5.16혁명'으로 재평가하면서 한국사회의 민주화보다는 '산업화'에 역점을 두어 현대사를 재서술하고자 하는 것이 교과서포럼의 취지인 듯하다. 학계의 보수 명망가들이 야심차게 기획한 새교과서가 지난 70년대에 국민학교(초등학교)에서, 그리고 지난 80년에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한국현대사(5.16을 찬양하고 12.12를 정당화한!)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새'역사라는 게 실상 '오래된 미래'에 다름아닌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사실 뉴라이트의 '주인기표'가 박정희라는 걸 고려하면 '선진화시대를 이끌 박정희'에 대한 열망이 뉴라이트/교과서포럼의 정치적 무의식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무의식은 숨어있는 무의식이 아니라 활동하는 무의식이어서 한동안 여론을 들끓게 할 듯하다(새교과서의 시안 자체는 너무 '노골적'이어서 다른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게 아닌가라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가끔 러시아의 정치적 후진성에 대해서 무거운 마음이 들고는 했는데 주제를 모르는 생각이었다. 차고 넘치는 관련기사들 가운데 몇 개만을 추려놓도록 한다.  

동아일보(06. 08. 15) "안병직 이인호교수 등 새 역사교과서 만든다"

안병직(뉴라이트재단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명망있는 원로 학자 7명이 현행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과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새로운 교과서 제작에 나섰다.

안 교수와 이인호(전 러시아 대사) 명지대 석좌교수, 유영익(전 한림대 부총장)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석좌교수, 최문형 한양대 명예교수, 이성무(전 국사편찬위원장)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 신복룡, 이주영 건국대 교수는 지난달 11일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편집위원회’를 구성하고 뉴라이트 진영의 ‘교과서포럼’과 함께 새로운 근현대사 교과서를 만들기로 했다. 안 교수가 편집위원장에 추대됐고 다른 학자들은 편집위원을 맡기로 했다.

이들은 “K출판사 등 6종의 현행 근현대사 교과서가 ‘민중 운동사’ 관점에서 기술하다 보니 대한민국의 발달사는 불완전하고, 통일이 돼야만 근현대사가 완성이 된다는 취지로 돼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새로운 교과서를 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국 754개 고등학교가 사용하고 있어 채택률이 절반을 넘는 K출판사 교과서는 “연합군이 승리한 결과로 광복이 이루어진 것은 우리 민족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데 장애가 되었다. 민족정신에 토대를 둔 새로운 나라의 출발은 수포로 돌아갔다”고 기술하고 있다.

신 교수는 “한 교과서의 경우 해방 정국에서 좌파가 정통성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기록돼 있다”면서 “현행 역사 교과서는 이념적 편향성 문제뿐만 아니라 조잡하고 사실관계의 오류가 너무 많아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 교과서 제작에 나선 학자들은 편향된 역사교과서가 학생들에게 한국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 주면 나중에 바로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학창 시절부터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새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기술 방향으로 △대한민국의 형성, 발전과 미래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한국 근현대사는 정치적 관계가 경제적 관계를 규정하므로 서술의 순서도 정치적 관계를 서술한 뒤 경제적 관계를 서술한다 △독립운동 및 각종 사회운동은 정치 경제를 서술한 뒤 쓴다 등을 제시했다.

이들은 이달 중 2차 모임을 열고 새 교과서의 구체적인 집필 방향과 목차 등을 논의한 뒤 교과서포럼 소속의 박효종 이영훈, 전상인 서울대 교수 등 중견 소장 학자와 함께 내년 3월까지 교과서 집필을 마칠 계획이다.(정용관 기자)

경향신문(06. 11. 30) 뉴라이트 “일제가 근대문명 이식…한국발전 토대"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 인식을 둘러싼 보수·진보간 갈등이 급기야 역사교과서로 번지고 있다. 현행 교과서가 이념적으로 ‘좌’에 편향돼 있다고 생각하는 보수파 인사들이 대안으로 내놓은 게 바로 29일 교과서포럼이 공개한 대안교과서이다. 이 교과서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바탕에 깔고 산업화 세력의 경제발전 역할을 강조하는 대신 민주화 세력은 폄훼하는 등 일관되게 보수적 시각에서 기술돼 사회적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교과서에 따르면 일제 식민지 시기는 ‘근대로의 이행과정’이다. ‘일제가 한반도에 근대문명을 강제로 이식, 전통과 주체적 결합을 해, 해방후 한국은 이 문명을 발전시켰다’고 서술했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1946년 일제가 제정한 모든 법률·기구를 폐기해, 곧바로 문명의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갔다’고 적었다. 이는 남한과 북한을 문명과 반문명의 잣대로 구분하는 ‘뉴라이트 사관’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4·19’ ‘5·16’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에 대해서는 용어부터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4·19는 ‘혁명’에서 ‘학생운동’으로 의미를 축소시켰다. ‘급속한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자는 국민적 염원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며 인식에도 차이를 드러냈다. 5·16을 ‘혁명’으로 표현하는 등 교과서포럼 교과서는 ‘박정희 시대’에 대해서 긍정적 평가로 일관했다. ‘군부 엘리트가 주도한 산업화로 보기 드문 역동성을 과시했다’는 찬사였다. 이 교과서는 1960년대를 ‘경제적 성장을 위한 회임적 시기’라고 규정했다. 박정희 독재가 고착화된 유신체제의 출범도 선의로 해석했다. ‘박정희가 70년 초부터 안보위기 극복, 1백억달러 수출 달성 등 조국 근대화 작업의 도약을 의미하는 프로젝트를 본인이 관장하려는 강렬한 욕구’ 때문이라는 것이다.

5·18은 ‘광주민주화항쟁’으로 표기해 용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5·18의 원인과 결과 해석엔 보수적 시각이 여과없이 담겼다. 5·18 항쟁의 원인을 ‘광주가 경제 발전과 중앙권력에서 소외된 데 대한 불만이 누적된 데다 그 지역 출신 김대중의 체포 소식이 분노를 야기했다’는 데서 찾았다. 5·18 이후는 ‘이 사태에 미국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확산됨에 따라 이후 한국 사회에 반미급진주의를 확산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며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는 ‘4·19’ 이후 ‘학생들 구호가 반체제적으로 바뀌어 갔다’는 부분과도 일맥상통한다.

87년 6·29 선언도 민주화 운동의 승리라는 기존 시각과 전혀 다르다. 이 교과서는 ‘민주개혁 없이는 더 이상 효과적인 통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집권세력이 대통령 직선제 수용 등 일련의 개혁 단행을 약속한 것’이라고 집권세력의 입장에서 결단을 부각시켰다. 현 한국사회에 대해서는 ‘지체현상을 보인다’고 판단했으며, 논란이 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시장개방은 긍정적’이라는 인식만 담겨 있다.(임지선·손제민기자)

◇교과서포럼이란: 2005년 1월 출범했다. 주로 대학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는 교과서포럼은 현행 중·고등학교의 역사, 사회, 경제, 윤리 등의 교과서들이 이념적으로 잘못 편향돼 있다는 시각 아래 교과서의 분석·비판, 대안교과서 집필, 강연과 대중서적 발간 등을 추진해오고 있다. 교과서포럼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우편향도 좌편향도 아니다”라며 “사실을 추구하는 학도로서의 성실성과 엄숙성·겸허함을 견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공동대표인 박효종(서울대)·이영훈(서울대)·차상철(충남대) 교수가 학계 내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들인 데다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 김진흥 뉴라이트전국연대 상임의장 등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우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데일리서프(06. 11. 30) "5.16은 가난 구제했으므로 교과서에 혁명으로 바꿔야한다”

형식 논리로 보면 5.16쿠데타가 맞다. 그러나 내용면으로 5.16 이전과 이후 한국 사회 각분야가 질적으로 달라졌다. 쿠데타라고 하면 태국과 베트남 등 60년대 동남아에서 많이 일어났다. 그런 나라에서 일어난 쿠데타는 단순히 권력 교체에 불과했을 뿐이다.”



교과서포럼 공동대표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 근현대사 대안교과서’ 시안의 ‘5.16 혁명’이란 표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박 교수는 29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서 “5.16이 구체적 사회적 변혁을 몰고 왔다는 차원에서 올바르게 평가해야 한다”며 “고심 끝에 혁명이라고 표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군부 집단의 행위 자체에 대해 호의적으로 평가한다는 차원은 아니다”면서 ‘혁명’이란 표현에 대해 “산업화의 관점뿐만이 아니라 정치·사회·교육 전체가 송두리째 변화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경험했고, 거기에는 군부 세력이 정치 주도세력으로 있었지만 구성원들도 자발적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것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들이 강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혁명’이란 표현이)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대국으로 발동할 수 있었던 계기가 그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평가를 해보자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그는 교과서포럼이 뉴라이트 계열이라는 지적과 관련해선 “뉴라이트 계열이란 것은 언론에서 편의적으로 붙이는 이름”이라며 “저희들은 교육의 문제에서 대한민국의 역사관을 학생들에게 바로 전수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사실주의가 우리 가치관이다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과서 포럼은 이날 대안교과서 시안을 공개하면서 ‘5.16 군사정변’은 ‘5.16혁명’으로, ‘4.19혁명'은 ‘4.19학생운동’으로, ‘5.18민주화운동'은 ‘5.18광주민주화항쟁’으로 표기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5.16에 대해 “당시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인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주도할 대안적 통치집단의 계기가 된 사건”이라고 서술했다. 현재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교과서로 채택된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이에 대해 “군사정권의 등장으로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했다”고 평면서 경제발전에 대해서도 “정권의 정당성 확보하기 위해”라고 기술하고 있다.

‘뉴라이트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대안교과서 시안은 또 유신체제와 관련해 “권력구조적 차원에서 영도적 권한을 지닌 대통령의 종신 집권을 보장하는 체제인 동시에 행정적 차원에서는 국가적 과제 달성을 위한 국가의 자원 동원과 집행능력을 크게 제고하는 체제”라고 평가했다. 한편 교과서 포럼은 30일 서울대에서 제6차 심포지움 ‘한국 근현대사 대안 교과서, 이렇게 고쳐 만듭니다’를 열고 대안교과서의 시안을 선보일 예정이다.(이응탁 기자)

06.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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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2-01 07:58   좋아요 0 | URL
이제 일본 교과서를 비판할 처지가 못되게 되었군요. 뉴 라이트가 무엇인지 궁금했었는데 정확히 일본 우익의 아류네요.^^

로쟈 2006-12-01 08:56   좋아요 0 | URL
예, 상식 밖이어서 고의적인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입니다...

마노아 2006-12-01 09:35   좋아요 0 | URL
황당해서 놀라울 지경이에요. 가관도 아니군요.

sommer 2006-12-01 21:25   좋아요 0 | URL
학술적인 수사로 포장한 정치적 제스쳐가 아닐까요? 반응 효과들을 겨냥하고 있는...그래서 아마도 무지와 신념으로 가장한 그네들의 '맨몸'의 육탄전을 유심히 바라봐야할지 않을까요...

로쟈 2006-12-01 21:33   좋아요 0 | URL
교과서포럼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은 '민족주의(이데올로기) 대 과학'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듯싶습니다. 역사를 심정적인 차원에서보지 말고 팩트(사실), 곧 성과/결과를 가지고 얘기해보자는 것이지요. 기존의 나이브한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자극이 될 만하지만 문제는 역시나 팩트에 대한 제어되지 않는 과신과 성과주의입니다. 독일 역사학계에서의 나치즘 변호가 이에 대한 참조가 될 만합니다.공산주의라는 최악에 응전하기 위해 나치즘이란 차악이 불가피하며 정당했다는. 공산주의(북한)라는 최악에 대응하기 위한 차악으로서 유신-독재체제는 불가피하며 정당하다는. 아니 오히려 산업화라는 '기적'을 일궈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