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필 마로가 오후 시간을 보내는 미술학원이 유치부 현장학습 때문에 노는 날이었구요,
오늘은 하필 옆지기가 늦게까지 일정이 있는 날이었구요,
오늘은 하필 제가 오후에 서울에서 회의가 있는 날이었어요(저희 집은 수원).

그런데 회의 도중 해람이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지 뭐에요.
양해를 구하고 얼른 뛰쳐 나가 전화를 받았는데, 마로였어요.
오늘은 미술학원 안 가는 대신 자기가 직접 해람이 데리고 집에 가 같이 놀겠다는 거에요.
안 된다고 했지만 마로가 계속 졸랐고 빨리 회의장에 돌아가야 해 급한 마음에 승낙 해줬어요.
해람이 어린이집 선생님은 정말 마로랑 해람이만 돌려보내도 되냐고 확인 전화를 하셨고,
방금 전에 마로에게 된다고 했다가 또 안 된다고 하기 뭐해 '마로를 믿는다'고 대답해 버렸어요. 
같이 회의하던 사람은 애 다 키웠다고 장하다고 칭찬하는데,
저로서는 애들이 무사히 집에 도착했을까, 집에서 안전사고는 안 날까 노심초사였습니다.

해람이 어린이집과 우리 집 사이는 직선거리로 500미터가 좀 넘고,
큰 찻길은 없지만 신호등 없는 골목길을 3번쯤 건너야 하는 거리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빠른 8살) 마로는 4살 동생 해람이를 자기가 직접 챙겨 집으로 데리고 오고,
3시간 가까이 놀아줬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데,
저로선 혼내야 하는 건지, 칭찬해야 하는 건지 지금도 잘 판단이 안 섭니다. 

일단 마로에게는 엄마가 아빠랑 의논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물어
이번 마로의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다시 또 이래도 되는 건지  
내일 저녁까지 결론내리고 다시 이야기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도와주세요. 부디 현명한 조언 부탁 드립니다.
내일 저는 마로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댓글(21)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 동생의 어린이집
    from 조선인과 마로, 그리고 해람 2009-07-19 21:45 
    오늘은 미술학원을 안 열어서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동생을 데리고 집에 가도 돼냐고 물었다. 그래서 동생을 데려가도 된다고 허락을 받고 동생과 밖에 나갔는데 아는 언니를 만나서 언니와 같이 집에 갔다. 언니가 집에 간 다음 엄마가 오셨다. 왜 동생을 데려가고 싶냐고 물으셔서 가족들과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가 우리가 자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이랑 아빠에게 잘못했는지 잘했는지 물어봤다. 다른 사람들과 아빠는 잘 했다고 했는데, 어
 
 
2009-07-16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09-07-1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정말 많이 컸네요. 이제 겨우 2학년인데 4살 동생을 직접 데려가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상상이 잘 안될 정도에요. 평소 보았던 마로라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는 일이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오늘 정말 잘 해냈죠.
하지만 만약 다음번에 또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절대 허락하시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오늘은 잘 했지만 마로도 어린아이이기때문에 정말 위급한 일이 생겼을때는 어른들도 당황하기 쉬운데 아이가 정확한 판단력으로 일을 처리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후회가 남겠죠. 마로와 해람이 모두에게 좋지 않을 일이 생길 수도 있을거라는 불안감이 있는 이상 허락하시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아이들을 방기하는거라고 생각되거든요.
우리나라에도 외국처럼 보호자없이 어린이들만 집안에 두는게 법적으로 걸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안전에 대해서는 늘 염두해두셔야할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오늘은 엄마도 잘못했다고 마로에게 설명하시고 다음부터는 절대 안된다고 말하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울보 2009-07-16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 주위에도 몇명이 있어요,
엄마가 출근을 한다고
작년에 일학년 짜리가 다섯살아이를 돌본다고,
동생이 어린이집 끝나는 여섯시면 가서 데리고 와서 두시간은 거의 둘이 있는다고 하더라구요,
저녁은 하면 둘이서 먹거나 엄마 올때까지 기다린다고,,
그런데 솔직히 많이 걱정이 되요,,보기에도 안좋고 그러다 보면 옆에 친한 집이 있으면 저녁시간에 자꾸 놀러가니 그옆집 엄마도 처음에 한두번은 괜찮은데 나중에는 좀 그렇더라구요,
지금 제가 돌보아주는 남자 아이 일학년 짜리도 일곱시에 집에 가는 데 동생이 일곱시에 도착을 하는데 엄마도 거의 그 시간에 오는데 몇분씩 늦을때는 둘만 집에 있으라고 하는데 많이 걱정이 되더라구ㅛ,,
그래서 놀이터에서 엄마가 올때까지 기다려 주거든요,,
저도 반대예요,
아무리 의젓하더라도 아직 아이잖아요 혼자있는것도 불안한데 아직 어린 동생이라,,
조선인님이 좀 힘들더라라도 잘 설득을 해주세요,

조선인 2009-07-17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고마워요, 웃기게 들리겠지만 난 당신을 사랑하는 거 같아요.
꿈꾸는섬님, 법적인 문제는 모르겠지만, 회의 하는 내내 정태춘의 노래가 머리에 울렸어요. 혹시 그 노래 아세요? 너무 무서워 제목조차 감히 입 밖에 낼 수 없는 그 노래요.
울보님, 일학년 짜리가 다섯살 동생을 매일같이 돌본다니, 정말 상상이 안 가는 일이네요.

조선인 2009-07-17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당신은 마로와 똑같은 얘기를 하는군요. "마로야, 엄마가 반대하는데도 왜 꼭 해람이를 데리고 오고 싶었던 거니?" 마로는 너무나 맑은 눈동자로 대답하더군요. "엄마, 난 해람이와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어. 난 가족과 노는 게 제일 좋아."
그 말에 그만 마로를 혼낼 엄두가 안 났어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내일 다시 얘기하기로 했죠. 아, 난 정말 잘한 거 같아. 난 말이죠. 지금 결심했어요. 바보같이 이말 저말 횡설수설하지 않고, 그냥 이 댓글들을 마로에게 보여줄래요. 그게 옳아요. 마로의 알라딘 이모님들은 어쩜 이리 모두 현명한지. 고마워요.

조선인 2009-07-17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당신이 댓글을 삭제했지만 난 이미 다 읽었어요. 마로에게 보여주진 못하겠지만, 난 당신 말을 그대로 마로에게 전해줄테야. 당신의 눈동자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2009-07-17 0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7-17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해요.
물론 조선인님 마음은 엄마로서 충분히 이해되어요.
저도 초등1학년 때 5살 아래 남동생 데리고 찻길 걸어내려가서
사진관에 가 세돌기념사진 찍고 왔는걸요. 엄마가 그때 일하시느라
바빠서 제가요~
그래도 요령이나 당부는 단단히 해두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찻길이 걱정되니까요.

2009-07-17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9-07-17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내가 당신으로 인해 마음 상할 일이 있다면 그건 당신이 이 곳을 떠날 때 뿐일 거야. 여리고 여리고 아름다운 당신, 고마워요.
프레이야님, 저도 초등학교 1학년 때 다른 동네까지 놀러다니기도 했죠. 그런데 세상이 바뀐 거 같아 무서워요.
속닥님, 난짝 들고 간다니, 아, 상상하기도 싫어요. ㅠ.ㅠ

Arch 2009-07-1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찻길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도 좀 무섭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처럼 다른 아이들도 관심있게 지켜봐준다면 좋겠지만 도시는 너무 복잡하고 요즘은 세상이 너무 흉흉해선.
제가 생각할때 마로는 바쁜 엄마 아빠를 대신해서 동생을 돌봐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아이답거나 기특하다기보다는 안쓰러운 맘이 더 많이 들죠. (이래놓고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면 뭐한답니까. <-이건 마로에게 읽게해선 안 돼요.)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의 경계를 짓는건 참 어렵고 설득하기 녹록치 않은 일 같아요. 하지만 조선인님의 너무나도 귀여운, 역시 저에게도 너무 예쁜 우리 마로는 조선인님과 잘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로의 맘은 과할 정도로 칭찬해주시고, 가능한 위험들과 그로인해 엄마 아빠가 맘 쓰이는 것도 얘기를 해주세요. 이번 일처럼 갑작스럽게 일정이 바뀐 경우에 어떻게 해야할지도 의논해보시면 다음에 같은 경우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서로 잘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마로! 화이팅이라는거.
물론 조선인님도 깍두기로 화이팅이요^^ 히~

2009-07-17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9-07-1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대예요. 우리 마로는 너무 의젓하고 기특하지만 어떨땐 정말 마로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아직은 마로도 어린이잖아요.
엄마 아빠가 얼마나 걱정이 되는지를 얘기해주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네요. 프레이야님말도 일리는 있지만 지금이랑 우리 자랄 때랑은 세상이 많이 다르잖아요. 휴~~ 정말 조선인님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비로그인 2009-07-17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많이 늦었지요. 늦은 댓글인데, 저는 의견이 좀 달라요.
저희 모친께서는 제 동생을 돌보시느라 바빠서(늘 밖에 계셨음) 전 초등학교 2학년 정도부터 집에 오면 아무도 없고, 혼자 숙제 챙기고 공부하고 책읽고 친구 만나고 학원 가고 기타등등의 활동을 저녁 7시정도까지 했습니다. 거의 오후 시간은 저 혼자서만 보내고, 친구들이 제 집으로 오기도, 제가 친구들 집으로 가기도 했는데, 제 생각은요, 아이들도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알 건 다 알아요. 물론 낯선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든지, 가스렌지 불조심, 기타등등의 위험은 있지만 당시 모친께서는 그것을 가르쳐 주신 다음부터 저를 혼자 두었거든요.
조심하려 마음만 먹으면 당시 충분히 조심할 수 있는 일이었고, 그 시간이 버겁기 보다는 즐거웠어요. 단, 마로의 경우 해람이를 어떻게 잘 돌볼 수 있는지가 달려있지만, 그정도의 나이가 되면 대부분의 상황은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을 겁니다. 아동학적인, 심리적인 측면은 모르겠지만, 이건 순전히 저의 경험담이어요.

마립간 2009-07-17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의견은 Jude님과 같고 저의 안해는 꿈꾸는 섬님이나 울보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미국의 법령이 그렇게 제정된 것에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한편 고대 이집트 비석에서도 젊은이를 한탄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고 ...

조선인 2009-07-17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 당신도 화이팅!
속닥님, 1,2,3,4,5 모두 다 마로에게 전해줄게요.
바람돌이님, 마로랑 해람이가 같이 집 앞 수퍼나 놀이터에 간 적이 몇 차례 있는데, 그게 마로를북돋운 게 아닌가 싶네요.
주드님, 돌이켜보면 저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혼자서 피아노학원 다니고 친구네 놀러가고 집 지키고 다 하긴 했어요... 마로에 대한 걱정보다 해람이가 문제인 거죠.
마립간님, 제 마음도 딱 2가닥입니다.

조선인 2009-07-17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 마로가 썼어요. ^^

무스탕 2009-07-19 22:45   좋아요 0 | URL
오~ 이것이 마로의 인터넷 데뷔글이군요!! ^^

조선인 2009-07-20 09:17   좋아요 0 | URL
호호 데뷔는 재작년에 했어요. 가끔 마로가 댓글 단 적 있어요. ㅋㄷ

2009-07-17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9-07-20 09:1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해람이가 유치원에 갈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정됐어요. 다행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