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필 마로가 오후 시간을 보내는 미술학원이 유치부 현장학습 때문에 노는 날이었구요,
오늘은 하필 옆지기가 늦게까지 일정이 있는 날이었구요,
오늘은 하필 제가 오후에 서울에서 회의가 있는 날이었어요(저희 집은 수원).
그런데 회의 도중 해람이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지 뭐에요.
양해를 구하고 얼른 뛰쳐 나가 전화를 받았는데, 마로였어요.
오늘은 미술학원 안 가는 대신 자기가 직접 해람이 데리고 집에 가 같이 놀겠다는 거에요.
안 된다고 했지만 마로가 계속 졸랐고 빨리 회의장에 돌아가야 해 급한 마음에 승낙 해줬어요.
해람이 어린이집 선생님은 정말 마로랑 해람이만 돌려보내도 되냐고 확인 전화를 하셨고,
방금 전에 마로에게 된다고 했다가 또 안 된다고 하기 뭐해 '마로를 믿는다'고 대답해 버렸어요.
같이 회의하던 사람은 애 다 키웠다고 장하다고 칭찬하는데,
저로서는 애들이 무사히 집에 도착했을까, 집에서 안전사고는 안 날까 노심초사였습니다.
해람이 어린이집과 우리 집 사이는 직선거리로 500미터가 좀 넘고,
큰 찻길은 없지만 신호등 없는 골목길을 3번쯤 건너야 하는 거리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빠른 8살) 마로는 4살 동생 해람이를 자기가 직접 챙겨 집으로 데리고 오고,
3시간 가까이 놀아줬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데,
저로선 혼내야 하는 건지, 칭찬해야 하는 건지 지금도 잘 판단이 안 섭니다.
일단 마로에게는 엄마가 아빠랑 의논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물어
이번 마로의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다시 또 이래도 되는 건지
내일 저녁까지 결론내리고 다시 이야기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도와주세요. 부디 현명한 조언 부탁 드립니다.
내일 저는 마로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