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내버려두지 말아요
나는 내가 아니에요 내 안의 주머니
빨간 주머니 눈길을 질주하는 철제 기관차
내 안의 금속성
깨어나 보면 모든 게 거울이에요
모두가 나를 흉내 내고 손가락질하고
나는 쉿! 하고 말해주었어요
쉬잇!

나는 잠들지 않아요
내 노래는 멈추지 않아요 방향을 바꾸지
않아요 바꾸려 하지 말아요 밖으로
나가지 못해요 모두가 나를
보고 있어요 브론스키 당신
인가요 브론
스키 나를 내버려두지 말아요

내가 아닌 나는 무슨 꿈을
꾸는지 나는 밖으로 나가지 못해요
당신이 이백 루블을 건넸다고 했죠
과부가 된 여자에게 나는
알았어요 내게 건넨 눈짓이었죠
주머니가 부풀어 올랐어요
나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는 뺨과 입술과 가슴
당신의 손가락이 닿는 가슴

꿈에서처럼 폭설이 내렸죠
죽어가고 있었죠 나는
모든 게 안전했어요
죽어가는 건 쉬운
일이에요 그때 당신을 떨어뜨린 말처럼
가엾은 프루프루
당신은 죽일 수밖에 없었어요
나는 비명을 질렀어요 알렉세이 브론
스키 살아있나요 당신

네 흐느꼈지요
우리는 그렇게 넘어버렸어요
그렇게 지나가 버렸답니다
쉬운 일이었어요 나는 왜
미치지 않았던가요 우리는
왜 미칠 수 없었던가요
사랑은
미쳐버린 자들의 평온이에요
당신의 온기가 그리워요

한순간이었어요 촛불처럼
꺼져가고 있어요 기차가
오고 있네요 지금
나는 내가 아니에요 나는
누구의 이름으로
죽게 될까요
죽음은 죽음일까요
눈을 가려주세요
이제는
방향을 바꿀 수 없어요
쉬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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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04-27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러시아 두꺼운 소설은
제게 아주 옛날에 <죄와 벌>
<고요한 돈강>에서 끝이라 ;;;
그 유명한 안나 까레니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지않았다는 -.-
전 처음 이 시를 보고 첩보액션 영화를 상상했습니다. 군복, 기차,
여인... 그런 독일영화도 있었어요~
사진은 영화 안나까레니나 장면이지요?^^

로쟈 2018-04-27 12:27   좋아요 0 | URL
네 사진은 소피 마르소 주연의 안나 카레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