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은 탈핵 캠페인으로 시작해서 탈핵 캠페인으로 일과를 마무리 한 날이다. (늘 그렇듯 하루의 마무리는 술로 했다.)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나와서 지하철 역에서 캠페인을 하고 출근했다. 한 명은 방독면 모양 탈을 쓰고 피켓을 들고 서 있었고, 나는 전단지를 나눠줬다. 탈이 워낙 독특하게 생겨서 눈에 확 띄었다. 짐작은 했지만 바쁜 출근길이라 사람들은 전단지를 잘 받지 않았다. 그래도 1시간 동안 가져온 전단지는 다 나눠줬다. 저녁에는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하는 녹색당 목요 탈핵 캠페인에 참가했다. 영덕 신규 원전을 반대하는 내용으로 퇴근길 시민들에게 영덕에 어울리지 않는 것을 하나 골라 스티커를 붙여 달라는 주문을 했다. 셋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었는데, 1번은 영덕대게이고, 2번은 아름답고 깨끗한 바다, 3번은 원자력발전소였다. 투표해달라는 요청에 여성들과 청소년들은 많이 응해주셨지만, 성인 남성들은 거의 무시하고 지나갔다. 세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분들이 투표해주셨고, 단 두 표를 빼면 모두 원전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두 표는 영덕대게에게 갔다. 아무래도 영덕에 어울리지 않는 것에 투표한 것이 아니라 먹고 싶은 것을 고른 건 아닐까?


그날은 매우 더운 날이었다. 아침부터 더웠는데, 탈을 쓰고 있었던 친구는 진짜 엄청 땀을 흘렸을 것이다. 저녁에도 어마어마하게 더웠다. 활동가들은 눈에 띄기 위해 동물 옷을 입고 있었는데, 생각만해도 끔찍했다. 그 더위에 벗지는 못할 망정 두꺼운 동물옷을 더 껴입어야 한다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원전에 관대할까? 왜 핵발전소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까? 그날 아침과 저녁 모두 원전을 옹호하는 입장에 있는 어르신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이유는 없다. 그냥 무조건 필요하단다. 지금 전기가 남아 돌고 있고, 1년에 30% 가량 가동하지 못하고 놀고 있는 발전소도 많은데, 왜 핵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하는지 이유도 대지 못하면서 무조건 더 지어야 한단다. 아마도 세뇌를 많이 당해서 그렇겠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뇌당해서 진실을 모르는 그들이 더 불쌍할까? 진실을 알고 답답하고 무력한 상황에 놓인 내가 더 불쌍할까?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한 네오가 더 불쌍할까?


지난 6월 초 정부가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가 2년마다 만드는 것으로 신규 발전소 건설과 송배전 선로 건설 등을 결정하는 중요한 계획이다. 이번 7차 계획의 핵심은 신규 핵발전소 2기를 건설하는 것이다. 현재 이 나라에는 24기의 원전이 가동중이고, 건설중이거나, 계획중인 것이 11기이다. 그리고 이번에 2기가 추가되었다. 만약 7차 계획대로 간다면 이 나라의 핵발전소는 37기가 된다. 아, 고리1호기를 폐쇄하기로 결정했으니, 36기가 되는구나.


문제는 신규 원전 2기를 추가하기 위해 정부가 전력 수요를 뻥튀기해서 예측했다는 점이다. 7차 계획에서 정부는 해마다 전력사용량이 2.2%씩 늘어날 것이라고 보았는데, 이것은 과도한 수치다. 지난 2011년 이후로 전력사용량 증가률이 해마다 줄어들었으며, 작년에는 0.6%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력사용량은 거의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정부는 해마다 2.2%씩 층가한단다. 게다가 전력예비율도 과도하게 책정했다. 정부 입장에선 원전을 더 짓기위해 일부러 수요를 과도하게 예측하고, 전력예비율도 과도하게 설정할 것이겠지. 


우리는 전기 없이 살 수 없을만큼 수많은 가전제품을 쓰고 있지만, 정작 그 전기를 어떻게 생산해서, 어떻게 우리 집으로 오는지는 잘 모른다. 특히 국가차원에서 장기 계획을 세우고, 그것이 전력수급기본계획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마 그 말을 들어본 사람 자쳬가 숫자가 많지 않을 것이다.


지역에서 7차 계획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홍보가 늦어져 많이 못 올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많이 오셨다. 그리고 더 많은 분들과 그날의 논의 내용을 나누기 위해 지역시민신문에 토론회 기사를 쓰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바쁜 일상을 살다 보니, 며칠을 그냥 지나갔다. 오늘 낮 편집장님께 원고 예기가 나왔다. 늦어도 일요일 오후에는 보냈어야 할 원고였다. 최대한 빨리 쓰겠다고 약속했지만, 좀처럼 글 쓸 짬이 나지 않았다. 


결국 아이들을 재워놓고 12시가 넘어서서 쓰기 시작했다. 다 쓰고 나니 시간이 3시가 넘었다. 책 소개 원고 하나를 마저 쓰고 맥주 한 잔 마신다. 내 허접한 글이 단 한명에게라도 더 전달되어 관심 갖는 사람이 더 생기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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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7-14 2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도 탈핵 캠페인 하신다니 반가워요~
저희지역에서도 매주 수요일마다 풀꽃세상. 녹색연합분들과 함께 캠페인하고있고 탈핵모임에서도 한달에 한번씩 피켓들고 있자 계획세우는 중이거든요
연극하셨던 활동가님과 같이 의상 마련해 퍼포먼스도 할 계획이라 앞으로 더 재밌어질 것 같아요^^
약자들의 눈물로 만들어지는 전기...후손에게 처치불가 핵쓰레기만 남기고 핵마피아들만 배불리는 핵발전소 빨리 없어지길! 감은빛님도 늘 힘내세요~

감은빛 2015-07-17 16:57   좋아요 0 | URL
아른님, 안녕하세요.
지난 번 탈핵시민행동 포스터 때에도 무척 반가웠는데,
이번 글에 대한 댓글도 정말 반갑습니다!

어제 목요일에도 저는 사정상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여러 지역에서 많은 분들이 시간을 내어 출근길, 퇴근길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우리 서로 각자의 지역에서 힘냅시다!
고맙습니다!
 

얼마전 20년 만에 영화 [타락천사]를 봤다. 한창 젊었던 시절 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당시 그 영화를 보고나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이가흔의 섹시한 눈빛 때문에 밤마다 꿈에 그가 나왔었다. 이번에는 그를 봐도 그저 섹시하다! 예쁘다! 정도의 느낌만 있었을 뿐, 그때와 같은 강렬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좀 놀라운 사실은, 등장인물 대다수가 시도때도 없이 담배를 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끝없이 담배를 피우고 또 피웠다. 한때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에도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제법 많았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내가 소설이랍시고 쓴 허접한 글에도 늘 담배 피우는 장면은 빠지지 않았었다. 지금 보면 이렇게 낯설지만, 당시로서는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이가흔이 여명의 방을 청소하고, 그 쓰레기를 가져와 하나씩 살펴보는 장면을 보다가 소설 하나를 떠올렸다. 90년대에 내가 참 좋아했던 작가 하성란의 단편 [곰팡이 꽃]이다. 여기 주인공은 밤마다 쓰레기를 뒤진다. 더럽고 역겨운 쓰레기 속에서 그는 쓰레기를 버린 사람에 대해 아주 많은 것들을 알아낸다. 처음 이 작품을 읽었던 당시에 진짜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아마 이 작품의 영향일 것이다. 지금도 나는 쓰레기봉투에 개인정보가 담긴 내용은 버리지 않으려고 애쓴다. 별 것 아닌 흔히 사소한 거라고 느낄만한 것이라도 누군가가 마음 먹으면 내 개인정보를 노출하게 될 수도 있다.

















하성란 작가는 97년 [두 개의 다우징]을 읽고 완전히 반해, [풀]을 찾아 읽고 나중에 단편집 [루빈의 술잔]을 사서 읽었던, 그 당시에 가장 좋아했던 작가였다. 그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마치 영화와도 같은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세번째 단편집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가 나올 때까지 하나도 빼지 않고 다 찾아 읽던 작가였다. 단편들은 대부분 재미있고,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장편의 경우에는 구성과 이야기 전개가 다소 힘이 없었다. 이후 소위 말하는 순수 문학 자체에 대한 관심을 잃으면서 더이상 작품을 찾아 읽지 않았다.


타락천사를 본 후에 곰팡이 꽃을 찾아 읽으려고 책장을 뒤졌는데 없었다. 분명 이 작품이 실린 두 책(동인문학상 수상작품집과 두번째 단편집 옆집여자)을 다 사서 읽은 기억이 있는데, 왜 하나도 보이지 않을까? 그제서야 떠올렸다. 아마 고향 집에 있을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고향을 떠나 여기저기 떠돌던 시절에는 그 전까지 열심히 읽었던 소설들을 대부분 집에서 갖고 오지 않았다. 읽고 싶을 때 못 읽는 건 괴로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일상으로 돌아온 후로는 곧 읽고 싶었다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린다.


몇 달 전에 서울연구원에서 쓰레기 정책에 대해 연구하는 분의 강연을 들었는데, 정부나 지자체에서 쓰레기 실명제를 하려는 생각을 예전부터 갖고 있으나,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장 실행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지금도 재활용 쓰레기나 종량제 봉투를 뒤지면 그게 누구 쓰레기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그 집에 몇 명이 살고, 구성원이 어떤 사람들인지, 수입은 대략 어느 정도일지, 주로 어디에 돈을 쓰는지 등을 알 수도 있다. 만약 쓰레기 실명제를 시행한다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질 지도 모른다.


바다 위에 플라스틱으로 된 섬이 있다는 이야기, 인도나 아프리카 등에서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아니 먼 나라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바닷가나 계곡에 구석구석 쌓여있는 쓰레기들, 그런 쓰레기들 때문에 다치거나 삶을 위협받는 생물들 또 하루에도 수십만 개씩 생산하고 또 버리는 온갖 일회용품들을 생각하면 쓰레기 문제를 쉽게 넘기기 어렵다. 아는 사람 중에 늘 숟가락과 반찬통을 갖고 다니는 분이 있다. 일회용 젓가락이나 용기를 쓰지 않기 위해서다. 물론 당연히 텀블러와 장바구니, 손수건을 갖고 다니는 건 기본이다. 나도 가끔 깜빡하는 날을 제외하면 요 세 개는 늘 휴대한다. 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일회용품과 쓰레기로 넘쳐난다. 아무리 커피를 주문하고 텀블러를 내밀어도, 커피숍에서 사용하는 일회용컵은 줄어들지 않고 더더욱 늘어나기만 한다. 예전에는 그래도 들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매장에서 마시는 경우 당연히 머그 컵에 나왔는데, 요즘은 매장에서 마셔도 늘 종이컵에 나온다.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 줄이지 못한다면 정부가 어떤 이유를 들어 쓰레기 실명제를 실시하고, 우리들의 일상을 점점 더 많이 통제해도 뭐라 할 말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 양철나무꾼님의 댓글을 보고 생각나서 영화에서 '망기타(忘记他)'가 나오던 장면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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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5-07-06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배 연기는 왜 담배로 돌아가지 못하는가.. 엔트로피의 증가..
그래서 담배피는 사람이 멋있어 보이나봐요.. 저는..

감은빛 2015-07-07 20:28   좋아요 1 | URL
담배를 피우면 내 안으로 완전히 침착해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저 연기를 빨아들이고 내뿜을 뿐인데,
주위는 사라지고 그저 나 자신만 들여다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마태우스 2015-07-07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성란,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네요. 정말 요즘뭐하는지, 책읽기 시작한 초창기에 열심히 읽었던 작가인데 말입니다. 푸른수염의 아내에서 시랜드 참사를 다룬 단편이 있었는데, 그 단편을 읽을 때 마지막 대목에서 머리칼이 쭈뼜했어요. 윽, 지금도 그 장면을 생각하니 머리칼이 쭈뼜...암튼 쓰레기 줄여야 합니다!

감은빛 2015-07-07 20:30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 저도 그 작품이 기억에 남아 있어요.
그땐 결혼 전이었고, 아이도 없었는데도 무척 힘겹게 읽었던 기억이 나요.
만약 지금 그 작품을 읽는다면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이겠죠.

양철나무꾼 2015-07-07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타락천사의 `망기타`를 잊을 수 없어요.
요즘도 또 돌려보고 돌려보고 해요~ㅅ!

감은빛 2015-07-07 20:31   좋아요 0 | URL
전 사실 그 노래를 들으려고 OST 를 샀는데,
그 노래가 없었어요! ㅠㅠ
노래도 그렇고, 그 노래가 나오던 장면도 절대 잊을 수 없죠!

yamoo 2015-07-11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성란 작가...정말 저도 오랜만에 듯습니다. 하성란 작가 마지막으로 본 것이 <삿뽀로 여인숙>이었지요. 전 하성란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습니다만...한국 문학을 좀 읽을 시 주요 대표작과 대표 단편선은 봤습니다. 이 작가는 제게 맞지 않더군요. 재미가 없어 읽기를 중단 했습니다. 이 당시 읽던 작가군으로 하성란, 공지영, 서하진, 권지예, 조경란, 신경숙 등이 있었습니다. 헌데 지금은 이들 작가의 모든 책을 처분하고 읽지 않고 있지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제게 재미가 없던 작가로 각인된 듯합니다. 당시 저는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들에 열광하던 때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강의도 들으시고 글을 보니 반갑네요. 여름철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감은빛 2015-07-17 17:00   좋아요 0 | URL
야무님, 안녕하세요.
[삿뽀로 여인숙] 저도 읽었는데, 솔직히 재미없었습니다.
이 작가는 단편은 참 좋았는데, 장편은 별로더라구요.
말씀하신 작가들 중에 저도 종종 찾아읽던 분이 몇 있네요.
저도 야무님처럼 최근에는 읽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상황이 많이 달라진 탓이라고 여깁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새벽의 난동


최근 이래저래 다치는 일이 많다. 며칠 전에는 두레생협 사무실 이사를 도와주다가 오른손 손가락 세개가 냉장고와 문틀에 끼어, 찍히고, 찢어졌다. 큰 상처는 아니지만, 손가락 관절이 부어올라 매끄럽게 움직여지지 않고, 몇 군데 상처 때문에 물이 닿을 때마다 쓰라렸다. 상황으로보면 더 크게 다칠뻔했다. 손이 끼어들어가는 순간 반사적으로 뺏기 때문에 이정도였지, 조금만 타이밍이 늦었다면 한동안 아예 손을 못쓰게 될 수도 있었다. 나를 다치게 만든 사람(내가 잡고 있는지 모르고 반대쪽에서 확 잡아당긴 사람)은 미안해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상대가 그렇게 나오니, 나는 그냥 괜찮다고 허허 웃고 넘겼다. 그런데 하필 오른손이라 작은 상처임에도 불편이 많았다. 이젠 상처는 거의 다 나았는데, 그 며칠동안 내가 평소 얼마나 오른손만을 의존해서 살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세수하면서 얼굴을 닦으려해도 왼손으로 하려니 뭔가 익숙하지 않고, 원하는대로 잘 되지 않았다. 머리를 감거나, 설겆이를 할 때 물이 닿으면 쓰라린 오른손을 되도록 쓰지 않고, 왼손을 위주로 움직이려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손이 다친 와중에도 녹색당을 응원하는 그린파티(후원주점)에서 설겆이를 도맡아 했다. 그날만은 물이 닿던 말던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설겆이 꺼리는 끝없이 들어왔고, 잠시도 손을 쉴 틈이 없었다.


어제 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오늘 새벽, 또 무릎과 발가락을 다치고 말았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난 왜 이렇게 폭력사건에 자주 휘말릴까? 오늘 아침 피해자 진술을 마치고 경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런 의문이 들었다. 아마 남들이 피하는 상황(무서워서 혹은 귀찮아서)을 피하지 않고 맞서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작은 대략 3시 반에서 4시 사이였다. 자다가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깼는데, 누군가 큰 소리로 욕을 퍼붓고, 소리를 질러댔다. 지나가는 사람이려니 하고 다시 잠을 청했는데, 뭐라고 떠드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고, 크게 소리지르는 욕설도 계속 들렸다. 아내도 깨서 화를 냈고, 잘 자고 있던 아이들도 깰락말락 뒤척였다. 창 밖을 보니, 골목 건너편에 있는 평상에 누군가가 누워서 전화를 하고 있었다. 아마 술에 취해 여자친구랑 통화를 하는 듯한데, 계속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고 욕을 퍼붓고 있었다. 술 취한 놈 잘못 건드리면 피곤할 거라는 건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냥 조금만 참자 싶어서 더운 날씨에도 창문을 닫고 누웠다. 다른 집들에서도 창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이 녀석의 고함소리는 꽤 멀리까지 퍼졌을 거다. 주택 밀집지역으로 빌라들이 따닥따닥 붙어있는 골목이었기 때문에 그 새벽에 잠에서 깨서 욕을 입에 담은 사람은 제법 많았을 것이다.


누군가 그 녀석에게 시끄럽다고 딴 데 가서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녀석은 곧바로 그 사람에게 욕을 퍼부으며 죽여버리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우리 빌라 현관 유리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요새 빌라들처럼 현관에 번호키가 있었다면 못 들어왔을텐데) 이 녀석이 복도에서 소리를 지르고, 문을 발로 차고, 주먹으로 치거나 하면 소리가 울리기 때문에 훨씬 시끄러울 거라고 판단했다. 늦게 잠들어 피곤한 아이들이 깨는 것이 싫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현관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계단을 올라오던 녀석과 마주쳤다. 키가 나보다 훨씬 컸고, 덩치도 훨씬 좋았다. 씩씩대며 올라오던 녀석은 날 밀치고 올라가려 했으나, 내가 막아서자 욕을 퍼부었다. 난 시끄러우니까 일단 나가라고 했다. 잠시 녀석과 손을 잡았다 뿌리치고, 밀고 당기고 해봤더니 완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때 아내가 경찰에 신고를 했다. 녀석은 신고하는 소리를 듣더니, 내 손을 붙잡고 끌고 가려했다. 난 일단 빌라 현관까지 녀석과 함께 내려갔다가 현관 입구에서 녀석을 뿌리쳤다. 녀석은 계속 나를 어딘가로 끌고 가려했다. 그러면서 계속 욕과 함께 시끄럽게 떠들었다. 경찰 믿고 까부는 거냐? 신고했으니 3분 안에 경찰이 오겠네. 그러니 경찰이 오기전에 조용한 곳에 가서 한판 하자. 뭐 믿고 까부는 거냐? 맞아 본 적 없지? 까불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테니 따라와라! 등등 녀석은 끝없이 떠들며 나를 끌고 가려했다. 난 현관문을 나와 계단 입구에 서서 버티며, 시끄러우니까 제발 딴 데 가라. 너 때문에 이 동네 사람들 다 잠 도 못자고 이게 뭔 꼴이냐? 집에 가서 잠이나 자던가 계속 시끄럽게 할 거면 딴 동네 가서 하라고 응수했다. 물론 욕을 섞어서 말했다. 너무 화가나서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몇 차례 내 손을 잡고 끌고 가려다가 뿌리치고, 내 옷을 잡고 끌다가 뿌리치기를 반복했다. 난 자다 일어난 차림 그대로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나온 터였다. 녀석이 계단 아래에서 내 옷을 쥐고 휙 잡아당겼는데, 슬리퍼가 미끄러지면서 내 몸이 계단 아래로 끌려내려왔다. 슬리퍼를 신고는 힘을 쓰기가 어려웠다. 잡아 끌고 뿌리치기를 계속 반복하다가 녀석은 아예 주먹을 들어올리며 협박을 시작했다. 패버리겠다. 죽여버리겠다. 익숙한 풍경이다. 차라리 주먹질이라면 나도 힘으로 밀고 당기고 하는 것보다는 자신있었다. 그냥 패버려도 좋았을 상황이라면 녀석의 옆구리와 명치 등에 주먹을 꽂아넣어 무너뜨릴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내가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녀석도 본격적으로 주먹을 쓸 테고, 막 싸움이 될 것이고, 경찰이 도착하면 쌍방폭행으로 끌려갈 것이라는 점이다. 되도록 침착하려고 애쓰며, 녀석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애쓰며, 주먹이 나가려는 걸 참고 또 참았다.


나보다 훨씬 키가 크고 덩치가 큰 녀석과의 힘겨루기는 힘에 부쳤다. 슬리퍼가 미끄러지면서 계단에서 끌려내려온 시점부터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고, 힘이 딸리는 것을 절감했고, 호흡이 가빠졌다. 녀석은 숨을 몰아쉬는 나를 조롱하면서 다시 내 옷을 잡아채서 끌고 갔다. 방심했던 터라 몸이 휙 끌려갔고, 뒤늦게 허리와 하체에 힘을 주고 버텼건만 이미 중심이 무너졌다. 급하게 내 옷을 움켜쥔 녀석의 손을 내려쳤다. 녀석은 손을 놓쳤고, 난 앞으로 넘어지면서 무릎을 찍으며 손을 짚었다. 균형을 잃었기 때문에 무릎을 찍은 상태로 앞쪽으로 몸이 밀렸고 이때 무릎이 아스팔트 바닥에 갈렸다. 쓰라렸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그냥 확 패버릴까 생각이 들었다. 욕설을 퍼부었다. 녀석도 같이 욕을 하며 다시 난 끌고 가려고 손을 내밀었다. 난 그 손을 내려치며, 한번만 더 내 몸에 손을 대면 죽여버린다고 경고했다. 이때 우리 빌라 반지하에 살고 있는 남성이 문을 열고 나와 시끄럽다고 한 마디 했다. 평소 보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곧 경찰차가 도착했다. 


녀석은 경찰차가 오자마자 급하게 방향을 틀어 내려갔다. 나는 그제서야 흥분을 가라않히고 내 상태를 살폈다. 셔츠는 배부분이 너덜너덜 찢어졌고, 무릎은 상처가 크게 나서 피가 흥건했다. 슬리퍼 신은 발로 버티느라 발가락이 까져서 쓰라렸다. 녀석은 내 반대방향으로 급히 걸어갔고 거기에는 경찰차가 있었다. 나는 천천히 따라갔다. 경찰이 내렸고, 녀석을 막아설 줄 알았는데, 녀석은 경찰을 피해 다른 골목으로 빠르게 도망쳤다. 난 급히 경찰에게 녀석을 잡으라고 소리쳤다. 녀석이 나를 폭행했고, 다쳤다고 말했다. 녀석은 그런 적 없다고 발뺌했다. 경찰이 오고나니 태도가 조금은 고분고분해졌다. 나를 아저씨라 부르기 시작했고, 존대말과 반말이 섞여 있었다.


경찰은 우리 두 사람의 설명을 듣고, 내 찢어진 무릎 상처를 보고는, 폭행 현행범으로 녀석을 체포했다. 나는 피해자 진술을 위해 함께 파출소로 갔다. 수많은 폭력 사건에 휘말려 파출소와 경찰서를 많이도 들락거렸지만, 순수하게 피해자 신분으로 가는 건 처음이었다. 대부분은 쌍방 폭행으로 끌려갔고, 진단서를 끊어 더 많은 피해를 입은 쪽이 피해자가 되거나, 피해가 비슷한 경우에는 둘 다 피의자가 되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녀석이 나를 끌고 가려던 순간, 나도 녀석의 손을 몇 차례 내려쳤기 때문에 쌍방 폭행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녀석은 나에게 맞은 사실이 없고, 아무런 피해가 없다고 진술했다.


파출소에서 녀석은 계속 내가 집에서 찢어진 옷을 입고 나왔고, 무릎 상처도 자기와는 무관하다고, 소리를 지르고, 나에게 시비를 걸거나 협박했다. 보다못한 경찰이 우리를 서로 다른 방에 격리했다. 경찰이 무릎 상처를 보더니 119를 불러주겠다고 했다. 난 혹시 119 출동에 대한 비용이 걱정되어 괜찮다고 했는데, 소독이라도 하자고 경찰이 전화를 걸었다. 그제서야 내가 지갑도 전화기도 없이 맨 몸으로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야말로 자다 일어난 차림 그대로였다. 119 대원들은 와서 소독도 안 해주고 그저 식염수로 상처를 씻어준 다음에 거즈를 대주고 떠났다. 소독을 안 해주냐고 묻는 질문에 집에가서 빨간약 바르라는 답을 했다. 새벽에 별것도 아닌 일로 불려와서 피곤하고 짜증나는 건 이해하는데, 그래도 그 성의없는 태도에는 화가 났다.


파출소에서 대략 한 시간동안 머물다가 경찰서로 옮겼다. 난 그제서야 버스비도 택시비도 낼 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게다가 경찰서에서 머물다 나오면 이미 동이 트고, 남들 출근할 시간일텐데, 찢어진 셔츠에 후줄그레 한 차림으로 집에 갈 생각에 짜증이 났다. 아침에 출글할 일도 걱정이고, 잠도 못자고 몇 시간동안 불려다니는 것에도 짜증이 났다. 이렇게 해봐야 녀석이 입을 피해가 크지 않을텐데, 귀찮고 피곤하게 이게 뭔 짓이냐 싶어 후회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녀석 때문에 무릎을 다친 건 억울했다. 아무리 작은 피해라도 녀석에게 돌려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경찰서에서 집까지는 거리가 제법 멀기 때문에 돌아갈 일이 걱정이었다. 파출소를 나서기 전에 나를 데려온 경찰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서 혹시 나를 집까지 태워줄 수 없는지 물었다. 다행히 출동이나 바쁜 일이 없으면 태워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경찰서에서 피해자 진술을 하는데, 형사들의 태도를 보며 격세지감을 느꼈다. 20여 년 전에 형사들은 이렇게 신사적으로 말하고 행동하지 않았다. 반말과 욕설은 기본이고, 책상을 내려치고, 소리를 질렀으며, 머리를 때리기도 했었다. 오늘 형사들은 피해자인 나는 물론이고, 피의자인 녀석에게도 존대를 했고, 녀석이 계속 욕을 하고 시끄럽게 굴어도 그저 조용히 하시라고, 그래봐야 하나도 도움이 안된다고 말 만했다. 녀석이 계속 욕을 하자, 그제서야 자꾸 욕하면 모욕죄로 처벌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 다였다. 물론 녀석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꾸 피해자 진술을 하고 있는 나에게 시비를 걸고 욕을 했다. 나를 조사하던 형사 옆자리의 형사가 몇 번이나 녀석에게 주의를 주고, 나에게는 신경쓰지 말고 진술하시라고 말했다.


피해자 진술이 끝나고 집에 가도 좋다는 말이 나오자, 아까 약속을 떠올리며 나를 데려온 경찰을 불러달라고 했다. 그 경찰은 곧 데리러 오겠다고 했고, 복도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복도를 나서서야 긴장이 풀렸다. 새벽 공기는 쌀쌀했다. 화장실에가서 처음으로 내 몰골을 살폈다. 찢어진 옷만 간신히 걸친 피곤에 쩔은 모습이었다. 무릎 상처로 걸음은 부자연스러웠고, 발가락이 까져서 슬리퍼를 제대로 신지 못하고 질질 끌고 걸었다.


처음 출동했던 경찰 둘이 친절하게 집 앞까지 데려다줬다. 돌아오는 길에 경찰에게 물었다. 녀석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내 경우에는 대부분 파출소에서 합의를 봤고, 경찰서로 넘어가서도 막판에 합의를 봤다. 딱 한번 검사에게 넘어간 경우에도 검사가 강제로 합의를 시켰다. 그래서 합의 없이 기소된 경우에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다. 경찰은 전과가 없는 초범이고, 경미한 사건이기 때문에 아마 벌금을 받을 거라고 했다. 50만원일 거라고 했다. 경찰은 그 녀석이 우리집 가까운 곳에 살기 때문에 오가다가 마주칠 확률이 높다고, 걱정이 된다고 했다. 녀석도 계속 줄기차게 그 얘길 했다. 자기가 바로 근처에 산다고, 앞으로 자기랑 마주치면 어쩌려고 이러냐고 협박을 해왔다. 뭐, 마주치면 또 마주치는 거지. 내가 마주치는 건 걱정꺼리는 아니다. 조금 귀찮고 피곤하긴 하겠지만, 그때가서 또 적절히 대응하면 되겠지. 문제는 아내와 아이들이다. 녀석이 맘 먹고 해꼬지하려고 들면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는데, 혹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그게 걱정이다. 뭐 이건 최악의 상황일테고, 어쩌면 그냥 별일 없이 지나갈 확률이 높다.


어쨌거나 월요일 아침을 이렇게 시작하고 나니, 진짜 피곤하고, 짜증나고, 일이 하나도 머리속에 안 들어온다. 아무래도 일에 집중 할 수 없어서, 화를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서 이 글을 쓴다. 오늘 저녁에는 중요한 행사가 있고, 이번 주 내내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이렇게 어이없는 사건으로 한 주를 시작하다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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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5-06-2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감은빛 2015-07-02 16:10   좋아요 0 | URL
맙소사!

cyrus 2015-06-2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른손이 불편해서 무척 힘드셨겠습니다. 술에 취해서 상대방에게 함부로 반말과 욕설을 내뱉고, 심지어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을 보면 한심합니다.

감은빛 2015-07-02 16:14   좋아요 0 | URL
평소 왼손을 좀 더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뭐 저도 술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어느 정도까지는 이해하지만,
저렇게 도가 지나치면 안되지요.
시루스님 고맙습니다!

다락방 2015-06-29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일도 없어도 월요일 시작 전에는 힘든데,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감은빛님. ㅜㅜ

감은빛 2015-07-02 16:1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아무일 없어도 일요일 저녁만되면 우울한데,
월요일의 시작을 경찰서에서 하다니!!
이번 주 참 어렵고 힘드네요~ ㅠㅠ
다락방님 고맙습니다!

북극곰 2015-06-29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정말 화나는 일이네요. 그 남자!! 빨리 낫고 기운나시길요~~

감은빛 2015-07-02 16:03   좋아요 0 | URL
오늘 드디어 무릎 상처에 딱지가 앉았습니다.
곧 아물겠지요.
북극곰님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15-06-30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집 식구도 비슷한 이야길 하더군요. 험한 세상이라 애들한테 해코지 할까 봐 운전중 시비 같은 것도 무조건 피해 간다구요. 그냥 액땜하셨다 생각하셔야겠어요ㅠ 어서 다친 곳 회복되시길 바랍니다.

감은빛 2015-07-02 16:06   좋아요 0 | URL
전 성질이 뭐 같아서 잘 피해가질 못 하네요. ㅠㅠ
상처는 곧 아물겠지요.
프레이야님 고맙습니다!

굿바이 2015-06-29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집에 돌아가시면 무조건 편하게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은빛 2015-07-02 16:07   좋아요 0 | URL
굿바이님 고맙습니다.
안타깝게도 월요일 늦게까지 중요한 행사가 있었고,
끝나고 맥주 한 잔 하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집에 가니,
새벽 1시였습니다. ㅠㅠ

세실 2015-06-30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무식쟁이 같으니라구...
술 마시고 횡설수설 고함 치는 사람이 젤 싫어요.
다치신거 언능 나으시길 빕니다.

감은빛 2015-07-02 16:09   좋아요 0 | URL
세실님 고맙습니다.
적당히 하고 들어갔으면 저렇게까지 되지 않았을텐데요.
여러모로 안타깝습니다.

아무개 2015-06-3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부디 몸과 마음에 생긴 상처가 빨리 나으시기를 바랍니다.

감은빛 2015-07-02 16:10   좋아요 0 | URL
당시에는 너무 피곤해서 힘들었어요.
몸과 마음에 생긴 상처는 슬슬 아물기 시작했습니다.
아무개님 고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5-06-30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건강하시는 몸매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물겠지만,
가족에게 해코지할까봐 염려스럽네요~--;

감은빛 2015-07-02 16:14   좋아요 0 | URL
저 정말 상처가 빨리 아무는 편이예요.
예전에 아내가 `트롤`이냐고 놀라곤 했어요.
엊그제 만난 두레생협 이사가 손 보여달라고 해서,
거의 다 아문 상처를 보여줬더니 깜짝 놀라더라구요.
월요일 아침에 다친 무릎 상처도 이제 딱지가 앉아 아물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녀석이 가족에게 해코지 할만한 위인은 못 되는 것 같아요.
양철님 고맙습니다!

책을사랑하는현맘 2015-07-04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사건을 이제서 보고 댓글 다네요.
이제는 마음과 몸의 상처도 좀 나아지셨나요?
혹시 그 사이 마주치신 건 아니겠지요?

감은빛 2015-07-06 17:2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현맘님.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음의 상처는 뭐 대단치 않아서 금방 괜찮아졌어요.
몸은 아직 다 낫지 않았지만,
여전히 조금 불편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 중입니다.

그동안 마주친 적이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 중입니다.
서로 바쁘게 살아가는 시대라 그리 쉽게 마주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해요.
 


누군가를 만나 서로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보면 예전에 어딘가에서 어떻게 인연을 맺었던 경우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게 아주 오래된 일이기도 하고, 비교적 최근 일인 경우도 있겠다. 또 그 인연에 대해 한 쪽만 기억하거나, 둘 다 기억은 하는데 서로에 대해서는 잘 몰랐거나, 둘 다 기억을 못하는 경우도 있겠다. 어쨌거나 나중에 그런 인연을 깨닫게 되면 누구나 반가움을 느끼지 않을까? 아, 물론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겠다.


학생운동, 사회운동 판에 있으면 이런 거 자주 겪는다. 어딘가 현장에서 마주쳤던 인연인데, 당시에는 모르는 사이였다가 나중에 인사를 하고, 관계를 쌓아가다 보면 그때 함께 있었던 분이셨군요. 하고 깨닫는 것이다. 이 판이 워낙 좁고, 이 판에 계속 있다보면 언젠가는 마주칠 확률이 높으므로 이런 경우는 그야말로 비일비재하다.


워낙 많은 사람들을 만나니까 그들을 일일이 기억하는 것은 힘들다. 한번 스쳤던 인연이라도 곧 잊고 있다가 나중에 다른 계기로 만나 관계를 쌓다가 알고보니 그때 나랑 이렇게 만났던 인연이었구나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게 둘 다 서로 몰랐다가, 아~ 그랬군요. 하면 그래도 괜찮은데, 한 쪽만 기억하는 경우라면 좀 민망할 때가 있다. 몇차례 글에서 언급했듯이, 난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불치병에 걸린 사람이라 난감하고 민망한 경우가 많다. 분명 처음 만났을 거라 생각하고 인사를 건넸는데, 상대방이 언제 어디서 만났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가끔은 있다. 그럼 뒷머리를 한번 긁적거리고, 제가 머리가 나빠서 잘 기억을 못해요. 죄송해요! 이러고 만다. 어차피 고민하고 기억을 더듬어봐야 생각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전의 인연을 둘 다 기억하고 다시 만났을 때 반갑게 인사하는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주 오래전에 만났다가, 긴 시간 서로 볼 일이 없다가, 최근 종종 마주칠 일이 생기는 인연들이 있다. 동향 사람, 대학 선배, 예전에 일했던 단체에서 알던 활동가 등이 있다.


한편 둘 다 서로 몰랐는데, 우연한 계기로 예전의 인연을 깨닫는 경우도 있다. 최근 내 기준에서 신기한 인연을 둘 발견했다. 하나는 이메일 계정을 정리하다가 찾았다. 쓰고 있는 포털 메일함의 용량이 다 찼다고 해서 오래된 메일들을 뒤지며 꼭 필요한 것들을 놔두고, 나머지는 다 지우고 있는데, 몇 년 전에 도착한 메일에서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당시 내가 몸담고 있었던 잡지사 기자로 지원하는 이력서에서 최근 자주 만나는 사람의 이름을 찾은 것이다. 흔한 이름이 아니라서 조금 놀랐다. 설마 하고 문서를 열어 사진을 봤더니, 그 사람이 맞았다. 와! 이 사람이 그때 당시에 기자로 지원했던단 말야? 놀라운 일이었다. 어쩌면 이 사람을 몇 년 일찍 회사에서 만났을 수도 있었겠다 생각하니 신기했다.


또 하나는 오늘 우연히 찾았다. 저녁에 회의를 했는데, 나에게 엄청나게 많은 일이 떨어졌다. 안그래도 오늘 할 일이 많아 야근을 해야겠다 싶었는데, 거기에 더 많은 일들이 얹어진 것이다. 할일이 많은 수록 더 일을 하기는 싫어진다. 일의 규모가 어느정도 인지, 얼마나 하면 언제 끝날지 예측이 되어야 하는데,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양의 일이 떨어지면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조금 끄적끄적 문서를 쓰다말다 했는데,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아서 딴짓을 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페이스북에 이름을 입력하면 삼국지 영웅중 한 명에게 대입하는 심심풀이용 게임(?)을 올렸길래, 이름을 넣어봤다. 내 이름을 넣었더니 유비가 나왔고, 페이스북에서 사용하는 덧이름인 감은빛을 넣었더니 서서가 나왔다.


이름을 갖고 몇 가지 생각을 하다가 호기심에 나와 이름이 같은 페이스북 이용자 얼마나 있는지 검색해봤다. 명단이 나왔다. 흔한 이름이 아니라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았다. 이번에는 이름을 구글에 넣고 검색해봤다. 이미지 검색으로 들어가니, 아이들 사진이 나왔다. 이건 지역 시민신문에 연재했던 글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 사진, 이건 녹색당에서 일인시위 했을 때 사진이었다. 그런데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큰 아이가 아직 갓난쟁이였던 시절의 사진이 나왔다. 클릭했더니 무슨 여성웹진 기사가 나왔다. 그제서야 육아휴직했던 시절에 전화인터뷰 했던 기억이 났다. 기사 제목이 '육아 휴직으로 아이 키우는 아빠'로 붙은 짧은 기사였다. 그래 그때 전화 인터뷰를 했었지 하고 그냥 지나칠 뻔 했는데, 맨 밑에 기사 작성한 사람 이름이 낯익었다. 흔치 않은 이름이었고,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았다.


당시 전화 인터뷰는 어느 후배 활동가의 부탁으로 응했고, 전화를 건 기자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그러니까 십년쯤 전에는 몰랐던 그를 대략 삼사년 전에 처음 만났던 것이고, 그 당시에 우리는 서로 그 인터뷰의 존재에 대해서는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아마 내가 우연히 그 기사를 검색하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 당시에 전화 인터뷰를 했던 사실은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그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요즘 간혹 마주치는 그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줄까 말까 생각해본다. 아마 전해주면 무척 반가워하며, 특유의 활짝 웃는 웃음을 보이겠지. 어쩌면 내 어깨를 살짝 치며 "어머! 그 사람이 당신이었어요?"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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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5-06-20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러니까 감은빛님이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셨단 거네요. 그런 분을 거의 처음 봐서 정말 반갑네요...!! 저도 그런 인연을 얘기하자면 경향신문에 처음으로 글을 청탁받을 때 전화건 사람이 그보다 14년 전 매거진 X에서 저랑 삐삐에 대해 인터뷰를 했던 분이었어요. 겁나 반가웠다는...

감은빛 2015-06-20 19:07   좋아요 0 | URL
제가 버는것보다 아내가 버는게 더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14년만의 인연이라니 무척 반가우셨겠어요!

마녀고양이 2015-06-2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 난감한 일이 있었네요. 상대는 반갑게 인사하는데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을 못 해내는거예요. 둘이 어디서 봤을지 맞춰보는데, 그 사람도 저를 만난 사실이나 나눈 이야기를 기억하지만 어디서 봤는지 기억 못 해서, 결국 그렇게 헤어졌는데.... 몇 달 후에 갑자기 만난 장소가 기억나더군요. 사람의 기억이 참으로 신기해요.

육아 휴직하고 아이를 키웠던 감은빛님, 멋져요...

감은빛 2015-06-20 19:09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런 일이 너무 많아서 다 말하려면 끝도 없어요. ㅠㅠ

마녀고양이님께 멋지단 소릴 들으니 무척 기분 좋아요! ^^

다락방 2015-06-20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얘기하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 사람이 당신이었어요?˝ 라니, 그 반응이 너무 낭만적으로 느껴져서 말이지요. 헤헷.

저는 제 직업상 얼굴과 목소리를 잘 외우는 게 꼭 필요한데 그렇지 못해서 질책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건 뭐 어떻게 안되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은빛 2015-06-20 19:11   좋아요 0 | URL
실제 반응이 어떨지는 모르지요. 그동안 만나온 감으로는 아마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무래도 반응이 궁금해서 꼭 얘기해야겠네요! ^^
 


며칠 전 '사회적 글쓰기' 강의를 들었다. 활동가로서 다양한 사회현상에 대해 글을 써야 할 일이 많지만, 어렵고 복잡한 여러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가 어렵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재밌게 쓰기도 어렵다. 게다가 내가 가진 문제의식을 잘 전달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최근 그런 고민을 계속하던 차였기 때문에 이 강의가 무척 반가웠다. 물론 강의 한번 듣는다고 이 고민이 해결되리라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이건 단순히 지식이나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몸으로 체득해야 하는 경험의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잘 깨닫지 못했던 어떤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강의는 내 생각과는 달랐다.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실망스러운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시간만 지나갔다. 공자도 3명이 지나가면 적어도 1명은 스승이 있다고 했건만, 아무리 모자라는 강의라도 반면교사로 삼을 내용이라도 있건만, 이 강의에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아! 딱 하나 있다면 나는 저런 강의를 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 글쓰기에 대해 뭘 얻은 것이 아니라, 강의 준비하면서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강의에서 하나 거슬렸던 것은 글을 잘 쓰기 위한 노력으로 '필사'를 하는데, 강사는 그 필사에 대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안 그래도 별 내용이 없어서 실망하고 있었는데, 이 발언을 듣고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을 들어 발언 신청을 하고, 한번 호흡을 고르고 의견을 말했다. "좋은 글을 필사하면, 자신도 모르게 그 좋은 글이 가진 다양한 요소들을 몸으로 체득하게 된다. 올바른 맞춤법, 문장력, 문체, 글의 흐름, 구조 등에 대해 저절로 공부하는 효과를 얻는다. 필사를 해본 사람은 글을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서 아주 기본적인 부분에서 실수하지 않는다. 그래서 글쓰기 공부를 하는 사람이 필사를 한번이라도 해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위와 같이 말한 것은 아니지만, 대략 이런 내용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강사가 뭔가 반론을 제기할 것이라 생각하고 기다렸다. 어떤 반론이 나올지 궁금해하면서, 거기에 대한 재반론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를 머릿속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사는 그저 나의 필사 경험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는 그냥 다른 내용으로 넘어가 버렸다. 내 의견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잔뜩 긴장하고 기다렸는데, 반론이 없었으므로 맥이 빠졌다.


내 필사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난 사실 필사라는 행위에 대해 배우거나 인지하고 글을 베껴 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좋은 글을 따라 쓰면서 필사를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을 거라고 본다. 내가 좋아하는 시, 문장, 글귀 등을 공책에 베껴 쓰는 사람들. 첫 시작은 아주 실용적인 동기 때문이었다. 단편소설을 쓰려고 몇 가지 줄거리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글의 첫 부분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가 고민이었다. 나도 그렇고 다른 대부분의 독자들도 첫머리에서 확 휘어잡지 못하면 그 글을 더 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재밌게 읽었던, 감동적이었던, 작품들의 첫 부분을 베껴 쓰기 시작했다. 어떤 작품에선 단 한 줄, 어떤 작품에선 몇 문장, 어떤 작품에선 아예 몇 페이지를 베껴 쓰기도 했다. 그러다가 점차 단편 하나를 다 베껴 쓰기도 했고, 어느 작가의 단편집을 베껴 쓰기도 했다. (얇은 책이었는데, 2/3 정도를 필사했다.)


나중에 이렇게 좋은 글을 베껴 쓰는 걸 필사라고 부르고, 필사가 글쓰기 공부의 아주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훨씬 나중에 신경숙 작가가 '난쏘공'을 필사했다는 글을 어딘가에서 읽었다. 사실 신경숙 작가는 내 인생의 아주 중요한 시점에서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다. 아니 그 작가가 아니라 그 작가의 작품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한때 아주 좋아했던 아이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신경숙의 데뷔작이었다. 아마 앞서 말한 첫 머리 베껴 쓰기에 포함된 작품 중에 신경숙의 단편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두 세 개의 작품 첫머리를 필사한 기억이 난다. 거기엔 90년대 대표적인 단편소설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가장 많은 작품이 포함된 작가가 아마 윤대녕, 은희경, 김형경, 하성란이었을 것이다.


나는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파는 편이다. 한 작가에게 빠지면 다른 건 안 읽고 그 사람 작품만 다 찾아 읽는 편이다. 작가로서 신경숙을 좋아한 기억은 없다. 그래서 초기 작품 몇 개, 단편 몇 개를 읽었을 뿐이다. 이렇게 작가로서는 나에게 큰 의미가 없지만, 신경숙이란 이름은 나에게 어떤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의 아이,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귀밑머리를 넘기며 수줍은 듯 나를 바라보던 아이, 무어라 날 놀려대고 나서 깔깔 웃던 그 아이와 보낸 시간들이 마치 영화 필름처럼 머릿속에서 재생되곤 했다. 나에게 신경숙이란 이름은 나의 뇌를 향해 그 아이와의 추억을 쏘는 방아쇠인 셈이다. 다만 오랜 시간이 지나다 보니 어느 날부터는 그런 연상작용도 차츰 없어지기 시작하더라. [엄마를 부탁해]라는 베스트셀러 덕분에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이름을 읽거나 듣던 시절에는 이미 그 연상이 거의 사라진 후여서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만약 그때까지도 그 연상이 자주 일어났다면 아마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아이를 떠올리며 담배 몇 가치를 태웠으리라.


이번 신경숙 표절 사태를 보면서 아주 오랜만에 그 아이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뭐 표절에 대한 신경숙과 창비의 변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럴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그 기사를 보면서 아주 오랜만에 옛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와 동갑이니 이젠 중년의 여성이 되어있을 그이는 내 기억 속에서는 영원히 여고생으로 남아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흩날리며 나를 뒤돌아보고 웃는 그 아이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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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6-18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신경숙님이 난쏘공을 필사하고 한국문학전집을 읽는 3개월동안 외출을 일절하지 않았다던 기사를 읽은 적 있어요 그 시간에 자신은 마음의 텃밭이 생겼다던 이야기가 너무 좋아 나도 그런 모습을 닮고싶다는 생각 참 많이 했답니다.
이번 기사를 보며 설마하고 있는데 사실이라면 참 속상할거 같아요
그런데 강사분의 태도에 정말 속상하셨겠어요... 어떤 근거도 없이 필사가 좋지 않다니 저두 그 이유가 궁금해지네요^~^

감은빛 2015-06-18 12:01   좋아요 0 | URL
해피북님도 그 글 읽으셨군요.
저도 그 글 읽고 나중에 난쏘공을 필사해봐야지 생각했으나,
그 당시에는 이미 문학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던 시절이라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네, 강사님이 뭐든 근거를 대거나, 반론을 해주셨다면 좋았을텐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하니 좀 황당하더라구요.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cyrus 2015-06-18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작가부터 글쓰기 고수라는 명함을 내민 사람들까지 글쓰기 방법에 관한 책을 많이 냅니다. 글 잘 쓰는 방법이 다양해서 무조건 한 가지 방법이 좋지 않다고 주장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봐요. 차라리 장단점을 같이 알려줬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을 겁니다.

감은빛 2015-06-18 12:02   좋아요 0 | URL
네, 시루스님 말씀처럼 장단점을 알려주는 방식이라면,
저도 분명 수긍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강의 참여자와 함께 건전한 토론을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시루스님 말씀 고맙습니다!

2015-06-18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8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8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5-06-18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숙님의 표절 사태, 맘이 아파요.

감은빛 2015-06-18 12:03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표절 그 자체보다 지금 대처 방식을 보니 더 맘이 아프네요.ㅠㅠ

마녀고양이 2015-06-18 12:07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래요.

CREBBP 2015-06-18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필사를 안해본 입장이라, 필사, 뭐가 도움이 될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하지 마라라고 강사가 얘기하려면 적어도 논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근거 없는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 거잖아요? 글쓰기 강의가 많아지면서 쓸모없는 글쓰기 강의도 같이 늘어나는 것 같군요.

감은빛 2015-06-19 14:4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기네스님.
그렇죠. 무슨 의견이나 주장에는 근거가 있어야 할 텐데요.
반론 제기를 그렇게 쿨하게 넘겨버리니 좀 어이가 없더라구요.

필사라는 게 뭐 그리 대단한 건 아닙니다.
그저 좋은 글이라 생각되는 글을 베껴 써보면 그게 필사지요.
그냥 눈으로만 읽는 거랑은 좀 다르더라구요.

transient-guest 2015-06-20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필사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와는 별개로 신경숙 작가의 표절사태는 큰 문제라고 봅니다.

감은빛 2015-06-21 23:37   좋아요 0 | URL
네, 신경숙 작가의 표절은 큰 문제지요.
많이 알려진 경우였다고 하는데, 쉬쉬해왔다니 그게 더 충격이구요.
이제라도 크게 이슈가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